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어차피 오늘 일의 목적은 어웨이큰 사칭범을 잡는 것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 재발을 방지하는 것. 딱 그정도였다.
그런 것이라면 잔챙이들을 조지는 것보다 그 중 우두머리만 확실히 처리하는 편이 효율적이란 판단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를 고문을 해서라도, 사칭과 관련되어 있는지 무고한 시민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확실한 공포가 필요해. 어웨이큰과 관련해서는 어떤 장난도 쳐선 안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야 해.’
지금 박도하의 심정이 딱 그랬다.
‘시발. 돈 좀 벌려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무사히 빠져나가기만 하면 어웨이큰의 어 자만 들어가도 무조건 피해야지.’
박도하가 혼자 반성을 하던 말던 그것과 무관하게 동철은 분리수거 후 남은 사람들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집중. 지릴 것 같아도 내 말을 잘 들어. 이 중에 공범도 있는 걸 안다. 근데 넓은 아량으로 모두 풀어줄까 해. 근데 이것만은 꼭 기억해. 다시는 어웨이큰으로 장난질 치지 말 것.”
동철은 수겸이 말한대로 가방에서 약을 꺼내 한 명씩 강제로 입을 벌려 한 알씩 집어 넣었다.
“허억!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약효는 즉각적이었다.
처음으로 해독제를 먹은 사람은 이미 이성적 판단이 날아가버렸는지, 경직이 풀리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 빌기 시작했다.
스탠딩 체어에 앉아 있던 수겸이 그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고개도 못들고 엎드린 채 이제는 울기까지 하고 있는 이는 줄곧 수겸의 등 뒤에 숨어 있던 202번 대기자였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온 사람일텐데.’
대화도 해보고, 눈으로 봐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동철이 손을 들어 수겸을 제지시켰다.
동철의 판단에는 오히려 초장부터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세번째 사람들에게도 해독제를 먹였다.
마찬가지로 그들은 바닥에 엎드려 비는 것만이 살 길이라 여긴 듯 했다.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만 있는 모습이 가엾게 느껴졌다.
경직이 풀린 사람이 모두 10명이 되었을 때 동철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문을 열고 나가되,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리치면 다시 끌고 온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도록. 이 동네를 벗어날 때까지 내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을거니까 허튼 생각 하지마.”
물론 동철의 허장성세였지만, 듣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염라대왕의 한 마디였다.
“네∙∙∙.”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답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10명.
동철은 한번에 모두 경직에서 풀리면 사람이 너무 많아져서 대처가 힘들 수 있기 때문에 10명씩 나눠서 진행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명까지 90도로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 수겸이 동철에게 다가갔다.
“고생하셨어요.”
“고생은요. 사장님이 다 하셨죠. 저야 입만 털고 한게 없습니다.”
“그게 크죠. 아무래도 저는 위압감이 없으니까요.”
수겸의 말대로 눈을 꼭 감고 있다가 처음 본 사람이 동철처럼 산만한 덩치의 사내라면 누구든 위압감을 느끼고 주눅들기 마련이다.
만약 수겸이 방금 동철이 한 멘트와 행동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쟤네만 끝내면 되겠네요.”
수겸은 14번 룸으로 향했다.
“이제 해독해줄건데 반항하면 뒤지게 처맞는거야. 알겠어?”
수겸이 박도하에게 경고 한 마디를 한 후에 곧바로 해독제를 입에 집어 넣었다.
물론 동철은 밖에서 안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언제든지 안으로 달려 들어갈 수 있었다.
“하악. 하악.”
박도하는 마치 숨을 못쉬고 있던 것처럼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짜악-
수겸이 박도하의 뺨을 후려쳤다.
“날 봐. 고개 들어.”
“으윽.”
“이제 무조건 3초안에 답을 해. 아니면 맞는거야. 물론 내가 아니고 저 밖에 있는 사람한테 말이야.”
박도하는 미처 못보고 있던 동철을 그제서야 쳐다봤다.
