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7
너의 초식이 보여 77화
강시대전(2)
막상 지하 삼 층으로 내려가니, 하운평도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었고, 시체의 수는 상상보다 많았다.
그나마 안쪽에는 차곡차곡 쌓아두었는데, 뒤쪽에는 너무 많아지니까 무작정 욱여넣었다. 형체를 알 수 없게 시체를 잘라서 벽처럼 쌓아둔 곳도 있었다.
그 수를 합하면 어림잡아 수만 명이 넘어 보였다. 그 끔찍함에 하운평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시체들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분은 더럽겠지만, 몸이 회복될 때까지만 여기에 숨어 있어. 그리고 잠시 후면 큰 소란이 벌어질 거야. 일단 기다렸다가 만약 하루가 지나도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알아서 도망가. 위층으로 올라가서 제일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있을 거야.”
계획대로만 된다면 같이 나갈 수 있겠지만…….
하운평은 마지막 말은 삼키며,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 전에 쓰러뜨린 혈법사들은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지하 이 층은 혈교의 혈법사들이 사용했다.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일 구역은 혈법사들이 먹고 자고 거주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구역은 강시를 제작하는 곳이었다.
일반 강시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다. 시체가 썩지 않게 피와 내장을 없애고, 안팎으로 특수 용액을 바른다.
그리고 피부를 강화하는 특별한 시약을 꾸준히 바르면서 술법으로 시체를 세뇌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강시는 혈법사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한 명의 혈법사가 최대 백 명까지 조종할 수 있었다. 다만 복잡한 명령을 내릴 때는 그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강시는 걸을 수 없다. 보통 강시는 온몸이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은 상태여서 관절을 굽힐 수 없고, 그래서 무릎을 펴고 통통 뛰며 앞으로 나아갔다.
싸울 때 역시 양손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무공처럼 복잡한 것은 시키기 힘들고, 초식은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혈교에서 제작한 강시들은 조금 달랐다.
시체의 안쪽에 사람의 피를 섞은 특수한 용액으로 채워 넣었다. 그 덕에 보통 사람들처럼 관절을 움직일 수 있었고,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초식이 많아졌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여서 피를 얻어내야 한다. 때문에 제삼구역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하운평은 지금 이들을 구해낼 생각은 없었다. 괜히 지금 나와봤자 경각심만 일으킬 뿐이다.
그렇다고 강시를 혼자서 부술 생각도 없었다. 지금 하운평의 실력으로 강시 한 구를 부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강시의 진짜 약점은 강시가 아니었다. 강시를 움직이는 혈법사들이 약점이었다.
그들이 없으면 강시는 단순한 인형에 불과했다. 그리고 혈법사들을 조종할 수 있으면, 강시도 가질 수 있다.
* * *
그 시각, 합종인은 하운평의 예상보다 일찍 보고를 받았다.
“사흑련 두 놈이 사라졌다고?”
“네.”
“미의단을 먹이지 않았나?”
“먹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 놈을 처리하기 위해 보냈던 혈안대원과 혈법사도 사라졌습니다.”
그때 합종인은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이곳의 생활은 정형화되어 있었고 변화가 적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했다.
생각지도 못한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고, 또 그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 가지가 떠올랐다.
“방조자가 있구나.”
한 명, 아니, 수십 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라졌다는 뜻은 이미 이곳 지하까지 들어왔다는 걸 의미했다. 상황이 심각해졌다.
“대주님. 어떡할까요?”
“비상종을 울려라. 그리고 일조부터 오조까지는 지상으로 올려보낸다. 외부에서 적이 올지 모르니 반경 백 장까지 수색조를 보내어 확인하고, 안에서 탈출하는 놈이 없게 입구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육조부터 십오조는 지하 일, 이, 삼 층 구역을 나누어서 수색한다. 십육조부터 이십조까지는 혈주대를 보호하고, 이십일조와 이십이조는 당주님을 보호한다.”
“존명.”
