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26
제227화
“所長!”
장첸 소장과 함께 간이 식당에 들어가자 한 연구원이 손을 흔들었다.
앞의 식탁에 식사가 준비된 걸 보니, 대신 배식을 받아준 것 같다.
나와 이성훈의 것도 받은 듯 식탁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식판이 세 개 놓여 있었다.
고마워라.
옆에 선 소장이 그쪽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那边坐吧.”
중국말이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맥락상 저기에 앉자는 말이라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가리킨 자리에 이성훈과 앉는다.
식판에는 볶음요리들이 즐비했다.
중국 아니랄까 봐 볶음류 음식이 가득하다.
일어나자마자 이걸 어떻게 먹어?
“흠, 흠.”
이성훈이 헛기침을 했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지우고자 내뱉은 기침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거다.
자고 일어난 지 얼마나 되지도 않았는데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게 영 불편하리라.
고등학생 때라면 일어나자마자 삼겹살도 구워 먹었을 테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밥 옆에 맑은국이 준비돼 있다는 점이다.
볶음요리를 먹지 않아도 한 끼 식사는 때울 수 있을 거다.
“…먹자고.”
“넵….”
그런 식으로 밥을 얼마간 먹었을 때쯤, 장첸 소장이 지도를 꺼내 들었다.
식판을 치운 식탁에 펼친 지도에는 고비 사막이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중 두 구역이 검게 색칠돼 있었다.
검게 색칠된 구역은 녹지화 작업이 모두 끝난 곳이다.
이제 남은 건 북동 구역과 북서 구역으로, 현재 진행 중인 곳은 북서 구역이었다.
그리고….
“고비 던전이 가까워져 가는군요.”
장첸 소장의 말을 이성훈이 바로 통역했다.
소장 말대로 북서 구역은 고비 던전이 있는 곳이다.
사막 바깥에서부터 진행한 녹지화는 곧 던전 구역으로 다다르게 될 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솔라빔을 쏘고 있는데 큰사막게 몇십 마리가 튀어나왔다.
암석 아래에 있던 놈들이 튀어나온 건데 아마도 그 암석이 놈들의 집인 듯했다.
물론, 그것들은 단단한 등딱지를 지니고도 솔라빔을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송욱진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네?”
송욱진…이라면, 중국의 A급 헌터다.
첫날 인사를 하고 난 후 본 적이 없는 진호우 남매 대신 나와 얼굴을 직접 부대끼는 아저씨였다.
진호우는 그렇다 치고, 지룡이란 인간은 공항에서 악수한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 마중을 나왔을 때도 만사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해댔는데….
아마도 제 의지로 이곳까지 온 게 아닌 듯했다.
리롄제의 명령 때문에 와있는 거겠지.
“얼마 안 있으면 고비 던전이 범람할 때였거든요.”
“아, 그랬습니까?”
“그가 할 일을 도운 씨가 대신해줄 테니 좋을 수밖에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던전 쪽을 그냥 지나치고 싶어지는걸요?”
“네? 어이쿠.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그랬다간 제가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고는 장첸 소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진심을 담아 말한 게 아니라 농을 던진 것이었기 때문에 피식 웃었다.
나와 소장 사이에서 빠르게 통역하는 이성훈은 마음 놓고 웃지 못했다.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은 듯 미소를 유지한 채였지만.
장첸 소장에게서 시선을 돌려 송욱진을 바라봤다.
그는 동료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시선을 느꼈는지 곧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여 보인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장첸 소장의 말마따나 좋아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나라도 누군가 내가 할 일을 대신해준다면 기쁠 거다.
그게 사막 녹지화 작업이든 던전 범람을 늦추는 것이든.
“…어라?”
“팀장님? 왜 그래요?”
“…….”
조용히 이성훈을 돌아봤다.
녀석은 불안한 얼굴로 날 마주 본다.
저 표정의 의미를 잘 안다.
내가 또 이상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얼굴이다.
녀석에겐 다행스럽게도 이상한 짓을 저질러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건 아니었다.
던전 범람 시기가 됐다고 하니, 깜빡 잊고 있던 게 떠올랐을 뿐이다.
