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the bulletin board after 5 second RAW - chapter (26)
5초 후의 게시판이 보여! 026화
6. 이 자식들이! (2)
이경훈이 타임을 요청했음에도 불 구하고, 게시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상황이 무산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게 여전히 상황에 영향을 미치 고 있다는 거다. 그건……
엘레펀츠의 포수가 엘레펀츠의 투 수에게 낼 사인은 변하지 않을 거라 는 거다.
엘레펀츠의 포수에게 쏘아대던 시 선을 슬쩍 거두며, 이경훈이 생각했 다.
‘이 친구, 엘레펀츠의 선발 포수는 1년 차 대졸 신인이다. 고의로 타자 를 맞출 사인을 낼 수는 없을 거다. 그렇다면.’
엘레펀츠의 더그아웃에서 사인을 받아서 내는 거다…… 라고, 이경훈 은 추측했다.
‘결국, 엘레펀츠의 더그아웃에서
낸 사인 때문에 내가 맞는다는 건 데……
그게 고의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 법은 하나밖에 없다.
‘직접 맞아본 다음, 투수와 포수의 기색을 살피는 것.’
투수의 고개와 시선이 향하고 있는 방향, 결과에 대한 반응, 그리고 포 수의 언행.
프로 야구 선수라면, 그 정도로 고 의성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맞을 거라는 걸 알면서 도 맞을 수는 없지.’
날아올 곳은 정확히 알고 있으니, 피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다.
투구를 피하며 엘레펀츠의 투수와 포수, 그리고 더그아웃의 의도를 읽 을 수도 있을 거다.
이경훈이 내심 안도하며 생각했다.
‘만약에 머리 쪽으로, 완전한 빈볼 이 날아올 걸 몰랐다고 생각하 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조시 레이어스 정도 되는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위를 맞아버리면 남은 선수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레이더 같군. 부상 방지 레이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이경훈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상황 을 ‘감지’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거다.
어쨌든.
‘우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넘 겨내야 할지 생각을……
짧고 굵은 고민을 마친 이경훈이 행동을 시작했다.
이경훈이 배트 끝으로 엘레펀츠 포 수의 레그 가드를 툭, 건드리며 말 했다.
“아무리 그래도 몸에 맞추고 그러 진 않을 거지?”
“예!‘?”
그게 무슨 소리냐는 놀람이 아닌, 어떻게 알았냐는 놀람이다.
이렇게 티가 나게 반응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아무리 대졸 신인이라 해도, 역시 신인은 신인이라니까……
그제야 게시판이 사라진 것을 확인 하곤, 이경훈이 생각을 이어갔다.
‘아마, 엘레펀츠의 더그아웃에서도 대놓고 맞추라는 사인을 내지는 않 았을 거다. 깊은 코스로 까다롭게 승부하라는, 그런 사인이었겠지. 그 러다가 맞춰버리면, 뭐. 어쩔 수 없
는 거고.’
그런 엘레펀츠 더그아웃의 의중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엘레펀츠의 포 수도 이경훈의 물음에 당황하며 대 답한 거다.
‘내가 한 건 타자와 포수가 가볍게 나누는 평범한 농담이 아니다. 그런 농담이 나왔던 상황에서 정말로 몸 에 맞게 된다면, 고의로 간주할 수 도 있다는 뜻을 밝힌 거지.’
엘레펀츠의 더그아웃에서 생각했던 사인을 내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해 냈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이 친구, 엘레펀츠 선발 포수가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겠지. 더그아 웃의 사인을 그대로 따를지, 아니면 그러지 않을지.’
그대로 따르기로 한다면, 다시 몸 에 맞는 볼을 우려하지 않는 사인을 낼 것이고.
그러지 않기로 한다면, 그렇지 않 은 볼의 사인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경훈은 그 여부를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었다.
이경훈이 노림수를 가져갔다.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는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칠 거다. 결과
가 안 나오면, 몸쪽으로 바짝 붙이 는 볼을 던진다는 거지. 치면 치는 거고, 맞으면 맞는 거다.’
