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80
한성은 한별의 상처에 포션을 붓고 입으로도 흘려 넣었다.
상태가 심각하다. 성능 좋은 포션 덕분에 빠르게 안정을 취해가고 있지만, 손실된 복부의 근육과 장기를 회복하는 것은 꽤 시간이 필요할 거다.
한성은 공간 조종을 이용해 한별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빌어먹을.”
한성은 욕지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 [긴급 퀘스트 : 신입생의 암습을 막아라.] – 메인 캐릭터의 과도한 성장으로 아카데미에 침투한 ‘적’의 경계심을 샀습니다. 앞으로 ‘순위 변동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적’들의 암습이 계속될 것입니다.
왜 갑자기 한별이 습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오고 ‘무한 경쟁’으로 인해 학년 전체가 하나의 순위로 통합되는 ‘순위 변동 시험’이 [세 번째 메인 스토리]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게 끝날 때까지 암습이라니.
대놓고 세 번째 메인 스토리를 방해하겠다는 뜻이다.
한성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한별을 보고는 몸을 돌렸다. 다행히 저 정도로 죽진 않을 거다. 아카데미엔 최상급 포션과 치유 이능을 지닌 사람이 잔뜩 있으니까.
한성은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한별이 다쳤다고, 앞으로 상위 순위인 친구들은 모두 습격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러자 스마트 워치가 터질 듯 울렸다.
하지만 한성은 스마트 워치를 꺼 버렸다.
* * *
성시연은 검은 땅 저편을 바라봤다.
알리스의 둥지가 사라진 이후로 31번 구역은 많이 변했다. 하지만 마수의 습격은 점점 늘어났다. 둥지 근처에 [마계의 탑]이라 한성이 명명한 이상한 건축물이 생겨난 이후엔 더 늘었다.
그래도 막는 건 어렵지 않았다.
헤일렌과 용의 기사단이 있었고 블랙 오크 용병단의 S등급 이상 용병 수백이 상주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옆에 있는 세르비체라는 새로운 친구도 한 사람 몫은 확실하게 했다.
“아저씨, 슬슬 가시죠.”
성시연은 옆에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는 안톤에게 툭 말했다. 처음엔 되게 어색했는데, 세르비체와 셋이 지내다 보니까 그냥 옆집 아저씨 같았다.
“재촉은 좀. 이럴 때일수록 확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거야.”
“대충대충 하죠. 어차피 외곽 사진만 찍어가면 되는 건데.”
“그 사진 찍는 걸 우리가 해야 하니까 문제지.”
성시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단순히 사진만 찍는 것이었으면 성시연, 안톤, 세르비체가 함께 가진 않았을 거다. 한성이 접근하는 것은 철저하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기에 이 셋이 가는 것이다.
성시연은 완연한 S등급에 올랐고 안톤은 그대로 SS등급. 세르비체는 A등급 정도였다.
당연히 그저 그런 일은 아니다.
“이현이 언니는요?”
세르비체가 물었다.
요즘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요즘 바쁘던데, 마틴 사랑 우전그룹 부리느라 정신없어. 크크크.”
“거기는 왜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 한성이 싫어하는 두 그룹인 가봐요. 길이현 언니도 마찬가지고. 뭐, 속이 다 시원하다고 얼굴이 폈어요, 아주.”
“아아, 구역주님이시군요.”
세르비체는 한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비약과 시술만 돕고 서울로 가 버렸으니까. 그저 이럴 때 말 한마디씩 듣는 게 전부였다.
세르비체는 성시연을 슬쩍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는 이한성이라는 구역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눈빛이 바뀌곤 한다. 세르비체도 여자다. 그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가 없다.
“시연씨는 왜 여기 있어요?”
“저요?”
“네, 같이 아카데미에 가도 되지 않아요? 모습도 거의 인간의 모습인 거 같고. 마법만 조금 곁들이면······.”
성시연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옆에서 안톤이 듣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이 좋아요.”
“네?”
“한성이 마음 놓고 이곳을 비울 수 있게. 그리고 한성이 진행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모두 좋아요.”
세르비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엔 진심이 묻어 나왔으니까.
그러는 도중, 그들은 탑까지 도착했다.
못해도 100m는 될 법한 높이였으며 둘레도 상당했다. 검은 돌에 틈틈이 갈색 금속이 섞인 재질에 무엇인지 모를 문양이 빼곡하게 쓰여 있었다.
탑 전체에선 은은한 마기가 뿜어졌는데 상당히 순수하고 맑은 마기였다. 마력 기관이 있는 성시연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건 도대체 뭔 문양이지.”
성시연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문양에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세르비체는 무언가 아는 표정이었다.
