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67
제168화
「관리인….」
이무기가 말끝을 흐렸다.
관리인? 관리인이라고?
이런 뻔뻔한 이무기를 보았나.
감히 내게서 새싹이를 빼앗으려 들어?
절대 안 되지!
무엇보다 네가 관리인이 되면 그건 관리인이 아니라 관리용이잖아.
어감이 이상해서 안 돼.
“관리인 자리는-”
「…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어? 친구?”
「…….」
“아, 아아…! 관리인의 친구…!”
아니, 그럼 붙여 말할 것이지.
한 박자 띄어서 말하면 어떻게 해?
템포 못 따라갈 뻔했잖아.
관리인의 친구라….
“되고 싶었다”라고 했으니, 내가 아니라 전대 세계수의 관리인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뜻이리라.
디싱 나 토르….
나한텐 그냥 성격파탄자에 불과한데.
이무기도 그렇고, 엘프들한테도 믿음을 받는 걸 보면, 인기가 상당한 편이란 말이지.
설마 나한테만 그따위로 구는 거?
「관리인, 왜 말이 없나.」
“…너 바보야?”
「그래, 디싱도 그런 식으로 말했었지….」
“꿩 대신 닭인 것 같아서 기분 나쁘긴 한데.”
「꿩? 닭…?」
쾅!
투명한 벽에 머리를 박았다.
주륵….
이마의 살갗이 찢어져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과, 관리인…?」
“그걸로 낙찰. 진심이 느껴져서 아주 마음에 들어.”
「…….」
이무기는 입을 벌렸다.
당황스러운 얼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럼 이제 대답해볼까.”
「대답…?」
따스한 손길을 쓴다.
세계수의 마나가 검지를 감싼다.
그것을 이무기는 그리운 것을 보듯 바라봤다.
「따스한 손길? 잠깐. 관리인, 설마 지금 대답하려는 게….」
톡….
검지를 벽에 갖다 댄다.
그러고는 방금 털어놓은 이무기의 바람을 말했다.
“이무기는 용도 뱀도 아니야. 그냥, 친구일 뿐.”
그것은 전대 세계수 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무기가 소리를 질렀다.
「바보 같은…! 관리인! 그걸 지금 대답이라고 한 건가?」
“봤으면서 뭘 물어?”
「후, 그런 대답이 통할 리가 없지 않나!」
“그래?”
「당연하지! 뱀인가, 용인가. 그것만이 위그의 물음에 대답이 될 수 있는-」
우우웅…!
투명한 벽이 진동했다.
진동은 점점 거세져 공기를 일렁였다.
곧 ‘몰아친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가 되었다.
이런 현상이 뜻하는 건 하나뿐이다.
“대답이 됐는데?”
「아니, 이게 왜 되는 거지?」
이무기가 어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내 대답이 통한 것인지 모르겠는 눈치다.
“오….”
요동치던 벽에 글자들이 푸른빛을 띠며 떠오른다.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던 말처럼 문장들이 빽빽하게 얽혀 실드를 이루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 보는 글자들이 빠르게 움직인다.
글자들은 일사불란하게 한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곳에는 내 오른손 검지가 있었다.
“……!”
손가락을 떼려고 했지만, 마치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손가락을 통해 문장들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뭐랄까….
수천 마리의 개미가 타고 오르는 커다란 나무가 된 기분이다.
“그거 괜찮은 거야…?”
뒤에 서 있던 태천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마도라니….”
「괜찮을 것이다.」
이무기가 안다는 듯 대답했다.
움직이는 푸른 글자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그가 말을 이었다.
「용이라고 대답했을 경우, 내가 어떻게 용이 될 수 있겠나?」
“그야…. 응?”
그러게.
진짜 어떻게 용이 되는 거지?
몬스터의 등급이 바뀌는 경우는 얼마 없다.
어린 몬스터가 자라 성체가 됐을 경우.
머리에 검은 뿔이 자라나 진화했을 경우.
