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아이고, 허리야. 오빠, 원래 풀이 이렇게 날카로워요? 팔까지 풀에 긁혀서 아주 난리에요.”
최영지가 민환을 향해 우는소리를 했다.
“그래서 벌초할 때에는 꼭 긴 바지를 입으라고 하잖아. 게다가 우리 밭은 보통의 풀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그래. 애들이 너무 건강하거든.”
민환은 양 손을 흔들어 입고 있는 옷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걸 알면서도 미리 말도 안해주고!”
원망하는 최영지와 그걸 보고 있는 민환을 노려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오빠 금지.”
수겸이었다.
“누구는 새가 빠지게 일만 하고 있는데 희희덕거리는 꼴을 보니 참을 수가 없어. 아오!”
“맞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은호 역시 수겸의 입장에 동의의 뜻을 표했다.
“됐고, 이제 끝 아니냐?”
민환의 말대로 수겸이 처음 목표로 제시한 밭은 모두 수확이 끝난 상태.
“맞아. 다들 고생했어. 이제 좀 쉬다가 밥 먹자.”
수겸이 박수를 치며 작업의 끝을 알렸다.
“오오. 그러면 방송은요?”
최영지가 기대하는 건 고된 노동을 끝낸 후 마당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이 아니었다.
“와, 영지야. 너 지금 이 상황에 삼겹살 이야기가 아니고 방송 이야길 한다고? 너 다이어트 하니?”
수겸이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아닌데 제 주변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의 라이브 방송을 옆에서 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너야 당연히 언제든 볼 수 있지. 우리가 보통 사이야?”
“제 생각인데 이대로면 얼마 후에는 사장님을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언제까지나 한국에서만 계실 것도 아니지 않아요?”
“음… 그것도 그렇지만. 방송은 이따 저녁에 하려고 해. 그래야 이펙트가 좋거든. 어두운 밤,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그림이 나오잖아.”
“잠깐만.”
수겸의 말에 민환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응?”
“그러면 나는 더 일해야 한다는거네? 재료 준비도 끝내야 할 것 아냐.”
“…….”
수겸은 답이 없었다.
저녁 식사까지 마친 그 날 저녁.
수겸은 오랜만에 너튜브 계정을 접속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오오. 라이브 자주 해주세요!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의 채팅이 화면에 뜨고, 곧 이어 물밀듯이 시청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하. 그러게요. 어우, 다들 알람 설정까지 하신건가. 엄청 빨리들 들어오시네요.”
수겸은 휙휙 올라가버리는 채팅 중에서 눈에 띄는 것만 읽고 답을 했다.
[와와. 혹시 질문 안 받으시나요? 저도 혹시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까요?]“질문이요? 음… 연금술사가 되고 싶다라. 사실 저도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닌데 저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네요. 근데 계속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저 하나로 끝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수겸은 그 후로도 몇 가지 질문들에 대답을 하며 시간으 보내다가 잠시 카메라 뒤로 조금 물러나 전신이 보이도록 했다.
“이제 어느정도 오신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끝도 없을 것 같으니까 방송을 시작할게요. 그 전에 이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
수겸은 양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숙였다.
“저로 인해, 제가 하는 연금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사과 드립니다.”
[……?] [이게 왜 연금술사님 잘못이에요? 망할 테러리스트 잘못이지.] [얼른 고개 드세요. 이럴수록 그놈들만 기세등등해져요.]채팅창의 화력은 방금 전보다도 더 올라가 이젠 글씨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
“제 대처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일들이 있은 후부터 줄곧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테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는 저도 어떤 형태로든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기사를 보니 테러리스트들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아마 일을 너무 크게 터뜨려서 도망간 것 같아요.] [더 은밀하게 숨어서 기습할 수도 있음]채팅창에서는 제 각기 다른 가설들을 내놓으면서 자기들끼리도 의견을 다투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 뉴스나 인터넷 기사로 접하셨겠지만, 현장에는 놈들이 입고 있던 옷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져 있었잖아요. 제가 들은 바로는 이게 내부 분열로 인해 단체가 해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오오. 제일 사건이랑 밀접하신 분이 들은 정보니까 그게 맞을 듯.] [이제 테러 끝난 건가요! 다시 연금술 UP!] [다행이에요!]수겸이 굳이 라이브 방송까지 켠 이유.
