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6
너의 초식이 보여 76화
강시대전(1)
하운평은 이해할 수 없었다.
막사평과 노성진에게 자신의 행선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고, 쫓아오는 낌새도 없었다. 그들의 생각도 확인했었다.
내일까지 객잔에서 술이나 진탕 마시자. 이런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따라온 거지?’
심지어 혈교 놈들에게 붙잡힌 상태였다.
분명히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그들의 잘못이었다.
‘그냥 모른 척할까?’
장신의 남자가 계속 보고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신분패를 확인해 봤습니다. 이름이 각각 막사평과 노성진이더군요. 그리고 사용하는 무공을 짐작건대, 아무래도 사흑련주의 아들과 제자 같습니다.”
“호오. 그래?”
이장의가 관심을 보였다. 매종려도 관심을 보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사흑련 놈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혈안대주님은 알아보셨나요?”
장신의 남자, 혈안대주 합종인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무적문의 비무대회에 참가하러 왔다가 길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무적문이 비무대회를 개최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곳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저희 혈주대로 넘겨주시면,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놓게 만들겠습니다.”
그녀는 이장의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장의는 잠시 생각하더니, 되레 매종려에게 물었다.
“만약 그놈들을 강시로 만들면 얼마나 걸릴까?”
“단순한 강시로 만들려면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혈천강시로 만들려면 최소 육 개월이 걸리고, 실패할 확률이 칠 할 이상입니다.”
“혈천강시까지는 필요 없어. 무적문을 없앤 후, 사흑련과 싸울 때 사용할 생각이니까. 사흑련주가 자기 아들과 제자가 강시로 변한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이성을 잃을 테고, 쉽게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주변의 것들을 보면서, 이용하고 싸워서 이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장의는 합종인에게 말했다.
“두 녀석을 혈주대에게 넘겨. 고문해서 여기까지 온 이유를 파악하고, 죽인 후에 강시로 만들어야겠다.”
“넵.”
그때 다른 누군가 또 다가왔다.
혈안대주 합종인도 키가 큰 편인데, 그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큰 거인이었다.
합종인은 그를 보자마자, 쏘아붙였다.
“해왕일. 당주님의 호위무사라는 놈이 어딜 갔다 오는 거냐?”
“크험. 죄, 죄송합니다. 또, 똥이 마려워서요.”
그는 어눌하게 대답했고, 합종인은 더욱 몰아붙였다.
“이 멍청한 놈아. 호위무사는 항상 당주님을 따라다니며 목숨을 다해 모셔야 한다. 네 마음대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하, 하지만 또, 똥이 마려운데 어떡해요? 다, 당주님 앞에서 싸요?”
“다른 혈안대 무사를 불러서 호위를 부탁해야지. 그런 머리도 안 돌아가느냐?”
그는 매섭게 소리쳤고, 해왕일은 어린아이처럼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히 합종인에게 반발하지는 못했다.
이장의도 합종인의 행동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크게 신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장의, 합종인, 매종려, 해왕일 이 네 사람이 혈교의 중심인물들이었다.
하운평은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도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자신의 무공으로 비교해 봤을 때, 이장의와 매종려는 확실히 죽일 수 있었고, 합종인은 이길 수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해왕일은 남달랐다. 그의 지능은 의심될지 몰라도 그의 무공은 진짜였다. 솔직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나는…… 어떡해야 할까?’
하운평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막사평과 노성진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엎질러진 물이고, 화를 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것보다 현실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그들을 구출하고, 여기서 탈출한다. 그리고 무적문으로 돌아가서 이곳 일을 보고한다? 할 수 있을까?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만약 성공한다고 쳐도 저들에게 경각심만 줄 수 있다.
그 이후에 사부님을 비롯해서 무적문의 무사들, 다른 문파들과 관의 병사들까지 동원해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어떨까? 저들은 나의 존재를 모른다. 또 안심하고, 방심하고 있다. 이때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운평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뭐가 있는지 고민했다. 몰래 이동할 수 있는 경공과 저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 아직 시간은 있으니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상대의 생각 속에 답이 있었다. 하운평은 자신의 능력에 집중하면서, 네 사람의 생각 속으로 파고들었다.
* * *
혈안대주 합종인.
그 역시 군 시절부터 이장의와 함께한 무인이었다.
혈교에서 부작용이 없는 걸로 알려진 혈마검법과 강시공의 일종인 혈쇄공을 익혔다.
그리고 혈교의 다른 이들처럼 다른 사람을 죽이거나 내공을 탈취하지 않았다. 오로지 본인의 능력으로 절정의 경지까지 오른 고수였다.
그만큼 편법을 싫어했고, 꾸준하게 자신을 단련했다.
머리도 좋고, 통솔력도 있었다. 이십 년 동안 함께 한 혈안대의 대주로서 평도 좋았고, 그를 따르는 수하들도 충성스러웠다.
이장의가 가장 신뢰하는 오른팔로 사실상 약점이 거의 없었다.
호위무사 해왕일.
지능은 어린아이 열 살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무공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역시 혈마검법과 혈쇄공을 익혔는데, 합종인보다 늦게 배웠지만 벌써 극성에 이르렀다.
여자의 이름은 매종려로 본래 모산파의 법사였다. 법술에 상당한 재능을 지녔으나 모산파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멸시와 차별을 당했었다.
마침 이장의가 강시의 부족한 점을 찾기 위해 모산파를 기웃거리던 때였고, 이장의가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지냈으며, 그녀는 이장의를 이성으로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시를 제조하고, 강시를 부리는 혈법사 집단인 혈주대의 대주였다.
합종인이 이종의의 오른팔이라면, 그녀는 왼팔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는 이장의가 있었다.
