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64
64화
“힘들어서 뒤질 것 같은데 재밌어. 너무 졸린데, 멈추고 싶지 않은 기분이야.”
수겸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민환에게 설명했다.
“너 지금 눈 겁나 빨개. 토끼인줄.”
민환은 수겸을 걱정하는 마음에 충혈된 눈을 강조했다.
제 3자가 보기에 수겸은 이미 체력을 초과해서 쓰고 있었다.
“노노. 나에겐 힐링 포션이 있지. 너무 졸리면 어웨이큰도 하나 먹고. 약빨로 버텨보자. 너도 하나 줄까?”
수겸은 힐링 포션을 무슨 자양강장제 취급을 하며 들이켰다.
사실 힐링 포션은 회복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지 체력 회복을 해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수겸은 플라시보 효과를 온 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히려 효과가 있다면 어웨이큰 쪽이 맞긴 했다.
근데 그마저도 잠시 잠깐 효과가 있을 뿐.
수겸을 진짜로 움직이고 있는 건 그의 연금술에 대한 열정. 그 뿐이었다.
불꽃 같은 남자. 그게 연금술사 수겸이었다.
어찌 됐건, 수겸은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민환아. 재료는 넉넉하지? 지금 한 번에 최대 용량 만들어 볼건데 재료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응. 안그래도 얼마 전에 물건 들어와서 충분해. 바로 시작할까?”
열정도 전염이 되는지 민환 역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고!”
수겸이 첫번째 마법진 앞에 정자세로 앉아 손바닥을 바닥에 가젹다 댔다.
‘다 좋은데 자세가 좀 구리네.’
지금까지는 작업대 위에서 했지만 이제 마법진 자체가 바닥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엎드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끄응. 간다.”
민환이 포대자루 째로 약초를 들고 왔다.
후두두둑
풀떼기도 양이 많으니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민환은 옆으로 샌 약초를 빗자루로 슥슥 쓸어 마법진 안으로 넣었다.
“준비 완료.”
처음 마법진은 재료의 순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이었다.
쉽게 말하면 마나 감응도를 끌어올리는 단계랄까?
재료의 가공 후에는 거치는 두번째 마법진은 배합, 마지막은 마나 주입 과정이다.
수겸은 배합 마법진까지 마친 후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허억. 허억.”
“야! 괜찮아? 너 지금 너무 창백한데?”
민환의 말대로 수겸은 하얗다 못해 푸른 빛깔로 질린 상태.
“민환아. 저기 책상 위에 파란 색깔 병 좀 줄래.”
“책상 위? 알았어. 잠깐만.”
민환은 재빨리 움직여 수겸이 말한 파란 색 액체가 들어 있는 병을 건넸다.
꿀꺽- 꿀꺽-
사막 더위에 질린 여행자가 죽기 직전에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듯 수겸은 단숨에 파란 액체를 들이마셨다.
“휴우. 이제 살겠다. 어지러워서 죽는 줄 알았네.”
“방금 마신 건 뭐야? 처음 보는건데.”
“네가 밖에 나갔을 때 만든 시약이야. 마나 포션이지. 보니까 대단위 연금술을 할 때에 많은 양의 마나를 인도하기 때문에 몸 안에 있던 마나가 밖으로 빨려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와. 마나 포션이란다. 돌겠네. 너 혼자 판타지 세상에 사는게 맞네.”
민환이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탁 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크크. 몰랐어? 돈도 복사하는데 그걸 몰라? 하여튼 그래서 미리 만들었어. 아니면 죽을 뻔 했네.”
수겸은 텅 비어버린 유리 병을 생명의 은인이라도 되는 듯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 몰라. 꼴뵈기 싫어. 마무리 하시지?”
민환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사장이고, 친구지만 꼴 뵈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기운을 차린 수겸은 곧장 작업을 재게했다.
배합까지 마친 재료는 드럼통에 담아야 할 정도로 엄청난 양.
“야, 이제 같이 좀 해야겠다. 약초까지는 어떻게 되겠는데 이거는 너무 무거운데?”
민환은 드럼통은 아니지만 플라스틱 소재 용기를 이를 악문 채 옮기며 말했다.
“알겠어. 너는 힘 좀 길러야겠다. 무슨 조수가 재료 하나를 제대로 못 옮겨?”
