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수겸이 지금 벌린 사업은 세 가지였다.
수겸의 근본인 편의점. 이제 편의점은 돈벌이보다도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일종의 수단이었다.
두번째는 금 연성. 아주 운이 좋게 잘 풀린 사업이었다.
‘우연히 찾아간 금은방 사장님이 김사장님이라 운좋게 잘 풀렸지. 지금 처음부터 한다고 해도 이렇게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수겸의 생각대로 순전히 운으로 김만복을 만나게 되어 수겸이 찍어내는 금을 스무스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처리를 맡아주는 조태규까지 만났다.
지금으로서는 2주에 한 번씩 서로 양을 맞춰서 금만 찍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수겸에겐 캐쉬 카우.
‘금 덕분에 할머니 요양원 걱정도 없고 돈 생각 안하고 다른 일을 하니까.’
마지막으로 민환과 함께 하고 있는 어웨이큰 사업이었다. 아직은 손도 많이 가고, 어떻게 끌고 가야 할 지도 확실하지 않은 사업.
그래서인지 최근 수겸의 머리 속은 온통 어웨이큰이었다.
다른 건 이제 내버려두어도 잘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수겸은 침대에 누워 어웨이큰에 대한 글이 확산되고 있는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당연히 접속 계정은 민환의 것이었다.
『조금 늦은 어웨이큰 후기 알려드림』
‘작성일이 오늘 아침이네.’
『일단 음슴체로 감.
어떻게 받았고 이런건 다른 후기 많으니까 생략함.
님들 근데 이게 무슨 약인줄 알고 막 먹음? 그래서 다른 후기들 올라오는 거 보고 먹어야지 하다가 어제 밤에 드디어 먹은거임.
그리고 보니까 효과 체감할려면 평소에 약한 과목 문제 풀어보라길래 똑같이 했는데.
와. 이거 찐임.
원래 시간 풀로 쓰고 꼼꼼히 풀어도 60점대 나오는데, 5분정도만에 문제 50%는 다 풀고 전부 다 정답. 진짜 온 몸에 소름 쫙 돋고 소르지르고 난리났음.
암튼 이거 꼭 먹어보셈. 두 번 먹으셈.
아 어떻게 끝내지.
한줄 요약 : 이거 어디서 삼?』
이로써 기대감은 충분히 쌓은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건 구매자들과 어떻게 컨택하느냐였다.
수겸이 한참을 고민하고 있던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박동현이었다.
“여보세요. 동현이형 잘 지내시죠?”
좀처럼 형이란 호칭이 붙지 않았건만, 만날 때마다 형이라 불러, 편하게 하자는 노래를 불러 마지못해 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응~수겸아. 잘 지냈니?』
“그럼요. 형은요?”
『나야 잘 지냈지. 근데 하나 말해줘야 할 것 같은 일이 생겨서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분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해서. 아마 계속 주문했던 것도 못할 것 같아. 미안해. 그래도 약재는 주변에 괜찮은 분들께 부탁해놨으니까 그건 배달 갈거야. 수액이 마음에 걸리네. 그건 부탁하기도 어려운거라.』
“이렇게 챙겨주시면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죠. 항상 제가 감사하죠. 제 일은 걱정마세요. 수액은 제가 직접 가도 되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이번에 꼭 좀 구해달라고 예전부터 부탁받은 약재가 있는데 그걸 좀 사러 가려고.』
수겸의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무슨 약재길래 직접 사러 가시는거에요? 보통은 배달이 오지 않나 해서요.”
『우리나라에는 없는 재료라 해외에 나가야 해. 이게 간 질환에 특히나 좋은 약재인데, 저품질은 평소에도 들여올 수 있는데 듣자 하니 이번엔 꽤 높은 품질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아아. 저 그냥 좀 궁금해서 그런데 그런 건 보통 어떻게 사나요?”
수겸은 이 참에 정보를 알아두려고 조금 더 캐묻기로 했다.
『보통은 경매로 하지. 우리나라에서도 30년, 40년 이렇게 묵은 산삼이 발견되면 그걸 그냥 팔지 않고, 경매에 붙이곤 하거든. 다른 약재도 똑같아. 나 같은 업자는 그걸 대신 해서 감별하고 구매까지 해주는거지.』
“그렇구나. 형. 혹시 다음에 가실 땐 저도 데리고 가주시면 안될까요? 재밌을 것 같아서요.”
