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70
제70화
지상욱의 황당해하는 얼굴이 보인다.
입이 멍청하게 벌어져서는 가만히 날 쳐다본다.
내가 “싫은데?”라고 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서로 사이가 나빴으니 넙죽 받아들일 줄 알았겠지.
“뭐야? 저 사람 이태천 친구 아니었어?”
“친구 맞아. 어렸을 때부터 친했다고 했어.”
“근데 왜 저래?”
뒤에서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도 내가 지상욱의 부탁을 들어줄 거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는 말들을 들어 보니, 녀석과는 다른 이유로 부탁을 들어주리라 생각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태천처럼 대답할 거로 생각했던 듯하다.
“그래, 네 뜻에 따라 주마.”
혹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끝을 기억해 줄 테니.”
그따위의 말들을 내뱉을 줄 알았으리라.
뭐, 사람들이 그리 착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나와 태천이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으니까.
그처럼 나도 기사도 같은 걸 중요시하는 부류의 사람인 줄 알았을 거다.
전혀 아니었지만.
난 태천이처럼 사람들에게서 ‘기사’라고 불릴 만한 인품의 사람이 절대로 아니었다.
황당해하는 녀석에게 말했다.
“너한테 물어볼 거 있는데 쉽게 죽여주겠냐?”
“물어볼, 것…?”
“그래, 인마.”
“나한테 물어볼 거라는 게… 뭐지?”
“시탑TV. 그거 영상 올린 놈 네 친구지?”
이거 물어보려고 세계수의 아침이슬까지 썼다.
기껏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했더니 죽여달라고?
나랑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따위 말을 들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친구다. 근데, 설마 지금 그거 물어보려고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거냐?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어, 그거 맞는데? 그 새끼 지금 어딨어?”
“…….”
“아, 어디 있냐고. 왜 말을 안 해?”
재촉하기 위해 오른 검지를 들어 올린다.
지상욱이 몸을 움찔거리면서 검지를 쳐다봤다.
우스운 일이다.
방금 죽여달라고 말했던 놈이 내 검지에 겁을 먹는 꼴이라니.
죽여주는 건 괜찮으면서 얻어맞는 건 괜찮지 않은 걸까.
그럴 리 없지.
놈이 죽여달라는 건 저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죽고 싶은 게 아니다.
“녀석은 내버려 둬. 나 때문에 그런 영상을 올린 거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어디 있는지나 말해.”
“…….”
“말하기 싫어?”
지상욱은 입을 다문다.
이런 꼴이 됐는데도 친구라고 의리를 지키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그럼. 말하고 싶어지게 만들어 주지.”
“뭐? 무슨 짓을 하려, 읍!”
오른손을 뻗어 얼굴을 꽉 붙든다.
외형 때문인지 꼭 주둥이를 붙잡힌 고양이 같아 보였다.
고양이라고 부를 만한 크기는 아니었지만.
입이 틀어막힌 녀석은 당황해서는 두 앞발을 들고 내 팔을 밀쳤다.
모습만 괴물처럼 변한 건 아닌 모양이다. 팔을 밀치는 앞발들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나무껍질 스킬에 막혀서 내 팔에 닿지도 못했지만.
벌 인간을 상대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가지치기한 이후 한층 더 신체 능력이 올랐다.
지상욱이 마족의 힘으로 괴물처럼 변했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얼굴을 붙든 오른손을 아래로 내린다.
따라서 녀석의 몸이 아래로 낮춰졌다.
“아, 좀 가만히 있어. 정신 사납잖아.”
“…으읍!”
꽉 힘을 주자 지상욱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파서 발들을 내젓는 꼴이 심해진다.
버둥거림은 얼마 가지 않았다.
곧 녀석은 앞발들을 내 팔 위에 얹은 채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
고통을 참기 위해 한껏 찌부러진 얼굴을 보면서 스킬을 썼다.
“세계수의 뿌리.”
오른손이 순식간에 나무뿌리 형태로 변했다.
다섯 개의 나무뿌리는 길게 뻗어 나가 녀석의 온몸을 칭칭 감는다.
몸을 휘감은 오른손에서 짐승의 감촉이 느껴진다.
레드 만티코어를 사냥할 때는 몰랐다.
생긴 게 나무뿌리라서 손처럼 감촉이 그대로 느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긴,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형태가 변했다고는 해도 내 손인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붙들고 있는 것이 인간 남자의 몸이 아니라 짐승의 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그렇기도 했고.