이무기는 둘 다 해당하지 않을 텐데…?
「문장에 깃든 마나를 전부 내 몸에 담는 거다.」
문장에 깃든 마나를…?
그 말은 즉….
「그래. 지금 위그의 마나가 관리인의 몸에 담기고 있다.」
“용으로 진화시킬 정도로 방대한 양의 마나가 내 몸에?”
「그렇다.」
“헐….”
말만 들으면 꼭 뿔이라도 자라날 것 같다.
[어린나무는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생각이냐고 나무랍니다.] [관리인의 머리에 자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전합니다.]아니, 새싹아.
그것도 문제인 건 마찬가지야.
새싹이일 땐 괜찮았지만, 어린나무인 지금 머리에 자라나는 건 좀….
실망해도 어쩔 수 없어.
상상해봐.
네가 내 머리 위에 자라나면 말 그대로 세계수의 뿌리 꼴이 되는 거잖아.
내가 뭐 인삼도 아니고.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휘젓습니다.] [관리인의 상상은 왜 매번 그런 식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전합니다.]뭘 또 그런 식이라고 표현하니.
상처받게.
“…응?”
실없는 대화를 나누는데, 시스템 창들이 떠올랐다.
[세계수가 성장했습니다!] [‘어린나무’ 상태에서 ‘조금 더 자란 어린나무’ 상태가 되었습니다!] [세계수 성장에 따라 모든 스킬 효과가 조금 자란 어린나무 상태로 강화됩니다.] [캐릭터 창과 스킬 창을 열어 관리인 백도운 님의 상태를 확인해 주십시오.]오, 드디어 새싹이가 성장…했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미묘했다.
조금 더 자랐다니.
이무기가 용이 될 정도의 마나가 담겼는데 별로 자란 것 같지가 않잖아.
[업적 달성!] [백도운 님은 세계수를 조금 자란 어린나무로 성장시켰습니다.] [업적을 인정받아 보상으로 S등급 스킬 ‘관리인 교본 제3권’을 드립니다.] [관리인 교본 제3권은 바로 우편함으로 전송됩니다.] [또한, ‘이벤트 던전 입장권’을 드립니다.] [이벤트 던전 입장권은 바로 우편함으로 전송됩니다.]관리인 교본 제3권….
1권엔 가지치기, 2권엔 세계수의 뿌리가 쓰여 있었다.
이번에 받은 3권엔 무엇이 쓰여 있을까.
전혀 짐작도 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좋은 스킬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받은 스킬들이 전부 좋은 스킬들이었으니까.
가지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어린나무는 가지치기는 즐거운 것이라고 전합니다.]그래, 그래.
즐겁지만 좀 그런 거.
이벤트 던전 입장권….
제발 잡초 뽑기만 아니어라…!
또 그 개고생하고 싶지 않아!
아니, 잠깐.
이럴 때가 아닌데.
시스템 창이 이렇게 연달아 떠올랐다는 건….
고개를 돌려 이무기를 바라본다.
“역시….”
그를 보호하던 실드가 사라졌다.
당연히 그걸 칭칭 감고 있던 세계수의 뿌리는 허물어졌다.
이무기는 그 안에서 구불거리며 쉽게 빠져나왔다.
“기분이 어때?”
「…날고 싶군.」
“다녀올래?”
「…….」
이무기는 가만 날 바라봤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그는 말하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유로이 나는 이무기….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았다.
“자식, 수고했어!”
찰싹!
태천이 어깻죽지를 후려쳤다.
“선택한다고 할 땐 얘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말이야.”
“아파, 인-”
퍼엉!
“퍼엉?”
귓가에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폭발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
아니, 가까운 곳이라고 표현하는 건 올바르지 않았다.
폭발한 건 내 어깻죽지였으니까.
“어?”
철퍽….
이어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어깻죽지가 터진 데 따른 결과다.
연결된 부위를 잃은 내 오른팔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어어어어?”