『나야 좋지. 너랑 같이 가면 심심하지도 않고, 너도 관심이 좀 있으니까 좋은 공부가 될 거야. 마음 같아선 이번에도 같이 가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네.』
“하하. 다음에 데려가 주세요. 아 참! 형 얼마나 걸리실 것 같으세요?”
『대충 1달? 경매가 시작한 건 아니고 먼저 시장 조사부터 하려고 일찍 들어가는거라 그 정도는 걸릴 것 같네.』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 몸 건강히 다녀오세요. 한국 들어오시면 그 때 또 뵈요!”
수겸은 박동현과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생각에 빠졌다.
‘나도 저런 재료들을 구해서 시약을 만들어보면 꽤 좋은 경험이 될텐데. 연금술 숙련도도 올라가고 말이야.’
지금까지는 단순히 많이 만드는 반복 학습을 통한 숙련도 향상을 생각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경험 역시 생각해야 할 단계였다.
‘실력을 키워서 더 높은 난이도의 시약을 만들어야 할머니도 고치고, 내 다리도 고칠 수 있으니까.’
새로운 목표를 찾은 건 좋았는데, 시급한 문제가 생겼다.
‘당장 어웨이큰을 생산하려고 하면 수액이 더 있어야 하는데.’
수겸은 아직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민환에게 전화했다.
“어, 난데. 너 나랑 어디 좀 가야겠다.”
***
지금 당장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미리 받아둔 양만 따지면 아직 어웨이큰 100개는 충분히 만들 양이긴 한데. 어째 공급이 끊긴다고 하니까 불안하단 말이지.’
문제를 삼기 전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번 꽂힌 이상 해결책을 세워야 했다.
“이 참에 테스트를 한번 해볼까.”
수겸이 항상 고민했던 건 연금술 재료의 공급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마나가 적당히 녹아있는 수액이나 약초를 사용해야 시약이 완성이 되는데, 그걸 감별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수겸이 생각하기론 흔히들 말하는 장인수준까지는 되어야 어렴풋이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박동현은 특별했다.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한 분야에 온전히 몰입했기에 본인의 분야인 약초에서 마나를 느끼는 것이 아닌가 그저 추론할 뿐이었다.
‘근데 사실 특별한 품목 말고는 수액이나 약재 모두 인터넷으로 주문이 된단 말이지. 정 안되면 전화 주문해서 택배로도 받을 수 있고.’
수겸이 테스트를 하려고 하는 건 이 부분이었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재료와 박동현이 골라서 공급해준 재료. 두 개의 차이가 얼마나 클까?”
이걸 의심한 건 순전히 수겸이 지식으로만 연금술을 배웠기 때문이다.
현재 수겸이 만들고 있는 시약들의 재료는 전부 C급 약초와 수액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C급과 리카르도 아저씨 세상에서 말하는 C급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단순히 마나를 품은 양에 따라서 등급을 나눈다고만 했으니까.’
만약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재료의 수준이 C급이라면, 수겸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양을 더 짧은 기간에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지금까지는 재료가 항상 부족했으니까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단 이야기인데. 약효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그게 더 좋지.’
그걸 알려면 역시 직접 실험해볼 수 밖에 없었다.
수겸은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나무 수액’ 만 검색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았다.
심지어 채취한 산에 따라서, 나무 종류에 따라서 구별 해놓아서 은근히 고르는 맛이 있을 정도였다.
장바구니에 담긴 수액만 족히 30리터. 종류도 네 가지나 되었다.
“이제 약재도 골라볼까.”
당연하지만 약재는 더했다. 어차피 약재에 대한 지식은 딱히 없는 수겸으로서는 후기가 많고, 판매 이력이 많은 순으로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추출할거라 약재 종류는 딱히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게 완성된 수겸의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의 가격은 가볍게 200만원 넘었다.
‘이게 맞겠지? 이것도 다 투자니까.’
이제는 가볍게 수억이 있는 수겸이지만 아직도 200만원은 큰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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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대한민국은 연금술하기 좋은 나라였다.
단 3일만에 그 많은 물품이 모두 수겸의 작업실 앞에 쌓인 걸 보니 분명 연금술에 특화된 나라가 틀림없었다.