“∙∙∙∙∙∙. 알겠다.”
짝!
“존댓말로 해야지. 어디서 맞먹을려고.”
“∙∙∙∙∙∙. 알겠습니다.”
마지막 자존심마저 내려놓은 듯 박도하의 눈빛이 바뀌었다.
“첫번째. 짝퉁 어떻게 만들었어.”
수겸이 박도하가 팔고 있던 짝퉁을 손에 쥔 채로 물었다.
“진짜 어웨이큰을 잘게 쪼개서 섞었습니다. 양을 늘리려고 밀가루 반죽도 넣고, 초코 가루도 넣어서요.”
박도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답했다.
퍽!
“에라이, 썩을 놈아. 그런 걸 돈 주고 팔아먹어? 이거 완전 양아치 맞네.”
수겸이 평평하게 생겨서 때리기 참 좋게 생긴 박도하의 뒷통수를 후려 갈기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어떻게, 얼마나 팔아먹었어. 쭉 이야기 해봐.”
수겸은 대충은 알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 싶어 질문했다.
“이제 2주차입니다. 어웨이큰을 못사서 안달난 사람들한테 접근해서 꼬득이고 팔았습니다. 오늘 보신게 다입니다. 정말입니다!”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박도하는 술술 불었따.
“아까 재구매하러 왔다는 놈들은?”
“그 중에 5명만 제가 심어놓은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진짜 재구매하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들 처음 먹어본거라 진짜도 이정도인가보다 하고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것 같았다.’
수겸이 만든 어웨이큰은 효과가 탁월하지만 이제서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매일 한정된 수량만 팔고 있다.
때문에 직접 먹어본 사람도 적고, 그걸 후기로 남긴 사례는 더더욱 적었다.
‘그래서 진짜가 어느정도인지도 모르고, 본인이 호구란 것도 몰랐던거야.’
퍼억! 퍽!
수겸이 박도하의 뒷통수를 연신 갈겼다.
“아, 미안. 이건 그냥 내가 화나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박도하가 고개를 드니 보이는 건 수겸의 등 뒤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는 동철의 얼굴이었다.
‘시발. 존나 무섭다.’
“질문은 이제 마지막이야. 똑바로 대답만 잘하면 이제 나가는거야. 이 짓거리 너 혼자 한 건 아니지? 뒷배가 누구야?”
수겸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만약 이게 단순히 사기꾼 하나가 벌인 일이라면 여기서 일단락이 되겠지만, 그게 아니면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말 안해? 맞고 말할래? 아니다. 다시 연기 좀 들여 마셔야 정신을 차리겠네.”
“히익!”
수겸의 백색 연기 발언에 박도하는 기겁을 했다.
“말해.”
“저 혼자 한겁니다! 근데 이 지역 관리해주는 형님들은 알긴 하십니다. 저도 장사를 하려면 세금을 내야해서 그렇습니다. 근데 형님들은 절대 상관 없습니다. 저 혼자입니다!”
‘불행 중 다행인가.’
수겸은 동철을 쳐다봤다.
이쪽 세계를 잘 모르는 수겸으로서는 동철의 판단이 필요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수겸이 14번 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동철에게 물었다.
“다 들으셨죠? 어때요. 저 놈 말이 사실 같습니까?”
“말은 됩니다. 무슨 사업을 하던 세금을 떼가는 놈들이 있거든요. 저희 사업장은 제가 있어서 안나타난거지요. 사업자등록을 하는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진 신고를 안하고 작업하다가 걸리면 한 두대 맞는 걸로 안 끝나서 대체로 지키는 편이지요.”
동철은 룸 안의 박도하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답했다.
“그런가요. 그러면 추가적으로 보복이 있다던가 그러진 않을까요.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수겸은 턱을 매만졌다.
