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네? 뭐라구요?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저희가 먼저 공개를 하자고요?”
희연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시영을 바라봤다.
시영은 오른손으로 태블릿의 화면을 툭툭치며 희연과 지훈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는데 표정이 딱히 어둡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앙다문 것이 희연이 잘못 들은 건 아닌 듯했다.
“이런 사진이 공개되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에요?”
“어떤 일이 벌어지죠?”
“네?”
“이 사진이 공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쭤보는 거예요. 한번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그게… 그러니까.”
시영의 물음에 희연은 더듬거리며 이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이 어떨지 생각해보았다.
간혹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노출 사진이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경우가 있었다.
희연은 재빨리 과거에 그랬던 경우들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겠죠. 당연히 그 당사자는 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릴거구요.”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로 인해 생겨나는 실질적인 피해가 있나요?”
“네? 피해요?”
희연은 시영의 반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는 바로 시영의 말에 대답하려 했지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이런 사진으로 고통받곤 하죠. 그들은 이 사진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과 동시에 바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죠.”
“…….”
“예를 들면 캐스팅이 취소된다거나 아니면 광고 계약이 무산된다거나 하는 것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들과 경우가 다르죠. 이런 사진이 퍼진다고 해서 대표님이 저를 자르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 그렇긴 하겠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는 이것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너무 예전이라 기억 못 하시겠지만요.”
전국체전에서 찍힌 사진으로 벼락스타가 된 시영은 몇 년간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연히 그러다 보니 주위에 사람이 모이게 되었고, 그들 중에는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람이 더욱 많았다.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정민혁이었어요. 아, 정혁이라고 이야기해야 더 알기 쉽겠군요.”
“정혁이라면… 1세대 아이돌 중에 하나인 V.I.P 멤버 말씀하시는 거예요?”
“네. 인기가 아주 많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꽤 많은 소녀팬을 몰고 다녔던 인물이었죠. 이 사진을 찍은 당사자이기도 하고요.”
시영은 얼마 전 민혁에게 전화 왔을 때를 떠올렸다.
민혁은 아주 밝은 목소리로 자신이 시영의 노출 사진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시영은 웃기지 말라고 하고 끊어버렸지만 민혁은 바로 사진 하나를 전송함으로써 자신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럼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이…….”
“네. 아마 맞을 거예요. 그 사람이랑 잠깐 만났을 때 찍었던 거였어요. 뭐 멍청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긴 해요. 저는 그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했었고, 어른의 연애라는 건 이런 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럼 빨리 이 사람을 신고하면…….”
“신고하면요? 그럼 결국 마찬가지 아니에요?”
시영의 말이 맞았다.
만약 시영이 이 내용을 경찰에 신고한다면 사람들에게 이 사진의 존재를 공개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인간들이 가장 바라는 상황이겠죠. 이 사진을 값어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
“전에 들은 적이 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예인의 누드 사진을 팬들에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그 사진의 값어치를 폭락시켜버리는 게 그 인간이 의도하는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겠죠.”
“그 방법이 사진을 공개하는 거라는 말씀이에요?”
“네. 제 기억에 의하면 제 알몸을 찍은 사진은 지금 메일에 첨부된 것 정도의 수위뿐이에요. 관계 중에 사진을 찍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영상은 확실히 없구요. 혹시 몰카로 찍었을 확률도 있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을리가 없어요.”
정민혁의 됨됨이를 고려해보면 만약 그런 영상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유포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랬을 때의 법적인 처벌을 두려워해서 유포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블랙 메일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것이 있다면 이번에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언급을 했을 것이다.
“아마 제 생각이지만 이 인간은 돈에 쪼들려 저한테 블랙 메일을 보냈을 가능성이 커요. 이 인간은 그때도 도박을 했었으니까요. 아, 정민혁이 연예계에서 퇴출 된 이유는 알고 있죠?”
“네. 도박이랑 마약, 그리고 성폭행. 그것 때문에 나락 간 걸로 알고 있어요.”
“마약은 저랑 만날 때는 하지 않았었어요. 아마 저 다음에 만났던 여자가 마약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그것 때문에 조사를 받았었으니까요.”
민혁은 그 뒤로 나락의 길을 걷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계에서 퇴출되었다.
그리고 시영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눈감아주고 입 다무는 대가로 만남을 요구했던 방송관계자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 속옷 사진까지 유포되었죠. 스태프 중 한 명이 몰래 옷을 갈아입는 곳에 카메라를 숨겨서 찍은 거였던가?”
“…….”
“그런 여러 가지가 겹쳐서 결국 저는 그 이후 방송계를 떠나게 되었던 거예요. 제 가치가 딱 그 정도인 거겠죠. 얼굴 좀 반반한 운동밖에 모르는 순진한 년.”
“시영 씨…….”
“멍청한 년이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돌아가서 헛된 짓거리를 한 벌이라고 생각해요. 저랑 같은 시기에 주목을 받았던 친구들은 그런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는데 말이에요.”