김재식….
그래, 김재식에게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요?”
“그래. 정말로.”
“…….”
진실을 말했으나 이성훈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못 믿을 거면 뭐하러 물어본 건지, 원.
의심하든지 말든지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둬야겠다.
딱히 믿어달라고 사정해야 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제멋대로 의심하다 지쳐버리라지.
톡, 톡톡….
김재식에게 짧게 메시지를 보내며 식탁에서 일어났다.
장첸 소장이 날 따라 일어났다.
“작업하러 가시는 겁니까?”
장첸 소장의 질문을 이성훈이 바로 통역했다.
고개를 끄덕여 질문에 긍정했다.
막사로 돌아가 무기를 깨운 후 녹지화 작업을 수행하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가 밝게 웃었다.
아까 날 향해 미소를 지었던 송욱진의 얼굴과 똑같았다.
하긴….
녹지화 사업은 원래 장첸 소장이 할 일이었다.
그걸 내가 하고 있었으니, 자신이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송욱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저런 미소를 짓는 것도 당연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해 뜨고 봅시다.”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간이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이성훈을 돌아봤다.
“오늘은 쉬어.”
“네?”
“피곤하다며. 오늘은 민주 씨랑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도록 통화나 해.”
“…흠, 흠!”
이성훈은 식당에서처럼 헛기침했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또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으러 찾아올 텐데요….”
“찾아오면. 나 때문에 못 간다고 그래.”
“팀장님 때문에요?”
“따로 일 시켰다고 하면 되잖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
“안 될 게 뭐 있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이성훈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답지 않게 쫄기는.
“우리가 저놈들 부하도 아닌데. 저놈들 스케줄을 계속 따라줄 필요 없잖아.”
“이미지란 게 있잖아요. 한국인으로서도 백운천 소속으로서도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단 말이죠.”
“그러니까 나 팔라고. 넌 너무나도 함께 일하고 싶지만, 내가 일을 시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상황 넘겨.”
“아….”
“네 상사인 내가 일을 시켰다는데 자기들이 어쩔 거야? 일 대신 해줄 것도 아닌데.”
“…….”
우뚝.
이성훈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왜? 나 뭐 이상한 소리 했냐?”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방금 팀장님이 처음으로 멋있게 보였어요….”
“처음?”
“진짜 멋있었어요. 나나 팀장님이 여자였으면 반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처음?”
“당연한 거 아니에요? 팀장님이 언제 제 인생에 도움 됐던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역시 관두는 게-”
“뭘 또 그런 흉악한 말씀을 하실까. 제게 주신 자유시간. 민주 씨와 행복하고 뜻깊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하면서 이성훈은 상체를 푹 숙였다.
두 팔까지 넓게 벌린 자세는 꼭 절을 하는 듯했다.
하여간 쓸데없는 말을 한마디 덧붙이는 놈이라니까.
우웅…!
오른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규칙적이지 않게 두세 번 울린 진동은 전화가 아니라 메시지가 수신됐음을 가르쳐주었다.
확인해 보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역시 김재식이었다.
아까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온 거다.
[김재식 : 대뜸 무슨 말씀이세요?] [김재식 : 일이라뇨?] [김재식 : 무슨 일이요?]오랜만의 메시지라 반가웠던 걸까.
녀석은 비슷한 내용의 메지지를 연달아 보내왔다.
바로 답장을 보냈다.
[일 좀 해줬으면 해서.] [김재식 : 무슨 일인데요?] [별거 아니야.] [김재식 : 별거일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순전히 제 착각이겠죠?] [ㅎㅎ 해줄 거지?]김재식은 해줄 거냐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별일일 것 같아서 걱정하는 것 같았다.
진짜 별일 아닌데….
왜 다들 내가 하는 말을 단번에 믿지를 못하는 거지?
[…….] [세계수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빤히 바라봅니다.]그렇게 바라보지 마.
꼭 원흉이 나한테 있는 것 같잖아.
[어린나무는 바로 그 말을 하고 싶은 시선으로 관리인을 보고 있다고 전합니다.]…걱정스러운 마음이 다는 아닐 거다.
