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11
제312화
“인사들 해. 이쪽은 금지온. 우리 길드에 가입시키려고 데려왔어.”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옆엔 흰 가면을 쓴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어 손을 앞으로 뻗어 도희와 태천이를 가리켰다.
“왼쪽부터, 내 동생 백도희. 저건 이태천.”
“…안녕하세요.”
여자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도희와 태천이는 그녀의 인사를 정반대의 얼굴로 받아들였다.
도희는 떨떠름한 듯 눈살을 찌푸렸고, 태천이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을 끅끅 흘렸다.
상반된 반응에 지온은 기가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
“오라버니.”
“응.”
“이쪽 분 이름이, 금지온…씨라고요.”
“응!”
“어떻게 봐도 메스트 씨인데요.”
“…아닌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오라버니도 참겠다면서. 믿으라면서.”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걸?”
“…….”
도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와, 저것 봐 저거.
저 눈이 어딜 봐서 어디 오빠 보는 거야?
[세계수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명백하게 관리인의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내 편이 없구만….
“후….”
도희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내 옆을 쳐다봤다.
미소를 지어 보이자 도희는 순식간에 백발 마녀에서 하얀 성녀로 변했다.
“반가워요, 메스트 씨.”
“반가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음….”
“……?”
“…….”
도희는 곧바로 나를 노려보았다.
메스트 씨 맞잖아요.
눈빛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메스트가 입을 막았다.
흰색 가면을 쓰고 있어 가면 위로 손을 가져다 대게 됐지만.
아직 가면을 쓴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후우. 그래요. 오라버니가 내 말을 들을 거로 생각한 게 잘못이죠.”
“그건 그래.”
“죽는다 진짜.”
“미안…?”
간단하게 사과하자 도희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팔 길이만 닿았다면 휘둘렀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보고 태천이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끅끅 소릴 내던 건 웃음을 참고 있었던 것이었나 보다.
홱!
도희가 태천이를 노려본다.
“오라버니는 뭘 잘했다고 웃어요!”
“뭐, 뭐야. 갑자기 왜 불똥이 나한테로 튀어?”
“왜긴. 오라버니 알고 있었죠?”
“응? 뭘?”
“오라버니가 메스트 씨 탈옥시키려는 거, 알고 있었잖아요.”
“…….”
태천이는 대답하는 대신 싱긋 웃었다.
알고 있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미소가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태천이야 당연히 내가 메스트를 탈옥시키려던 걸 알고 있었다.
참겠다고 말한 그 순간에도 거짓인 걸 눈치채고 웃었던 녀석이다.
그리고 또….
“네 말이 맞아! 쟤 나 안 말리고 치킨 먹었어. 몹시 나쁜 놈이야!”
“야…!”
“뭐? 치킨…?”
“진짜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긴 마음 편하게 치킨을 먹고 싶다면서 혼자 가버렸다니까?”
“백도운 너 진짜….”
“호오….”
순간, 냉랭한 찬 바람이 불어와 한재임이 들어온 줄 알았다.
그 바람은 도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는데….
싸늘한 것 좀 봐.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빛의 마나 소유자가 아니라 얼음의 마나 소유자인 줄 알겠네.
도희에게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잠잠해진 건,
“죄송합니다….”
메스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보내온 이후였다.
도희는 두 손을 다급하게 휘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메스트 씨는 잘못한 게 없어요.”
“하지만….”
“정말 괜찮아요. 전 알아요. 오라버니가 한마디 상의 없이 강제로 끌고 나왔죠?”
“…….”
“역시….”
도희가 날 노려본다.
물론 그 시선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날 노려보는 것보다 메스트를 환영해주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한 거다.
역시 우리 도희라니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잘 왔어요.”
“아….”
“환영해요.”
“그래, 잘 부탁해요.”
“…고맙습니다.”
메스트가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벌써 몇 번을 숙이는 건지 모르겠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니, 눈물을 참고 있는 듯하다.
괜히 한 마디 던졌다간 울음이라도 터뜨릴지도.
“…나비는요?”
도희도 그리 생각한 모양이다.
자연스럽게 시선과 대화를 돌렸다.
“흐레이스는 지금 은마 매립지에 있어.”
“흐레이스요?”
“그게 자기 이름이라던데? 블린더 흐레이스. 새싹이 말로는 회색 나비라는 뜻이래.”