“······.”
“뭔가 알아요?”
“네······.”
세르비체는 이런 현상을 괴로워했다. 그녀는 10년을 알리스의 화신체로 살아왔고, 그의 잔 기억이 뇌에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그려진 문양의 뜻이 보이는 거다.
“알려줄 수 있겠어요? 힘들면······.”
“아니에요. 해석해 볼게요.”
그런 모습을 안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보고 있었다.
성시연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안톤이 세르비체를 과하게 보호할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생각 외로 스스로 이겨내게 잘 도왔다.
성시연은 탑의 문양을 사진기에 그대로 옮기고, 안톤은 근처 땅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흐르자 세르비체가 입을 열었다.
“위대한 마신(魔神)의 강림을 위해······. 중간중간 끊겨서 확실하게는 해석하기 힘드네요. 끊어져도 쭉 들어주세요.”
성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666의 제물을······ 강대한 전사인······ 투신? 을 불러들여. ‘마계화’의 발판을······ 인간에겐 재앙을······. 뭐 이런 내용이네요.”
“저희가 이거 조사해야 해요?”
성시연이 물었고 안톤이 대답한다.
“아니, 조사단은 정해져 있어. 각 국의 기업과 길드에 협조 요청을 한다고 했어. 최대한 많은 인원이 동시에 작업을 시작할 거야.”
성시연은 갸웃했다.
한성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가장 깊은 곳까지 진입할 수 있는 기업은 따로 있네.”
“어디에요?”
“마틴사, 우전그룹······ 그리고 세계 영웅 협회.”
성시연은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다가 웃음이 터졌다.
아무래도 한성이 일을 꾸미는 모양이었다.
“흐흐. 재미있는데.”
성시연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장차 흑연을 이끌려면 그 정도 강단과 배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무런 피해 없이, 그들을 부려먹으면서 스스로 죽음으로 들어가게 하는 심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성이다.
‘사람은 확실해야지.’
원한은 백배로 은혜는 열 배 정도로.
그 웃음에 세르비체가 ‘뜨억’하는 얼굴로 물었다.
“혹시······ 구역주님은 이 뜻을 아시고?”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게 아닌가.
아니다. 그게 가능할 리 없었으니까. 자신도 알리스의 지식 덕분에 부분부분 해석할 수 있었는데, 한성이라는 분은 이곳에 오지도 않고 이 정보를 알 수 있었다고?
게다가 마틴사와 우전그룹이 검은 땅으로 파견 온 것은 이 탑이 생기기도 전이었다. 만약, 그걸 안다고 해도 그 그룹들과 세계 영웅 협회에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응? 아, 이거? 나도 모르지. 그런데 한성은 모르는 게 없더라. 아무 의미 없이 계획을 짜지도 않고.”
성시연은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그 모습에 세르비체는 창백해진 얼굴로 뒤로 한 발 물렀다. 성시연은 모른다고 했지만, 확신하는 표정이었다.
‘진짜 악마는 여기 있었어.’
마치 하늘에서 ‘사탄’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이건 좀······.’이라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 * *
한성이 움직인 곳은 한별이 당했던 기숙사 옥상이었다. 그곳엔 아직 시체가 남아있다. 분신은 수십 개였겠지만, 본체는 하나다.
한성은 전투의 흔적을 하나하나 짚어보기 시작했다.
분신과 촉수.
‘길리언’일 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신격]이라는 이상한 신격과 계약한 S등급 용병.
웃기는 일이지만, 이번 신입생에는 S등급이 꽤 있었다. 물론, 정체가 수상한 자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외국 정부에서 온 자들.
“······왕명을 생각보다 빠르게 개화했네.”
한별의 성장은 역시나 빨랐다.
왕명은 한별의 유명한 사기급 스킬이다. 그 이능이니 이 정도 버틴 거다. 아직 격을 얻지 못한 한별은 그를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까.
한성은 몸을 숨겼다.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 때문이었다.
곧, 누군가 옥상에 도착했다.
“멍청한 새끼.”
붉은 머리칼의 여성이다. 확실하게 보이진 않지만, 길리언을 아는 붉은 머리칼은 단 한 명뿐이다. 이번 편입생으로 들어온 ‘셀린 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
국적은 미국. 재미교포다.
그리고 이렇게도 불린다.
“이순자.”
“······?”
한성의 읊조림에 이순자는 번뜩 놀랐다. 동시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지 얼굴이 붉게 변했다.
핑.
순자의 품에서 기다란 ‘연검’이 나왔다. 출렁거리는 얇은 검은 한성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빠르고 절묘한 한 수. 역시 실력자다웠다.
하지만 한성은 피하지 않았다.