“히야. 이게 다 얼마치래?”
민환이 수액부터 하나씩 안으로 나르면서 말했다.
“하다보니까 그렇게 되네. 이거 다 테스트 해보려면 3일은 걸리겠는데? 벌써 허리가 아프네.”
수겸이 아프지도 않은 허리를 주먹으로 톡톡 치며 우는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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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
수겸의 작업은 3일 밤낮에 걸쳐 진행됐다. 물론 그 사이 민환 역시 쉴 틈이 없었다.
“이 무식한 새끼. 어휴.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이게 뭐냐? 안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민환이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그래도 어쩌냐. 각각 조합을 해보려면 경우의 수가 몇개야.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지.”
수겸의 말대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수액의 종류만 4개, 박동현이 기존에 주던 것까지 하면 총 5개였다. 거기다 약재는 총 6곳의 판매자를 통해 샀다.
그 중 최고 효율을 뽑아내려면 각각의 조합을 다 만들어야 했으니 당연히 쉴 틈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 결과로 둘의 앞에는 동글동글한 약이 세로 5줄, 가로 6줄로 오와 열을 맞춰서 진열되어 있었다.
‘제 각기 다 다르다. 확실히 재료 품질에 따라 결과가 꽤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만약 수겸이 연금술을 기초부터 차례대로 배우는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 과정은 애진작에 거쳐가는 과정이었다.
재료가 품은 마나에 따른 결과물의 차이. 이건 기초 중의 기초였다.
문제는 수겸은 교육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은 연금술사라는 점.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었다.
각각의 약은 담긴 마나의 양도 다르고, 색도 달랐다.
“이게 제일 마나가 많거든? 이건 제일 마지막에 먹어보자.”
수겸이 세번째 줄의 두번째 것을 콕 집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테스트는 어떻게 하는데? 네가 보기엔 그게 제일 좋은거면 된 거 아냐?”
“아니? 다 먹어봐야지. 체감되는 정도나 지속시간도 재야하고.”
“실험체로 이용된다니 기분이 좀 그렇긴 한데, 살짝 군침이 돌긴 하네. 자존심 상하게.”
민환이 그러면서도 어깨를 빙빙 돌리고, 허리 비틀기를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게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논문을 내는 것도 아니니까 효과는 네가 느끼는 정도로만 체크하자. 지속시간은 내성의 영향을 받으니까 조금 줄어드는 것도 감안하고. 그냥 어느게 더 좋은 것 같다 정도만 말해주면 돼. 오키?”
“오케이. 접수 완료.”
우두둑-
민환이 스트레칭의 마지막 단계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뼈 소리를 냈다.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차피 위험성이 있는 실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실험 역시 민환이 첫번째 피실험체이긴 했지만.
민환이 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후아. 이것도 끝. 꽤 힘든데? 좀만 쉬자.”
“그래. 그러자. 머리 쓰는게 원래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하는데 그걸 최대로 가동하니 힘들겠지. 고생이다.”
“어쩔 수 없지. 근데 이제 몇 번째지?”
“이제 26번째. 4개만 더 하면 돼. 마지막이 원래 먹던 약이니까 정 힘들면 마지막껀 빼도 될 것 같아.”
수겸이 메모가 빼곡히 적힌 노트를 살펴보며 답했다.
“이왕 한 거 다 먹어보고 비교해야지. 확실한 건 느낌이 조금씩 다르긴 한 것 같아. 근데 시간은 좀 짧아졌지?”
“응. 꽤 많이. 이제 8분대야. 시간은 그냥 무시할까 싶기도 해.”
지금의 수겸은 흡사 연구자의 모습이었다. 정말로 논문이라도 쓸 기세로 꼼꼼히 기록하고, 결과를 살폈다.
짝짝-
민환이 박수를 시원하게 치더니 몸을 일으켰다.
“자! 이제 마무리 하자. 첨에 먹을 때는 없어서 못 먹는 약이었는데, 이제 이게 질리네. 얼른 끝내고 맛있는 것 좀 먹으러 가자. 토나올 것 같아.”
“그러자. 뭐 먹고 싶어? 다 사줄게.”
역시 힘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먹을 것이 최고인지 마지막 4개는 한번도 쉬는 시간을 가지지 않고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