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65
65화
힐링 포션만 세상에 스며들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어웨이큰 역시 착실하게 이름을 퍼뜨리고 있었다.
민환이 다니던 학원에서 시작해 학교로 퍼진 이후로 이제는 다양한 각계 각층의 사람이 찾고 잇었다.
중요한 소송이 예정되어 있는 변호사도,
사업 아이템 구상인 예비 창업자도,
심지어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예술인도,
사건 당시 기억이 희미해진 피해자 역시 증언을 할 때 이용한다고 했다.
‘피해 사실도 다시 선명하게 기억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했지만.’
어찌 됐건 확실한 사실은 점차 어웨이큰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늘고 있다는 점.
이런 상황에서 판매량이 5배나 증가하는 건 가뭄에 비가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또 다시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1,000명이나 되는 사람을 줄 세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어웨이큰 판매 수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회의시간에 조태규가 이야기했다.
“그건 맞아요. 200명도 사실 많았는데 방법이 없으니까 그랬죠.”
“그냥 판매시간을 늘리면 되지 않아? 지금은 오전에 한타임만 해서 200개 파는데 이걸 여러 타임으로 해도 될 것 같은데.”
수겸은 볼을 살짝 긁으며 답했다.
“그건 맞지. 그리고 내 생각엔 아무리 우리 상품이 인기가 있다고 해도 매일 1,000개씩 나가면 이제 오픈런 같은 건 없어질 것 같은데?”
이번엔 민환이었다.
“이게 수요 예측이 안되서 어려우니까요. 한번 해보시죠. 일단은 상시판매로 돌리고, 매진되면 마감으로요. 갯수 제한은 1인당 2개까지. 어때요?”
수겸이 모두에게 말했다.
“전 좋아요. 그리고 아무리 저희가 가격을 낮게 한다고 해도 매일 100만원을 써가며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진짜 필요할 때 마음만 먹으면 당일에 살 수 있으니까요. 굳이 쟁일 필요가 없죠.”
“그렇지. 그동안 방법이 없어서 그냥 두고 있던 되팔이 놈들도 없어지지 않을까? 정가에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굳이 비싼 돈 주고 되팔이들한테 살 일이 없잖아.”
최영지의 수겸이 동의를 했다.
“이건 해보고 다시 바꾸면 되는 문제니까 회의 길게 안하고 그냥 고할게요. 괜찮죠?”
“네!”
“알겠습니다.”
.
.
.
어웨이큰의 판매 정책이 바뀐 첫 날.
“번호표 주세요! 10시 됐어요~”
별도로 공지를 하지 않았기에 오늘도 역시 번호표를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상황이었다.
10시가 되어도 누군가 나와 번호표를 나눠 주지 않자,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이은호에게 말했다.
“잠시만 나가서 기다려주세요!”
이제 사람들을 대하는데 도가 튼 이은호가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띠링-
이은호는 밖으로 나가고, 수겸과 최영지는 1층 편의점 창가에 앉아 밖을 보고 있었다.
“사장님. 방금 온 사람 되팔이에요.”
“되팔이?”
“네. 중고물품 거래하는 감자마켓 있죠? 평소에는 대부분 바로 거래가 되어서 채팅도 못 걸었는데, 지난 번에 보니까 판매중이 딱 떠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말을 걸었죠.”
“그래서?”
수겸은 재밌는 이야기거리에 턱을 괴고 듣기 시작했다.
“일단 시간 잡고 만났죠. 어차피 사람들 많이 다니는 곳에서 거래해서 위험할 일도 없었어요. 근데 가격을 얼마 부르는지 아세요? 하 참, 어이가 없어서.”
“우리가 50만원이니까 대충 70만원쯤?”
“어플에 써둔 가격이 70만원이긴 했어요. 근데 저랑 딱 대면하니까 그새 가격이 올랐다는거에요.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 가격에는 안되겠다고요. 그러면서 대화창 목록을 보여주니까 10명도 넘더라구요.”
“헐. 근데 그건 너무 반칙아냐? 사람 불러놓고 그러는게 어딨어.”
“그러니까요! 완전 미친 놈이죠. 제가 물었죠. 얼마냐고. 그러니까 100만원을 달라는게 뭐에요.”
