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마법진 중 하나는 일종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었다.
‘티앙크.’
수겸이 이번에 만들기로 한 호문쿨루스였다.
수겸이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루츠를 포기하고 티앙크를 선택한 데에는 지금까지의 경험이 큰 작용을 했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고 미국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위험해질 수 있어.’
그건 수겸의 능력이 워낙 탁월하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는 수겸의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였고 미국에서는 수겸의 능력이 그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강교 놈들은 일종의 질투였던가. 그들이 믿는 신의 능력을 가졌으니까.’
어찌 됐건 항상 무슨 일을 겪게 되는 수겸에게 있어서 티앙크의 능력은 너무 활용성이 좋았다.
수겸은 나머지 다섯 면에도 마법진을 빼곡히 그려 넣은 후에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양손을 모두 다이아몬드 큐브 위에 올려놓은 수겸은 눈을 감았다.
‘집중하자.’
수겸의 손이 맞닿아 있는 면뿐만 아니라 다른 네 개의 면에서도 동시에 빛이 발하기 시작했다.
실눈을 조금 떠보니 찬란한 빛에 완전히 눈을 뜨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제부터는 체력전이었다. 여기에서 호문쿨루스가 나올 때까지 계속 마나 주입을 해야 한다고 했어.’
연금술사 개인이 가진 역량과 주변에 퍼져 있는 마나량에 따라 다르기에 정확한 시간은 애초에 설명에 나와 있지도 않았다.
그러기를 2시간.
‘팔도 저리고, 어지러워.’
수겸은 한 손은 여전히 큐브에 붙인 채 나머지 한 손으로 힐링 포션과 마나 포션을 차례대로 들이켰다.
지금 수겸은 일종의 부화기, 다이아몬드 큐브는 부화를 준비하는 알이었다.
빠직―
다시 4시간이 지났을 때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빠지직―
죽은 동태 눈깔로 그저 버티고만 있던 수겸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았다.
작은 틈이 벌어져 있었고, 그 안에 무언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지금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단계였다.
이제 마나 주입 단계는 끝이었다.
양손을 뗀 수겸은 손을 뒤로 뻗어 미리 놓아둔 작은 과도로 손끝을 살짝 베었다.
벌어진 틈 사이로 수겸은 손가락을 꾹 눌러, 나온 피를 흘렸다.
뚜렷한 형태가 없는 덩어리가 삐죽 튀어나와 수겸의 피를 받아먹었다.
느낌만으로 따져보면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의 느낌이었다.
‘생김새는 완전히 딴 판이지만.’
수겸이 피를 흘려보낸 이유는 주인의 인식 때문이었다.
이제 여기서 완전히 다이아몬드를 깨고 나와 형태를 유지하면 성공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였다.
수겸의 심장은 쉴 새 없이 두근거려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성공에 대한 설렘이 아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겠지.’
정확히 자기 마음을 읽어낸 수겸은 뚫어질 듯 다이아몬드 큐브를 응시했다.
퍼서석―
“어?”
바스라진다.
24시간의 노력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다이아몬드값 2억 9천만 원이 없어졌다.
수겸의 멘탈이 바스라졌다.
사람은 항상 그렇다.
나는 할 수 있을 거야. 남들이 다 실패해도 나만은 성공할 수 있을 거야.
1%의 확률도 나는 해낼 것이라는 믿음.
수겸 역시 마찬가지였고, 결과는 비참했다.
“으아악!”
수겸이 제정신을 차리고 다시 도전한 건 꼬박 하루가 지나고 나서였다.
* * *
“흐흐. 드디어.”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연금술에 몰두한 지 일주일째.
하루를 밤새워 작업하면 그다음 날은 체력도, 의지도 다 떨어져 꼬박 하루를 누워서 쉬어야만 했기에 수겸은 점점 폐인이 되고 있었다.
“제발! 이제 좀 가자! 가즈아! 가자!”
수겸은 다이아몬드 큐브의 벌어진 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쩌억!
소리부터 달랐다.
“이게 성공의 소리인가.”
