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수겸은 민환에게 미안했다.
실험의 결과 때문이었다.
처음 수겸이 마나의 양으로만 봤을 떄 제일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 건 세번째 줄의 두번째의 것이었고, 결과 값도 역시나였다.
그렇게 되니 민환이 괜히 고생해가며 먹을 필요가 없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어휴. 난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한거냐? 내가 널 한번 의심하고 했어야 했는데. 어쩐지 요새는 삽질을 안한다 했다. 에라이.”
민환의 힐난에도 수겸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 그랬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 네 덕분에 좋은 사실을 알게 됐어. 고마워.”
감정 하나 없이 로봇이 글을 읽는 것 같았다.
“영혼 좀.”
“하하. 여튼 우리한테는 좋은 결과다 이건.”
수겸이 예의 가장 좋은 품질의 어웨이큰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살폈다.
지리산 노각나무의 수액과 박동현이 구해준 약재의 조합.
명심하자.
시약을 만들 때는 지리산 노각나무가 최고다.
‘아무래도 약재는 박동현이 거래처 여러 곳에서 최상품을 모아준 것이라 그런 것일테고, 수액은 근처 산에서 그 중에서 좋은 나무를 고른 걸테니까.’
수겸은 이유를 생각해봤다.
“역시 좋은 산에 있는 나무가 확실히 좋은가봐. 이런 동네 산보다 말이야.”
수겸이 민환에게 의견을 물었다.
“아무래도 안 그렇겠냐? 서울에 있는 산들은 아무래도 공기도 지리산, 설악산 이런데보다 안 좋을거고 관리도 더 안될테니까.”
“그렇네. 맞네. 문제는 내가 직접 가기는 힘들다는건데.”
“뭐가 문제임? 우리나라에 수액 채취해서 파는 사람이 한 둘이겠냐? 방구석에 앉아서 손가락 까딱하면 계속 살 수 있을텐데. 어려운 길만 생각하지마. 너 그거 버릇이야.”
민환의 지적에 수겸은 또 다시 뜨끔했다.
“그것도 맞네. 인정.”
하여튼 이제 연금술 재료 공급도 한결 쉬워질 듯 했다.
‘이제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는 끝났어.’
***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
밥을 지을 때는 타이밍을 놓치면 설익은 밥을 먹거나 탄 맛이 도는 밥을 먹어야 하고, 간단한 컵라면조차도 3분을 놓치면 맛없는 라면이 되어 버린다.
장사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관심이 극에 달했을 때 팔아야 가장 큰 이득을 본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
수겸과 민환에게는 그 타이밍이란 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샘플을 배포한 지 벌써 일주일. 둘은 그 사이 시약 제조를 위한 실험을 하느라 언제 지나간지도 모르게 빨리 흘렀지만, 판매 소식을 기다리는 예비 구매자들에겐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민환아. 내일 팔자. 준비 됐지?”
“응. 준비 완료. 지금 바로 올릴까? 시간이 좀 늦었나?”
“해봐야 이제 11시인데. 괜찮아. 고고.”
수겸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수겸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민환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처음 어웨이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커뮤니티에 접속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웨이큰 판매 공지
댓글 선착순 100명에게 장소가 적힌 쪽지 발송.
1개당 50만원, 1인당 1개 구매 보장.
반드시 현금 결제.』
일부러 더 간결하게 정리한 내용이었다.
늦은 시간이 아니냐는 민환의 걱정이 무색할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1빠. 와, 방금 접속했는데 소름.
– 2등
– 3등!!!
불과 글을 올린지 2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댓글 수는 이미 100을 넘긴 상황.
“잠도 안자나. 시험 준비한다는 놈들이.”
민환은 이미 시험을 치른 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멘트를 하며 반응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명 선착순 100명이라는 내용이 있음에도 댓글은 계속해서 달렸고, 그와 별개로 어웨이큰에 대한 글들로 커뮤니티가 불타올랐다.
“야, 이거 그냥 뻘소리 적은 놈도 있는데 100명 포함해?”
“응. 그런 것까지 신경쓰면 일 못해. 그냥 무조건 100명 컷.”
수겸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그래. 그러면 후딱 끝내고 잠이나 자자. 질질 끌어봐야 피차 피곤하니까.”
이제 쪽지를 발송할 차례였다.
쪽지 내용은 판매 글보다도 더 간단했다.
『오전 11시. 선유도공원 내 햇살 정원 앞.』
물론 모두가 똑같은 시간에 모이는 건 아니었다.