수하가 사라지자 그도 당주에게 향했다.
본래 선보고를 하고 명을 내려야 하지만, 그는 선조치를 취하고 보고했다.
하운평의 생각보다 빠른 대응이었다.
* * *
이곳에 있는 혈법사들은 어두운 동굴에서 살면서 온종일 시체를 만졌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간혹 돈 때문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금세 도망쳤다.
그래서 이장의는 중죄인을 이용했다.
관청에서 중죄를 지어 참형을 받은 죄수들, 그 시체를 처리하는 일도 이장의의 사업체가 맡았었다. 돈을 사용하여 죄수들을 몰래 빼내고 이곳으로 데려왔다.
무공에 소질 있으면 혈안대에 넣고, 아니면 혈주대에 넣었다. 만약 말을 듣지 않는 놈이 있다면, 강시로 만들 재료로 사용했다. 어차피 죽었어야 할 인생이므로 죄수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처음에는 하운평도 그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혈주대 구역에 오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사, 살려주세요.”
“끌끌. 누가 죽인데? 그냥 가만히만 있으라고.”
“키킥. 저년 근래에 들어온 애들 중 최고인데.”
“야아. 빨리해. 그다음엔 나야.”
“아아아악.”
“크흐흐. 이년의 비명 소리는 왜 이렇게 뇌쇄적이냐.”
혈교는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납치했다. 강시를 만들 재료를 위해서였고, 그중 남자나 노인들은 바로 죽였다. 하지만 여자들은 노예로 이용했다.
더구나 혈주대의 대부분은 남자였고, 멀쩡한 사람도 미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했다. 또 처음부터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죄수들이었다.
그들은 상상도 못 할 만큼 정신이 망가져 있었다.
지금도 어린 여자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여자들의 팔다리나 혀를 재미로 자르고 있었다.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고, 죽여서도 강시로 사용할 것이다.
심지어 여자 혈법사들도 그런 걸 당연하다는 듯, 웃고 즐기고 있었다.
하운평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놈들에게 자비는 사치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들에게 달려갔다. 단숨에 죽이고 싶지만, 잠시만 참았다.
퍼퍼퍽. 퍼억.
혈법사의 무공은 이류에 불과했고, 방에 있던 놈들을 금방 쓰러뜨렸다.
여자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지독한 일을 겪어서인지, 정신이 붕괴되었다. 멍한 표정에 침을 흘렸다.
하운평은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묶은 줄만 풀어주었다. 그리고 혈법사들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운평의 계획은 간단하면서도 위험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를 사용해서 혈법사들을 인형으로 만든다.’
과거 우익편이 했던 방법을 비슷하게 응용할 생각이었다.
하운평은 혈법사 중 한 명을 깨웠다. 그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려면 세 가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어야 한다. 녹안석을 손에 쥐고 물었다.
“이름이 뭐지?”
“너, 넌 누구지?”
“이름을 말해.”
“지랄한다.”
혈법사는 죄수들이었다. 쉽게 겁먹지 않았다. 하운평은 단검을 뽑아서 혈법사의 허벅지를 찔렀다.
푸욱.
아아악.
“이제부터 딴소리하면 죽여 버린다.”
“크크큭. 죽이든지. 아니, 제발 좀 죽여주라.”
물리적 폭력도 소용없었다. 이놈들은 반쯤 미쳐 있었다. 벌써 이곳에서 수년 동안 갇혀 있으니, 이 정도 협박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죽고 싶어 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하운평도 계획을 변경했다.
“좋아. 나도 너희 같은 벌레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하운평은 독하게 마음먹었다.
과거 우익편과 의식을 공유할 때, 하운평은 우익편의 깊은 곳까지 들어갔었다. 그리고 그의 의식과 생각을 공유했고, 그의 기억 역시 가져왔었다.