그건 물꼬를 트기 위함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여론이 정리되는 것까지 드는 시간이 줄어들겠지.’
수겸이 방송을 보고 있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면 정인섭으로서는 더욱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연금술 제품을 애용해주세요. 근데 이것도 뒷광고가 되나요?”
수겸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음 차례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특이한 걸 만들어보려 합니다.”
* * *
[연금술 테러리스트, 천강교 사건 조사 보고서]– 연금술과 관련하여 발생한 모든 테러는 천강교에서 일으킨 것으로 파악됨.
– 사건 발생 현장은 종교 활동이 주로 이루어진 곳으로 실내 파손은 집단 격투의 흔적으로 보임.
– CCTV를 포함한 전방위 조사 결과 외부인 침입 흔적은 없음.
– 내부 분열로 인해 집단 격투가 발생했고 그 결과 해산된 것으로 추정.
– 현장에 남아 있던 옷과 헬멧은 테러 당시 입고 있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이 역시 천강교 탈퇴를 암시하는 것으로 파악 됨.
탁!
경찰청장이 보고서를 읽은 후 책상 위에 툭 내려놓았다.
“이거 맞아? 확실해?”
경찰청장은 보고자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 확실합니다. 변수는 없습니다.”
보고자는 차렷 자세로 서 있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답했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였다.
“좋아. 그럼 나가 봐. 이걸로 이제 마무리하지.”
“옛!”
보고자가 나가고 경찰청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앞에 있는 손님 맞이용 자리로 이동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어 경찰청장에게 말을 한 건 정인섭이었다.
“별 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경찰청장이 자리에 앉았는데 그의 위치는 청장실의 주인이 앉는 상석이 아닌 손님용 좌석.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청장님의 노력 덕분에 대한민국이 더 빨리 안정되겠군요.”
“아이고. 의원님께서 하시는 일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도 못합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제 제가 발표만 잘하면 되겠군요.”
“맞습니다. 의원님께서 발표하신 후 제가 추가 발표를 이을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그 편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이것은 둘 모두에게 윈윈인 전략.
정인섭은 사건을 잡음없이 덮고, 경찰청장은 차기 대선후보와의 연결고리를 만들 기회였다.
* * *
그건 바다였다.
수겸이 손에 꼭 쥐고 있는 보석이 품고 있는 건 말 그대로 바다.
보고 있으면 눈을 뗄 수 없는 짙은 푸른색을 띄고 있는 보석이었다.
“와, 사장님. 저도 만져봐도 돼요?”
최영지가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얼굴로 손을 뻗었다.
“응. 근데 떨어뜨리면 안돼. 알지?”
“그럼요. 이게 방송하면서 만든 그거 맞죠? 진짜 신기했어요!”
“응. 맞아.”
“근데 막 보여주고 그래도 돼요? 이거 재료만 해도 엄청난거잖아요.”
“괜찮아. 이제 우리나라에서 날 건드리면 그 순간 테러리스트로 취급당할 걸? 그리고 보안 시설도 훨씬 강화할 거니까.”
“이제 이걸 어떻게 쓰는거에요? 어제 질문도 많이 올라왔는데, 그건 답을 안해주시더라고요.”
“나도 이걸 만든 건 처음이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몰라서 답을 안했어. 그러면 바로 테스트를 해볼까.”
“뭐하십니까?”
최영지의 하이톤의 목소리에 혼자 놀고 있던 이은호 역시 옆으로 달려왔다.