무공에는 큰 재능은 없으나, 그는 뛰어난 두뇌와 그걸 추진할 수 있는 통솔력이 있었다.
그는 이십 년 전, 혈교의 잔재를 발견했을 때부터 큰 그림을 그렸다. 강시를 대량 생산하여 무림일통을 계획했으며, 그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것이다.
먼저 아버지가 하던 사업을 이어서 시체를 꾸준히 조달했다. 매종려가 계속 강시를 연구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가장 믿을 만한 합종인은 곁에 두었다. 그리고 다른 조원들도 각자의 성향에 맞게 꾸준히 관리했다.
우익편은 머리는 좋지만, 편협한 자였다. 그가 원하는 대로 두면서 혈라명법의 연구를 맡겼다.
또 서중곤은 여자를 너무 좋아하고 불만이 많았다.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처음부터 버린 패였다. 무림을 어지럽게 만들 용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희태와 사종수는 고집은 있지만, 자기 밥그릇은 챙길 줄 아는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그들과는 조금 가깝게 지내면서 각자 사독과 혈정단의 제조를 맡겼었다.
그런데 우익편이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친 것이다. 그걸 빌미로 구치웅 순검사가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이장의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조금은 아깝지만, 오희태와 사종수까지 버릴 생각으로 공손세가에 기습을 명했다.
그래서 그쪽으로 시선을 집중시킨 다음, 급하게 만든 산채로 사람들을 유인했다. 가짜 당주까지 만들어 그들이 이겼다고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작전이 훌륭하게 성공했고, 그 까다롭던 구치웅 순검사마저 속인 것이다.
이로써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막막했다.
지금 이곳에는 일반 강시만 일만이천 구가 있으며, 화경의 고수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는 혈천강시가 다섯 구나 있었다. 또 웬만한 대문파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인 혈안대 이백이십 명도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을 모두 따돌리고, 막사평과 노성진을 구출한 뒤,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 그리고 무적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알린다. 문제는 그런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사부님을 비롯하여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온다 해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그만큼 이장의가 준비한 것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들이 마음먹는 순간, 무적문이나 소림사는 물론 하남성의 모든 문파들을 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하운평은 세 사람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더 깊이, 그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서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지식, 능력, 약점 등등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얻기 위해 애썼고,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법을 찾았다.
할 수 있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고, 저들이 방심하고 있는 지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나 혼자 이들을 다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나는 살짝 흥분했다.
마침 저들이 헤어졌다.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고,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혈법사가 있는 혈주대 쪽으로 먼저 향했다. 이미 이곳의 지역은 다 파악했고, 익숙하게 찾아갔다.
일단 막사평과 노성진을 구한다. 첫 번째 할 일이었다.
* * *
막사평과 노성진, 두 사람은 현재 절실히 후회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은 처음부터 하운평을 따라올 생각은 아니었다. 하운평이 읽은 것처럼 객잔에서 술만 마실 계획이었다. 그런데 객잔에 들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객잔에는 무영문 사람들이 있었다.
잠깐 얼굴만 봤었지만 고심득 지부장은 그들을 알아봤고, 자연스레 어울렸다. 그리고 고심득이 먼저 일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는 수하들에게 두 사람에게 한마디 했는데, 수하들이 멋대로 오해하고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그걸 바탕으로 하운평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노성진은 하운평을 뒤따라가자고 주장했고, 막사평은 반대했다. 결국 두 사람은 결국 적당한 선에서 합의했다.
따라는 가지만, 하운평에게 방해 안 되게 하자. 그래서 멀리 떨어져서 구경만 했는데, 그런데도 들킨 것이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어두운 방에 갇혀 있었다.
코를 찌르는 듯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그 후에 온몸에 힘이 없고, 내공도 사라졌다. 그저 시체처럼 침상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입도 열 수 없었고,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오직 위만 바라보는 상황이었고, 동굴로 짐작되는 시커먼 돌벽과 그 위를 기어가는 벌레만 볼 수 있었다.
노성진은 속이 울렁거렸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너무 무서웠다.
아무것도 못 한 채 가만히 누워 있는 이 순간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은 몰랐다.
차라리 싸우는 거면 나았다.
‘그래. 칼날이 휘몰아치는 전장 속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어딘지도 모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꼴이라니.
어떤 고문보다 고통스러웠다.
덜컥.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성진은 더욱 긴장했다. 볼 수 없으니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고, 스르릉 하는 칼을 빼는 소리도 들렸다.
‘무, 뭐지? 죽이려는 건가? 아니면 고문하려고? 팔다리를 자르는 건가?’
두려움이 극에 달했고, 미칠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퍼억 소리가 들리고 쓰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순간, 갑자기 눈앞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노성진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그는 하운평이었다.
두 사람은 미혼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래서 일어설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운평은 일단 혈안대 무사들을 작은 수레에 실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죽이려 했었고, 뒤따라와서 제압했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시체를 자주 옮겨야 했기에 각 방마다 수레가 있었다.
하운평은 두 사람도 수레 위에 올리고, 움직이면서 간략히 설명했다.
“나는 혈교의 잔당이 남아 있는 것을 의심했고, 뒤를 쫓아온 거야. 그리고 여기가 혈교의 본거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은 약에 중독되었으니, 풀릴 때까지 숨어 있으라고 말했다.
막사평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어, 어디…… 에…….”
어디에 숨어야 하냐고 물었고, 하운평은 미리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지하 삼 층으로 내려갔다.
시체들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시를 제조하다가 실패한 시체들을 버리는 쓰레기장이었다.
약품 처리를 했기 때문에 이 시체들은 썩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그래서 혈교는 땅을 파고 묻는 것보다 큰 공간에 쌓아두는 방법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