거기에는 우익편이 환술로 인형을 만드는 방법들과 혈라명법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대를 말 잘 듣는 인형으로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상대에게 질문을 하여 상대를 환술 속에 빠트리는 방식이다. 굉장히 순화되고 부작용이 적은 방법이었다. 상대는 환술에 걸렸다는 걸 눈치 못 채고, 평소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방법이 있었다.
꽈악.
“으으윽. 아아악.”
하운평은 양손으로 혈법사의 머릴 붙잡았다. 관자놀이 부근의 태양혈을 꾹 눌러, 상대에게 고통을 주었다. 동시에 혈라명법을 외웠다.
으으으으.
상대의 의식 속으로 강제로 침범하고 있었다. 상대의 의식을 억지로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봉인한다. 그리고 강제로 몸을 뺏는 방식이었다.
태양혈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힘을 주었고, 하운평의 눈빛이 옅은 녹색으로 변했다.
순간 혈법사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표정으로 변하면서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얌전하게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하운평은 손을 내리고 그에게 명령했다.
“당장 나가서 네가 부릴 수 있을 만큼 강시를 움직여라. 그리고 혈안대와 혈주대, 강시들, 혈교의 모든 것들을 죽이는 거다.”
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밖으로 달려갔다. 먼저 강시를 움직일 때 필요한 도구들을 챙기고, 곧장 강시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혈라명법의 무서운 점은 일일이 지적하고,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 목표만 알려주면 알아서 움직였다.
하운평은 다소 착잡한 표정으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람을 이런 식으로 조정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면, 두 번 다시 본래대로 되돌릴 수도 없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하운평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의 옆에는 아직도 바보처럼 멍하게 앉아 있는 여자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혔을까? 또 지금 이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할까?
‘난 영웅이 아니다. 하늘을 대신해 천벌을 내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단지, 한 명의 인간으로서 너희들이 보기 싫을 뿐이야.’
하운평은 다른 혈법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른 방으로 옮기면서 만나는 족족, 혈법사를 인형으로 만들었다.
* * *
그 시각 이장의는 매종려와 함께 있었다.
다소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하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다, 당주님께 보고 드립니다. 강시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당주님. 혈주대 놈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강시들이 다른 강시들을 부수고 있습니다.”
“혈주대가? 갑자기 무슨 소리냐?”
매종려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사색이 될 정도로 놀랐다. 그런데 이장의는 침착했다.
“진정해라. 그래서 강시는 몇 구가 움직이고 있는가?”
“그게…… 대략 백여 구가 움직이는 것 같고,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 정도 강시가 날뛴다고 큰일 날 것도 없다. 다른 혈법사에게 말해서 날뛰는 강시들을 제압해.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다는 혈법사들도 혈안대에서 제압해라. 필요하면 죽여도 좋다.”
“넵.”
“알겠습니다.”
침착한 지시에 수하들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들이 서둘러 돌아갔고 매종려가 물었다.
“혹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이장의가 냉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의 대응은 마치 준비한 것 같았다.
이장의가 대답했다.
“강시가 날뛸 거라는 건 몰랐다. 하지만 현재 침입자가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 합종인이 방금 전에 보고하고 갔거든.”
“아아.”
“너는 신경 쓰지 마라. 제사구역으로 가서 문을 잠그고, 안에 숨어 있어.”
제사구역은 독립된 공간으로 출입구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곳만 잘 막으면 어떤 일이든 막을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참, 혈천강시 세 구는 이미 완성되었는데요. 혹시 모르니 지원을 준비할까요?”
“으음. 그래. 세 구만 이쪽으로 보내. 그리고 너는 나머지 혈천강시 완성에만 집중하면 된다. 여긴 합종인이 알아서 정리할 거야.”
“네.”
이장의는 그만큼 합종인을 믿고 있었다.
침입자가 누구고,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혈법사들이 이상하다면, 침입자는 혈주대 구역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합종인이라면 벌써 그것을 파악했을 거라 생각했고, 그의 생각이 맞았다.
합종인은 이미 그곳에 도착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