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그래서 뭘 만들 거냐. 루츠냐 티앙크냐.’
지난 일주일 동안 시도 때도 없이 고민했지만,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나를 선택하자니 다른 하나가 아쉬워 1년 동안 후회를 할 것만 같았다.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는 몰라도 루츠면 내가 필요로 하는 약초들을 수확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테고, 티아크는 다방면으로 쓰일 것 같은데.”
수겸은 바닥에 앉아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생산성이냐 유틸리티냐, 이거네.”
그렇게 선택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민하길 10여 분.
“진짜 진짜 고민 끝!”
비로소 마음을 정한 수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재료들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수겸이 한쪽에 쌓아둔 재료들을 뒤지면서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단 크게 보면 호문쿨루스 제작은 생명의 조각을 만들어 대량의 마나를 주입하는 방식이란 말이지.”
차분히 생각하니 일의 순서가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것 같았다.
“첫 번째로는 생명의 조각을 만든다. 두 번째로 생명의 조각들을 한데 합치고 마지막으로 성공하길 기도한다.”
성공률이 5%라는 건 운이 좋아야 겨우 성공한다는 것.
“기도빨이 잘 먹혀야 할 텐데.”
어차피 걱정을 해봐야 성공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 해보는 수 밖에.
“생명의 조각 레시피.”
수겸이 검색어를 타이핑하듯 작게 되뇌었다.
– 금속 연성 기술의 최고 단계 기술 중 하나.
–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가 최소 10cm가 되는 순수 보석에 생명의 기운을 주입하여 만든다.
“이것이 호문쿨루스의 시작점.”
혼잣말을 하며 수겸이 제일 먼저 꺼내 든 것은 미리 만들어 둔 보라색의 마나 포션이었다.
“이건 혹시 모르니 손에 닿는 곳에 두고 다음은 보석.”
수겸이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주머니를 꺼내 조심스레 안을 살폈다.
눈이 부셨다.
그야말로 휘황찬란.
“내가 이렇게 많은 다이아몬드를 모아볼 줄이야.”
수겸이 허리 높이쯤 되는 작업대 위에 다이아몬드들을 조심스레 부었다.
얼마나 많으면 다이아몬드들이 켜켜이 쌓일 정도였다.
“최소 가로, 세로, 높이가 10cm가 되는 정육면체를 만들어야 하니까 이걸 다 써야겠지.”
이만한 양을 모으기 위해 돈을 얼마나 썼는지.
최소 억 단위니까 호문쿨루스 제작은 금전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끝판왕이긴 했다.
이제 해야 하는 건 다이아몬드를 전부 녹여 수겸이 원하는 모양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방법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물론 일반인들은 불가능하고, 수겸에게만 쉬운 일이다.
수겸은 작업대 위를 검지로 콕 눌러 마나를 불러일으켰다.
이 정도 마법진은 이제 눈 감고도 만들 수 있는 실력이기에 금세 그리기가 끝나고 수겸은 그 위로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았다.
화아악―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오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이아몬드가 큐브 형태가 되었다.
“아니, 다이아몬드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긴 있어?”
수겸은 자기가 저지른 일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 이제 생명의 기운을 담을 그릇이 완성된 셈.
“그러면 이제 생명의 기운을 여기에다가 넣으면 되겠다.”
수겸은 양손에 쥔 준비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수겸이 호문쿨루스 제작을 위해 재료 준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다름 아닌 생명의 기운에 관한 것이었다.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는 매물이 적은 것도 아니고, 값이 비싸다고 한들 이제 금전적인 측면에서 수겸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다.
‘조금 귀찮긴 했지만.’
신원도 확인하고, 고가품이다 보니 직접 수령도 해야 해서 발품을 좀 팔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명의 기운이란 건?
‘처음엔 감도 안 왔지.’
수겸은 처음 생명의 기운에 대해 처음 정보를 확인했을 때를 떠올렸다.
[생명의 기운 추출]– 대상에게서 생명의 기운만을 추출하는 것.
– 원재료는 소멸하고 추출된 기운은 마나 수액에 녹여서 보관한다.
“무슨 설명이 이래.”
다른 연금술과는 다르게 설명이 무척이나 빈약했다.
이런 설명을 본다면 누구나 떠올린 첫 번째 생각은
“대상이라는 게 동물인가? 그러면 동물을 죽이란 이야기가 되는데.”
괜히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동물을 죽여서 거기서 생명의 기운을 추출한다. 이렇게만 적으면 미치광이 과학자 아니, 마법사 이런 느낌인데?”
수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왠지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곤충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곤충은 잡기도 힘들고, 마법진 위에 가만히 올려두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었다.
“동물은 마취라도 시키면 되는데.”
점점 생각의 폭이 좁아지고 있었다.
수겸의 머릿속에서 귀여운 병아리, 반갑다며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떠오르는 와중에 문득 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방법으로 한 번만 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수겸은 정 필요하다면 감정이입 따위는 하지 않고 동물을 대상으로 할 생각까지도 있었다.
수겸은 박동현에게 전화했다.
“형. 혹시 막 싹이 올라온 약초들이 있을까요? 양이요? 가능하다면 많이 필요해요.”
이제는 수겸이 요청하면 왜 필요한지 묻지도 않는 박동현이었다.
박동현에게는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닌 모양인지 흔쾌히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식물도 생명이니까 조건은 충족될 거야. 땅을 뚫고 올라오며 싹이 자라난 순간이 가장 큰 힘이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
수겸이 싹이 막 자란 약초들을 요청한 이유였다.
박동현이 준비해 준 약초 새싹을 전달받은 것이 바로 어제.
수겸은 회상을 끝내고 한 손에는 새싹을 다른 한 손엔 수액이 든 통을 들고서 작업대 앞에 섰다.