“애초에 이름이 나비란 소리야?”
“응. 그리고 들어보니 유럽에서 활동하던 유명한 도둑이었다네?”
“도두욱?”
“예쁜 거에 환장한다나 봐. 원래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던 A급 헌터였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도둑질을 하고 있더래.”
“…바보야?”
“바보지.”
“그딴 건 아무래도 됐고요. 지금 그 여자 혼자 있는 거예요?”
도희가 냉정하게 우리의 대화를 끊어냈다.
아아….
뭘 걱정하고 있는지 알겠다.
도희는 지금 흐레이스가 ‘혼자 있다’라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그럴 만도 하다.
며칠 전만 해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던 범죄 조직의 간부였으니.
“괜찮아. 이상한 짓 못 하게 해놨으니까.”
“못하게 해놨다고요?”
“힘을 제한했거든.”
“힘을…? 오라버니 그런 것도 할 수 있어요?”
“물론, 내가 아니라 새싹이가.”
“새싹이가요?”
도희의 시선이 내려갔다.
테이블에 놓여 내 손길을 받아들이는 새싹이에게로 향한 거다.
톡톡톡 톡톡.
“저번 일로 세계수의 권속이 됐잖아?”
“그랬죠.”
“그 때문인지 새싹이가 걔의 힘을 제한할 수 있더라고.”
“어머.”
“D급 헌터 수준으로 제한해놨어.”
“확실히…. 그런 상태라면 이상한 짓은 하지 못하겠네요.”
“그럼 그럼.”
헌터 포화 시대다.
D급 헌터는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쉽게 볼 수 있다.
흐레이스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해도 쉽게 제압당할 터다.
변태 능력도 쓸 수 없을 테고.
“아,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걸 발견했는데, 이게 대박이야.”
“뭔데요?”
“걔가 알테라-쇼넴을 쓸 수 있더라고.”
“네…?”
“그건 너와 엘프들만 쓸 수 있던 거잖아?”
“설마, 세계수의 권속이 돼서 쓸 수 있는 거예요?”
“바로 그거야. 깜짝 놀랐다니까? 한창 삽질시키다가 새싹이가 ‘될 것 같다’라고 말해서 시켜봤는데…. 진짜 되더라고.”
그리 말하며 시야 한 편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읽는다.
엘프들과 흐레이스가 알테라-쇼넴을 쓰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톡톡톡 톡톡….
[레디투스 숲의 엘프들이 지극정성으로 세계수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블린더 흐레이스가 대충대충 세계수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수에 대량의 영양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나뭇가지 하나가 자라납니다.]“…오?”
“왜 그래요?”
“방금 나뭇가지가 자라났어.”
“나뭇가지? 그동안 나뭇잎도 안 자라났다며.”
“그러니까. 깜깜무소식이더니 대뜸 나뭇가지가 자라네.”
“오라버니가 건네는 마나의 양이 늘어난 탓인 것 같네요.”
“아아….”
도희의 말이 맞는 것 같다.
게임에선 자주 있는 일이다.
너무 많이 얻을 수 있는 건 보통 생략되곤 하니까.
자동사냥 게임류에서는 잡템의 경우 줍지 않거나 자동판매되는 식으로 처리되기도 하고.
나뭇가지가 자라서 천만다행이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나뭇잎 한 장 안 자라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건네야 하는 마나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 줄 알고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스탯창을 열어 마나 칸을 확인했다.
[MP – 1325만130/2650만260(50% 상시 공유 중)]최대 마나가 80만이 늘어났다.
그동안 양분으로 바꾼 쓰레기가 몇만 톤인데 늘어난 게 겨우 80만이야?
역시 알테라-쇼넴은 효율 자체는 좋은 것 같지 않다.
따스한 손길처럼 직접 건네주는 게 아니라 영양제를 꽂는 느낌이니 당연한 건가?
“…앞으로 세계수의 권속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요.”
“응?”
“권속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잖아요. 그럼 권속 수를 늘려 곳곳에서 알테라-쇼넴을 쓰게 하면 세계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권속을 만들어 매립지마다 알테라-쇼넴을 쓰게 한다?
말마따나 새싹이를 키우는데 아주 좋은 수단이 될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권속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심장을 건드려야 하잖아.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하겠어?”