그러고 나자, 한국 프로 야구 리그 빌리지가 다시 나타났다.
[비스츠 / 김한규 40 40 페이스네 요 三ccc / 다치면동물병원에가]
[드래곤즈 / 카스티요 타격은 쩔어 주는데 수비는 못 믿겠네요 / 킹쥬레 겐]
[버펄로스 / 우리훈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저걸 밀어서 외야로 캬~~ / 메인낭]
다행히, 버펄로스의 경기에 대한 게시글이 나타났다.
‘우리훈…… 은 나를 말하는 건 가?’
그게 맞다는 듯, 조시 레이어스의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으로 날아왔다.
적어도, 이경훈에게는 포심 패스트 볼로 보이는 투구였다.
쐐애애액
‘조금 더 보다가…… 보다가…… 지금!’
딱!
이경훈이 욕심부리지 않으며, 간결 하게 밀어쳤다.
역회전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타 구는 엘레펀츠 1루수의…….
팍!
“페어!”
……키를 넘기며 안타가 되었다.
엘레펀츠의 우익수가 재빠르게 타 구를 처리하며 이경훈의 2루 베이스 진루를 막았지만, 1루 주자가 3루 베이스를 밟기에는 충분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이경훈이 우익 수 앞에 타구를 보내며 1사 1, 3루 찬스를 만들어냈다.
‘1사 1, 2루가 될 게 1사 1, 3루가 됐군. 훨씬 이득이야.’
몸에 맞는 볼을 맞지 않고도 그보 다 나은 결과를 냈으니, 분명 이득 이었다.
하지만, 안타의 기쁨도 잠시.
‘슬슬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 은 하고 있었지만……
이경훈에 대한 상대 팀의 견제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는, 1루 베이스가 비 었다면 고의사구와 다를 바 없는 투 구를 해오기도 한다.
아예 자동 고의사구로 걸러내는 경 우도 있었다.
‘방금은 1사 1루 상황이었다. 1루 베이스가 비지 않은 상황에서도 맞 기보다 맞추는 걸 선택한 거다.’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이경훈이 위협적인 타자라는 인식이 리그 내 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거다.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이경훈의 눈에는 3루 측 엘레펀츠 더그아웃이 훤히 보였다.
엘레펀츠의 코칭스태프가 이경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엘레펀츠의 코칭스태프가 이경훈을 경계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 다.
‘이거, 일부러 못할 수도 없고
이경훈의 활약이 계속되는 한, 지
금 같은 집중 견제는 계속 들어올 거다.
출루율은 굉장히 높아지겠지만
‘결국에는 타격으로, 타점을 만들 어 득점을 내야 한다.’
이경훈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게시판을 낭비하는 꼴이 될 거다.
‘어떻게든 나와 승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1루에 내보내도, 주자가 되어도 위협적인 선수라는 걸 알려줘야지.’
마침, 그러기 좋은 상황이라는 것 을 한국 프로 야구 리그 빌리지가 알려줬다.
[호크스 / 솔직히 프란시스코 정도 되면 리그 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 라고 부를 수 있죠 / DESUU]
[엘레펀츠 / 역시 레이어스임 내야 땅볼 유도 능력이 아주 뛰어나요 / 끼리끼리]
[버펄로스 / 브래드 무어는 2년 차 인데도 이런 상황에서 저딴 타격을 해서 병살타를 치네요 / 진수맘]
버펄로스의 4번 타자 브래드 무어 가 내야 땅볼로 더블 플레이를 칠 거라는 게시판이 보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조시 레이어스가 투구 동작에 들어 가자, 이경훈이 2루 베이스를 향해 질주했다.
도루였지만, 도루만이 목적은 아니 었다.
쉬이이익
딱!
역시, 브래드 무어는 더블 플레이 코스의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말았 다.
엘레펀츠의 내야수들이 더블 플레 이를 완성시키려 할 때.
‘아까의 복수다, 자식들아!’