“읍으, 읍으읍읍!”
“뭐?”
“으읍! 읍읍!”
녀석이 눈동자를 마구 굴렸다.
내 손에 붙잡힌 탓에 얼굴은 돌리지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는 거였다.
그러면서 벌려지지 않는 입으로 뭐라 뭐라고 떠들어 댔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추측을 해 보자면 제 몸을 휘감는 것을 풀어 달라고 하는 것 같다.
무시했다. 편의를 봐줄 생각은 없었다.
녀석의 몸에 있는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헉! 몸이?”
“몸이 작아지고 있어!”
“에너지 드레인?”
“바보, 그 스킬이면 몸 크기가 작아질 리가 없지!”
“그것도 그러네. 그럼 저건 무슨 스킬이야?”
뒤에서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손에 포박된 지상욱의 몸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서다.
에너지 드레인?
비슷하게 맞추긴 했네.
“어라?”
작아지던 녀석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저거 혹시?
[세계수 어린나무가 마족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전합니다.] [관리인에게 절대 놓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옵니다.]내 짐작이 맞았다.
검은 연기는 몸속에 있던 마족의 기운이 빠져나온 것이었다.
내게 흡수되기 싫어서 도망치려는 것이 분명하다.
“누구 마음대로?”
코웃음을 치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푸른 마나가 나무뿌리로 흘러 들어간다.
마치 청소기의 세기를 약에서 중으로 중에서 강으로 올린 듯 빨아들이는 양이 대폭 늘어났다.
허공으로 떠오르던 검은 연기는 마치 리와인드 되는 것처럼 몸속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내 오른손으로 흘러들어 왔다.
마족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꾸만 달라붙는 끈적끈적한 것을 집어 든 것만 같다.
슬라임이나 액체 괴물 같은 장난감을 만진 감촉은 아니다.
그 감촉은 마치 액체화된 타르를 손에 쥐고 있는 듯 끔찍하다.
“허, 제법 많은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크라우드 놈들은 변태하면 적어도 2배는 더 강해졌다.
지상욱도 괴물이 됐을 때 B급 헌터 수준을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됐다.
그 힘이 내 오른손에 담겨 있다.
액체화된 타르 같이 역겨운 에너지가.
“정화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어.”
“허억, 허억….”
힘을 빼앗긴 지상욱이 숨을 헐떡인다.
크기가 작아져 있었지만, 여전히 짐승의 몸이다.
녀석이 내 오른손을 올려다본다.
오른손은 여전히 나무뿌리 형태로 마족의 기운을 정화하고 있었다.
“내, 내 힘을….”
“걱정하지 마. 좀 쉬면 다시 돌아올 테니까.”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긴 했지만, 심장 속에 있는 마나까지 전부 빼앗은 건 아니었다.
그랬으면 지상욱은 지금쯤 그 레드 만티코어처럼 말라비틀어져서 명을 달리했을 거다.
내 말을 들은 지상욱이 피식 웃는다.
“다 가져갔어도 상관없었어. 죽여달라고 한 게 방금이니까.”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한데.”
“뭐?”
“세계수의 뿌리.”
또다시 스킬을 썼다.
오른손은 여전히 마족의 기운을 정화하고 있었다.
이번엔 왼손이 나무뿌리 형태가 됐다.
녀석이 그거 보더니 당황하며 묻는다.
“또 뭘 하려는-”
“아까보다 더 아플 거다.”
“뭣?”
“걱정하지는 말고. 죽진 않을 테니까. 이미 한번 해 봤거든.”
“대체 무슨 소리르으끄아아악!”
나무뿌리가 된 왼손을 지상욱의 이마에 쑤셔 박는다.
녀석은 질문하던 것을 멈추고 고통으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뿌리를 또 쓴 건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마저 모두 흡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반대다.
나의 마나, 세계수의 마나를 녀석에게 주입하려는 거다.
벌 인간에게 그랬던 것처럼, 괴물의 몸이 다 떨어져 나가고 인간의 몸이 다시 자라나게 될 때까지 세계수 마나를 끊임없이 주입하려는 거다.
즉, 나는 지금 지상욱을 인간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었다.
“우! 우욱!”
“저 인간 지금 뭐 하는 거야?”
“흐읍! 인제 와서 왜 고문을?”
