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647)
647화. 우유케미
방송에 담긴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당연했다.
어디까지나 주원과 연두, 그리고 다른 일행은 무대를 보러 온 관객에 불과했으니까.
전환되는 앵글.
슥.
오래 잡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문제는 그 잠깐의 순간이 임팩트가 너무 컸다는 거지만.
자연히 시청자 게시판은 요동쳤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우영이랑 유리한테 억지로 저거 쥐여줬냐. 표정 봐 ㅋㅋㅋㅋ
┖초록님은 왜 저렇게 웃고 있지 ㅎㅎ
┖저거 연두 놀릴 때만 나오는 찐웃음 아니냐 ㅋㅋ 그럼 범인은 초록…?
┖우리 연시레는 저러케 신났눈데…
┖그래서 더 웃김 ㅋㅋ 그래도 어떻게 우윳빛깔 하주연이 만들어지긴 했네.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이런저런 댓글을 쏟아냈다.
생각보다 뛰어난 추측이었다.
잠깐 스치듯 지나간 장면만으로도 꽤나 판단이 정확했으니까.
그만큼 우영이와 유리, 그리고 주원의 표정이 리얼했던 것도 있고.
-근데 우영이랑 유리 왤케 귀여움?
┖그니까 ㅋㅋ 남매같아.
┖둘이 같이 연두튜브에 나온 적 없지 않나?
┖ㅇㅇ 없음.
┖새로운 케미 탄생인가…
┖나 엄청난 사실을 발견함 ㅋㅋ 우영이랑 유리 든 글자 합치면 우유임 ㅋㅋㅋㅋㅋㅋㅋ
┖우유케미 ㅋㅋㅋㅋㅋㅋ 찰떡이네.
-비하인드 스토리 궁금하다 ㅠㅠ
┖근데 초록님 옆에 카메라같은 거 보이지 않았냐?
┖설마……
┖초록님이라면 찍었을 수도.
┖ㅇㅈ
┖와, 근데 이제 안 잡아주네. 이제 남은 건 하나뿐인가…
┖뭔데요?
┖프로미스가 1위하면 또 한 번 잡아줄 듯 ㅋㅋㅋ
이 정도의 반응이었다.
나머지는 프로미스의 무대를 칭찬하는 팬들의 댓글도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서로 충돌하지는 않았다.
프로미스 팬들 사이에서 연두와 초록에 대한 여론은 상상 이상이었으니까.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한마디로 정리하면 상부상조하는 팬덤이라는 뜻이었다.
“네, 이렇게 두 번째 1위 후보 프로미스의 무대까지 만나봤습니다!”
“가사처럼 심장이 쿵쿵 뛰는 무대였죠?”
“그럼 이제 1위 발표를 할 시작이네요. 제 심장이 다 두근거리는데요…”
그 속에서 시작됐다.
대망의 음악방송 1위 발표가.
***
눈물연기 성공.
그 덕에 준비해 온 응원을 할 수 있었다.
‘.. 아무도 못 봤어.’
연시레와 팀원들은 무대를 감상하는 데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들킬 리 없었다.
저기 놓아둔 카메라 속 영상을 내가 오픈하지만 않는다면.
“후후.”
그나저나 기가 죽긴 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프로미스 팬들의 함성과 응원문구를 들으니.
“Rush! Rush! Rush!”
“와아!!”
그 밖에도 노래 중간중간에 알 수 없는 떼창이 들어간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네.
아무래도 팬들만 공유하는 응원구호인 거 같은데, 자칭 주연이 1호 팬으로서 미안한 기분이다.
‘공부해야겠어.’
집에 가면 프로미스 팬카페 가입부터 하자.
그런 생각과 동시에 나는 ‘빛깔’이 적힌 종이 판자 두 개를 열심히 흔들었다.
그래도 애써 준비해온 거니까.
다른 응원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마음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
‘아이들은 즐거워하는 거 같고.’
우영이와 유리도 뚱한 표정이긴 하지만 여전히 잘 들고 있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다 보니 어느샌가 음악이 멎었다.
“네, 이렇게 두 번째 1위 후보 프로미스의 무대까지 만나봤습니다!”
“가사처럼 심장이 쿵쿵 뛰는 무대였죠?”
“그럼 이제 1위 발표를 할 시작이네요. 제 심장이 다 두근거리는데요…”
지금껏 무대를 펼친 아이돌들이 전부 올라오고 발표가 시작된다.
처음 무대를 한 걸그룹 ‘유니즈’도 보인다.