‘100명이나 모아두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알고.’
수겸은 하루종일 선유도공원에서 머물 생각으로 100명을 10명씩 10개조로 나누었다.
30분 간격으로 해도 총 5시간은 걸리는 일정이었다.
“30분에 500만원씩. 하루에 5천만원인가.”
수겸은 나지막히 말했다.
“맞네. 5천만원. 9급 공무원 연봉이 얼마더라. 허얼∙∙∙.”
민환은 허탈한 감정이 스물스물 밀려오는 걸 느꼈다. 마치 밤바다의 파도처럼.
언제 내 발밑까지 왔는지 모르게 아주 조용히.
“내가 이 꼴을 보려고 몇 년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를 했나. 시벌.”
욕을 안하고는 못 배기는 상황.
“내가 다 먹냐? 멘탈 잡아. 나 그렇게 양심 없는 놈 아니다? 거래만 무사히 마치면 당연히 너랑 나눠 먹지.”
“그렇지? 우리 멋진 수겸이가 그런 파렴치한이 아니었지?”
새삼스럼게 민환이 수겸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려 어깨동무르 했다. 아마도 우린 하나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크크. 일단 내일 잘하자.”
***
거래장소로 선택한 햇살 정원은 전체로 보면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설계된 셈이었다.
정원은 크게 광장, 산책로, 전망대. 이렇게 3개 부분으로 구분이 됐다.
입구에서 쭉 들어오면 우선 분수가 있는 광장이 나왔다.
그대로 쭉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산책로 입구가 보인다. 수겸이 거래 장소로 선택한 건 바로 이 산책로 때문이었다.
이 곳 산책로의 특징은 바로 담쟁이 덩굴이 가득한 벽으로 길을 만들었다는 것.
흡사 미로 같은 형태였다.
실제로도 한 가지 길이 쭉 이어지지 않고, 코너를 돌면서 여러 갈래로 길이 나뉘어져 있었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가던 밖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햇살 정원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였다.
이 곳 전망대에 서서 보면 산책로에서 걸어 오는 사람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동태 파악을 하기에는 제격이었다.
둘은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역할 분담을 했다.
“내가 산책로 안에서 자리를 조금씩 이동하면서 거래를 할테니까 너는 전망대에서 전체를 살펴 봐. 무선 이어폰으로 계속 통화 상태 유지하면 될거야.”
“응. 느낌이 쎄하다 싶으면 바로 말할테니까 그대로 튀어. 알겠지?”
“별 일이야 있겠냐? 걱정마. 비상 시를 대비한 것도 들고 왔으니까.”
수겸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지퍼백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그 안에 든 회색 가루는 근육 경직제였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터뜨리면 도움이 될터였다.
“그게 뭐야?”
“있어. 호신용품.”
.
.
.
둘은 선유도공원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사서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잘 들리냐?”
“어. 잘 들려. 근데 숨 좀 작게 쉬면 안되냐? 겁나 거슬리는데. 혹시 쫄려서 그래?”
수겸이 이어폰 한 쪽을 빼서 귀를 한 번 후비고는 다시 꼈다.
“먼 소리? 그냥 폐활량이 좋은거거든. 닥치고 집중해. 지금 누가 봐도 물건 사러 온 사람 하나 간다.”
민환은 되도 않는 소리와 함께 신호를 보냈다.
커피를 한번 쪽 빨아먹고 수겸은 턱에 걸쳐 있던 마스크를 제대로 올려썼다.
“저∙∙∙저기요. 혹시∙∙∙?”
수겸에게 말을 건 사람은 슬리퍼 차림의 누가 봐도 시험에 찌든 사람이었다.
‘앵간하면 이런 곳에 올 때는 조금이라도 신경 쓸텐데.’
“혹시 커뮤 보고 오신건가요? 닉네임이?
“1q2w3e4r 인데요.”
“네. 확인되셨고요. 현금 주시면 약 드릴게요. 주의사항은 딱히 없으시고, 약효가 길진 않으니까 시험 삼아 먼저 드시진 마세요.”
걱정과는 다르게 무난하게 첫번째 거래가 끝이 났다.
그 이후 두번째, 세번째∙∙∙ 거래가 무난하게 진행됐다.
그렇게 4팀, 총 20명의 거래를 마치고 둘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선유도 공원 한강 변의 벤치.
수겸이 컵라면 한 젓가락을 집고는 후후 불었다.