검이 한성을 피해갈 뿐.
“공간······?”
“넌 이순······.”
“야!”
“왜 이순······.”
“안 닥치냐!”
이순자는 빽빽 소리쳤다. 그 이름은 절대로 듣기 싫다는 듯, 연검을 마저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번엔 한성의 공간 조종을 뚫고 연검이 휘어 들어왔다.
연검에서 폭사하는 거대한 마력은 한성의 시야를 가렸고 밟고 있던 콘크리트를 부쉈으며 한성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쿠우우웅.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이순자의 검이 한성을 지나치고 회수하기도 전.
‘벴나?’
보이는 것은 그러했다.
하지만 감각은 아니라 한다.
“물어볼 게 있다.”
이순자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기겁하며 몸을 돌려 연검을 쏘아댔다. 하지만 한성은 그 어떤 감정 없이 다시 이순자의 뒤로 이동했다.
마력도 사용하지 않는 이능의 이동기다.
게다가 기척을 완전히 숨긴 후에 사용하는 것.
웬만한 영웅도 알아챌 수 없다.
그제야 이순자는 굴복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 상대가 자신에게 대화를 건다. 하지만 뭘 물어볼지는 뻔했다. 여기서 죽어버린 길리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네 이름은 왜 이순······.”
“죽엇!”
한성은 그만 놀리기로 했다.
진짜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으니까.
* * *
순위 변동 시험.
기존의 학년별 순위를 통합 순위로 만드는 작업이다. 이젠 나이가 학년이 아니라, 순위 자체가 학년이 되는 거다.
신입생과 편입생 수가 총원의 절반이 넘어간다. 총 6,000명이 안 되는 인원 중에서 3,000명이 새로 들어왔다는 거다.
신입생은 영웅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았던 이들을 중심으로 뽑은 거고, 편입생은 외국 아카데미에 다녔거나 그에 준하는 영웅 교육 훈련을 받은 이들 중에서 뽑은 거다.
다들 대련을 했기에 서로의 실력이 어떤지 안다.
아카데미는 혼돈이었다.
시험 일정은 배포되었고, 기본적인 교육 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끝내려고 하는 듯, 시험은 빠르게 시작되었다.
“이렇게 콩 볶아 먹듯 순위 시험을 보다니.”
얜 샤를이 그렇게 구시렁댔고.
“그것도 이 많은 사람이?”
안혜림은 조금 부담스럽다는 듯 말했다.
체육관에는 천 명 정도의 사람이 있었다. 몇몇은 바로 시험에 임하기 위해, 몇몇은 구경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 시험은 꽤 단순했다.
[콜로세움 랜덤 매치]
가상 현실 대련이다. 현실과 다를 바 없지만, 안전하기에 아카데미 측에서는 이 시험을 택했다.
시험은 이주 간 계속된다.
처음 10번의 대련은 랜덤으로 상대가 결정되고 그 승패와 경기력에 관한 수치로 ‘수준’이 결정된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수준에 맞는 대련 상대가 정해져, 이기면 포인트를 얻고 지면 포인트를 잃는다.
많은 게임에서 사용했던 흔한 방식이다.
“엄청 급하네.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긴 한 가봐.”
“우리나라는 빠르게 진압해서 그런가, 딱히 위험이 느껴지진 않는데.”
몇몇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게이는 진훈에게 물었다.
“한별은 어때?”
“······아직 회복 중이야. 이번 시험엔 못 들어올 것 같은데······ 일주일 후라면 모르지.”
한성의 연락을 받고 달려갔을 땐 수술이 끝난 상태였다. 응급 처치도 좋았고 최상급 포션까지 보유한 아카데미 병원이라 생명엔 당연히 지장이 없었고 회복 기간의 문제였다.
한별은 기어이 나오려 했지만, 진훈은 끝까지 막았다.
지금 순위 시험 하나 보자고 무리하게 움직이면, 상처가 덧날 게 뻔하다. 아무리 치유 이능과 포션을 동반해 사용했더라도 복부 한쪽이 사라진 상처였다.
게다가 무리한 정신력 사용으로 뇌도 정상이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 요양한다면 남은 일주일은 대련에 집중할 수 있을 거다. 시간상 아주 상위권은 힘든 게 맞다. 하지만 한별이라면 또 모른다.
“한성은 또 어딜 간 건지.”
그때, 연락하곤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한 말까지 남겼다.
한별을 습격한 것처럼, 다른 친구들도 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이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은 끝까지 조심하라고 했다.
‘그래 놓고선 혼자 사라져?’
진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앞에선 첫 번째 시험을 치르는 이들이 가상 현실 캡슐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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