1위 후보인 제이원과 프로미스는 MC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었다.
“.. 형.”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우영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거 이제 내려도 되죠?”
“아.”
아직도 들고 있었구나.
가까스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추스르며 얘기했다.
“응, 이제 괜찮아.”
“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소곳이 종이 판자를 무릎 위에 올려두는 우영이.
옆에서 유리가 입을 뗀다.
“아저씨.”
“응?”
“울려고 한 거 거짓말이죠.”
매서운 눈빛.
뜨끔한 나는 시선을 피했다.
이 순간에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하나뿐이었다.
툭.
고개를 떨군 뒤에 얘기했다.
“.. 그랬구나.”
“네?”
“유리 눈에는 아저씨가 막 그런 거로 연기하고 그런 사람으로 보였구나.. 그랬구나…”
정확히 그런 사람이었다.
흑흑까지 덧붙이려다가 그건 정말 티 날 거 같아서 그만뒀다.
“아, 아니 누가 그렇대요?”
“.. 응?”
“그냥 물어본 거잖아요! 거짓말이라고 한 게 아니라……”
아이고, 재밌어라.
앞으로도 눈물연기 전략은 적절히 사용하는 게 좋을 듯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리.
“큼큼..”
헛기침을 한 나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했다.
“쉿! 이제 발표한다!”
여러 항목의 점수를 합산해서 우위를 가르는 방식이었다.
긴장되는 상황.
모두의 시선이 화면을 향했을 때, 최종 합산 점수가 떠올랐다.
파앗-
[4161 vs 4837]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4837이라는 점수 위에 적힌 그룹명은 다름 아닌 ‘프로미스’였으니까.
“축하합니다! 이주의 1위는 프로미스의 ‘Rush’입니다!”
곧바로 나는 연두를 붙들고 말했다.
“1위야, 연두야! 주연이언니 1위했어!”
“우아…”
감탄사를 뱉더니 내려둔 종이 판자를 들어서 흔드는 연두.
시은이와 레나도 연달아 종이를 든다.
완성된 글자는 하주연이었다.
짝. 짝.
환호하는 관객들.
동료 가수들의 축하 속에서 프로미스 멤버들은 이미 울음이 터진 상태였다.
울음바다가 된 무대 위.
그래도 1위 소감을 생략할 수는 없었다.
리더의 소감이 이어졌다.
“먼저 응원해주신 우리 핑거.. 흑,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그리고……”
핑거는 프로미스의 팬덤명이었다.
연두튜브 팬을 연두부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했다.
미리 준비해 온 듯이, 흐느끼는 와중에도 소감은 막힘없이 이어졌다.
‘그럴 만도 하지.’
음원 성적을 보면 1위 확률은 상당히 높았으니 말이다.
주연이 수록곡마저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어, 언니…”
그때였다.
소감 도중에 마이크는 옆에서 울고 있던 주연이에게 넘어갔다.
잔뜩 당황한 표정.
표정을 보니 사전에 합의된 내용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믿기지가 않고,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은데……”
횡성수설하는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꽤나 막힘없이 주연이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프로젝트 101 때 한 번 해봐서 그런가.
끝나가는 소감.
그때였다. 생각지 못한 멘트가 들려온 건.
“마지막으로 저희 앨범 예쁘게 그려주신 스튜디오 초록 작화가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언급될 줄 생각 못했는지 깜짝 놀란 팀원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척 고마웠다.
나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스튜디오 초록’을 언급해 준 게.
“헤헤…”
배시시 웃음 짓는 연두.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하루일 거 같았다.
***
완벽했다.
무대 관람도 즐거웠고, 프로미스가 최종 1위를 차지했으니.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 몰랐어.’
카메라에 찍혔을 줄 몰랐다.
몇몇 장면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어있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된 장면이 존재했다.
‘.. 어떻게 찍혀도 이게 찍히냐.’
잔뜩 심통이 난 채로 종이 판자를 들고 있는 우영이와 유리, 그리고 그 옆에서 고개를 돌린 채로 낄낄 웃고 있는 나.
빼도 박도 못하는 장면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눈물연기가 말 그대로 연기였다는 건 확실시된 상황이다.
‘근데.. 왜 내가 봐도 웃긴 건데.’
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는지 알 거 같았다.
그러나 웃을 때가 아니었다.
오싹함에 잠깐 호흡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화가 걸려왔으니까.
-은주아
떠오른 이름은 은주아였지만 그녀일 리 없었다.
유리가 틀림없다.
아마 이걸 보고 나서 전화를 건 거겠지.
