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92
너의 초식이 보여 92화
호악필과의 일전(3)
쉬잇. 쉬잇.
화아아악.
각종 무기와 술법들이 형천을 가격했다. 하지만 피부가 어찌나 단단한지, 무림 고수들의 칼날이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게다가 형천은 몸이 크다고 몸이 느린 것도 아니었다.
웬만한 절정고수만큼 빨랐다.
팔이 길기에 공격 범위도 넓었고, 힘도 세어서 바닥을 때리면 오장이 넘는 구덩이가 파일 정도였다.
쉬이익.
파팟.
그때 누군가 팔을 타고 올라가서 유일하게 피부에 상처를 냈다. 진득한 검은 피가 흘러서 바닥에 떨어졌고, 그 고수는 천령강시인 청아의 솜씨였다.
더구나 손에 있는 태검이 한껏 위력을 발휘했다.
쫘아악.
서걱.
태검이 빛을 내며 형천의 피부를 계속 갈랐다.
형천은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청아를 바라보았고, 그 안에 있는 고양이 신령의 모습까지 꿰뚫어 보았다.
“쿠에에엑.”
그는 굉음을 지르며 청아에게 검을 휘둘렀다. 마음먹고 휘둘렀고, 더 빨라지고 더 강해졌다.
부우우웅.
콰콰콰콰캉.
도끼가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가루만 있을 뿐이다. 다행히 청아는 피했지만, 주변에 있던 백여 명이 즉사했다.
그동안 나는 주위를 돌면서 그의 약점을 찾았다. 그나마 몸에 붙어 있는 눈이 제일 약해 보였다.
그런데 상당히 높은 곳에 있어 단순히 뛰어서 공격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오히려 팔을 타고 올라가서 위에서 내려오면서 공격을 해야겠어.
그런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경공이 뛰어난 네다섯 명의 무인들이 벌써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갔었다.
그 순간 형천은 몸을 한번 떨었다.
부르르르.
순간 형천의 몸이 번쩍거릴 정도로 환해지면서 강력한 뇌력이 발생했다.
콰르르. 지지지짓.
“으아아악.”
“크헉.”
그의 몸 위에 있던 사람들이 추풍낙엽이 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대다수가 즉사하였다.
{형천은 뇌력을 쓸 수 있습니다. 그의 몸에 무작정 다가가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손문진인이었다.
그는 혼령의 몸으로 내 뒤에 나타났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저놈의 약점은요?”
{사실, 모르겠습니다. 본래 토력이 뇌력에 반하는 힘인데, 인간의 토한지둔술로는 저 몸을 깨뜨리기 힘들 겁니다. 게다가 형천에 대해서 알려진 것도 별로 없어요.}
“그럼 간접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네? 간접적이라면……?}
“예를 들어 저놈을 다시 돌려보낼 방법 같은 거요?”
{아, 그렇지. 그도 요괴이니만큼 현세에 오래 있을 수 없습니다. 분명 이곳과 연결해 주는 통로가 있을 테고, 그 진법을 망가뜨리면 오래지 않아 돌아갈 겁니다.}
“그 진법을 찾을 수 있습니까?”
{이미 찾았습니다.}
“그럼 저와 청아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제자분과 같이 없애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문진인은 그의 제자에게 날아갔고, 나는 형천을 막을 방법을 생각했다.
일단 청아의 공격방법이 먹힌다는 소리는 내 공격도 먹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나는 진음구법으로 녹안석의 힘을 모았다. 손바닥을 펼치고 얇게 펼친 후, 다른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곧장 힘껏 달려갔다.
휘이이익.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동시에 정신을 집중했고, 하얀 궤적의 공간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츠츠츠츠.
긴박한 상황이라 그런지 쉽게 나타났다. 도끼의 궤적이 하얀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형천의 도끼가 커서 하얀 궤적의 두께도 굉장히 넓었다. 그리고 상당히 빨랐다. 그런 것들을 겨우 피하면서 형천에게 술법을 사용했다.
“진음구법, 구유도.”
쫘아악.
먼 거리에 있는데도 형천의 피부가 길게 찢어졌다. 상처가 생기면서 관심을 끌었고, 청아는 반대쪽으로 공격하면서 시선을 분산시켰다.
[퀘에에엑.]형천은 이제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나와 청아만을 노리며 도끼와 방패를 휘둘렀다.