수겸은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뒤에 최영지와 이은호를 매달고 인삼을 키우고 있는 비닐 하우스로 향했다.
“근데 사장님. 손에 들고 가는 건 뭐에요? 새장 같기도 하고.”
최영지가 말한 건 어젯밤 수겸이 만든 마나 흡입체 전용 케이스였다.
마나 유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밀폐시킬 수 없으니 쇠창살 같은 형태로 엮은 형태였다.
수겸은 케이스의 문을 열고 안에 사파이어로 만든 마나 흡입체를 집어 넣었다.
철컥.
잠금장치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여기에는 특별한 장치가 숨겨져 있지. 흐흐.”
수겸은 최영지에게 물어봐달라는 늬앙스로 말했다.
“뭔데요? 현기증 나니까 빨리 말해주세요!”
“여기에는 불규칙하게 작은 버튼들이 숨겨져 있어서 그걸 잘 못 누르게 되면 곧바로 마비제가 뿜어져 나오게 되어 있어. 그래서 오로지 여기 내가 만든 문으로만 꺼낼 수 있지. 그리고 그건 나만 열 수 있고.”
“역시 라이브 방송 할 때 알아봤어.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그럼. 당연하지.”
수겸은 일부러 기존의 마나 흡입체와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사파이어 마나 흡입체를 설치했다.
비교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겸은 눈을 부릅 뜨고 마나의 흐름을 살폈다.
원래의 마나 흡입체로 인한 마나의 흐름이 개천가에서 흐르는 물줄기라면 이번에 만든 건 댐에서 방류되는 물줄기였다.
‘이건 진짜로 대박이야.’
공기 중에 떠돌고 있던 마나가 빨려 들어가면서 주위의 인삼들을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당연히 흐르는 마나의 양이 많으면 흡수되는 양도 많을 터.
마나 유속만 따지면 거의 3배에 달하는 양이었다.
수겸은 품에서 사파이어 마나 흡입체를 하나 더 꺼냈다.
“어? 하나 더 있으셨습니까? 어제 방송에서 이게 처음이라고 하셨던 것 같았는데…….”
이은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맞아. 방송 끝나고 하나 더 만든거야. 재료가 충분했거든.”
수겸은 두 번째 사파이어 마나 흡입체를 처음 것 바로 옆에 두었다.
‘유속은 여전히 빠른데, 흡입하는 양은 줄었어. 역시 범위가 겹치니까 빨아들일 마나가 부족한거야.’
수겸은 조금씩 거리를 띄워보며 테스트를 이어나갔다.
“됐다. 이 정도면 되겠어.”
테스트 끝에 드디어 서로가 서로에게 간섭을 미치지 않는 거리를 찾아내고는 수겸은 기쁘게 소리쳤다.
“사장님. 근데 지금 비닐 하우스 밖인 건 아세요?”
“아?”
“그러면 어떻게 설치하려고 하세요. 하하하. 근데 됐대. 하하하.”
최영지가 배까지 잡으며 수겸을 놀렸다.
“야, 그만 웃어. 창피하니까. 그나저나 범위가 좁아진다더니 생각보다는 넓네.”
“은호야, 줄자 가지고 와서 거기서 여기까지 거리 좀 재줄래?”
“네!”
이은호를 기다리는 동안 수겸은 생각했다.
‘다이아몬드로 만든 마나 흡입체는 비닐 하우스 안에 있으면서도 밭에 있는 작물들한테도 영향을 미쳤어. 그러면 아예 위치를 옮길까?’
“사장님. 거리 재보니까 20미터입니다.”
“아, 고마워.”
“그러면 비닐 하우스를 20미터 짜리로 만들어서 한 개 동을 더 만든 다음 각각 인삼을 재배하고, 원래 마나 흡입체는 밭 작물에다가 박아두면?”
수겸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넘어서 음흉하기까지 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아무래도 시작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