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
제2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날 바라봤다.
나 또한 그들과 똑같았다.
날 보기 위해서 고개를 내렸다.
단검은 가슴에 박혀 있다.
하지만… 내가 왜 살아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슴을 찌른 단검은 심장까지 찌르지는 못했다.
“괜, 괜찮으십니까…?”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건 이재욱이었다.
이재욱은 내 안색을 살피며 천천히 걸어왔다.
괜찮다고 해야 할지, 멀쩡하다고 해야 할지….
단검을 가슴에 찔렸는데도 죽지 않은 사람으로서 뭐라 대답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고는 가슴에 박힌 단검을 뽑았다.
“그러지 마십-!”
이재욱은 다급하게 나를 말리려고 했으나 내 오른손이 더 빨랐다.
내 오른손은 단검을 한 번에 뽑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가슴을 찔린 것답게 아주 많은 피가 나왔다.
나오다가, 수도꼭지가 잠긴 것처럼 뚝 멈춰 버렸다.
“…….”
“…….”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나 또한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어서 가만 바라보았다.
피가 뿜어져 나오다 멈춘 이유는 간단했다.
상처 난 부위가 치료됐기 때문이다.
힐러가 힐링 스킬을 써 준 것처럼.
혹은 상급 힐링 포션이라도 마신 것처럼.
또는 상위 헌터처럼 신체 재생력이 뛰어난 것처럼.
“…네. 괜찮은 것 같네요.”
그리 말한 후 단검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사실 예상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렇지만 마냥 생각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눈앞에 우리 길드 사람들을 죽이려 한 적들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이재욱과 김상철도 그걸 이해해서 눈앞의 상대들을 바라봤다.
물론, 힐끔힐끔 내 얼굴과 가슴을 쳐다보긴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궁금한 거겠지.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날렵하게 생긴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즐거운 웃음은 아니다.
허탈함…?
그런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해한다.
단번에 죽이고자 가슴을 찌른 상대가 버젓이 살아 있다.
허탈함을 느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너 뭐냐?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네가 어설퍼서.”
“웃기는 소리! 난 정확하게 네 심장을 찔렀어! 그 감각을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여기 증거가 있잖아?”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멀쩡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걸어 나가자 이재욱과 김상철이 옆에서 따라와 주었다.
“내가 멀쩡하게 서 있는 게 네가 어설프다는 증거 아니겠어? 제대로 심장을 찔렀으면 내가 아니라 태천이라도 죽었을 거야.”
“…그래, 좋아. 이번엔 확실하게 죽여주마.”
남자가 품에서 또 다른 단검을 꺼냈다.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빠르기로 단검을 던졌다.
남자는 놀란 얼굴을 하면서도 손쉽게 내가 던진 단검을 피해 냈다.
그러나 그 뒤에 서 있는 남자는 반응하지 못했다.
던진 단검을 맞고는 그 힘에 밀린 듯 뒤로 나자빠졌다.
엄살이 심한 녀석이다.
부상으로 은퇴한 D급 헌터가 던진 단검에 맞고 쓰러지다니.
남자가 쓰러진 제 부하를 돌아보고는 날 노려보았다.
“재미있게 해 주는데 그래, 백도운!”
“재미? 그렇게 재미만 느껴도 괜찮겠어?”
“뭐?”
“네 목적은 날 포함한 이곳 모든 사람을 죽이는 것이었을 텐데.”
“그런데?”
“너 실패했다고, 멍청아.”
나는커녕 아무도 죽지 않았다.
물론,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죽인다면 죽일 수야 있을 거다.
일반인에 가까운 나와 해체업자들 정도는.
그러나 이재욱과 김상철은 그러지 못할 거다.
둘은 한국에 몇천 명 정도밖에 없는 B급 헌터다.
상대가 최상위 A급 헌터만 아니라면, 싸우는 게 아니라 도망만 치는 거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실력자들이란 거다.
목격자를 남기지 않아야 하는 놈들에겐 큰 걸림돌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을….”