“저럴 거면 그냥 죽이는 게 낫겠어!”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들에겐 내가 지상욱을 고문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녀석이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었으니까 더욱더 그렇게 보이리라.
그나마 세계수의 뿌리를 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스킬을 배우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가지치기를 해서 마나를 건네주고 있었을 거다.
그렇다.
내 팔 한 짝 뽑아서 지상욱의 몸 한 부위에 쑤셔 박았을 거란 뜻이다.
지상욱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몇 초가 흘러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엇! 잠깐만, 지상욱 몸이 변했어!”
“어휴, 아까 얘기했잖아. 작아지고 있다고.”
“아니, 그거 말고, 등신아! 잘 봐!”
“뭘 잘 보라는…. 어?”
뒤에서부터 사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상욱의 몸이 변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재 녀석은 비쩍 말랐지만, 완전한 인간의 몸이었다.
블랙 만티코어 같았던 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엎드리고 있어 중요한 부위는 가려진 상태다.
“자, 이젠….”
지상욱에게 질문을 던지려고 했다.
도중에 말끝을 흐린 건 녀석이 기절해 있어서다.
아무래도 맨정신으로 몸이 바뀌는 고통을 참기란 어려웠던 것 같다.
벌 인간은 기절하지 않고 끝까지 잘 참아 냈었는데 말이다.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정신 나간 사람 같기는 했지만.
“아니, 생각해 보니까 열 받네?”
고생한 건 난데 왜 지가 기절하고 지랄이야?
누구는 그 짓거리를 벌써 두 번이나 했는데도 멀쩡한데.
추측하건대 또 해야 할지도 모른다.
마나 과다증 때문이다.
새싹 상태에서 어린나무 상태가 되면서 마나 과다증을 앓게 됐고, 그걸 해결하고자 가지치기를 해야 했다.
새싹이가 어린나무 상태에서 성장해 더 많은 나뭇잎을 가지게 된다면 또다시 마나 과다증을 앓게 될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럼 그걸 없애기 위해 또 가지치기를 해야겠지.
“야, 일어나.”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표출하기 위해 지상욱의 머리를 짓밟았다.
곧 기절했던 녀석이 깨어났다.
비몽사몽 한 지상욱은 날 보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 덕분에 끔찍한 것이 보였다.
“어우 씨.”
욕이 나올 뻔했다.
허겁지겁 손을 들어 그곳을 가린다.
“…으어?”
지상욱이 이상한 소릴 냈다.
날 보고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긴 했는데 여전히 눈이 멍해 있었다.
아직 자신의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기절했다가 막 깨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빨리 정신 차리고 그거나 좀 가리지.”
“가리라니, 무엇을-”
내 손을 따라 고개를 내린다.
얼마간 내려가던 고개가 다시 들어 올려진다.
두 눈이 주먹만 해져서는 날 쳐다본다.
“몸, 내 몸이…!”
“그래. 원래대로 돌아왔지. 자, 이제-”
“백도운!”
녀석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고는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감사 인사는 됐고. 나도 너한테 원하는 거 있어서 그런 거니까.”
그러자 고개를 홱 쳐들어 나를 올려다본다.
울 것 같은 얼굴은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주겠다는 듯하다.
이제야 좀 대화가 되겠다.
“그게! 그게 뭐지? 뭐든 다 할게!”
“시탑TV.”
“어? 뭐, 방금 뭐라고?”
“시탑TV. 그놈 지금 어디 있어?”
“…….”
“아까부터 그거 묻고 있는데 왜 자꾸 대답을 안 하냐, 너는?”
지상욱이 입을 떡 벌리며 날 올려다본다.
아니, 쳐다만 보지 말고 말을 해라, 좀.
[퀘스트 알림!] [마족의 권속과 싸워 승리했습니다. (5/10명)] [현재 완료 보상 – 전대 세계수의 나뭇잎 2장, 전대 세계수의 수액.]멍한 지상욱의 얼굴을 가리며 알림 창이 떠올랐다.
오른손에 있던 마족의 혐오스러운 기운이 전부 정화된 거다.
지상욱도 마족의 권속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퀘스트를 깰 생각이라면 지상욱 같은 놈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퀘스트 알림 창을 없앴다.
그러자 곧바로 푸르스름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이번에 세계수의 뿌리로 얻게 된 마나는 총 22만1020입니다.] [첫 번째 ‘결실’까지 앞으로 90% 남았습니다.]결실? 90%?
이건 또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