아마 김재식은 다른 데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터였다.
[어린나무는 무시하지 말라고 전합니다.]나와 약속한 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다른 데 신경 썼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불안한 거겠지.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집중해주길 요망합-]그 마음을 이해해 주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부탁할 사람이 이 녀석밖에 없었다.
도희랑 태천이는 백운천 일로도 충분히 바쁠 테니까.
나 때문에 백운천 일이 아니라 다른 일까지 하게 됐기도 하고.
크라우드라거나, 폭식이라거나….
지상욱도 일하느라 바쁜 건 마찬가지였다.
최희석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바이올렛 바이올런스를 복용한 자들을 설득하고 있을 테니 따로 시간을 빼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우연후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웅…!
스마트폰의 진동이 생각을 끊어낸다.
[김재식 : 할게요.] [김재식 : 뭘 하면 돼요?]재식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내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마음이 다부지지 못하니까.
좋은 말로 하면 그만큼 착한 거고.
난 녀석이 해줬으면 하는 일을 바로 보냈다.
그걸 본 녀석은 곧바로 딜을 걸어왔다.
[김재식 : 대신 약속한 기간에서 보름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어. 안 돼.] [김재식 : 그럼 일주일?] [더 줄여줄 수는 있는데.] [김재식 : …….]그 문자를 끝으로 김재식은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내게 되지도 않는 거래를 하려고 하다니.
귀엽기 그지없구만.
“그런데….”
보름만 더 시간을 달라는 말은 그 정도만 더 주면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인 건가?
흐응, 정말로 그런 거라면….
한 달 후 한국에 돌아가서 만나게 될 날이 기대되는걸?
얼마나 성장해 있을지 무척 궁금해.
“…팀장님.”
“응?”
이성훈은 날 불렀지만, 날 보고 있지 않았다.
녀석의 시선은 눈앞에 향해 있었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진호우.
그녀가 내 막사 앞에서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꼭 고민에 빠진 사람 같다.
“진호우 씨?”
“꺅…!”
“……꺅?”
답지 않게 귀여운 비명은 뭐지?
진호우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날 돌아본다.
마치 해선 안 될 짓을 하다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
뭐지?
그녀는 그저 막사 앞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닌 것뿐….
“설마….”
“是误会!”
그녀가 중국말로 다급하게 말했다.
당황해서 한국말로 말한다는 사실도 깜빡한 것 같다.
이성훈이 귓속말로 “오해랍니다.”라고 통역했다.
오해는 무슨.
누가 봐도 훔쳐보다가 걸린 사람인데.
“무기의 자는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까?”
“……!”
화륵!
그런 소리가 나는 것처럼 진호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어쩜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원.
일단 여기에선 어른스럽게 넘어가 주도록 하자.
무기의 자는 모습은 훔쳐보고 싶을 만큼 귀엽긴 하니까.
훔쳐보기 전에 들켜서 보지 못하기도 했고.
“아무튼. 여기엔 무슨 일로 찾아왔습니까?”
“작업하는 곳이 던전과 가깝다고 들었습니다.”
“…경고하러 온 거예요?”
“설마요. 그날과 같이, 조언하러 온 거랍니다.”
그리 말하며 진호우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여동생들은 원래 다들 이러나?
도희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
어쩜 가식적인 미소를 이렇게도 예쁘게 지을 수 있는 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훔쳐보다 걸려 민망함을 느낀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
“…….”
“…저기요.”
이성훈이 손을 들어 올렸다.
우리의 시선을 잡아끌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환기하고 싶은 듯했다.
우선 녀석의 뜻에 따라주기로 했다.
여기에서 진호우와 노려보고 있어 봐야 얻을 것도 없었으니까.
“뭔가요?”
“질문이 있어서요.”
“네, 하세요.”
“저분은 대체 누굽니까?”
이성훈은 막사 옆을 가리켰다.
이제 보니, 막사 옆의 그늘엔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아니.
누워 있다고 표현하는 건 옳지 못한 듯하다.
남자는 멍석말이를 당한 것처럼 이불에 돌돌 말려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드르렁….”
남자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무슨 잠을 이런 데서 저렇게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