“그래?”
“당연하지! 너희 따윈 얼마든지 금방 죽일 수 있으니까!”
남자가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다른 남자들도 이재욱과 김상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앞에 순식간에 도달한 남자는 오른팔을 뻗었다.
피할 새도 없이 내 얼굴은 남자의 움켜쥔 손아귀에 갇혔다.
폐차장 압축기에 깔린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 끄읍!”
고통을 버티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
남자의 팔을 붙잡고 몸을 버둥거리기도 했다.
고통은 줄어들지 않았고, 남자는 꼼짝하지 않았다.
남자가 씩 웃었다.
“죽어라!”
내 얼굴을 움켜쥔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러다간 얼굴이 두부 으깨지듯 으깨져 버릴 것만 같았다.
당연히 ‘같았다’라는 느낌으로 끝나지 않았다.
“……!”
빠각!
머리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 얼굴이 남자에 의해 박살이 난 것이다.
그 때문인지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얼굴을 덮쳤던 손아귀가 멀어지자 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머리부터 바닥에 고꾸라졌다.
“봐. 금방이지?”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 낄낄거렸다.
저 낄낄거림이 짜증 났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몸엔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날 수도 없었으니까.
“다음은 쟤네 차례야.”
그러면서 남자는 이재욱과 김상철을 가리켰다.
눈동자만 굴려 남자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이재욱과 김상철은 다행히도 우세하게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만, 눈앞의 남자가 합세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남자는 천천히 이재욱과 김상철에게로 걸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나에게 절망을 안겨 주려는 듯했다.
남자를 막아야 했다.
지금, 남자의 걸음을 막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어, 이어!”
얼굴이 박살 났기 때문일까?
입에선 알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내가 말했으면서도 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남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봐, 곱게 누워 있으라구. 어차피 곧 죽게 될 테-!”
나를 돌아본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이 점점 사라졌다.
내가 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상체를 들어 올려서일까.
비틀거리는 다리로 일어나 남자를 바라봐서일까.
아니면,
“마, 해찌, 어설프다고.”
박살 난 얼굴로 말을 해서일까.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뭐, 냐. 너…! 넌, 넌 대체 뭐냐!”
“백도운.”
“그딴 걸 물어본 게 아니야!”
그러면서 남자가 달려들었다.
이번에도 움직임이 보여 반응하려고 했으나 못했다.
내가 물러나는 것보다 남자가 달려들어 팔을 휘두르는 게 훨씬 빨랐다.
남자의 단검이 내 목을 그었다.
목에서부터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오다가, 금세 멈췄다.
“……!”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그 반대로, 내 입가엔 미소가 번져 올라왔다.
번지는 웃음을 내버려 둔 채 남자에게 말했다.
“순진하네, 너.”
“…뭐, 뭐?”
가슴이 단검에 찔리고도 멀쩡하고,
얼굴이 박살이 났는데도 멀쩡하고,
단검에 목이 그였는데도 멀쩡한 이유.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세계수 열매.
방금 먹었던 그것이 세계 최고의 영약으로서 내 몸을 회복시켜 주고 있는 거다.
아마 예전에 다쳤던 몸까지 치료해 주고 있으리라.
그렇기에 몸에서 힘이 넘쳐 흐르는 걸 테지.
물론, 그 사실을 눈앞의 남자는 모른다.
나는 남자를 비웃듯 히죽 웃었다.
“너는, 정말로 그 이태천의 친구가 평범한 사무직원일 거로 생각한 거야?”
“……!”
사실, 조금만 생각하면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가슴을 찔렸을 때 함께 놀랐고, 남자의 움직임에도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으니까.
평소처럼 냉정한 상태였다면 거짓말이란 걸 쉽게 간파했을 터.
그러나 남자는 혼란에 빠졌고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마치 내 말이 전부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으리라.
난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자, 어서 날 죽여야지?”
그리 말하면서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남자는 한 발자국 물러났다가 자신이 물러났다는 사실을 깨닫곤 분노했다.