“이게 안 되면 피를 봐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깔끔하게 끝낼 수 있기를.”
수겸이 작업을 시작하려다 멈칫했다.
생명의 기운을 추출하는 데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했는데 그걸 깜빡한 것이었다.
수겸이 종이 박스에서 조심스레 꺼낸 건 90도로 꺾여있는 모양의 유리관과 아래가 둥근 비커였다.
수겸은 수액을 비커에 부은 후 비커 받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유리관의 한쪽 입구와 완전 밀폐가 되도록 연결을 하였다.
유리관의 반대쪽 입구에는 고무 패킹이 붙어 있어 바닥에 붙이면 빈틈없이 딱 달라붙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바닥에 붙이지 않은 상태.
수겸은 비커 세팅이 넘어지지 않도록 잘 고정시켜두고 마법진 작업을 시작했다.
마나로만 그린 마법진 위에 뿌리에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새싹들을 올려두고 마나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변화는 눈으로도 바로 관찰할 수 있었다.
새싹 잎의 끝이 바람에 흔들리듯 부르르 떨다가 끝에서부터 조금씩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불이 붙은 건 또 아니었다.
“다른 건 전부 소멸시켜 버리고, 이 연기 안에는 생명력만 있다, 이거지?”
불꽃이 없이 불에 타는 이상한 그림이었다.
이윽고 새싹에서 나는 연기가 점점 늘어나자 수겸은 마나 불어넣기를 그만두고 한쪽에 둔 유리관을 집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유리관 입구를 마법진이 그려진 작업대에 딱 붙였다.
애초에 유리관 입구 면적에 맞춰서 새싹을 배치했기 때문에 삐져나오는 것 없이 쏙 들어가는 형태가 되었다.
이제 새싹에서 나는 연기가 바깥으로 새는 것 없이 유리관을 타고 흐르는 셈.
유리관을 타고 흐르는 연기가 닿은 곳은 비커 안에 담긴 마나 수액이었다.
연기는 특이하게도 짙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맨눈으로도 분명히 보였는데 수액에 닿자마자 없어지는 것이 곧바로 녹는 듯했다.
“여기서부터는 기다리는 일이군.”
다행인 건 마법진의 효과로 아주 미약하게 내부에서 바람이 생겨 연기가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
“그래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긴 하지만.”
만약 리카르도가 똑같은 작업을 했다면 이와는 달랐을 것이다.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리카르도는 당연히 마법의 힘을 빌려 자연스럽게 연기를 모두 낚아채 강제로 주입하는 방법을 썼겠지만 수겸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
수겸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일단 관측한 걸로는 새싹을 이용하는 계획은 성공이긴 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생명력을 양으로 표현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더 해야 할 지 가늠이 안 된다는 건데.”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든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겸은 연기가 전부 사라지고, 수액 속에 녹아든 것을 확인하고는 또다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반복하고 반복했다.
수액에 충분한 양의 생명력이 녹으면 짙은 붉은색으로 변할 것이리라.
“이번이 몇 번째지? 10번쯤 했나?”
수겸이 지루한 눈으로 수액이 담긴 비커를 쳐다보고 있을 때 드디어 반응이 시작됐다.
물감이 톡 하고 한 방울 물 위에 떨어지는 것처럼 연기가 제일 처음 맞닿은 부분에서 시작해 붉은 빛깔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퍼지면서 색은 점차 옅어졌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은 사실.
수겸이 언제 지겨워했냐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연기를 쳐다봤다.
작업이 끝난 건 25번째였다.
“와! 드디어 끝났다.”
그사이 해가 지고 바깥엔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수겸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드디어 생명의 조각을 만들 차례였다.
수겸은 화장실로 향했다.
“이건 세면대에서 하면 딱이겠어.”
수겸은 수액이 흐르지 않도록 배수구를 막아두고 안에다가 마법진을 그렸다.
그리고는 수액을 붓고는 수액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이번엔 이 상태로 마법진을 발동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붉은색의 수액을 비집고 황금빛이 새어 나오자 수액은 조금씩 끓기 시작했다.
수겸은 그제야 손을 빼고 상황을 지켜봤다.
부글부글.
마치 들끓는 용암처럼 수액 표면에서 기포가 생겼다가 터지기를 반복했다.
“지금!”
수겸은 다이아몬드 큐브를 수액 속으로 집어넣었다.
정상의 경우라면 다이아몬드가 물속에 있다고 해서 물을 흡수하지는 않을 터.
그렇지만 지금 수겸이 하고 있는 건 보통의 상황이 아니었다.
수액은 조금씩 줄어듦에 따라 다이아몬드는 조금씩 물들어 갔다.
붉디붉은 다이아몬드.
“와, 이쁘다.”
수겸은 감탄사를 터뜨리며 변화를 지켜봤다.
이제는 세면대의 밑바닥이 거의 보이기 시작하고, 다이아몬드는 이제 루비라고 속여도 될 정도로 속이 변한 상태.
메마른 사막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세면대에 있던 물을 전부 빨아드린 다이아몬드에는 마나가 넘쳐흘렀다.
수겸이 다이아몬드 큐브를 향해 손을 가져다 댔다.
끓는 수액에 있어서 혹시나 뜨거울까 싶었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차가운 느낌이었다.
“이게 생명의 조각.”
비로소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수겸은 피곤한 것도 모르고 무언가에 홀린 듯 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 마지막까지 해보자고!”
수겸은 다이아몬드를 양손으로 받쳐 들고 마지막 단계를 위해 다시 작업대로 향했다.
이제 호문쿨루스를 창조해낼 순간이었다.
수겸은 다이아몬드의 모든 면에 제각기 다른 모양의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