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a job as a fantasy Hero RAW novel - Chapter 32
032화
“그래서 뭐 어떻게 된 건데?”
“나도 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라서 확실하진 않아. 잠깐 운동 겸해서 뒷산에 다녀오겠다고 나가셔서 안 들어오신다고 하더라. 뭐, 별거 아니길 바래야지.”
“그 부장님 댁이 어디 쪽이라고?”
“아마 저기 구파발역 근처일걸? 내가 전에 우리 부장 집에 데려다준 적이 있어서 알아.”
승진은 그렇게 말하고 소주잔을 들어 짠하고는 쭉 들이켰다.
3명 모두 원샷을 했지만 지훈 혼자만 술잔을 들고만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응? 아, 아냐. 마셔, 마셔.”
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소주를 쭉 들이켰다.
알싸한 알코올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것을 느끼며 승진이 말한 내용을 되새겼다.
예전 같으면 지금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처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심부터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더 알아보고 싶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승진에게 들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뭘 그리 생각해? 왜 뭐 아는 거라도 있어?”
“아냐.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놀라서 그랬어. 자, 짠!”
지훈은 대충 얼버무리며 소주잔을 부딪쳤다.
지금 여기서 그런 생각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
지훈은 애써 신경을 껐다.
지난번에 담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지훈이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훈은 담에게 다음 용사를 빨리 채용할 것을 요구했었다.
“고기 좀 더 시키자. 야, 지훈아. 더 시킨다?”
“어? 어, 맘대로 해.”
“이야. 멋져, 멋져. 취업 턱 제대로 내네.”
지훈의 허락 아래 친구들은 자유롭게 고기를 주문했고 술자리는 무르익어갔다.
고깃집에도 사람이 가득 찰 무렵 대화 주제가 지훈으로 옮겨졌다.
“일은 어때? 할만해?”
승진이 그렇게 물으며 지훈의 잔에 소주를 따랐다.
지훈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럼. 아주 만족 중이야.”
“잘됐네. 신입으로 들어간 거야? 나이 있는 신입으로 일하기 좀 힘들 텐데.”
“흠… 그게.”
고기를 우물거리며 지훈이 잠깐 뜸을 들였다.
나머지 셋이 지훈을 잠시 쳐다봤다.
“신생회사에 가까워서 신입인데 신입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하하. 오히려 이제 내 후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야 하나.”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지훈이 그렇게 답했다.
아마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지훈의 예상대로 나머지 셋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TC그룹 계열사인데도 그런가. 뭐, 어떻게 보면 다행일 수도 있겠네. 이번에 우리도 신입사원 뽑는데 블라인드니 뭐니 해서 나이를 안 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조금 그렇더라고? 나보다 나이 많은 후임은 좀…….”
“그래? 난 별로 상관없던데. 뭐 그건 그 형이 알잘딱하게 행동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하긴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지.”
이제 다들 회사에서 7년 차 정도가 되었다.
승진이는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는 대로 과장으로 승진할 거라고 했고, 다른 2명도 내년에는 과장이 될 것이다.
지훈이 이제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는 것과는 달리 친구들은 이미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다.
그런 까닭인지 지훈이 슬쩍 후배 사원으로 어떤 사람이 좋냐고 물었을 때 세 명은 각기 다른 대답을 했다.
“나이고 뭐고 상관없이 그저 일 잘하는 게 최고지. 그래야 같이 일하는데 편하지 않겠어?”
국내 탑 대기업에 다니는 승진은 능력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이 4명 중 가장 일에 열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승진이다.
대학 다닐 때도 늘 상위권을 차지했었고, 늘 비슷한 이야기를 해왔던 승진이기에 나머지 세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난 그래도 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좋아. 결국 우리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거잖아? 결국 조직의 일원인데 혼자 너무 튀거나 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하면 요즘에 꼰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난 그래도 무리 없이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후배가 좋아.”
“나도 뭐 석현이랑 비슷한 생각이긴 한데, 난 솔직히 아무나 상관없거든? 어차피 회사에 취직한다는 건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길은 아니잖아. 튀려고 하는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결국 튕겨져 나가거나 알아서 자기가 닥치고 있을 거라고 봐. 능력이야 뭐, 신입사원이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다 회사 들어와서 경험하면서 커 가는 거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석현과 호영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답을 했다.
둘이 다니는 회사는 중공업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남성사원의 비율이 조금 높았고, 사내문화도 조직을 강조하는 풍토가 강했다.
지훈은 친구들의 대답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뭐, 새로 직원 뽑나 봐?”
승진이 지훈에게 물었다.
뭔가 조언이라도 해줄 참인지 승진은 몸까지 살짝 틀어 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뽑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 의견도 물어볼 건 가봐. 나랑 같이 일하게 될 거니까.”
“회사가 크지 않으니까 그런 장점이 있구나. 너는 어떤 후배였으면 좋겠는데?”
“흠… 너네가 이야기한 거랑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우리 회사는 능력보다는 그 마인드를 보는 것 같더라고.”
“마인드?”
“어. 호영이가 말한 대로 우리 회사는 회사에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아, 그렇다고 아예 무능한 사람을 뽑겠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사람의 생각을 회사에서 어떻게 알겠어? 뭐, 능력이 전부가 아니다. 인성을 봐야 한다 어쩌고 하지만 난 솔직히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마인드나 인성 같은 건 결국 같이 일하면서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거야. 그러니까 결국 뽑을 때는 능력을 봐야 하는 거라니까.”
승진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훈도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
면접을 통해 그런 사람을 가려낸다고 하지만 면접관이 신이 아닌 이상 면접자의 그런 것들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사람의 인성을 알기 위해 지원자의 과거를 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많은 지원자들의 과거를 전부 조사하는 것이 무리기도 하고.
