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94
“네?”
두 사람, 그리고 설동과 한꺽정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순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여기에 온 이유를 모르나?”
“네.”
한꺽정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허순자는 뒤의 작전지도를 가리켰다.
“오늘 너희랑 같이 작전을 수행하려고 한다.”
“작전이요?”
모두가 놀라 했다. 온 지 3일도 안 되어 이들은 새로운 작전에 투입되었다.
작전에 주력으로 투입된다. 이 말의 의미는 실적과 실력을 인정해준다는 거다.
설동 일행은 허순자의 추천으로 그 중책을 부여받았다.
윤주현은 허순자를 힐끔힐끔 살펴보았다.
“저분, 나이가 젊지 않아? 할머니라니?”
“손자가 있대.”
한꺽정은 피식 웃었다.
이들은 데저트 이글과 소총을 하나씩 받았다.
다만, 양궁을 사용하는 윤주현은 소총을 받지 않았다. 또한, 근접전을 주로 하는 설동은 샷건을 달라고 했다.
“베넬리 M3 슈퍼 90이나 USAS 12 정도는 있을 거 아니에요?”
본디 샷건 자체가 시가전에서 특화된 무기이기도 하고, 설동이 이미 제주도에서 사용해본 적이 있다.
“우리 목표지가 어차피 건물이니까요.”
이들은 곧 군용차량을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군인 3명과 허순자, 그리고 설동 일행이 주축이었다.
한꺽정은 쌍안경으로 8층짜리 빌딩을 보았다.
“인원이 단출하네요. 하긴, 너무 많은 것도 오히려 방해니까….”
이들이 가는 곳마다 감염자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드디어 목표지인 건물에 도착하고 허순자는 이들을 들어놓고 작전 개요를 설명했다.
“저 8층짜리 빌딩을 차지하는 거다. 그러면 군부대가 진주할 수 있고 대형 마트를 차지할 수 있지. 우선, 조를 짜서 주변 감염자부터 처리한다.”
허순자가 그렇게 계획을 설명할 때였다.
설동이 별안간 끼어들었다.
“할머님. 저 안에 어느 정도의 감염자가 있죠?”
“100마리도 넘게 있을 거다. 작전 수행 중에 감염자가 된 이들도 많아서. 너무 많은 병력을 투입하는 건, 내부 감염자 발생확률이 높아서 일단, 피하고 있으니 오래 걸릴 거다.”
“빠르면 2~3일 안에 가능하겠네요.”
“뭐?”
허순자는 황당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냐? 이 인원으로 3일이라니?”
이해할 수 없는 허순자의 반응에 설동은 윤주현을 가리켰다.
“우리 쪽에 아주 명사수가 있거든요.”
설동이 고개를 돌리자, 같이 인천을 헤쳐 나온 역전의 용사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똑같이 하면 된다.
“우선 주변 감염자들부터 처리해볼까요?”
윤주현이 자신만만하게 활을 들었다. 허순자는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실제 군생활도 하고, 이곳에서 감염자와 싸우고 있었다.
새파란 이들이 자신만만하게 가능하다고 하자,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저 두 녀석은 이미 실력을 봤지만, 나머지 둘은….’
어느 정도는 하겠거니 했지만,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다.
뒤따라온 중위가 소리쳤다.
“여보세요! 멋대로 하지 말고 허순자 할머님 의견에 따라야죠. 당신들보다 더 베테랑인데!”
“아니야. 하 중위. 일단, 해보게.”
하지만 허순자는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첫날부터 보인 설동의 자신감, 그리고 수색 때의 성적.
허순자는 이들에게 자유를 줬다.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실력 좀 보자. 대신, 죽을 거 같으면 바로 개입한다. 내 작전에서 희생자가 나오는 건, 절대 금물이다.”
설동은 허순자의 걱정에 엄지를 들었다.
“지켜보세요. 장난이 아니니까요.”
곧, 한꺽정의 판단대로 점령하려는 빌딩 바로 옆 건물에 이들은 들어갔다.
그리고 익숙하게 빈성우가 밧줄을 만들고 2층 베란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한꺽정은 도로에 있는 감염자들을 향해 달렸다.
허순자는 놀랐지만, 곧 그의 민첩한 몸놀림이 숙달되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윤주현이 드디어 활을 꺼내 들었다.
“총은 안 쏘셔도 돼요. 소리 때문에 계속 몰려올 수도 있으니까요.”
허순자는 이 4명이 보여주는 것들을 자세히 보았다.
빈성우는 이 건물에서 탁자나 의자등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20여 마리 정도 되는 감염자들을 몰고 한꺽정이 뛰어왔다.
“우와! 졸라 많아!”
그는 마치 타잔처럼, 단숨에 밧줄을 타고 2층으로 올라오는 게 아닌가.
“몇 번을 봐도 놀랍군. 저 덩치로 어떻게 저렇게 날렵한지…”
놀라는 건, 아직 일렀다. 이들의 쇼타임은 지금부터였으니까.
빈성우가 앞장서서 가구를 던지고 설동은 간혹 다른 감염자를 받침대 삼아 올라오는 이들을 처리했다.