“저요.”
도희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말하는 내용은 전혀 대수롭지 않았지만.
그래, 그렇지.
우리 도희도 백 씨 집안 아이로서 충분히 미친 아이란 걸 깜빡했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의견을 묵살했다.
도희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듯했지만,
“저기….”
조용히 있던 메스트가 손을 들며 끼어들어 멈춰야 했다.
우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들어 올렸던 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댔다.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는 어때요…?”
“응?”
“제가 세계수의 권속이 되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
이런, 이런….
정말 솔깃하지 않은 요구인걸?
[어린나무가 관리인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메스트는 백운천에 가입됐다.
본명을 쓸 수는 없어 금지온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다.
몰래 이상한 짓 하려고 만든 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도희가 그런 자격증을 왜 갖고 있냐고 따지고 싶은 듯했지만, 유재이한테 연락이 와 캐묻지 못했다.
사냥감을 놓친 맹수처럼 아쉬워하면서 J.Y. 대장간으로 내려갔다.
메스트는 15층의 간부 사무실을 하나 배정받아 그곳으로 갔다.
흐레이스가 있던 사무실로 앞으로 두 사람은 함께 지내게 될 터였다.
잘 지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쩝, 근데 도운아.”
태천이 나를 부른다.
우린 현재 순살 치킨을 시켜 먹고 있었다.
“왜?”
부름에 대답했지만, 시선은 태천이를 향하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쥔 녀석의 오른손을 향했다.
녀석은 순살 치킨을 몇 점씩 집어 먹었다.
뭘까.
치킨이 종류별로 몇 박스나 쌓여 있는데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은 이 기분은.
서두르지 않으면 별로 먹지 못할 것 같아 나무젓가락을 뻗어 순살 치킨을 몇 점씩 찍었다.
“왜 단칼에 거절한 거야?”
“뭐를?”
“메스트 씨말이야. 스스로 권속이 되겠다는 거 거절했잖아. 왜 그랬어?”
“끌리지 않아서.”
“응?”
태천이 젓가락을 내려놓는다.
물론 치킨을 그만 먹으려는 것은 아니다.
녀석의 오른손엔 젓가락 대신 3000cc 맥주잔이 들렸다.
맥주잔은 덩치 때문에 별로 커 보이지 않았다.
벌컥벌컥.
맥주잔에 담긴 맥주가 단번에 절반이 사라졌다.
저게 사람이야 오우거야.
“메스트가 그렇게 말한 건 죄의식 때문이야. 뭐라도 해서 내게 도움이 되고 싶은 거지.”
“가상하구만.”
“그렇긴 한데. 그런 식으로 권속을 늘리고 싶지는 않았어.”
“흐음….”
“왜?”
“아니. 잘 생각한 것 같아서.”
태천은 어깨를 으쓱이곤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아까처럼 순살 치킨을 몇 점씩 집었다.
뭐지.
말 건 게 치킨 먹는 걸 방해하기 위함이었나.
“위험하기도 하고.”
“뭐가? 권속으로 바꾸는 거?”
“어. 심장 함부로 건드렸다가 잘못되면 어떡하냐.”
“하긴. 흐레이스 씨는 번데기 마법을 쓸 줄 알아서 괜찮았던 거니까….”
“엘릭서도 다 써서 없는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그 말도 맞네.”
동의하면서 순살 치킨 네 조각을 단번에 삼킨다.
저렇게 처먹는데 어떻게 탄탄한 몸이 유지되는 거람.
그나저나 세계수의 권속이라….
도희 말마따나 늘리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세계수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마나의 양이 얼마나 필요할지 감도 안 잡히는 걸 보면.
문제는 방법이란 말이지.
흐레이스처럼 번데기 마법을 쓸 줄 안다면 모를….
“…어라?”
“왜 그래?”
“흐레이스가 도우면 괜찮을지도?”
“무슨 소릴…. 오?”
태천이 내가 생각한 바를 알아차린 듯 탄성을 흘렸다.
흐레이스가 무사했던 건 번데기 마법 덕분이다.
그렇다면 그 마법을 사용한 채 심장의 성질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한 가지.
그 방법을 써먹을 만한 재목(材木)이 없다는 점이다.
“…어디서 안 굴러오려나?”
넝쿨째 굴러떨어졌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