수겸은 쩍 하고 벌어진 다이아몬드 큐브를 뒤로한 채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아니, 응시하고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호문쿨루스를 쳐다봤다.
‘요새 애들이 가지고 노는 슬라임이랑 판박이네.’
흐느적거리지만 분명히 형태가 있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누가 다이아몬드에서 태어난 놈이 아니랄까 봐 표면은 반짝이는 게 참 아름다웠다.
“흐흐. 됐다.”
수겸이 호문쿨루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꿀렁―
수겸의 마나와 피를 흡수한 호문쿨루스는 수겸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는 듯했다.
‘내 팔을 타고 올라와.’
그러자 호문쿨루스가 수겸의 손을 지나 어깨까지 올라왔는데 촉감이 상당히 특이했다.
‘의외로 따뜻해.’
게다가 손으로 호문쿨루스가 지나간 자리를 만져보니 끈적거리는 것 없이 매끈했다.
“생긴 거랑 완전 딴판이네. 이제 네가 가진 능력을 보자.”
수겸이 힐링 포션이 담긴 앰플의 뚜껑을 땄다.
그런 수겸의 마음을 읽은 호문쿨루스는 마치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쩍하고 벌리는 악어처럼 몸통을 양 갈래로 나눴다.
수겸이 그 사이로 힐링 포션을 떨어뜨리자 호문쿨루스가 그대로 받아먹고는 주둥이를 닫았다.
“이제 효과를 볼까?”
수겸은 과도로 손끝을 아주 살짝 찔렀다.
꿀렁―
호문쿨루스가 다가와 수겸의 손을 안듯이 덮었다.
수겸은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힐링 포션 효과가 나고 있어.’
어느새 상처가 말끔히 나은 손을 보며 수겸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탈출이다!”
수겸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물론 한쪽 어깨에는 호문쿨루스가 올라타 있었다.
* * *
“으악! 이게 뭐예요. 징그러워요.”
“사장님은 또 무슨 짓을 하고 오신 거예요. 어디서 이런 귀여운 걸 데리고 오셨지?”
수겸이 아르케 사무실에 호문쿨루스와 함께 등장하자 저마다 다른 반응을 했다.
이은호는 꼴도 보기 싫은 듯 멀리 줄행랑을 쳤지만 최영지는 거의 코가 닿을 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 호문쿨루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만져봐도 돼요?”
“글쎄. 나도 얘랑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수겸이 무의식적으로 최영지의 물음에 대해 생각을 하니 호문쿨루스는 곧장 반응을 했다.
꿀렁―
호문쿨루스 기준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만져도 된다는 뜻 같았다.
최영지는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알았는지 손을 아주 천천히 내밀었다.
“영지야, 조심해. 독이 있을지도 몰라.”
이은호는 이제 보기도 힘든 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건 너무 한 거 아니니? 난 계속 데리고 다녔는데.”
수겸이 어이없어하며 피식 웃었다.
“그, 그건 아니고요, 사장님.”
“어맛! 엄청 탱탱하잖아요? 오빠도 그러지 말고 와서 만져봐요. 이거 중독성 있네.”
최영지는 호문쿨루스를 조물딱 거리며 이렇게도 잡아보고 저렇게도 잡아보며 혼자만의 촉감 놀이를 시작했다.
“조금 있다가 또 만지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잠깐만. 테스트할 게 있어서 여기 온 거라서 말이야.”
수겸이 최영지에게 말했다.
“치잇. 알겠습니다.”
수겸은 입술을 쭉 내밀고 있는 최영지를 뒤로한 채 작업실로 올라갔다.
수겸이 나열한 시약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였다.
‘내 몸을 치유하거나 강화하는 것과 남을 해치는 것.’
둘 모두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수겸이었다.
수겸이 먼저 찾은 건 힐링 포션, 디톡시, 스토니, 근육 강화제, 민첩성 향상 물약이었다.
이것들은 전자에 속했다.
“그리고 이쪽은.”