수가 10마리로 줄어들자, 윤주현의 화살이 매섭게 쏘아졌다.
총과는 다르게 작은 소리만으로 감염자들이 쓰러졌다.
윤주현의 활 솜씨는 이 중에서 가장 허순자에게 충격을 가져왔다.
“백발백중이군. 선수였나?”
“상비군이었어요.”
윤주현은 순간, 아쉬워하는 투로 답했다. 어지간한 대회보다도 빡빡한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도달하지 못한 아쉬움. 지금, 이곳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윤주현의 활이 다 떨어지고 이곳은 고요해졌다.
허순자는 멍하니 그 광경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부대를 들쑤셔서 활을 다 찾아내야겠어. 고작 11발뿐이라니. 아주 앙큼하게 잘하는군.”
그 말에 윤주현은 엄지를 들었다.
이들의 첫 작전이 윤주현의 독무대였다면, 이다음은 한꺽정과 신설동의 차례였다.
주변 감염자들을 처리한 다음, 이들은 빌딩 안쪽에 있는 감염자들을 보았다.
허순자는 군인들과 같이 총기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꺽정이 나섰다.
“우회해서 가보죠. 정면에서 싸우면 필연적으로 총을 사용할 테고, 소리에 더 몰리잖아요.”
“안다.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우회해서 어떻게 간다는 거지?”
곧, 한꺽정은 자기 키보다 2M 이상 높은 2층 복도 창문을 보았다.
도저히 밧줄 없이는 올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물론 밧줄이야 가져왔지만, 올라가야지 내리든 말든 할 거 아닌가.
하지만 한꺽정은 달랐다.
“1층 사이마다 손닿을 곳이 있네. 충분합니다요. 설동아, 성우야.”
“목마라도 태우라고?”
의아해하는 설동을 보고 한꺽정은 씨익 웃었다.
“아니, 말뚝박기 하듯이 있어 봐.”
“….설마?”
설동은 그가 할 행동을 예상하고 혀를 내둘렀다.
곧, 2000년대 초반 학교에서 유행하던 말뚝 박기 시간이 재림했다.
단지, 신설동이 무릎을 꿇고 몸을 대각선으로 기울였을 뿐. 그 앞으로 빈성우가 설동과 마주보고 몸을 받쳐주었다.
“남자끼리 마주보는 것도 참 고역이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한숨을 쉴 때, 뒤쪽에서 무서운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한꺽정은 달렸다. 그 거구에서 나오는 매서운 돌진.
설동의 등 뒤로 감염자가 습격할 때보다 더한 공포감이 스며들었다.
곧, 설동의 등에 묵직한 충격이 연이어 당도했다.
참으려고 했던 숨이 절로 나오며 설동의 등에 다시 엄청난 타격이 왔다.
그리고 한꺽정은 날았다. 2층 창문 문턱에 손을 잡고 상체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허순자는 이 엄청난 묘기에 감탄했다.
“평소에 뭘 하고 다니는 건지….”
곧 밧줄이 내려오고 설동을 중심으로 이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안착하고 이들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방화문을 열고 나온 작은 공간. 그 앞에서 설동이 선두에 섰다.
제일 먼저, 도끼를 지참한 채 설동은 일부러 문을 두들겼다.
“키에에엑!”
반응하는 감염자들. 허순자와 대원들이 총을 들었지만, 설동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문을 열며 옆으로 빠져 발을 내밀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 하지만 감염자들이 들어오면서 다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졌다.
그리고 설동의 도끼를 필두로 무지막지한 헤드샷이 터지고 두 마리의 감염자는 그대로 침묵했다.
“감염자는 원래 무조건 앞으로 보거든요. 목표의 소리나 모습을 보면 말이죠.”
너무나도 감염자에 익숙했다.
허순자는 그 이전에 최전선에거 감염자에게 발을 거는 배짱에 더 감탄하고 있었다.
‘엄청나군. 이놈들. 엄청난 전력이야.’
허순자는 처음 김반과 싸울 때 말했던 설동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확인하고 있었다.
11. 활약상
심민욱. 그는 사실, 조금 놀라고 있었다.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면 원래 그 반응을 유도하기는 했지만, 상대가 갑자기 액셀을 밟고 돌진할 뻔했기 때문이다.
“새로 온 것들, 갑자기 작전에 나가네? 신참이 뭘 잘한다고.”
그의 옆에서는 연인, 박차연이 투덜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대지 않아? 그렇지 자기야.”
“허순자 할머님 선택이면 어쩔 수가 없는데. 고작 온 지 어마나 됐다고 그렇게 나가지? 포인트도 많이 받고……. 휴식도 보장해주겠네.”
심민욱은 이곳에서 ‘잘 살기’ 위해 해야 할 걸 알고 있었다.
“작전에서 공을 세우면 대접이 달라지지. 포인트도, 보급도. 더 많이, 더 좋게 받잖아. 그놈들이 성공하면 차이가 나겠지. 온 지 3일? 4일 됐나?”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야? 김반 씨도 쟤들 때문에 쓰러졌다며!”
