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0
제40화
지상욱은 돌멩이에 총 7번 얻어맞았다.
안타깝게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이마와 코가 부러져 피를 줄줄 흘리고 눈이 퉁퉁 부어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정도?
저런 멍청이도 인간이긴 해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켈레톤이나 마족의 권속 같았으면 돌멩이 한 방에 치명상을 입었거나 심하면 존재가 사라져 버렸을 텐데.
녀석은 그렇게 얻어맞아 놓고서도 기가 죽지 않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녀석을 맞히고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따가 챙길 요량이었다.
새싹의 마나가 담긴 돌멩이니 분명 대단한 것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끄악! 제대로! 제대로 싸우지 못해, 이 개자식아!”
코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노발대발하는 꼴이 참 우습다.
놈에게 짐짓 당황스럽다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제대로? 우리 그냥 잠깐 몸 푸는 거 아니었어?”
“이, 썅!”
쾅!
놈이 분노를 터뜨리고자 거대한 양날 도끼로 바닥을 내리쳤다.
땅바닥이 크게 패인 것을 보니 확실히 위력은 충만해 보였다.
하지만… 저놈 정말 B급 헌터 맞나? C급 아니야?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양날 도끼를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저런 느린 속도로 도끼를 휘둘러서 레드 만티코어를 사냥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마리는 어찌어찌 사냥한다고 해도, 그 녀석들이 떼거리로 서식하는 한라산 게이트 솔로잉은 어려울 것 같다.
날개가 달린 만티코어는 여차하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면 그만이다.
“이 새끼! 장난질은 다 끝났냐?”
지상욱은 힐링 포션의 뚜껑을 거칠게 따며 소리쳤다.
벌컥벌컥 마시다가 반쯤 남은 포션을 열을 식힐 요량인지 머리에 부었다.
그러고는 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깨진 빈 병과 다르게 다친 얼굴이 더디게 회복되어갔다.
몸이 회복되어감을 느끼면서 녀석은 양날 도끼를 쳐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장난질에 힐링 포션 쓴 주제에 할 말이야?”
“이, 죽엇!”
“허, 나 죽이기로 한 거야?”
바보도 아니고, 죽이면 어쩌려는 걸까.
지금이라면 시비가 붙어 충돌한 정도로 끝낼 수 있었다.
협회도 시험의 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떠들고 싶지 않으니 좋게좋게 해결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나를 죽여 버리게 되면 시비가 붙은 정도로 끝낼 수 없게 된다.
폭행 및 살인으로 헌터 자격증이 취소되고 교도소에 들어가는 거로 끝나면 다행이다.
내 동생과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녀석에게 선사해 주고자 온갖 노력을 다할 게 분명하다.
“시끄러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지상욱은 양날 도끼를 휘둘러 댔다.
거대한 양날 도끼는 마구 휘둘러지는 정도라 피하기 쉬웠다.
어딜 노리고 있는지 빤히 보였다.
피하는 거로 끝내지 않고 반격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지는 않았다.
피하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놀이를 배워 노는 것처럼 녀석의 맹렬한 공격을 부드럽게 피해 냈다.
“촐랑.”
“여기야.”
“촐랑!”
“아니, 여기래도.”
“움직이지 좀 마!”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양날 도끼를 피하며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따스한 손길을 쓰지 않은 검지로 허리를 콕! 찌르자 놈이 ‘으흥!’ 이상한 소릴 냈다.
B급 헌터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니 실로 감개가 무량했다.
가지치기 전이었다면 도끼를 피해 내지 못했을 텐데.
아마 나무껍질을 이용해 공격이 통하지 않는 사실에 당황하게 만든 후 반격하거나 다치는 것을 불사하고 불나방처럼 공격했을 거다.
지금까지 그래 왔으니까.
“후욱, 후욱!”
양날 도끼를 휘두를수록 지상욱의 숨이 세차게 거칠어졌다.
가지치기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졌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임은 분명했지만.
그래도 몸이 이렇게까지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팔다리를 재생성하는 것도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리 충고해 주지 않은 디싱을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그 양반에게 매일 밤 저주의 말을 퍼붓겠다는 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 양반을 향한 증오의 말들이 떠오르고 있으니까.