“와 2배를 부른다고? 양심 어디갔어. 저 자식 블랙리스트 올려?”
“근데 어차피 정찰 겸 나간거라 제가 빠져나오긴 쉬웠어요. 화도 난 김에 시원하게 욕 한번 하고 돌아왔는데, 그 때부터 저 사람 얼굴이 딱 보이네요.”
지금도 화가 난 최영지가 귀까지 빨개져가며 이야기 했다.
“근데 너 알아본건 아니야?”
“그럴리가 없죠. 마스크에 모자까지 쓰고, 그 위에 후드까지 입었으니 절대 못알아봐요.”
“그러면 다행이고. 근데 되팔이가 꽤 해먹었구나. 그동안 바빠서 신경을 못 썼네.”
사칭범은 잡아서 반죽음 상태까지 만든 수겸이지만, 되팔이에 관해선 그렇게 신경쓰질 못했다.
예전 사칭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는 화도 덜나는 것 같았다.
‘사칭범은 그 자식 때문에 어웨이큰 이름이 더럽혀질 수 있지만, 되팔이는 그냥 내꺼를 가지고 장사하는 거라 그런가. 괘씸하긴 하지만.’
“근데 이제 저 사람 직업 잃게 생겼네요. 당장 오늘치만 하더라도 안팔릴 수도 있겠다. 히히.”
최영지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얄미워서 혼내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오늘껀 팔리지 않을까? 우리 공지도 안하니까 몇 일은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거야.”
“그런가. 그래도 저 자식이 우리 어웨이큰을 이용해서 돈 번다는 게 기분 나빠요. 빨리 망해버렸으면.”
최영지는 솔직한 자기 심정을 이야기했다.
“곧 그렇게 될 거야.”
수겸은 시선을 1번 대기자로 옮기며 말했다.
둘이 편의점에서 노닥거리는 사이 이은호는 밖으로 나가 공지 사항을 전파했다.
“이제 하루 수량 1,000개로 늘리면서 상시 판매로 바뀝니다. 수량이 늘어나면서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도 없어집니다. 또, 1인당 1개 제한에서 2개로 늘리니까 이것도 참고하시구요. 아! 오픈은 매일 10시입니다. 그러면 5분 뒤 입장하실게요.”
이은호는 질문따위 받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할 말만 후딱 하고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예전의 군기가 덜 빠진 어리버리 이은호가 아니었다.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이제 아침 일찍 안나와도 되겠다. 개꿀인데?”
추리닝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예, 예. 대표님. 이제 수량도 늘리고, 갯수 제한도 2개로 됐습니다. 품귀현상은 끝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 그래도 매일 아침 줄서서 사오란 말씀이십니까?”
갑질을 몹시 심하게 당하는 듯한 정장 차림의 남자는 잠시 잠깐 희망의 빛을 보았다가 다시 절망의 터널로 진입했다.
“아이씨! 이제 장사 접어야겠네. 왜 갑자기 갯수 늘리고 난리야.”
최영지가 열심히 씹어대서 그런지 귀를 후벼파던 첫번째 대기자가 인상을 팍 썼다.
어찌 됐던 판매자가 그렇게 팔겠다는데 별 수 있겠나.
그냥 하는거지.
제일 큰 환호는 오늘은 글렀다며 포기하려던 대기줄 제일 끝부분의 사람들이었다.
판매는 순조로웠다.
첫 날이니 몰려온 사람도 적었고, 물량은 많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
.
.
10시에 시작한 판매가 오후 5시에 종료가 됐다.
“오늘은 다 안팔릴 줄 알았는데.”
수겸은 산처럼 쌓인 현금다발을 보며 말했다.
“사람들 정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커뮤니티랑 너튜브 쪽 동향파악했는데, 바로 글이 올라오던데요?”
바쁘게 현금계수기로 5만원권을 올리면서 조태규가 말했다.
“어떤 사람은 매진이 아니니까 조금 지나서 처음인 척 다시 들어와서 어웨이큰 달라고 했어요.”
이은호는 꽤 지쳐보였다.
“헐.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오빠?”
“순간 고민했거든. 너무 귀찮아서. 근데 한 번 봐주면 다른 사람도 봐줘야 할 것 같아서 바로 쫓아냈지. 그러니까 자기도 좀 그랬는지 바로 나가더라고.”