“너는 진짜 개꿀인 걸 알아야 해. 대충 2시간쯤 서있다가 컵라면 하나 뚝딱 하고 지금 얼마를 벌었어? 여기 좀 봐라. 컵라면 안 먹어도 배부를거다.”
수겸이 컵라면을 먹으면서도 풀지 않은 가방의 지퍼를 열어서 민환에게 안을 보여줬다.
가방 안을 뒹굴거리는 현금 다발들.
“와. 살짝 봤는데 벌써 배불러. 이게 얼마냐? 20명에 인당 50만이니까. 천만원? 헐∙∙∙ 근데 생각보다 천만원 부피가 얼마 안되네?”
민환이 컵라면을 옆에 두고 아예 가방 안으로 들어갈 기세로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치. 해봐야 200장이니까.”
“그러네. 근데 이쯤되니까 하는 말인데 나∙∙∙진심으로 공무원 관둘까? 한달 빡세게 해서 150만원 받는데, 오늘 하루 일해서 네가 10%만 떼줘도 몇 달치인데. 이거 맞냐?”
민환은 아예 몸까지 옆으로 돌려 수겸에게 의견을 구했다.
“어? 돈만 보면 그게 맞지. 그리고 내가 너한테 10%만 주겠냐. 근데 너희 어머니한테 공무원 그만둔다고 하면 뒷목잡으실 것 같은데? 차팔이, 폰팔이도 아니고 약팔이라 하시면 너 그 날로 집에서 쫓겨걸거다. 감당 돼?”
“뒷목 잡는 것도 일주일이겠지. 그 뒤에 5천만원, 1억 이렇게 생기면 얼싸 좋구나 안아주실걸.”
“몰라. 난 끌어들이지 말고 네가 잘 이야기하던가. 여튼 돈 걱정은 하지마. 내가 떼먹을 것도 아니니까.”
“흐음.”
민환은 인상을 잔뜩 써서 못생긴 얼굴을 하고는 고심을 거듭했다.
“라면이나 드셔. 다 불어. 고민은 밤에 하던가 하고.”
“어. 라면 접수 완료.”
이후 오후 일정은 오전보다도 더 간단했다. 긴장감마저 풀려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거래를 할 정도로.
결과적으로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말인 즉 둘은 선유도공원으로 오는 교통비는 빼놓고 오늘 하루 순수익으로 5천만원을 벌었다는 뜻.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하면 금방 부자되겠다.”
민환이 함박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처음이라 좀 쪼개서 1:1 거래를 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쉽게 거래해도 될 것 같은데. 이 짓도 번거롭네 해보니까.”
“그러게. 차라리 경호 서비스? 같은 걸 고용해서 사람 붙이고 하자. 둘이 서 있어봐야 위압감도 전혀 없는 것 같고.”
“맞네. 너랑 나랑 붙어 있어봐야.”
수겸이 민환을 한번 쳐다보고 자기 몸도 한번 내려다 봤다.
도찐개찐이었다.
둘은 몸도 마음도 가볍게 선유도공원을 나와 수겸의 작업실로 향했다.
놀 땐 놀더라도 돈은 안전한 곳에다 두고 놀자는 계산이었다.
이윽고 수겸의 작업실 인근에 다다르고 수겸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 아까 분명 공원에서 본 것 같은데.’
곁눈질로 뒤를 흘깃 봤는데 수겸의 뒤를 따라오는 한 남자.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찬가지로 온통 검은 색 뿐인 티셔츠까지 입어서 오히려 눈에 띄었던 남자였다.
“야, 뒤에 남자. 우리 쫓아온 것 같아.”
수겸이 민환만 겨우 들을 정도로 아주 작게 말했다.
“어, 어디?”
민환은 순간 당황해서 고개를 돌려 찾아보려 했다.
“고개 돌리지 말고. 저기 앞에 코너 있지. 거기 돌면 바로 튀어. 알겠지? 작업실로 가지 말고 최대한 사람 많은 곳으로.”
“어. 너는 어떻게 하게?”
민환이 수겸의 다리를 슬쩍 내려봤다.
“난 수가 있으니까. 내 걱정말고 그대로 뛰어야 해. 그게 더 도움이 되니까.”
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경찰 데리고 올테니까 너는 차라리 작업실로 가라. 그게 더 찾기 쉬워.”
“응. 알겠어.”
둘은 조용히 의견을 맞추고 코너를 꺾었다.
“어, 어엄∙∙∙ 이건 계획이랑 다른데.”
“그러게. 하하하∙∙∙∙∙∙.”
둘의 작전과는 다르게 둘은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