수겸이 농담조로 투덜거렸다.
“그러게. 그런 시약은 없냐?”
민환이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없겠어? 방금 메뉴얼 떴다. 신체 강화 시약. 궁금하지 않냐?”
수겸의 눈동자가 바쁘게 좌, 우로 왔다갔다 했다.
“뭐가?”
“이게 도핑 테스트에 걸릴까? 안걸릴까?”
“와, 이건 좀 궁금하다. 제발 테스트 좀.”
“그건 나중에 하고, 내가 말하면 다 부어버려. 나 이제부터는 못 도와주니까 네가 혼자 해야해.”
대충 마법진 근처로 재료를 옮긴 후에 수겸은 자리를 잡았다.
휘익- 휘익-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수겸을 중심으로 작은 바람이 일었다.
“지금 다 부어.”
수겸은 짧게 말 한마디를 한 후에 마법진을 쏘아봤다.
민환은 반고체 상태의 재료가 이리 저리 튀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수겸의 말대로 마법진 위로 플라스틱 통을 거꾸로 뒤집었다.
마법진은 제대로 발동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재료들은 마법진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수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다.
“흐읍!”
수겸은 힘을 주며 마법진 가동을 진행했다.
이윽고, 창가에 달린 블라인드가 거진 45도 각도까지 들릴 정도로 한바탕 강한 바람이 들이 박친 후에야 모든 공정이 끝이 났다.
마지막은 전기 속성을 주입하는 일.
이건 민환의 몫이었다.
털썩-
모든 힘을 다한 수겸은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리고, 민환이 바톤을 이어 받았다.
애초에 어웨이큰 생산을 염두에 둔 작업실이기에 양극과 음극을 따로 빼둔 전기 시설이 세팅된 상황.
민환은 평소와 같이 양 극을 모두 푹 꽂은 후 전기 시설을 가동했다.
파지직- 피이익-
한번 스파크가 튄 후 건물의 모든 전기가 내려간 상황.
“이건 예상 못했는데.”
민환이 오늘 편의점 근무자인 이은호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위이잉.
전기가 돌아왔다.
“다시 전기 살렸습니다!”
동철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수겸과 민환이 밤새 고생하는 게 미안해서 모두가 함께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민환 역시 크게 소리쳐 감사인사를 전하고, 다시 한번 전기 주입기의 전원을 올렸다.
파지직!
“됐다. 수겸아! 일어나봐. 끝났으니까.”
“끄응. 결과는 확인해야지. 어떻게 됐어?”
수겸의 말에 민환이 결과물을 주걱으로 덜어내 만져도 보고, 정량대로 끊어내서 먹어도 봤다.
“이거 완전 성공인데? 심지어 효과까지 더 올라간 것 같아.”
누구보다 어웨이큰의 효과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게 된 민환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겨우 몸을 일으킨 수겸은 민환과 함께 생산량을 측정했다.
“이쯤되면 이거 1,000개 분량은 되겠는데?”
무려 생산량이 5배가 늘어난 것이었다.
민환이 신이 나서 함박 웃음을 지으며 수겸을 쳐다봤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 그럼 잔다.”
수겸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이튿날.
수겸은 포근한 이불 감촉을 느끼며 눈을 떴다.
“끄응. 아우, 온 몸이 쑤시네.”
수겸은 상체가 일으켜서 기지개를 켰다.
“얼마를 잔거지?”
시계를 보니 오후 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12시간을 넘게 잤네. 밤 새운 것 치고는 선방이네.”
수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사무실로 내려갔다.
“오셨어요?”
“잘 잤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식사 준비할까요?”
최영지, 민환, 동철이 수겸을 맞이했다.
동철은 요새 부쩍이나 수겸에게 깍뜻한 모습이었다.
“굿모닝. 아니 굿이브닝! 다들 집에 안가고 뭣들 해?”
“내일 장사 준비하죠. 민환 오빠가 혼자 다 하기에는 너무 많다고 포장 좀 같이 하자고 해서요.”
그러고 보니 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어제 밤새도록 만든 어웨이큰이었다.
이제 아르케의 직원들 모두 수겸에게 무슨 비밀이 있다는 건 아는 상황.