이경훈이 실제로 당하지도 않았던 일에 대한 보복에 들어갔다.
이경훈이 지금 이 상황에 도루를 시도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
다.
첫 번째.
‘도루, 그 자체.’
1사 1, 3루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 타구가 나왔다.
1루 주자 이경훈, 타자 주자 브래 드 무어가 아웃되면 버펄로스는 1사 1, 3루 찬스를 날리며 득점에 실패 하게 되지만…….
‘반대로, 한 명의 주자라도 세이프 된다면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된 다.’
말 그대로, 발로 버펄로스의 득점 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이게 성공하면 내가 주자로서도 치명적인 선수라는 인상을 엘레펀츠 에게, 더 나아가서 리그 전체에 심 어줄 수 있다. 섣불리 거를 수도 없 는 선수가 된다는 거다.’
다행히도, 이경훈의 단독 도루가 브래드 무어의 타격에 영향을 미치 지는 않았다.
이경훈이 읽은 그대로의 타구가 나 오게 된 거다.
이 도루의 두 번째 목적을 달성하 기에도 좋은 상황이다.
‘나의, 1루 주자의 도루가 실패해 서 아웃이 된다고 해도 브래드 무
어, 타자 주자가 세이프되면 3루 주 자의 득점은 인정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수비수 들의 수비를 방해하는 것 정도는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
이경훈이 도루를 시도해서, 자연스 럽게 수비수와 밀착하려 한 이유다.
직전 타석에서, 실제로는 당하지도 않았던 일에 대한 보복이기도 했다.
‘살인 태클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깊숙이 파고들 수는 있다.’
보복 때문이 아니라도, 승리를 추 구하는 프로 야구 선수라면 큰 문제 가 되지 않는 한에서 수비 방해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경훈은 그 과정을 부드 럽게 연출할 수 있는 선수였을 뿐이 고.
그 차이가 이 결과를 만들었다.
타다다닥!
이경훈의 질주에, 더블 플레이를 만들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을 직감 한 엘레펀츠의 유격수가 1루 주자, 이경훈을 아웃시키는 것을 최우선으 로 생각했다.
이경훈이 한 건, 유격수의 송구를 받으러 달려 나온 2루수의 궤도에 얽혀버린 척을 해보인 게 전부였다.
팡!
“아웃!”
간발의 차이로, 이경훈은 2루 베이 스에서 포스 아웃.
하지만.
“세이프——
이경훈의 절묘한 수비 방해에 즉시 송구하지 못하면서, 타자 주자인 브
래드 무어가 세이프되었다.
이경훈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엘레펀츠의 2루수에게 씨익 웃 어 보이곤, 이경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버펄로스의 더그아웃으로 향 했다.
‘뭐라고 말할 수도 없을 거다. 내 가 봐도 절묘했으니까.’
아슬아슬하게 수비 방해 선언을 받 지는 않을, 그런 교묘한 주루였다.
‘이게 바로 짬에서 나오는 플레이 다, 자식아.’
버펄로스의 1루 측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이제는 1루 주자가 된 브래
드 무어와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 이경훈.
이경훈이 브래드 무어를 격려하듯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쳤고.
브래드 무어가 이경훈에게 묵례를 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심심찮게 병살을 때려대고 있는 상황에, 내가 병살 하나를 없애준 거나 다름없으니까.’
버펄로스의 4번 타자 브래드 무어 는 2년 차 외국인 타자다.
평범한 선수들의 허벅지만 한 팔뚝 에서 나오는 괴력으로, 지난 시즌에 는 버펄로스에서 유일하게 30홈런
이상을 때려내면서 무난하게 재계약 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영 아니지. 30홈런 은커녕 30병살을 걱정해야 할 판이 니……
저대로는, 버펄로스의 교체 외국인 선수 1순위가 될 거다.
어쩌면, 이미 됐을지도 모른다고 이경훈은 생각했다.
‘전력 보강은 해야 하는데, 좋은 투수를 구하는 것보다 좋은 타자를 구하는 게 훨씬 쉬우니까.’