“근데 다들 돈이 얼마나 있는거야? 2개만 해도 백만원인데, 이걸 그냥 쓴다고?”
최영지가 숙련된 은행원처럼 이은호에게 전달받은 5만원권 100장을 빙그르르 돌려 띠지로 포장했다.
“그걸로 더 많은 돈을 벌겠지. 투자로 생각하면 뭔들 못하겠어.”
최영지가 묶은 현금은 민환이 전달받아 차곡차곡 쌓았다.
모두들 각자 맡은 역할을 기계처럼 수행했다.
하루에 현금이 5억원이 쌓이는 기적.
이게 연금술이지, 뭐가 연금술일까?
***
수겸의 편의점이 조태규의 작업 덕분에 한창 장사가 잘 되던 때에 도로 맞은편에 편의점을 차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방준수.
안정적인 투잡을 찾았다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영업 사원의 뱀같은 혀에 속아,
도로 건너편 편의점의 겉모습에 속아,
수겸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왜 저기는 사람이 많고, 우리만 안되는거지?”
애초에 편의점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사가 안되도 너무 안됐다.
그나마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있어서 생활은 문제가 없었지만, 말 그대로 편의점 운영은 알바생을 위해 하는 지경.
“한동안 장사가 그렇게 잘 되더니 이제 저기도 사람이 없구나.”
조태규의 작업이 끝나면서 그나마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자기처럼 힘든 사람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 인간이니까.
그러던 중 다시 멘탈이 박살났다.
수겸이 어웨이큰을 편의점 건물에서 팔기 시작했을 때였다.
매일 아침이면 우르르 몰려와 줄을 서서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걸 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 푸키먼빵 같은 상품이 있는건가? 아닌데. 그런 거라면 나도 분명 알텐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애초에 회사 생활 때문에 본인 편의점에 오는 시간은 저녁 시간대였으니까 어웨이큰 오픈런 인파를 볼 수 있는 시간대가 아니었다.
판매량을 늘리기 전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편의점에 드나드는 시간은 기껏 해봐야 30분에서 1시간 사이였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방준수의 눈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루종일 저렇게 오는게 말이 되나? 한번 가봐야겠어.”
이 날을 위해 연차까지 냈다.
띠링-
방준수가 수겸의 편의점에 들어와 처음 본 장면은 손님이 직원에게 5만원권 현금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니고, 여러 장이었다.
‘편의점에서 저렇게 큰 돈을 낼 일이 있나?’
의심이 더 커졌다.
천천히 편의점 내부를 둘러봤다.
뭐라도 샀으니, 돈을 냈을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매대에 있을테니 그걸 찾아볼 심산.
‘없다. 5만원이라도 되는 물건이 없다.’
방준수는 마지막으로 계산대로 갔다.
“여기 제일 잘나가는 상품이 뭐에요? 아까 보니까 꽤 비싼 것도 있던데 그건 뭐에요?”
방준수가 1,500원짜리 과자 하나를 계산하며 물었다.
“네? 아, 어웨이큰이요? 그건 편의점 물건은 아니에요. 저희 사장님 아는 분이 부탁해서 팔아만 주는 겁니다.”
이은호가 답했다.
“아아. 그러시구나. 그건 얼마나 합니까?”
“하나에 50만원이에요.”
“네?”
시골 편의점에서 야채도 팔고, 과일도 파는 정도를 생각했던 방준수는 기겁했다.
‘여기 들어오고 지금까지만 해도 2명이 사갔는데, 그러면 100만원인데?’
“사장님이랑은 아는 사이시라구요? 편의점 매출은 아니니까 카드도 못 쓸테고, 현금만 받으실텐데 세금 문제는 없어요?”
방준수는 이런 이야기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걸 알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저야 잘 모르죠. 그냥 하라니까 해요.”
이은호는 사전에 교육받은대로만 말했다.
‘사장님이 이럴 땐 일단 선은 그으라고 하셨지. 혹시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은호는 왜인지 모르게 저 혼자 살겠다고 배신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 예. 수고하세요.”
께름칙한 표정으로 편의점을 나간 방준수는 곧장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저, 제보할 게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