“쥐새끼 같은 놈! 피하기만 할 거냐!”
“피하기만 해도 충분할 거 같은데? 숨 헐떡이는 꼴을 보니.”
그 말을 듣고 지상욱은 양날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그건, 나를 벨 생각보단 물러나게 해 거리를 벌리려는 셈 같았다.
녀석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뭘 하려는 건지 지켜봤다.
무언가를 할 요량이니 거리를 벌린 거겠지.
녀석은 허리춤의 마법 주머니에서 둥근 약병을 하나 꺼냈다.
불투명한 유리병엔 불길함이 느껴지는 보랏빛의 액체가 찰랑거린다.
독? 기껏 하려는 게 독을 뿌리는 건가 싶었는데,
“…마셔?”
지상욱은 뚜껑을 뽕 따서는 벌컥벌컥 마셨다.
보랏빛 액체가 녀석의 입속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지금 상황에 마실 만한 포션이라면, 한 종류밖에 없다.
버프 효과가 있는 포션일 거다.
이제야 저 정도 실력으로 어떻게 한라산 게이트를 솔로잉 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눈 색깔이 보랏빛으로 변한 녀석을 보며 부러 크게 인상을 찌푸렸다.
“약쟁이였어?”
“…….”
사실, 녀석을 화나게 하려고 멸칭으로 부른 거다.
버프 효과가 있는 포션을 복용하는 행위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랑 달리 부작용도 없는 순수한 포션이라고 정부에서도 합법으로 인정한 건데 내가 뭐라고 나쁘게 보겠는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 구매할 생각은 해 본 적 없지만, 부족한 신체 능력을 보강해 주는 좋은 소비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멸시하는 사람들도 그 이유가 순수한 힘이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싫으면 마법사들에게 버프를 받지 말고, 능력 올려주는 마법 아이템도 끼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도 지금뿐이다.”
그리 말하고는 지상욱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카메라에 찍히는 곳에서 도핑하는 모습을 보일 생각은 없었으리라.
흠. 아까와 달리 차분하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니 더는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것 같다.
아까보다 1.5배 정도 더 강해졌으려나?
허리춤에 단 마법 주머니에서 아르카 꺼내 어깨에 둘러멨다.
거대한 아르카를 보고 지상욱이 나를 비웃는다.
“목검? 그걸로 뭘 하겠다는 거냐?”
아르카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비웃는 것도 이해한다.
그 나무가 세계수라는 사실도 모를 테니까.
“이건, 검이 아니야.”
“뭐?”
내 말을 듣고 나서 녀석은 한쪽 눈을 찌푸렸다.
검이 아니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아무리 봐도 대검으로 보였으니까.
나도 유재이에게 듣기 전까지는 아르카를 대검으로만 생각했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아르보르 카풀루스.”
“아르, 뭐?”
“칼자루란 뜻이다.”
“칼자루? 대체 무슨 소릴 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칼자루…!”
마나를 불어넣는다.
아르카가 푸른 칼날을 뿜어 낸다.
지상욱이 입을 떡 벌린 채로 아르카를 하염없이 응시한다.
높이만 따졌을 때 3층 높이에 다다르는 칼날은 모습만으로도 위압감을 내비친다.
도핑한 덕분에 몇 배로 강해진 녀석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고양감에 취해서 위압감을 떨쳐 버린 것이다.
양날 도끼는 아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를 향해 쇄도해 왔다.
“…이놈!”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녀석의 공격을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도핑해서 2~3배 빠르고 힘이 세진 지상욱을 상대로 전혀 달리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르카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수 관련 아이템을 들고 있으면 신체 능력이 향상하는 세계수의 관리인 스킬 패시브가 발동한 거다.
가지치기 전에는 신체 능력이 향상됐어도 그리 큰 폭으로 느껴지지 않았었다.
지금은 확실히 신체 능력이 좋아진 것이 체감됐다.
“어째서! 어째서 닿지 않는 거야!”
그 사실을 모르는 지상욱이 절규했다.
도핑했는데도 아르카의 범위 안으로 파고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 아르카의 푸른 칼날이 지상욱의 목에 닿았다.
녀석은 히익 소릴 내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계속할 거야?”