부우웅.
쿠쿵.
그가 방패를 이용하는 방식은 상당히 수준급이었다. 단순히 막는 용도가 아니라, 방패로 밀고 찍고 때리면서 다양한 공격방식을 보여주었다. 괜히 전투종족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나는 하얀 궤적으로 간신히 피하면서 깨달았다. 만약 쓰러뜨릴 목적이 아니라, 단지 시간을 끌기 위해서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무한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형천은 우리 둘을 따라 무한성을 나왔다.
그 부분은 다행이었다.
그가 소환된 시간은 짧았으나, 벌써 무한성의 삼 할이 부서지고, 몇천 명이 죽었다. 그리고 죽은 사람은 살릴 수 없었다.
나는 남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무한성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형천은 다시 괴성을 지르더니, 온몸에 힘을 주었다.
즈즈즈, 지지직.
뇌력이 도끼에 옮겨붙더니, 도망가는 나를 향해 휘둘렀다.
파츠츠츠츠.
뇌력이 화살처럼 나에게 날아왔다.
“허엇.”
나는 최선을 다해 방향을 틀었고, 간신히 피했다. 뇌력이 지나간 자리는 길게 땅이 파이면서, 검은 그을림만 남았다.
그사이 형천은 가까이 다가와서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조금 전과는 달랐다. 도끼에 뇌력을 담아서 쏟아냈고, 하얀 궤적 역시 크게 바뀌었다. 불규칙적인 선들이 사방으로 번졌다.
파지직.
마치 고슴도치의 털처럼 사방으로 퍼졌고, 선 하나하나가 뇌력이 지나가는 자리였다. 또 그 선 중 하나라도 맞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위력도 강력했다.
나는 피하면서 침을 삼켰다.
“꿀꺽. 이거 힘들 수도 있겠는데…….”
어서 손문진인이 서두르길 바랄 뿐이다.
지지짓.
콰콰쾅. 쿵.
나 같은 경우에는 하얀 궤적을 보고 미리 피할 수는 없지만, 청아가 문제였다.
그녀는 열심히 피했지만, 뇌력을 몇 번 맞았다. 그리고 강시의 강한 신체에도 무리가 왔다. 한쪽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저놈은 지치지도 않는지, 끊임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이러다 이쪽이 먼저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어서 손문진인이 오길 바라지만, 무작정 그것만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형천은 열이 받았는지 더욱 화를 내며 날뛰었고, 청아는 이제 도망치기 힘들어했다.
제길. 그런데 방법이 없었다. 내가 가진 어떤 무공을 사용해도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 없었다.
솔직히 저건 반칙이잖아. 저건 다른 세상의 존재를 소환하는 건 너무…….
그래. 나에게도 소환할 것이 하나 있구나.
나는 손문진인에게서 배운 소환술을 떠올렸다. 그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걸 사용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때였다. 갑자기 형천이 도끼질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와 청아를 무시하고 갑자기 몸을 돌려 무한성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놈이 왜 저러지?”
“나도 모르겠어.”
청아가 옆으로 다가왔다.
“청아. 너는 괜찮아?”
“아니. 이제는 왼쪽 다리도 이상해. 달리기 힘들어.”
“으음. 그럼 여기 있어. 내가 가서 다시 유인해 올게.”
{크흐흐. 그럴 필요 없다.}
공중에 희멀건 형태가 나타나더니 도사 차림의 혼령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한눈에 호악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저놈이 왔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잠깐 생각한 다음 그놈에게 물었다.
“우리에게 할 말이 있나?”
{네놈. 조금 전에 손문진인과 얘기하는 걸 봤다. 그놈과 아는 사이지? 네가 형천을 유인하면 손문진인이 이계와 연결된 진법을 막아버리려 했잖아. 그렇지?}
한껏 잘난 척하려는 것 같기에 그렇게 두었다.
“맞아. 그래서?”
{손문진인은 소멸되었다. 그의 제자도 내 손에 죽었어.}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거짓말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속을 읽을 수 없지만, 표정과 손짓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너희들도 결국 내 손에 죽을 것이다}
“네놈, 간계는 뛰어나다고 하던데, 거짓말은 못 하는구나. 죽이려 했지만, 놓쳤지?”
그러자 호악필이 더 당황했다.
