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야외 합숙(4)
“너…… 정말 그 몬스터를 잡으러 갈 생각이야?”
권소율은 진심으로 질린다는 듯 물어왔다. 조금 전 재현이 추적을 부탁한 마수의 등급이 지나치게 높은 탓이었다.
‘대체 뇌가 어떻게 돼 먹은 녀석이야?!’
권소율이 혀를 차며 재현을 노려보았다. 처음 야외 합숙에 참가하기 전, 그는 자신에게 필드에 존재하는 한 몬스터의 흔적 수색을 부탁했었다.
이때 재현이 추적을 부탁한 마수는 무려 A+급의 보스. 마법 저항 및 방어력이 매우 높아, 상태 이상 스킬이나 무기가 없다면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권소율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세상에 어떤 17살짜리 생도가 A+급 마수를 잡으러 가냐?”
“사람에 따라 성장 속도는 다르잖아요. 뭘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말이나 못 하면.”
하, 작게 한숨을 쉰 권소율이 재현의 재수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민재현이 강하다고는 해도, A+급 보스를 처치하는 게 정말 가능한 건가? 기껏해야 아직 생도인 녀석인데.’
여러모로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레이더로서도, 학원 선배로서도.
비록 신입생 사냥 당시 재현에게 놀아나 창피를 당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서클 시드의 마수에서 구해준 이가 재현이었다.
적어도 이런 허름한 도시에서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다시 생각하지 않을래? 내가 원래 남의 일에는 참견 안 하는 주의긴 한데 말이야…….”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허나, 재현은 완고했다.
그는 자신이 상대해야 할 마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권소율이 짜증 내며 받아쳤다.
“그거 사망 플래그거든. 몰라 나도. 안 죽게 알아서 조심해.”
재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권소율이 재차 한숨을 내뱉으며 팔짱을 꼈다.
‘어쩔 수 없지. 민재현 저놈이 뒤가 없이 행동하긴 해도 생각이 없는 녀석은 아니니까.
거기다…… 어쨌든 지금은 서클 장이기도 하니 지시를 듣는 수밖에 없기도 하고.’
마음을 굳힌 그녀가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가 원하는 마수의 흔적은 이미 몇 개 찾았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그거 다행이네요.”
재현이 대답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역시 권소율은 가치가 있다. 서클 간의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데리고 온 건 좋은 선택이었어.’
권소율.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은 고작해야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애초에 재현은 그녀에게 좀 더 까다로운 일을 맡기기 위해 이곳에 데려왔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활용하기 위해서.
‘폐쇄 도시. 이곳의 중심부에는 훗날까지 유용하게 사용 수 있는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
재현은 헤임달과의 전투 전에, 반드시 이 아이템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 * *
깡― 깡―.
“읏차!”
“허억!”
재현과 동료들이 임시 거처로 삼기로 한 제약 건물.
안호연과 김유정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자재를 옮겨 텐트를 치고 있다.
쿵쿵, 하는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지며 서서히 뼈대가 세워지고, 그 위로 특수 처리를 한 마법 천이 덮여간다. 처음의 밍숭맹숭했던 모습이 점차 사라지며, 어느새 그럴듯한 텐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재현의 눈이 잠시 스마트폰을 향했다.
‘6시.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른 편이다. 역시 애들을 훈련시켜 놓길 잘했어.’
재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거처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도시 내부수색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단순 반복 시간은 최대한 단축해 두는 편이 좋다.
지금의 방향은 순조로운 상황.
“그럼 텐트도 다 쳤겠다. 슬슬 식량 문제부터 처리하고 불침번 정하자.”
재현이 운을 떼자, 일행들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말은 않지만, 열량을 꽤 소모해 모두 지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레이더의 열량 소모는 일반인과 사뭇 다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단백질과 고열량 식품이 절실한 때.
슬슬 사냥을 나서야 할 타이밍이다.
“그래서. 사냥은 누가 갈 건데?”
김유정이 지친 듯 근처의 널찍한 돌 위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재현이 동료들을 둘러본 뒤, 작게 주억이며 답했다.
“사냥은 내가 다녀올게. 너희는 좀 쉬어둬.”
저녁에는 또 움직여야 한다. 일행이 지친 지금은 재현이 움직이는 편이 나았다.
거기다.
‘어차피 조금 뒤에는 ‘그 녀석’도 처치해야 한다. 지금 몸을 풀어두는 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재현이 몸을 일으키는데. 별안간, 뒤편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권소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근처에서 확인된 마수는 모두 세 종류야. 하피, 웜, 고블린. 뭐, 조심하는 게 좋으니까 미리 알려준다.”
권소율이 손을 휘휘 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고유 스킬을 사용해 수집한 주변 마수들의 정보인 듯했다.
‘의외로 착실한 타입이란 말이지.’
재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선배, 툴툴대면서 잘 챙겨주시네요?”
“시끄러.”
권소율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옆에 앉아 있던 동료들이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권소율은 고개를 홱 돌린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잠시 후, 재현이 발을 돌리며 걸음을 떼려는데.
이번에는 이재상의 손이 불쑥 눈앞에 끼어들었다.
“이이이, 이것도 가, 가져가!”
이재상이 재현에게 내민 것은 흡사 살충제와 비슷한 형태의 물건이었다.
‘스프레이?’
재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재상이 곧바로 설명을 덧붙여왔다.