사실, 이경훈으로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브래드 무어가 부활을 하든, 다른 외국인 타자가 와서 활약을 하든, 자신의 뒤만 잘 받쳐 준다면 아무래 도 상관없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있었던 선수가 부활해서 활약해 주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 지.’
이경훈이 바라는 건 버펄로스의 진 정한 의미에서의 부활이다.
어쨌든, 버펄로스의 외국인 타자 자리는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한
다.
그런 생각을 하며 버펄로스의 더그 아웃으로 돌아온 이경훈에게, 버펄 로스의 트레이닝 코치인 카스가가 다가왔다.
카스가가 유창한 한국말로 물었다.
“경훈이 형. 어디 다친 데는 없 죠‘?”
직전, 브래드 무어의 아웃을 막아 낸 주루 후에 불편한 곳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묻는 거다.
이경훈이 됐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멀쩡해.”
“다행이네요.”
안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카스 가가 이경훈에게 물었다.
“그런데, 경훈이 형. 요즘 자주 뛰 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안 그러 시더니……
뛰기만 한다면 이득을 볼 수 있는 미래의 상황이 보인다고 대답할 수 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이경훈이 카스가에게 적당히 둘러 댔다.
“감이 좋아서 그런 건지, 도루 타 이밍이 느껴지더라고.”
“아……. 그래서 감독님도 뭐라고 말씀을 안 하시는 건가?”
최근 경기에서 이경훈의 도루 성공 확률은 100%다.
사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만 시도하는 거니 당연한 결과다.
이경훈의 유경룡 감독을 슬쩍 바라 보며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건가……? 감독님 스 타일이 감으로 밀고 가는 스타일이 라서……?’
정말 그런 거라면 이경훈은 유경룡 감독에게서 도루 결정권을, 그린라 이트를 부여받은 거다.
팔자에도 없던 그린라이트에, 이경 훈이 슬며시 웃었다.
경기는 계속된다.
4회 초.
[드래곤즈 / 다음 시즌 타선이 벌써 부터 걱정이네요 라시헌이 빠지면 누 가 중심을 잡아줄지 tt-tt / 시헌드래 곤즈]
[팬서스 / 정윤우가 은퇴하기 전에 1루수 세대교체를 끝내야 할 텐데요 / 75H]
[티라노스 / 제가 어제 티라노스 프 런트 직원분과 식사를 했는데……. / 담죽엽]
딱!
……텅!
6 이 런.9
이 경기와 관련이 없는 게시글이 보이게 된 타이밍에, 리드에서의 판
단 미스로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말 았다.
하지만.
[엘레펀츠 / 레이어스가 슬라이더가 결정구라 그렇지 사실 패스트볼 구위 도 상당한 편이죠 / 끼리끼리]
[드래곤즈 / 킹갓스티요 수비 든든 합니다 ~7 / 킹쥬레겐]
[버펄로스 /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 는데도 이경훈이 못 치네요; / 진수 맘]
‘칠 건데요?’
딱!
..텅!
4회 말.
선두 타자로 들어선 타석에 초구를 타격, 솔로 홈런을 만들어내며 버펄 로스를 다시 앞서가게 했다.
이경훈이 베이스를 돌며 생각했다.
‘4회까지 2점. 오늘 조시 레이어스 의 구위를 생각하면, 2점이나 빼놓 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4번 타자인 브래드 무어가 제 역 할을 못 해주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 욱 그렇다.
‘다음 타석은 6회쯤이겠군……. 그 때는 조시 레이어스가 내려가 있었 으면 좋겠는데.’
탁!
이경훈이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그렇게, 이경훈이 버펄로스의 두 점째를 기록했다.
“이경훈! 이경훈! 이경훈!”
“경훈이 형이 최고야!”
버펄로스 필드의 홈 팬들에게서 열 렬한 지지를 받는 이경훈조차도, 자 신이 생각한 6회 말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 다.
6회 말.
팍!
버펄로스와 엘레펀츠 간의 벤치 클 리어링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