“그렇게 따지면 진짜 사기긴 하구나.”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정보력은 어마어마한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지훈은 주말 동안 살펴본 두 번째 용사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되새겼다.
어디 가서 그만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새삼 회사의 정보력에 감탄을 한 지훈이었다.
“사기?”
“아, 아냐. 어쨌든 나도 의견을 내긴 하겠지만 회사에서 알아서 뽑지 않겠어? 흙속에서 진주 찾듯이 나를 뽑았으니 후배도 좋은 사람 뽑겠지. 안 그래?”
“워메? 자신감 보소. 하하. 보기 좋네. 이제 진짜 지훈이 같네. 반갑다, 야.”
승진이 그렇게 말하고 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진짜 지훈이는 뭐냐.”
“인생 X같다고 한탄하던 그 강지훈이 아니라고. 이제야 볼만하네.”
지훈은 승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고, 자존감도 높았었던 20대 초중반의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결국 자신감 부족이었다니까. 그놈의 고시인지 뭔지 한다고 몇 년 썩고, 계속 취업 실패하고 하다 보니 주눅 든 거였을 뿐이야. 이렇게 당당히 자기 직업 갖고 하면 다시 원래 강지훈으로 돌아올 놈이었다니까.”
“그래, 임마.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인생 뜻깊게 살아가면 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짠하자!”
지훈은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늘 자신을 북돋아 주었던 친구들이다.
심지어 지훈은 이들 모두에게 금전적인 빚도 있었다.
은행 빚도 모두 갚았으니 이제 이번 달 월급이 나오면 친구들에게 갚아야겠다고 지훈이 생각하던 찰나였다.
“응?”
지훈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반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깃집으로 여자 셋이 들어왔다.
특히 그중 한 명은 모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어 고깃집에 있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와. 진짜 이쁘네.”
“그러게. 지훈이 이 새끼도 빤히 쳐다보네. 얌마, 그만 봐. 이제 취업했다고 여자한테 눈이 돌아가나 보지? 새끼. 크크.”
하지만 친구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지훈은 그녀의 빼어난 외모 때문에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녀가 풍기는 기운 때문이었다.
‘뭐지? 이 기운은?’
지훈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자 옆에 있던 호영이 지훈을 놀려댔다.
“역시 총각이라 그런지 제일 관심이 많네.”
“그런 거 아니니까 시끄러.”
친구 녀석들이 낄낄대며 지훈을 놀리자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무래도 자신의 느낌이 틀린 건 아닌 듯싶었다.
그녀와 그녀의 일행이 지훈과 친구들이 있는 곳과 반대되는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매장의 끝과 끝이긴 했지만 영락없이 그녀와 지훈이 서로 마주 보게 된 형국이었다.
“어쭈. 계속 보네? 너 관심있냐?”
“오오. 적극적이네~”
“그런 거 아니라고, 미친놈들아.”
친구들이 살짝 호들갑을 떨면서 지훈을 놀렸다.
아무리 나이 먹어도 이런 것은 변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지훈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며 기운을 조금 갈무리했다.
보현선사에게 기운을 운용하는 방법을 충분히 배우고 익혔기에 지금 지훈은 아주 자유롭게 기감을 조절할 수 있었다.
보현선사는 늘 수련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 수련방법 중 하나가 바로 늘 기감을 열고 다니는 것이지.’
원래는 담박으로 넋을 흡수한 직후에만 일어나는 현상이었던 기감의 증폭을 일부러 늘 발휘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위를 감지하는 기감도 더 예민하게 하고, 또 그럼으로써 기운이 어떻게 움직이고 운용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지훈은 주변 50M 정도를 기감으로 감지하는 중이었다.
“응?”
그때 테이블에 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훈은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지훈이 있는 테이블을 지나 화장실로 향했다.
다만 놀랄 점이 있다면 테이블을 지나치는 내내 지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뭐지? 혹시 내 기감을 눈치챈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사실 방금 전 지훈은 그녀에게 슬쩍 기감을 펼쳐보았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주위 공간을 향해 기감을 펼쳤지만 문득 호기심을 느껴 그녀에게 기감을 집중해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그런 자신을 이상하단 듯 쳐다보며 지나간 것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면 그녀가 지훈의 기감에 반응한 것이 틀림없다.
“어라. 이거 뭐야?”
“방금 봤어? 방금 그 여자 진짜 빤히 쳐다봤었잖아.”
“뭐야? 이거 진짜 가능성 있는 거야? 우와. 부럽다.”
“너, 그 부럽다는 말 내가 녹음해서 수연이한테 이른다.”
“지X마셈.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지 않겠냐.”
친구들의 장난에도 지훈은 조용히 슬쩍 시영이 앉아 있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그녀의 일행이 종업원에게 고기를 주문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 그 둘에게도 기감을 펼쳐봤지만 그 둘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지훈은 더욱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껏 자신의 기운에 반응한 인간은 없었다.
아니 굳이 따지면 한 명이 더 있긴 했었다.
“윤시후…….”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근데 이쁘긴 진짜 이쁘다. 다른 테이블 남자들도 다 흘깃거렸던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야. 좀 피곤하긴 하겠다. 저 정도 외모면 진짜 어딜 가나 시선집중이겠는데.”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다?”
“봤다고?”
석현의 말에 지훈이 반응했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여성이 다시 테이블을 지났다.
이번에도 그녀는 지훈이 앉아 있는 테이블 쪽을 바라보며 자리 자리로 향했다.
그런 까닭에 지훈은 그녀와 한 번 더 눈이 마주쳤었고 석현은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생각났다. 너네 기억 안 나?”
“응? 누군데?”
“윤시영이잖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