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인간에게 있어 안전에 대한 욕구는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충격이 필요합니다. 치안유지활동은 그러한 작업의 일환입니다.”
“흠.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은정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여기에 있는 다른 인물들은 지훈의 계획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지만 뒤늦게 합류한 은정은 아직 그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 저희가 치안유지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지 않습니까. 최소화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한다는 겁니다. 저희가 회의를 하는 이 순간에도 피해자는 생기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저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폭우가 예상되어 있을 때 소방서에는 계곡에 가지 말라고 충분히 경고를 합니다. 그에 대한 대비를 하기도 하구요.”
“…….”
“그러나 그럼에도 꾸역꾸역 계곡에 가는 사람이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생깁니다. 그것까지 저희가 어쩔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지석이 그렇게 말하며 질문한 은정을 바라보았다.
시영은 그런 지석의 표정에서 지훈의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준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타인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해당 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자각해왔습니다. 수많은 금기와 규칙 등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죠.”
호랑이에 대한 위험은 많은 사람들이 호환을 당한 이후에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희생으로 인해 그에 대한 두려움이 각인된다.
이처럼 안전에 대한 인식은 공포 혹은 두려움을 겪었던 경험에서 탄생한다.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요괴에게 당했다는 증언이나 증거자료들이 나올 겁니다. 아마 내년 회사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많이들 싸울 겁니다.”
“원래 모든 이슈들이 그렇게 시작하지. 그런 증언과 증거들이 쌓여 사실이 되는 것이고.”
“맞습니다. 요괴로부터 인한 위험이 사실이라고 확인이 될 때쯤 저희는 치안유지활동을 멈출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요괴들에 의한 피해는 더 커질 테고, 사람들은 이에 대한 방법을 찾게 될 겁니다. 그 방법이 바로 저희가 될 거구요.”
지석은 지훈이 세운 계획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요괴들에 의한 위협을 체감할 때 TCS Korea가 정식출범한다.
그것이 1차 계획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제가 봐도 타이밍이 매우 절묘한데요?”
“그래서 사전작업이 중요한 겁니다. 지금 저희뿐만 아니라 용사님들도 요괴퇴치 작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이제 저희나 시영 누님이 요괴와 싸우는 장면도 사람들에게 노출이 될 겁니다. 일부러 노출시키지 않아도 일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죠.”
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요괴들과 싸움을 할 때 영역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것이 가능할까.
지금까지는 요괴들이 인기척이 없는 곳 위주로 나타났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아까 말했던 맨티코어도 인기척을 피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죠. 맨티코어의 주요 먹이는… 인간이니까요.”
지석의 말대로 맨티코어는 식인을 하는 대표적인 요괴다.
정확히 말해서 사람만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맨티코어가 위험등급이 높은 요괴인 것이다.
“지금까지의 요괴들은 인기척을 피해 산이나 어둠 속에 나타났다면 이제는 당당히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가운데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밤이 아니라 낮에 말이죠. 저기 보이는 대로 한가운데 갑자기 드래곤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강남이나 다른 곳만큼은 아니지만 이곳도 서울 내에서 꽤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만약 저런 곳에 드래곤 급의 요괴가 나타난다면?
아마 못해도 수십 명의 사람은 죽게 될 것이다.
그것을 상상한 시영의 얼굴이 굳었다.
“궁금하네요. 그럴 경우의 인간들의 반응이요.”
“뭐 재밌지만 유쾌하지는 않을 겁니다. 드래곤이라면 그나마 지능이 있어서 모르지만 다른 놈들은 그런 거 없이 그냥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궁금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나타나 그 괴물과 싸우는 누군가를 보았을 때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 저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 아니면… 왜 미리 나타나지 않았냐는 분노?”
준희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시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절레절레 저었다.
이곳에 있으니 자신이 제일 정상적인 인물로 느껴졌다.
아니 애초에 저 둘은 사람이 아닌가?
“어쨌든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 저희들도 주목받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저희는 갑툭튀해서 회사를 세우는 게 아닙니다. 이미 저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 먼저죠.”
“그래서 치안유지활동이 중요하다는 거네요? 사람들이 위험을 체감하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우리들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두 번째! 맞죠?”
“정확하게 이해하셨네요.”
은정은 꽤나 명확하게 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캐치했다.
은정이 이해했다는 리액션을 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준희가 대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환영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아까 시영 동생이 말한 대로 타이밍이 절묘하다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왜 돈 받고 사람들을 지키는 거냐는 사람도 있겠죠.”
“…….”
“히어로 영화의 히어로처럼 아무 조건 없이 사람들을 지켜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은정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표정을 굳히며 답했다.
“100%. 그런 사람들 백퍼 있을 거예요.”
“뭐 그런 것까지 다 신경 쓰면 이 일 못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희의 목표는 요괴퇴치산업의 구축입니다. 히어로가 되는 게 아니구요.”