다만, 그것이 연금술이라는 것만 모르고 있었다.
수겸이 다른 곳도 아니고, 같은 건물 3층에서 직접 만드는 것도 알고 있으니 포장 정도는 이제 맡겨도 될 것 같긴 했다.
“안그래도 양이 많아서 민환이 혼자 안되겠다고 생각하긴 했어.”
“수겸아. 이거 소분한 걸 세어보니까 1,000개가 넘더라. 대박이야 진짜.”
“어, 대박은 맞는데 난 진짜 온 몸이 쑤시네.”
“고생하셨습니다. 필요한 걸 말씀주시면 구해드리겠습니다.”
동철이 어느새 수겸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괜찮아요. 동철씨도 같이 포장이나 하죠. 이거 후딱 하고 다들 저녁이나 먹는 건 어때?”
“콜.”
“완전 좋아요!”
간만에 회식이었다.
***
치직-
“상황 보고드립니다. 등산 중 추락하면서 손에 쥐고 잇던 등산 스틱이 복부에 꽂힌 것으로 보입니다. 구조 직전 스틱이 빠져 현재 출혈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혈압은 계속 내려가고 있으며, 환자 의식 희미합니다. 오버.”
치직-
『의료시설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오버.』
“기상 악화로 소방헬기 출동이 불가능하여 구급차로 이동 중인 상황인 바, 즉시 수술 가능한 의료시설까지 약 1시간 30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독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포션 사용을 요청드립니다. 오버.”
『사용 허가한다. 단, 모든 상황은 영상 증거 자료 남기도록 한다. 조치 후 보고하도록. 오버.』
“1월 19일. 수요일. 현재 시각 오후 13시 20분. 상황 보고 후 힐링 포션 사용합니다.”
카메라를 달고 있는 구급 대원이 무전 보고자를 대신 해 상처 부위 압박을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지혈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꿀럭 꿀럭 피가 나오고 있는 상황.
보고를 한 구급대원이 수납 상자를 열어 앰플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준비 됐어. 내가 셋을 외치면 조금만 손에 힘을 풀어. 바로 부을테니까.”
“네.”
“하나, 둘, 셋!”
구급대원의 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살짝 벌어진 틈으로 붉은 빛깔의 힐링 포션이 흘러 들어갔다.
“다시 압박!”
“네!”
“경과 관찰이 필요하며, 외과적 수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부 상처에는 포션 사용 하지 않겠씁니다.”
“작용 시작합니다.”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대원이 상처 부위가 잘 보이도록 앞으로 더 다가가며 말했다.
미세하게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출혈 멈추기 시작합니다.”
출혈이 눈에 뛰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대로 환자 바이탈 체크하면서 이동하겠습니다.”
구급대원의 멘트를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끝으로 환자 동의 후에 올리는 영상이라는 점과 힐링 포션 치료를 한 사람 중 단 한 사람도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문구가 올라왔다.
“생각보다 활용 시점이 빠르네.”
수겸이 영상 다음으로 댓글창을 누르며 말했다.
– 영상에서 쓰는 포션 만든 사람 노벨상 줘야 함.
– 내 친구의 친구가 구급대원인데 포션 아직 성분 분석도 안끝났다는데 써도 되는거임?
ㄴ 사실상 시민들 상대로 실험하는 게 아닌가요?
ㄴ 이미 119 내부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실험을 마쳤다고 합니다.
– 저도 같은 이야기 들었습니다. 분석이 안되더라도 그냥 쓰기로 했다고 했음.
– 윗분들 성분이 뭐가 중요해요? 사람 살리는데 도움되면 그만이지. 부작용도 없다는데.
– 10년, 20년 뒤에도 부작용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요?
ㄴ 3분 뒤 죽기 vs 10년 잘 살고 부작용. 가족 일이라면 둘 중 뭐 고르실 것 같나요?
ㄴ 이게 맞지.
댓글창은 얼핏 보면 의견이 분분한 것 같지만, 묘하게 포션 사용에 문제 없다는 쪽이 우세했다.
119라는 단체가 주는 신뢰감이 좋게 작용한 것 같았다.
“계획대로 되는 것 같은데.”
수겸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수겸의 계획대로 연금술은 세상에 아주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