{까, 까불지 마라. 어차피 형천이 있는 한, 죽는 건 똑같으니까. 시간 차만 있을 뿐이야.}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형천을 소환한 거냐?”
{뭐어?}
“왜 하필이면 형천이냐고 물었다. 혹시 저 정도가 네가 소환할 수 있는 최고인 건가?”
{저 정도라고? 하하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구나. 나니까 형천의 본신까지 소환할 수 있는 거야.}
“후우우우. 좋아. 그럼 나는 뭐가 나올지 한번 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너보다는 나은 놈이 나올 것 같은데.”
동시에 나는 초혼술을 외웠다.
“……진진파열진. 나와 연결된 존재는 모습을 드러내라. 비혼본령 소환.”
저놈은 잘난 척하러 왔는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와 말을 섞으면서 부적을 뿌리고 수인을 맺으며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마지막 주문까지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쿠쿠쿠쿵.
갑자기 날씨가 변했다.
구름 한 점 없었고, 보름달만 덩그러니 떠오른 날이었다. 갑자기 구름이 잔뜩 몰려와서는 달을 가렸다.
특히 내 머리 위에서 구름이 천천히 회전했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빛줄기가 떨어졌다.
밝은 빛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검은 빛이었다. 얼마나 검은지, 마치 지나가는 부분을 검은색으로 지우는 것 같았다.
그 빛은 정확히 나에게 떨어졌다.
쿠우우웅.
피할 새도 없었다. 동시에 하나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어이가 없구나. 기껏 기회를 주었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라니. 더구나 이런 잡것들과 어울리기나 하고……. 이놈아. 더욱 분발해라. 다음번에도 이따위로 태만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냉정하고, 힐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다만 희미하게 호악필의 얼굴이 보였는데, 그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엄청난 존재가 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 *
반면 손문진인은 지하에 숨겨둔 호악필의 비밀진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호악필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끝내는 실패하고, 겨우 제자의 목숨을 건지고 함께 도망쳤다.
그리고 멀리서 형천이 다시 무한성 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곳이 폐허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무한성에 사는 인간들은 죽을 때까지 공포와 두려움을 떨어야 하고, 그들의 기운은 모조리 호악필의 몸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럼 호악필은 단번에 악신으로 승격할 수도 있었다. 물론 십천간편을 익힐 테고, 상황은 최악이었다.
모든 건 호악필의 철저한 계획이었고, 손문진인은 철저히 농락당한 셈이다. 그는 지금 사태를 두고, 자책하고 있었다.
‘모두가 내 잘못이다.’
그는 나름 노력은 했지만, 순리는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이미 죽은 망자로서 현세의 일에는 최대한 관여하지 안으로 했다.
어떻게든 현세의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잘못 판단한 것 같았다.
호악필의 악령을 봤을 때, 자신의 신념을 접어서라도 그를 잡아야만 했다.
‘그랬으면 무한성의 저 많은 사람이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혼령은 울 수 없지만, 손문진인은 마음이 아파서 속으로 울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변하면서 천지가 변했다.
구름이 모이고, 하늘에서 검은빛이 떨어질 때, 손문진인은 누군가 소환술을 사용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대단한 존재가 현세에 나타난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 형천이 소환된 것도 고금의 역사에 남을만한 엄청난 일이었다. 지금 나타나는 존재는 그것을 넘어섰다. 형천 역시 위기를 느꼈나 보다.
그는 무한성으로 가다 말고 돌아서서 그 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괴성을 지르며 검은빛을 향해 달려갔다.
[쿠웨에에엑.] [감히! 상양지산에 매장되어 있는 잡귀 따위가 나에게 칼을 내미는 것이냐?]그때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일대를 흔들었다. 그리고 한 명의 인간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니었다. 인간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아닌 자가 몸을 차지하고 있었다.
외모는 하운평 공자지만, 다른 존재가 몸 안에 있었다.
[이놈! 네가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거라!]그는 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바람이 살랑였고, 머리카락 정도만 움직일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급격히 커지면서 천지를 흔드는 엄청난 광풍으로 변했다.
또 그가 손을 뒤집자, 광풍은 갑자기 얇게 압축되었다.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졌다.
사사삭. 파파팟.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바람을 압축하여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칼날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칼날들은 형천에게 쏟아졌다.
구유도의 완성된 형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