그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단검을 휘둘렀다.
남자의 단검이 내 어깻죽지에 박혔고 옆구리까지 사선으로 그어졌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꾹 참았다.
지금 보여야 할 태도는 절대적 강자로서의 여유로움이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아니다.
두 팔을 천천히 뻗어 남자의 어깨를 붙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이게 다야?”
“무, 뭐?”
“계속해야지.”
“……!”
“계속하라고!”
“으, 으아아!”
다그치자 남자는 괴상한 소릴 질러대며 단검을 휘둘렀다.
사람을 단번에 죽일 급소를 찌를 생각은 하지도 못한 듯 닥치는 대로 휘둘러 댔다.
시간이 얼마간 흘렀을까?
남자가 어깨를 붙들고 있던 내 팔을 뿌리치고 빠르게 물러났다.
드디어 내 거짓말을 간파한 걸까.
아니, 아니다.
공격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단검을 쥔 남자의 손에 마나가 모여드는 게 보였다.
분명 남자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위력이 담긴 공격일 거다.
나는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래! 그런 걸 기다렸어!”
“죽어, 이 빌어먹을 괴물 새끼야!”
남자는 마나 운용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내 몸을 몇 번이고 벴던 남자의 단검이 내 배에 꽂혔다.
그러자 수류탄이 터진 듯 강렬한 폭발이 인다.
세계수의 열매를 먹어 재생력이 좋아졌다고 해도 그 폭발 속에서 버티고 서 있을 수는 없었다.
내 몸뚱어리는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배에서부터 처음 느껴 보는 고통이 느껴졌다.
마나 발전기가 꺼졌을 때보다 심했다.
그때도 정신을 잃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심했다.
“푸흐흐….”
그런데도 웃음이 나왔다.
아파서 죽을 것 같다.
딱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도 입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상체를 일으킨다.
날렵하게 생긴 남자와 그 무리의 시선이 보인다.
그들은 하나 같이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폭발을 일으킨 스킬을 맞고도 살아 있으니 놀랄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푸덕.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더라면 난 한 걸음 내디뎠을 거다.
“……아.”
확실히, 내가 느꼈던 고통만큼 위력이 강력하긴 했던 모양이다.
내 배는 정말 만신창이였다.
창자가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정도로.
“에이, 귀찮게.”
길게 늘어진 창자를 대충 들어 올리고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남자가 경악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을 했다.
내가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뒷걸음질을 쳤다.
아까처럼 자기가 뒷걸음질 쳤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번엔 남자는 분노하지 못했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이 미친 괴물 새끼야!”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두려움을 터뜨렸다.
두려움은 남자의 부하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몇 명은 “저게 뭐야”라느니 “괴물!”이라느니 두려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몇 명은 못 볼 것을 본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털썩 주저앉았다.
“뭐 해? 나 안 죽일 거야?”
“……!”
“안 죽일 거냐고!”
다그치자 날렵한 외모의 사내는 겁먹은 사람이 흔히 하는 행동을 선택했다.
몸을 재빨리 뒤로 돌리고는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리더였던 남자가 도망치자 다른 남자들도 더 싸울 의지를 포기하고 도망쳤다.
“…….”
“…….”
남아있는 건 백운천 길드원들뿐이다.
난 날 멍하니 바라보는 이재욱과 김상철에게 턱짓했다.
“안 쫓아갑니까?”
“아, 아! 네! 갑, 갑니다!”
“지금 바로 쫓겠습니다!”
이재욱과 김상철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하더니 도망친 놈들을 쫓아갔다.
그 둘은 쫓아가기 전에 내 배를 힐끔 바라봤다.
흘러내렸던 창자가 다시 배 속으로 들어가는 꼴을 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실 창자가 흘러나왔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자기가 알아서 들어가서 참 다행이다.
“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이재욱과 김상철을 돕기로 했다.
도망친 놈들을 쫓아가기로 한 것이다.
내게 공포를 느끼고 있으니 싸우지 않아도 도움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