“…졌어! 내가 졌어! 그러니까 이것 좀 제발 치워 줘!”
“그래, 잘 생각했다.”
녀석은 양날 도끼를 내려놓으며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아직 지지 않았다면서 더 난리를 피울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빨리 포기했다.
그때, 지상욱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검지를 내뻗었다.
이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눈은 뭐야?
“저거, 저거!”
“……!”
내 뒤에 나타난 그것은 아파트 상가 건물만 했다.
A등급 외눈박이 몬스터 ‘사이클롭스’였다.
같은 A등급에 같은 한눈이지만 유리 대포라고 무시 받는 왓쳐하고는 차원이 다른 녀석이었다.
저놈에게 살해당하고 다쳐서 은퇴한 헌터도 한 자릿수로는 다 셀 수 없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도 ‘통곡의 몬스터’다.
많은 A등급 헌터들이 저것을 사냥하지 못해 제대로 된 A등급 헌터 취급을 받지 못했다.
“저게 대체 왜 나타나는-!”
지상욱은 소리치다가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사이클롭스가 나타난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걸 깨달은 거다.
시험의 탑이 내가 저걸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A등급 헌터들에게 통곡의 몬스터라고 불리는 사이클롭스를.
“내가, 저놈을…?”
붉은 눈의 사이클롭스를 올려다본다.
그것은 하나밖에 없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다가 오른손에 쥔 나무 몽둥이를 휘두른다.
몸을 풀기 위한 단순하고 간단한 팔 동작이다.
그런데도 푸른 칼날을 만든 아르카처럼 거대한 나무 몽둥이는 지상욱이 휘두른 양날 도끼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땅에 박혔다.
또 폭탄을 터뜨린 듯한 굉음을 내며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
“이 자식이!”
그것은 곧바로 나를 향해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마치 한 번의 팔 동작으로 인사를 끝냈다고 말하는 듯하다.
내가 정말 저걸 쓰러뜨릴 수 있는 건가?
그런 의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나와 사이클롭스의 전투는 시작됐다.
***
우채연은 지온이 자기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 몬스터들을 마구 사냥하는 바람에 그가 자리를 피한다고 생각했다.
그걸 사과하기 위해 쫓아가려는 순간 그를 먼저 뒤쫓는 남자를 발견했다.
“저 남자는 분명….”
그녀는 남자가 아까 대기줄에 앉아 있던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사람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가 자기 때문에 귀찮은 일에 휘말렸음을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단번에 알아차렸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 남자를 치워 버리려고 했는데, 이따금 지온이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고 그만뒀다.
지온은 남자가 뒤쫓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천재라고 칭찬을 받아온 그녀도 지금까지 미행당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도.
그는 어떻게 알아차리고 유인하고 있는 걸까.
그녀는 조금만 더 지온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단해.”
가만히 지온을 지켜보던 채연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는 아주 능숙하게 자기보다 실력이 낮은 상대와 겨뤘다.
그 모습은 마치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스스로 깨닫도록 가르쳐 주는 듯했다.
몇 분이 지난 후 감탄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저렇게 막아?”
우채연은 그를 처음 만났던 날 오빠가 “늘 놀라움을 주는군요”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그녀에게 계속 새로운 놀라움을 주었다.
대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칼자루였다는 것도 놀라웠다.
하지만 더욱더 그녀를 놀라게 한 건 수많은 A급 헌터를 은퇴하게 만든 사이클롭스를 단신으로 상대하는 모습이었다.
지온은 폭탄을 터뜨린 것 같은 구덩이를 만들어 낸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아무 피해도 없이 막았다.
그 공격을 막아내느라 충격이 컸을 텐데도 바로 돌진해 반격을 꾀하기도 했다.
백도운과 사이클롭스의 서로 물러나지 않는 공방을 보면서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의문을 중얼거렸다.
“지온…. 저 사람 대체 정체가 뭘까?”
우채연은 저런 실력의 소유자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떤 남자는 한라산 게이트를 솔로잉 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였다.
그런데도 지온이라는 이름은 그녀의 오빠에게서 듣기 전까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그것이 궁금했던 우채연은 지온이 어떤 사람인지 조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녀는 그의 이름이 지온이 아니라 백도운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