태천이 이상한 소릴 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얼굴로 제 손과 내 어깨를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아무래도 어깨의 폭발이 자기 때문에 일어난 거로 생각한 듯하다.
사실 새싹이가 성장한 데 따른 결과였는데.
마나 과다증….
현재 내 몸이 A급 헌터 수준인데도 이 증상이 나타났다는 건….
내 마나가 A급 헌터 수준을 아득히 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사실을 모르는 태천이는 자기 탓으로 착각하는 게 당연했다.
“이, 이게 무슨….”
“괜찮아.”
“괜찮기는!”
“너 때문에 이런 거 아니야.”
“나 때문이 아니라고?”
“그래.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퍼엉!
태천이의 물음에 대답한 건 입이 아니라 왼손이다.
폭발로 대신 대답한 것이다.
툭, 투두둑….
이어 연결 부위를 잃은 손가락들이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손 전체가 터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손바닥 아래쪽 부분만 터져서 엄지와 검지는 다행히 남아 있었다.
태천이는 입을 쩍 벌리며 그 꼴을 바라봤다.
마침 잘됐는걸?
왼손을 들어 올리고 슬슬 흔든다.
“봤지?”
“…뭐?”
“네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폭발했잖아.”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네 탓 아니라고.”
태천이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태천이는 내게 욕을 했다.
“이 미친놈아…!”
“갑자기 왜 욕을 하고 그래?”
“욕 안 하게 생겼어? 몸이 폭발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여유로워!”
“나 회복력 좋은 거 알면서 뭘….”
“시끄러워! 그걸 자랑이라고 해?”
투덜거리며 내 앞에 쪼그려 앉는다.
그러고는 바닥에 떨어진 오른팔과 손가락들을 조심스럽게 주웠다.
주워 봤자인데….
평상시였으면 다시 연결하는 것도 가능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가지치기가 유일했다.
“예전에도 이런 적 있다고?”
“어.”
“원인을 안다는 소리지?”
“당연하지.”
“그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알고?”
“그래. 전혀 걱정할 필요 없는 일이야.”
“후우….”
태천이 숨을 길게 내쉰다.
안도의 한숨…과는 조금 달랐다.
답답한 마음에 내뱉는 숨이었다.
“근데 뭐하고 서 있어?”
“어?”
“어서 해결해야지! 왜 가만히 서 있냐고!”
태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걸 보니 마음 같아선 나를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듯했다.
몸이 터질까 걱정돼서 못 치는 것이 분명했다.
“어, 여기에서 하긴 좀 그래서?”
“뭐? 지금 장소가 중요해?”
“중요하고말고.”
가지치기 부작용은 숲이 자라나는 거다.
심지어 그 숲은 자라나면서 던전을 정화하기까지 한다.
게이트는 던전이랑 다르게 차원 자체가 달랐으니 정화되진 않겠지만, 울창한 숲이 자라난다는 점은 같으리라.
그위친이 알아차렸던 것처럼 던전이 원래대로 되돌아온 원인을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놀랐어요.”
그때, 밀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허물어진 세계수의 뿌리 위에 서 있었다.
옆에는 그위친이 함께였다.
그는 포근한 미소를 지은 채 날 바라봤다.
두 사람만 보이는 걸 보면, 다른 이들은 버려두고 순간이동 마법을 쓴 것 같다.
이유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겠지.
“미스터 백이 ‘증표를 지닌 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
하지만 난 이 일에 관해 그녀와 대화를 나눌 마음이 없었다.
그럴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이곳을 빠져나가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몸이 자꾸 폭발할 터였다.
마나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페널티에 의해서.
“궁금한 게 참 많아요. 이무기를 보호하는 마법.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으, 으윽…!”
주저앉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엄지와 검지만 남은 왼손으로 오른 어깨를 붙든다.
이럴 순간을 넘기기엔 꾀병이 최고인 법이다.
[세계수 어린나무는 당황합니다.] [관리인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전합니다.]어허.
부끄러움은 잠깐이야, 새싹아.
“아이고, 나 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