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3
너의 초식이 보여 113화
팽단원의 계획(1)
하운평과 초류한은 도일추가 엿듣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걸 바라고 있었으니까. 초류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제 지인은 재산이 넉넉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치료비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그분의 무공 수준은 어떻게 됩니까?”
“절정입니다.”
“그 정도면 조장급으로 들어오실 수 있겠네요. 그럼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저희 무적상단에서는 약재도 취급하거든요. 무적문 내부 사람들은 조금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조장급은 봉급도 괜찮게 받으니까,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오오. 그럼 무조건 무적문에 들어가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하하. 하지만 저희 무적문은 온다고 다 받아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조장급은 심사가 까다롭지요.”
“당연하죠. 그렇게 좋은 자리면 구하기 어렵다는 걸, 그분도 이해하실 겁니다. 아무튼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으니 방금 들은 얘기를 해줘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 공자님.”
대화는 그것으로 끝내고, 초류한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하운평은 도일추에게 다가갔다.
도일추는 대화를 들은 이후부터 무언가 고민하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운평은 그 모습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훔쳐 듣는 이야기에 관심을 더 가진다.
실제로 중개문의 문주가 이틀 전에 도일추를 찾아갔었다고 한다. 만나서 무적문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다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훔쳐 듣게 되자 도일추는 무적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다른 사람들도 무적문으로 가고 싶어 한다니까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을 것이다.
하운평은 창고에서 지음초를 꺼내어 주었고, 도일추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하운평이 떠나가는 도일추를 가만히 보고 있자, 초류한이 다가와서 물었다.
“아까 그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은데요, 다른 쪽에서도 준비를 하시나요?”
“네. 저 말고 접근할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가 흔들어놨으니 그분께서 마무리하실 겁니다.”
중개문의 문주가 한 번 접근할 예정이었다.
물론 도일추에게는 선배와의 약속도 중요하겠지만, 딸의 건강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그의 딸은 삼음절맥이고, 점점 악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병을 치료해 주는 곳이 있다면, 무조건 그곳으로 갈 것이다.
도일추의 성격상, 제자인 하운평에게 부탁하기는 불편할 테고, 중매문을 통해서 접근하면 붙잡을 수 있을 거다.
하운평은 초류한에게 말했다.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저는 약속대로 내일은 일 안 할 겁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일 하루, 반 시진의 일을 하지 않는 대가로 이번 연기를 도와주기로 했었다.
“그나저나 총관 일은 어때요? 할 만한가요?”
“뭐, 네에. 그런대로 할 만합니다.”
실제로 초류한은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반 시진도 안 되었다.
딱 첫날만 이곳 일을 파악한다고, 두 시진 정도 일을 했었다.
그 후로는 아침에 단 한 번, 하인과 하녀들을 불러놓고 지시를 내릴 뿐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반 각 정도였다.
하지만 하운평은 불만이 없었다. 초류한은 기존의 일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었고, 규칙을 구체화하고, 몇 가지 체계만 잡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집안이 안정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하인, 하녀들도 일하기 더 편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하운평은 초류한에게 청아도 소개시켜줬다. 당연히 청아가 수련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초류한은 청아가 돌담을 무너뜨린 것도 보고선 다음 날 사람 크기만 한 큰 나무토막을 구해왔다. 그리고 그걸 수련장 한가운데 세워두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청아는 이제 담벼락 근처로 가지 않았다. 나무토막을 치면서 수련장 중앙에서 수련했고, 담벼락을 부수는 일이 없어졌다.
하운평은 초류한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에 일각을 일하든, 이 각을 일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일만 잘하면 만족했다.
청아 역시 처음에는 너무 게으르다고 투덜거렸지만, 수련장 일 이후부터는 ‘그래. 저런 녀석도 있는 거지. 그런데 조금 더 큰 나무토막은 없어?’ 하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사흘 후, 중개문주에게서 연락이 왔다.
도일추가 먼저 무적문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한다.
* * *
팽단원은 드디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운평에게 단 한 대를 맞았지만, 갈비뼈 세 개가 부러졌다. 그리고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꼼짝없이 천약당에 갇혀 있었다.