“이, 이건 특수 처리가 된 스프레이야! 마, 마수를 죽인 뒤 주변에 뿌리면 내, 냄새를 완벽히 지울 수 있을 거야!”
아하. 재현이 작게 탄식하며 이재상을 바라보았다.
‘지금 재상이 형이 만든 건 일종의 소취 스프레이다. 냄새와 흔적을 지워 마수가 레이더를 추적할 수 없도록 하는 도구.’
이재상은 이 스프레이가 레이더들이 남기는 마력의 잔향을 지워준다고 부연하며, 당당히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스스로도 걸작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굉장한 물건이네요.”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소취제의 역할을 하는 아이템은 통상적으로 구하기 힘든 편이다. 이처럼 스프레이의 형태를 한 것은 재현 역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최근에 연구실에 틀어박혀 계시더니. 아무래도 그때 만드신 모양이네.’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이재상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내내, 내가 준비한 뇌, 뇌물이야!”
‘……보통 뇌물을 줄 때 뇌물이라고 말하면서 주나?’
재현은 헤프게 웃으며 말하는 이재상을 보고는 덩달아 미소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나도 같이 갈까?”
나란히 앉아 있던 서이나가 물어왔으나,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좀 쉬어둬. 나는 체력이 남아서 괜찮으니까.”
“……응.”
재현은 간단히 인사를 건넨 뒤, 홀로 거처를 빠져나왔다.
‘동료들과 함께 사냥을 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안 돼.’
재현이 굳은 얼굴로 입술을 짓씹었다. 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것과는 상반되게, 그의 표정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이 대기 중의 마력은 대체 뭐지?’
조금 전부터 몸을 타고 올라오는 기이할 정도로 짙은 마력의 잔향. 재현은 이를 느끼며 저도 모르게 잠시 손을 떨었다.
마치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서서히 다가오는 듯한, 숨을 옥죄어오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재현의 전신에 번지고 있었다.
‘회귀 전에 내가 경험했던 폐쇄 도시보다 더 위험해졌어. 이는 틀림없이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뜻.’
잠시 고민하던 재현이 결론을 내렸다.
“헤임달이 내가 야외합숙의 일정을 조정했다는 걸 깨달은 거다.”
확신에 가까운 어조. 허나, 재현은 조급하게 움직일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하게 자신이 계획한 것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은.
‘식량부터.’
* * *
재현이 떠난 뒤.
거처의 남은 일행들은 사소한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중이었다.
참고로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주제는 몹시 하잘것없는 것으로,
저녁 식사 당번은 누가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웅성거리는 일행들 가운데 먼저 입을 뗀 것은 서이나였다.
“……내가 요리에 가장 익숙하니까 저녁은 내가 맡고 싶어.”
“오오! 우리도 좋지. 역시 이나 네 요리는 최고…….”
“잠깐.”
그때였다.
최근 요리에 자신감이 붙은 김유정이 갑작스레 끼어든 것은.
일행은 스산함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김유정의 말은 이들이 예상한 것과 정확히 같았다.
“나도 거들게.”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안호연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으나, 김유정은 완고했다.
“근래 내가 인터넷에서 요리를 배웠거든. 이번에는 진짜 자신 있어.”
“……아, 아냐. 괜찮아. 이이, 이나도 있으니까…….”
이재상도 식은땀을 흘리며 받아쳤으나, 김유정이 그의 등을 치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었다.
“에이. 이번엔 진짜 괜찮다니까요! 걱정 말고…….”
“그, 그만둬! 네가 요리를 하겠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힘들게 싸우고 난 뒤에 먹는 음식만큼은 제발…….”
참다못한 안호연이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정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채 팔짱을 꼈다.
“이번에는 진짜 괜찮다니까? 실력도 꽤 좋아졌어. 엄마가 최근에 내 요리를 먹더니 너무 맛있어서 잠깐 기절까지 했다가 일어났다니까?”
“……유정아, 혹시 너희 어머니가 기절하신 게 몇 분 정도…….”
서이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한 반나절쯤? 에이 생각을 해 봐. 얼마나 음식이 맛있으면 그러셨겠어?”
“나나나, 나는 저녁 새, 생각 없어!”
급기야, 이재상은 금식 선언을 하고 나섰다.
김유정이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왜 이렇게 쫄보들이 많은 거지? 레이더 지망생이라는 사람들이!’
그녀로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음식을 맛보는 게 전부 아닌가?
더군다나 이번에는 진짜 자신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맛있다고 해 주지 않았던가.
하물며 잠시 기절까지 할 정도라면……!
김유정은 어떻게든 동료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맛보여주고, 요리치라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싶었다.
“어쨌든! 요리는 이나가 하는 걸로 하자고!”
“그, 그래!”
“……유정아, 그냥 과반수로 하는 게…….”
아무도 자기편이 없자. 김유정이 의기소침해진 얼굴로 권소율을 돌아보았다.
“언니는 어때요? 제 요리 먹어보지 않을래요?”
“……애들 반응 보니까 약간 불안한데.”
“에이. 쟤들 그냥 장난치는 거예요.”
김유정이 권소율의 양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허나, 권소율의 표정은 영 좋지 않았다.
그녀는 보았다.
김유정의 등 뒤에서 안호연과 이재상이 격렬하게 고개를 가로젓는 모습을.
‘……혹시 요리에 독이라도 섞는 건가……?’
권소율은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파랗게 질린 일행을 죽 훑어보았다.
기분 나쁜 바람이 한차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