“허순자 할머님이지 뭐. 그 할망탱이는 군 간부들이 자기 대장들하고 아는 사이라서 모시고 살잖아. 그러니 저렇게 대우를 받지. 나도 할 때는 한다고. 참 내, 몸이 근질거리네.”
“그건, 그렇고. 김반 씨가 저렇게 신참한테 맞았다는데 가만히 있을 거야?”
“기다려봐. 슬슬 밑밥 던지는 거니까. 내가 군대 있을 때, 갈고리였어! 갈고리!”
“갈고리가 뭔데?”
“후임을 그냥 꿰어버린다고 붙은 별명이지. 기다려 봐. 내가 갈굼이 뭔지 그냥 보여줄게.”
이들은 일하러 가면서 후방에서 지시하는 김반을 보았다.
“여어~ 김반!”
심민욱은 그에게 손을 들었다.
“너무 조용한 거 아니야? 그 망할 놈한테 맞았다며? 반장한테 너무하네.”
김반은 그 이야기에 미간을 좁혔다.
“말도 마요. 진짜 개 같은 놈이라니까요? 반장이 뭐 좀 알려주려고 갔더니, 다짜고짜 때리고. 진짜 아휴… 내가 성격만 나빴어도 갖은 걸로 괴롭혀줄 텐데. 착해서 참아야죠.”
“아니, 김반이 성격이 왜 이리 죽었어? 까불던 녀석한테 울고불고 매달리게 한 놈이?”
“지금 체계가 잡히고 반장직도 공정히 하지 않으면 망해요. 제가 뭘, 어떻게 못 한다니까요?”
“그럼 우리가 도와줄까?”
“네?”
김반의 표정이 예리해졌다. 심민욱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김반이 네가 대놓고 못하면 우리가 도와주겠단 거야. 우리가 초창기 때, 군부대에서 거부당했을 때, 네가 살려줬잖아. 그 보답은 해야지.”
“쓸데없는 짓을 하시려고.”
김반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입가는 웃고 있었다.
“알아서 해주세요.”
“그래. 대신, 우리가 하는 걸, 모른 척해줘. 알았지?”
“척하면 척이죠.”
심민욱과 김반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허순자는 딱히 말하지 않아도 이들의 행동을 잘 지켜보고 있었다.
‘활은 총에 비하면 소음이 확실히 없다시피 하지. 감염자의 이목을 끌지 않아.’
총에 비하면 사용하기 불편한 활. 하지만 반대로 소리와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총. 활용성과 편리함은 총이 압도적이지만, 감염자를 상대로 대규모 전투를 치르지 않는 이상, 활의 유용성은 생각보다 컸다.
‘돌아가면 석궁부대라도 만들라고 건의해야겠군.’
윤주현이 든 활을 누가 봐도 숙련자가 쏴야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시위를 당기는 힘과 정확도, 위치. 전문적으로 훈련받아야 하지만, 석궁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소수 작전에 좋겠어. 그래, 이놈들. 아주 4명이 똘똘 뭉쳐서 잘하고 있어.’
허순자는 순수하게 지금, 자신들이 할 게 없다는 걸, 인지했다.
총은 쏘지 않고 그렇다고 싸우기에는 앞장서기에는 저 4명의 콤비가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설동은 이런 좁은 공간에서 아주 주의 깊었다. 특히나 복도나 코너를 돌기 전, 무조건 소리를 크게 내어 감염자를 유도했다.
정면?
한 마리면 무조건 앞장서서 머리를 찍어버렸다.
나머지 3명은 그 뒤를 따르며 보조하는 역할.
이들은 2층 복도를 빠르게 정리 중이었다. 남은 건, 안쪽의 감염자들.
허순자는 군복을 입은 감염자들을 보았다.
“후우. 안타깝구나.”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가지고 그녀는 야삽으로 바로 머리를 날려버렸다.
4인방에 선두에 서고 중간 중간, 옆에서 튀어나오는 이들을 이들이 맡았다.
하 중위는 그러면서 허순자에게 말했다.
“쟤네 겁나 잘하는데요? 한두 번이 아닌 거 같아요.”
“큰 전력이야. 좋군. 어지간한 군인보다 더 좋네.”
이제 2층 사무실을 들어가면서, 처리하고 있었다.
설동은 화분을 던져서 주의를 끌었다. 그래서 한 마리를 바로 찍었다.
“기에에엑!”
감염자들이 날뛰면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뛰는 것들이 반이야. 예전에는 다수가 걷는 감염자들인데.’
허순자는 그러면서 감염자들이 점점 민첩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걷는 감염자라면 근접상황이 아니라면 무시할 정도지만, 뛰는 감염자는 거리부터 잘 설정해야 했다.
‘이런 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바이러스가 변이라도 하는 건가.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징조야. 우리 손주는… 할아범이라도 있었으면…’
허순자는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던, 자신의 남편을 떠올렸다.
‘은퇴 이후에 제주도에서 사업할 겸 지낸다고 하더니… 왜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났지?’
비행기 기장을 하던 친구에게 이미 죽었을 거라는 답변을 들은 허순자였다.
그래서 마음에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날로 위험해지는 환경에 남편 생각도 간절히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