“…….”
“끝까지 말리던 부모님의 만류를 잔소리 취급하며 혼자 멋대로 하더니 결국 그 지랄이 나버린 거죠.”
자신의 옛날 일을 담담히 털어놓는 시영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눈빛은 밝았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를 관리해줬던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겠죠.”
“…….”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어버린 거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거예요.”
“그게 꼭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하나요?”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이게 최선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해봤어요. 그리고 이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지라고 결정 내렸죠.”
시영이 흘깃 지훈을 바라봤다.
지훈은 아까부터 입을 다문 채 시영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끼어들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상황이 조금 그래서 그렇지 지훈이 바라던 시영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다.
바로 지훈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저도 대표님처럼 뭐가 제일 좋은 선택인지 고민해봤어요. 저한테도 그리고 회사에도 최대한의 이득이 될 수 있는 방법 말이에요. 그리고 다행히 예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다르다고요?”
“네. 그때의 저는 연예인 같은 존재였잖아요? 이른바 이미지를 소비하는 직업이었죠. 그러니까 당연히 그러한 노출 사진 같은 것이 큰 타격일 수밖에 없죠.”
“…….”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물론 대외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고는 있지만 제 본업은 요괴를 퇴치하는 거잖아요. 제가 가슴을 드러내고 찍은 사진이 대중에게 보여진다고 해서 제 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구요.”
지훈은 예전 시영을 채용하기로 결정했을 때를 떠올렸다.
지훈은 시영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시영을 두 번째로 용사로 하겠다는 기획서를 올렸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담이 지훈을 찾아왔다.
지훈이 윤시영의 외모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기획서에 적었기 때문이다.
시영이 과거에 어떤 일을 당했었는지 이야기하며 그녀를 걱정하던 담에게 지훈은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그때와는 다르게 난 윤시영 씨의 능력도 최대한으로 활용할 생각이야. 나는 윤시영의 세일즈 포인트를 미모가 아닌 능력으로 잡을 거야. 실력이 있는 사람이 뛰어난 외모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낸다고.”
“…….”
“그녀의 미모는 나에게는 아주 훌륭한 데코레이션일 뿐이야. 음식이 맛있으면 데코가 조금 망가져도 아무 상관없어.”
지훈은 자신이 했던 것과 비슷한 말을 하는 시영을 향해 미소지었다.
시영도 그런 지훈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저는 걱정돼요.”
“걱정 마세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홍보프로그램에 최대한 피해가 없게끔…….”
“아뇨. 그거 말고요. 시영 씨 마음이 걱정된다고요. 지금 모든 내용이 실질적인 피해에 집중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잖아요. 바로 당사자인 시영 씨요. 시영 씨가 입게 될 정신적인 피해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시영이 움찔했다.
희연이 언급한 대로 지금 시영이 말하는 것에는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있었다.
바로 시영 본인의 심정.
시영이 이야기하는 해결법에는 시영의 심정에 대한 대처가 하나도 없었다.
희연은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말입니까?”
“네. 정말 이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희연의 표정이 조금 도전적이었기에 지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
지훈도 직원들 사이에서 자신이 극T로 불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 지금 시영이 말하는 것들이 너무 지훈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자신을 바라보며 그렇게 묻는 것일 테고.
“혹시 시영 씨가 이야기한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신가요?”
“네? 그게 그러니까…….”
“사실 저는 민혁이라는 사람의 위치를 파악해 몰래 죽여버리는 것까지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영 씨가 그것은 반대하더군요. 저도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접어버렸죠.”
각기 이유는 달랐지만 지훈과 시영 모두 그 방법은 하수라고 생각하고 바로 폐기해버렸다.
그런 후에 바로 시영이 내세운 방법이 바로 지금의 방법이었다.
물론 그때는 민혁이 또다시 메일을 보낼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서 그저 미리 대비하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조용히 생각해봤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시영 씨 본인이 선택한 방법입니다. 그러면 저는 그것을 따라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군요.”
“하, 하지만…….”
“괜찮아요, 희연 씨.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겠어요. 어쨌든 제 노출 사진을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저희가 업로드하는 요괴퇴치 영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긴 하죠.”
전에 지훈도 언급했지만 요괴퇴치 영상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상의 주인공이 은정과 시영이었기 때문이다.
지훈의 요괴퇴치 영상이나 길드에서 자체적으로 올리는 다른 자경단들의 영상들과 비교해보면 확실한 조회 수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시영도 은연중에 그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를 욕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지만요.”
“아, 그건…….”
“물론 아무 타격이 없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지금의 상황이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요. 화도 나구요. 하지만 그것은 제 개인적인 감정이잖아요. 그래서 개인에게 협박을 했을 때는 요구대로 돈을 보냈던 거구요.”
“…….”
“하지만 이제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으니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시영이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
희연의 시선도 그것을 따라 지훈에게로 옮겨졌다.
“제 멘탈은 따로 케어해 주시는 분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