수겸이 고개를 돌린 곳에 진열되어있는 건 근육 경직제, 부식제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수겸 본인도 몇 가지의 시약을 가지고 다닐 장치는 이미 마련해두었기에 모든 걸 호문쿨루스에게 의지할 필요는 없었다.
“아까 힐링 포션은 주입시켰고, 디톡시와 근육 강화제를 해볼까?”
수겸은 하나씩 호문쿨루스에게 먹였다.
넙죽 받아먹는 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근육 경직제였다.
“쓰읍. 혹시 부작용 나는 건 아니겠지? 괜히 약효 때문에 고장 나고 하면 골치 아픈데.”
수겸에게 있어서 아직 호문쿨루스는 생명체는 아니고 물건이었다.
그것도 아주 유용한 물건 정도랄까.
다행히 근육 경직제를 먹은 호문쿨루스는 별 탈이 나지 않은 듯 조금 전까지와 동일하게 조금씩 꿀렁이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부식제 차례인가.”
결과는? 성공이었다.
수겸은 테스트를 하려고 작업실 테이블 위에 있던 숟가락 하나를 지정해 호문쿨루스에게 시켰다.
‘숟가락에게 부식제를 도포 해봐.’
그러자 호문쿨루스는 느리지만 또 그리 느리지만은 않은 속도로 다가가 숟가락 위에 자리를 잡았다.
2초 정도 시간이 지나고 호문쿨루스가 다시 수겸에게로 향했을 때 숟가락은 이미 녹아서 흔적조차 없어진 상태였다.
“됐다!”
수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면 근육 경직제는?”
수겸의 질문에 호문쿨루스는 제자리에 멈춰 한껏 몸을 웅크렸다가 꿀렁 소리와 함께 다시 몸을 쫙 펼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어 나오는 가스.
수겸은 순간 아차 싶어서 작업실 문을 굳게 닫았다.
‘마음이 급해서 실수를 했네. 큰일 날 뻔했어.’
어차피 근육 경직제는 공기 중에 뿌려진 후에 조금만 지나면 효과 지기에 잠깐 기다리면 별문제가 없을 터였다.
그와 별개로 호문쿨루스는 아마도 연금술 시약을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한다 라고 떠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가스 형태로 살포를 했어.”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사용할 상황에 닥친다면 이왕이면 최고 효율로 써야지.”
여기까지 실험을 마치고 추가적으로 스토니를 먹이려 하자 호문쿨루스가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쉽지만 다섯 개면 충분해.”
수겸은 입맛을 다셨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수겸은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끝났어요? 끝나셨으면 저 이제 마음대로 만져도 되죠?”
최영지가 마치 잔뜩 오므린 용수철처럼 수겸을 보자마자 튀어나오며 말했다.
“어어. 너 맘대로 해. 난 좀 쉬련다.”
수겸은 최영지를 한 번 흘깃 보고는 그대로 의자에 퍼질러 앉았다.
“사장님 근데 얘 이름은 뭐예요?”
“이름이 있어야하나?”
수겸은 이마에 손을 올린 채 고개만 살짝 돌려 최영지를 쳐다봤다.
“당연하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이름이 있고 하물며 식물한테도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름이 있어야 한다니. 사장님 이건 좀 의외인데요?”
최영지가 호문쿨루스에 빙의한 듯 자기가 되레 더 섭섭한 티를 냈다.
“그러면 보자보자. 이름 뭐가 좋을까.”
다른 아르케 멤버는 그러든가 말든가 하는 표정이었다.
“아! 내가 얘 만드느라고 쓴 돈이 얼마더라. 대충 15억은 될 테니까. 이걸 이름으로 할까?”
예상치 못한 작명 센스에 모두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수겸이 혼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15억은 좀 긴 것 같으니까. 십 억이로 해야겠다. 십억아~”
“헐.”
최영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진짜 이건 좀 너무하시네요. 십억이라니.”
그 와중에 호문쿨루스, 아니 십억이는 수겸의 의지를 읽어서 최영지의 손을 떠나 수겸에게로 다가갔다.
“또 그걸 가네. 자기 부르는 줄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