몸이 조금 괜찮아진 듯하자 무작정 그곳을 빠져나왔다. 여전히 숨을 쉬기 힘들지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두고 보자. 하운평.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그는 천약당에 있으면서, 하운평에 대해 알아봤다. 여러 가지 소문을 접했고, 머리를 굴린 끝에 정면으로 싸워 이기려는 생각은 접었다.
‘그 괴물 같은 철대만을 이겼다면, 정면 승부는 답이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
혼자가 힘들다면, 다른 사람이라도 이용해야 한다. 평범한 놈들은 몇 명을 데려와도 소용없으니 힘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이용해 먹기 좋고, 공동의 적이 될 수 있는 사람, 팽단원은 바로 모용표를 찾아갔다. 그에게는 금력이 있었다.
모용세가의 선조는 오호십육국시대의 선비족 중 모용부의 후손이라고 한다. 당시 모용부는 황족이었고, 중원 일대를 거의 제패할 정도의 위세를 떨쳤었다.
지금은 비록 변방의 요녕성에 위치해 있지만, 모용세가 사람들은 항상 황족 출신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다.
게다가 그들은 중원과 새외 간의 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했고, 무공도 뛰어나서 무림세가 중, 항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문파였다.
팽단원은 천학관에서 나와서 관의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익숙하게 모용표의 집으로 찾아갔다.
십급 이상부터는 정당한 사유만 있으면 언제든지 천학관을 나올 수 있었다.
모용세가의 모용표도 십급이었고, 때마침 그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관의촌에 머물고 있었다.
팽단원은 문을 두드리지도 않았다.
정문 앞에는 무사 한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팽단원을 보더니 문을 열어주었다. 팽단원은 마치 제집에 들어가듯, 편하게 들어갔다.
지나가는 하녀들도 팽단원을 보자마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비켜섰다. 그의 성격을 아는지라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
팽단원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만족했고, 마침내 정원에서 오수를 즐기고 있는 모용표를 발견했다.
“형님.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
그는 표정을 바꾸어, 아픈 척, 불쌍한 척 모용표에게 다가갔다.
모용표는 팽단원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엇. 동생. 몸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말도 마십시오. 형님. 불한당 같은 놈한테 큰일을 당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 있었던 일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물론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빼고, 피해자인 것처럼 속여서 말이다.
모용표는 혀를 차면서 대꾸했다.
“쯧쯧. 그러니까 정당하게 항의하고 있었는데, 하운평이란 놈이 갑자기 끼어들었다는 거지? 빨리 승급시험을 치러야 하니까 꺼지라고. 그리고선 갑자기 공격해 너는 두들겨 맞았고?”
“맞습니다. 형님. 그리고 이건 변명 같지만, 제가 수련을 한 직후라 힘이 좀 빠져 있었거든요. 억울하게도 그때 공격해서 한 방 먹은 겁니다.”
“으음. 하운평이라, 나도 들은 적은 있지. 권왕의 제자라든가?”
“네. 사부의 명성만 믿고 날뛰는, 버릇없고 건방진 놈입니다. 참, 그리고 그놈이 관의촌에 지은 집을 보셨습니까? 굉장히 크게 지었잖아요.”
모용표도 기분이 나쁜 듯 말했다.
“그래. 봤다. 우리 집보다 더 크더군.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사실 나도 집을 확장하고 싶었단 말이야. 그런데 관의촌의 촌장이 안 된다고 막아서 참았었어. 그런데 그놈은 어떻게 집을 크게 지은 거지?”
“아마도 마을 촌장을 협박했겠죠. 게다가 그 자리가 본래 마을 공동체 회관이 있던 자리였지 않습니까. 뻔뻔하게도 마을 회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자신의 집을 지은 겁니다.”
물론 회관을 새로 지어주었고, 돈을 많이 지불했다는 이야기도 알면서도 빼고 말했다.
그러니 모용표 입장에서는 하운평은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
“아주 질 떨어지는 녀석이네.”