“저 자식이 따로 의뢰를 하면 그럴 수 있지만, 지금 꼴을 보니 멘탈적으로도 사장님께 제압 당해서 그러진 않을 것 같군요.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 정보망에 먼저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자잘한 사건까지는 몰라도, 그 정도 일은 먼저 알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다행이죠. 일단 알겠습니다. 저는 얻을 정보는 다 얻은 것 같으니 이만 가고, 여기 마무리 좀 부탁드릴게요.”
수겸은 손가락으로 박도하를 가르키며 말했다.
“걱정마십쇼. 후환 없도록 철저히 교육시키고 가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동철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뭘요. 고생은 이제 동철씨가 하실건데. 갑니다.”
수겸은 눅눅한 지하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
.
.
늦은 밤, 수겸의 집.
수겸은 전등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으니 오늘 낮의 일이 영상을 재생하듯 머리 속에 떠올랐다.
발 밑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백색의 연기
몸이 굳어가는 걸 느끼며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
박도하에게 행했던 폭력
평소라면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었다.
지금 수겸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처음 느껴보는 괴리감이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자신의 모습과 오늘의 자기 자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게 좋은거지!’ 라며 받아들이는 인생이었다.
물론, 속이 상해 술도 먹고 욕도 하고 투정도 부렸지만 그 뿐이었다.
오늘은 어떠했나.
분노하고 행동했으며, 멈추지 않았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모욕 받은 것에 대해 복수하기 위해.
‘나쁘지 않아.’
수겸은 주먹을 움켜 쥐었다.
손에 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다.
밤은 어두웠지만, 수겸의 눈빛만은 빛나고 있었다.
***
과연 동철의 뒷정리 능력은 탁월했다.
딱 하루만에 짝퉁에 대한 글들은 원래 없었다는 듯 모조리 사라졌다.
어웨이큰 복제품을 싼 가격에 사서 효과를 보았다는 후기들 역시 박도하의 바이럴이었는지 그조차도 함께 사라졌다.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휴우. 이정도면 아예 없어진 게 맞는 것 같아.”
민환이 아르케 사무실에 모여있는 모두에게 말했다.
물론, 농사가 체질이라며 아예 귀농 수준으로 짐을 싸서 내려가버린 박동현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러게요. 그 놈들이 아예 자리 잡기 전에 빨리 발견한 것도 다행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잘못했으면 계속 저희 피를 빨아먹으며 기생했을 수도 있겠던데요.”
조태규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완전 잡범 수준이긴 해. 더 많이 해먹는 방법도 분명 있었을텐데 말이지.”
민환이 노트북을 접으며 말했다.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이번에 잡지 않았으면 잡범 수준에서 끝나진 않았을겁니다. 돈이 될 것 같으면 붙는 기생충들이 있거든요.”
다시 조태규가 답했다.
“어찌보면 운이 좋았다고 봐도 되겠네요.”
처음 이 소식을 가져온 이은호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호 덕분이지.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겸이 이은호를 쳐다보며 칭찬을 했다.
“근데 사장님 진짜 용감하신 것 같아. 혼자 따라 들어가셨다면서요? 무슨 첩보물인줄.”
이번엔 최영지가 타이밍을 보며 수겸에 대해 말했다.
“하하. 동철씨가 뒤에 따라오는 걸 아니까 들어간거지. 엄청 후달렸다고.”
수겸이 너스레를 떨었다.
“∙∙∙∙∙∙.”
모두가 한 마디씩 하는 와중에도 동철은 말이 없었다.
수겸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수겸의 모습을 보는 동철을 혼란스러웠다.
지금처럼 직원들과 농담따먹기도 하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수겸의 모습과 어제 본인이 보았던 참상을 만든 수겸.
무슨 수를 써서 그런 상황을 만든 지도 알 수 없었다.
꽤나 험한 인생을 산 동철, 본인도 처음 본 장면이었으니까.
당시엔 태연한 척 있었지만, 무슨 짓을 하더라도 소리도 못내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다.
‘알 수 없는 분이다.’
동철은 다시 한번 수겸에 대한 인상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아니, 모두가 그 날의 수겸을 보았다면 지금처럼 농담 따먹기를 할 수 있을지 동철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