‘.. 안 돼.’
지금 받아서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은주아 번호로 온 전화인데 아예 무시하기도 그러니 이 정도는 남기기로 하자.
단축키 2번이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돌아오는 답장.
은주아 : 아저씨
“…”
역시 유리였다.
늘 듣던 짤막한 호칭이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
안 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집어넣으려는데 또 울리는 진동.
선우영 : 형
일 났네.
이게 완벽범죄를 실패한 자의 최후인가.
그런 내 표정을 본 건지, 연두가 자그맣게 입을 연다.
“아빠..?”
걱정스러운 눈빛.
역시 이런 상황에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연두뿐이었다.
핸드폰을 무음모드로 전환하고 말했다.
“연두야.”
“네에.”
“아빠 큰일 난 거 같아.”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 왜여?”
“아빠가 엄청 잘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못한 거였어.”
숨은 주어는 연기였다.
사실대로 말하면 거짓말쟁이인 걸 연두한테 들킬 테니 안 된다.
그때였다.
자그마한 손이 나를 감쌌다.
토닥. 토닥.
“.. 연두야?”
“못해도 괜찮아여..”
뭘 못한 건지 물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반응이었다.
“잘 못해도.. 아빠는 아빠니까……”
순간 울컥할 뻔했다.
장난스레 꺼낸 말인데 이런 감동을 느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애써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럼 연두야.”
“네에.”
“갑자기 유리가 아빠한테 막 화가 나서 때리려고 하면 어떡할 거야?”
유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달리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우영이가 있지 않냐고?
그렇긴 하지만 훌륭한 예시는 아니다.
만약 우영이가 나를 때리려 한다면, 나 역시 참지 않을 테니까.
‘하극상은 못 참지.’
그러나 유리는 아니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믿지만, 만약 나를 때리려 한다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없다.
한편 심각해진 연두의 표정.
“.. 유리가여?”
“응.”
“유리가 아빠를요..?”
“응.”
두 번이나 묻는 걸 보니 상황이 잘 안 그려지는 모양이다.
얼마간 생각하다가 연두는 말했다.
“연두가 대신 맞을 꺼에요!”
“푸흣.”
대신 맞는다니.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는 거구나.
순해도 너무 순하잖아.
“아냐, 연두야.”
“.. 으응?”
“그럴 필요 없어. 아빠는 누구한테도 안 맞을 거니까.”
“진짜여?”
“응, 진짜.”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유리와 거리를 둬야 할 거 같았다.
***
음악방송 방청.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탓인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원하는 반응이 엄청났다.
내 카메라가 함께 잡히기도 했고.
“후우..”
원래는 완벽범죄를 위해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연기인 게 들통 난 이상, 숨길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나는 곧바로 연두튜브 편집자 모드로 들어갔다.
타닥. 탁.
연시레의 음악방송 리액션과 사람들이 원하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영상이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편집하는 도중에도 웃음이 주체가 안 될 정도로 재밌을 때가.
‘순수재미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이번 영상의 순수재미는 우영이와 유리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정확히는 둘이 투닥거리는 장면.
차 안에서의 대화까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때는 촬영을 안 했지.
허나 괜찮았다.
알짜배기만 편집해도 10분은 충분히 채우고도 남았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이다.
“내가 왜 이 오빠랑 같이 들어야 하는데요!”
“.. 뭐라고?”
아마 연두부는 전혀 모를 터였다.
둘의 사이에 대해서.
그래서 더 이런 장면들이 재미있게 다가올 테고.
“.. 하, 어이가 없네. 왜 네가 싫어하는 거지?”
“싫으니까요.”
“너만 싫냐? 나도 싫어.”
“난 그냥 오빠가 싫거든요?”
“나도 너처럼 버릇없는 땅콩은 딱 질색이야. 딱밤을 한 대 먹여주고 싶다고.”
“엄마한테 이를 거에요!”
“너만 엄마 있냐? 나도 엄마 있어!”
결국 웃음이 터졌다.
이 장면은 노컷으로 편집해야겠어.
그 밖에도 첫 무대인 유니즈를 응원하는 연두의 모습과, 세상 신나서 종이 판자를 흔드는 연시레의 모습을 담았다.
‘.. 이 정도면 되겠지.’
순수재미와 더불어 연두성분을 가득 담은 영상이었다.
더할 나위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제목도 딱히 고민이 되지 않았다.
[연두의 음악방송 방청!(feat. 우유케미 탄생?)]달칵.
그렇게 영상이 업로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