“…….”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돈을 받은 사람은 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 이것이 요괴퇴치산업의 기본입니다.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산업이라는 게 유지가 될 테니까요.”
산업 그 자체 내에서 돈이 돌아야 그 산업은 유지가 된다.
지금은 TC Korea가 내고 있는 수익을 TCS Korea가 사용하는 그림이지만 앞으로는 TCS Korea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고 또 그 수익이 산업종사자 그러니까 자경단이나 용사들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산업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제가 신 대표에게 지시해서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한 덕분에 지금은 수익이 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1년에 8천억 정도? 많아 보이지만 여기저기 들어갈 돈도 많아서 이걸로는 부족할 겁니다. 당장 용사들 인건비만 해도 1년에 백억은 넘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인건비 외에도 돈이 들어갈 부분은 많다.
앞으로 구축할 사옥을 운영하는 비용이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도 필요하다.
거기에다 지금 지훈이 계획하고 있는 일에는 꽤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
지훈이 자산매각을 지시한 이유기도 하다.
“수익구조가 정착되더라도 의뢰 중개를 통해 받는 수익은 최대한 종사자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종사하려고 할 테니까요. 예를 들어 100억짜리 의뢰라고 하면 그중 80억 정도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처음에 길드등록제도를 꺼림칙하게 생각하던 자경단들이 마음을 바꿔먹게 된 것이 바로 이러한 수익에 관한 내용을 듣고 난 이후였다.
길드 최소 등록 인원인 4인 기준으로 80억의 수익이라면 1인당 20억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의 의뢰비를 받아내느냐 마냐는 우리가 하기 달렸겠지만요.”
“그 정도의 수익이라면 자경단들이 눈이 돌아갈만하네요. 오히려 지금 지부장님이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거 같은데요?”
“하하. 그렇네요. 뭐 저희 급여도 나중에는 많이 오를 테니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런 행정적인 부분은 저보다는 신경택 대표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지금에야 제가 대략적으로 그려놓은 그림을 설명하는 거다 보니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지만요.”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헛기침을 한번 해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럼 이제 해야 할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건가요? 치안유지활동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는 대신에 매구일족의 합류를 좀 더 빨리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그동안 상급요괴들은 저희가 퇴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군요.”
“그리고 우리는 방어 인원을 빼는 속도를 조금 늦추기로 했지.”
잠시 자리를 비웠던 담이 어느새 들어와 지훈의 옆쪽에 앉아 있었다.
회의 초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한 담은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었다.
인원 차출 계획의 수정을 요구한 지훈의 요청 때문에 용사지원국과 이야기를 하러 갔던 것이다.
“그래 정확한 계획 나왔어?”
“일단 지금 39차원 쪽으로 차출해가는 속도를 좀 줄이기로 합의했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들 왔던데? 일단 올해 말에 50% 수준으로 줄이는 건 기존대로 진행될 거고 그다음부터는 조금 속도가 늦춰질 거야. 5월에 전원 철수하기로 했던 걸 1년에 걸쳐 다 철수하기로.”
“그 정도면 그래도 괜찮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애초에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을 거야. 지금 생각보다 차원의 충돌 규모와 빈도가 커지고 있어서 말이지.”
담이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꼈다.
눈을 빛내며 담을 바라보던 은정이 담에게 물었다.
“그런데 혼돈계에서는 차원의 충돌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거야?”
“전에 지훈이랑 똑같은 질문을 하네. 어, 맞아. 유일하게 회사가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차원의 충돌이야. 많은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
회사는 방대한 정보망을 갖고 있지만 차원의 충돌에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추측에 가까웠다.
지훈은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회사의 목적은 차원의 충돌에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원의 충돌에 관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한 질문에 담은 이렇게 답했었다.
“차원의 충돌과 관련된 현상에는 원인과 결과만 있어. 이유가 없어. 인간이 자연현상의 이유를 모르는 것처럼 말이야.”
지훈은 담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인간은 지구라는 차원의 지배자이지만 그건 차원에 살고 있는 생명으로서의 위치일 뿐이었다.
그렇게 과학이 발전한 지금도 자연현상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것처럼 혼돈계 역시 꾸준히 차원과 우주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그것을 완벽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혼돈계는 연구의 방향성을 옮겼다.
충돌에 대응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이고 그 결과물이 이 용사지원국이었다.
“그것들을 전부 알게 되는 그날이 우리가 이 일을 그만하는 때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이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는 담의 표정이 조금 쓸쓸했기에 회의에 참석한 인원들 모두 의외라는 표정으로 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지자 담은 금세 표정을 풀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 그냥 그렇다고. 헤헤.”
“싱겁긴.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걸로 다들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네요. 여기서 마무리하죠.”
그렇게 회의는 마무리되었고 지훈은 시영과 은정을 따로 불렀다.
“정보파악이 끝나는 즉시 저희는 업무를 수행하러 나갑니다. 상대는 맨티코어, 장소는 오포터널 근처. 아마 처음으로 3명이 같이 하는 업무가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