“맞습니다. 형님. 그런 놈이 설치는데, 가만히 두실 겁니까? 강북 제일 세가의 이름으로 교육을 시켜야죠.”
“으음.”
하지만 무공으로는 모용표 역시 십급이었다. 팽단원이 당했다는데 자신이 상대될 리가 없었다.
‘그럼 돈으로 싸워야 하는데.’
“혹시 좋은 방법 있어?”
“백의대를 이용하면 되죠.”
백의대는 모용세가의 무력대 중 하나였다.
한 명, 한 명이 전원 절정고수였고, 특히 대주는 요녕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였다.
대주를 포함하여 백의대 다섯이 이곳에 와 있었다. 하지만 모용표는 곤란한 듯 대답했다.
“안 돼. 백의대는 절대 건들지 말라고, 고모님이 엄명을 내리셨어.”
이 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모용표가 아니었다. 모용표의 고모인 모용란이었다.
모용표의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기에 그녀가 사실상 어머니나 다름없었다. 모용란은 대단히 깐깐했고, 검술도 뛰어난 여장부였다.
팽단원도 그녀만큼은 조심했다. 생각하던 게 막히자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럼, 형님.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여기서도 낭인을 살 수 있답니다.”
“낭인? 돈 주면 뭐든 한다는 그놈들?”
“맞습니다. 돈이면 무슨 일이든 시킬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 삼류무사라고 하던데.”
“그중에서도 제법 센 녀석도 있답니다. 돈만 있으면 절정고수도 고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럼 네 말은?”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형님은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런 건 문제없지. 먼저 계산하고, 나중에 얼마를 사용했는지만 알려 줘.”
“감사합니다. 형님. 역시, 형님이 최고십니다. 그리고 다른 방법도 있는데…….”
하지만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데, 그중에 모용란이 있었다.
팽단원이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십니까? 고모님.”
“누가 네 고모님이냐!”
모용란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녀는 팽단원을 싫어했고, 그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팽단원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물러섰다.
모용표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모용표 역시 모용란에게는 꼼짝하지 못했다. 그녀가 말했다.
“모용표. 오후 수련을 해야지. 일어나거라.”
“하지만 고모님. 아직 시간이…….”
모용표는 변명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모용란이 도끼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흠흠. 동생. 다음에 다시 얘기하지.”
“네. 형님. 제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팽단원은 모용란의 눈치를 보면서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모용란은 그가 가는 걸 보고, 모용표에게 말했다.
“표야. 내가 말했지? 마중지붕(麻中之蓬),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했다. 나쁜 무리와 어울리면 보고 듣는 것은 그릇된 생각뿐이다. 자신도 모르게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법이야.”
“고모님. 팽단원은 그리 나쁜 녀석이 아닙니다.”
모용표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개인 연무장으로 가버렸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이었다. 모용란은 그런 모용표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우. 점점 자라면서 말을 안 듣는구나.’
좋은 친구와의 연을 만들어주려고 천의학까지 왔는데, 저런 친구를 사귈 줄은 몰랐다.
모용란은 걱정이 많아지던 찰나 시녀 한 명이 다가왔다.
“마님. 진소연 소저가 왔는데, 점심 식사는 뭘 준비해야 할지 물어봅니다.”
“내가 직접 가서 말하마.”
“알겠습니다.”
모용표는 입이 짧고,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하지만 진소연이 요리한 음식은 상당히 좋아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입에 맞는 음식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모용란은 진 소저에게 부탁해서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놓고, 모용표를 다시 설득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 * *
팽단원은 경공을 사용하여 반나절이나 달렸다.
그렇게 이 근방에서 제일 큰 고을에 도착했고, 하나뿐인 도박장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팽 도련님.”
도박장의 문지기가 아는 척을 했다. 팽단원은 도박을 좋아했기에 이곳은 열흘에 한 번꼴로 방문하는 곳이었다.
“투전판으로 모실까요?”
“아니야. 오늘은 도박 말고 다른 일로 왔다. 장주는 안에 있지?”
“네에.”
팽단원은 곧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서, 장주인 범일문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