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격의 상승
“이 잔혹 동화의 엔딩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그에게 전해줘.”
죽음을 앞둔 주원이 내뱉은 마지막 소원이었다.
재현은 한참이나 그를 멍하니 주시하다, 뒤늦게 겨우 입을 뗐다.
“주원…… 너는 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거지? 어째서 마지막에 그런 소원을…….”
“나는 말이야……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
주원은 그렇게 운을 뗐다. 그가 여느 때와 달리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어. 나는 악역 1. 엑스트라였지. 하지만 주인공에게 죽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언제나 악역은 퇴장할 때 주인공에게 선물을 주는 법이지.”
이게 내 선물이야.
주원은 사력을 다해 그렇게 이은 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마검 티르빙이 사용자의 세 번째 소원을 이뤄주었습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재현의 왼쪽 눈에 뜨거운 감각이 일었다.
마치 눈 전체가 타오르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었다.
‘뭐지? 이건……!’
그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주원이 쥔 티르빙이 알 수 없는 검은 형체의 마수로 변하더니, 새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콰직!
녀석은 곧바로 주원을 집어삼켰다.
콰드득, 하는 소리가 잔혹 동화의 필드를 가득 메운다.
마수는 주원을 씹어 삼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재현이 티르빙의 저주를 떠올렸다.
‘사용자를 파멸시킨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
티르빙은 주원의 몸을 모두 집어삼키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그와 연결된 무기인 만큼, 주원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도록 제작돼 있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재현으로서는 아쉬울 게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마도구의 형상화를 이용해 티르빙을 베꼈다. 사라진다고 해서 나한테 불이익은 없지.
오히려 다른 녀석들이 못쓰게 된다면 나쁠 건 없어.’
재현이 생각하던 순간, 갑작스레 통증이 멎었다.
이어 들려오는 시스템 음.
―《오딘의 잃어버린 눈》의 새로운 효과가 개방됩니다.
―액티브 스킬 《통찰안(EX)》을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간파》가 《통찰안》에 통합됩니다.
새롭게 얻게 된 스킬. 떠오른 창의 설명을 읽어내리던 재현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액티브 스킬]이름: 통찰안
등급: EX
모든 존재와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다.
아티팩트의 등급과 상대의 강함의 척도를 구분할 수 있다.
곧 재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좋은 스킬을 얻었어.”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어둠에 먹혀 사라져버린 주원을 내려다보았다.
통찰안.
이 스킬만 있다면 이후 다른 에시르 신과의 전투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상대의 강함의 척도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전투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장점.
재현으로서는 새로운 패를 손에 넣게 된 셈이었다.
잠시 후.
챙그랑!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잔혹 동화의 필드 마법이 완전히 부서졌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헬라와 파피. 자신을 기다리는 두 존재였다.
“정말 해내셨네요. 무려 신화급 아티팩트를 가진 이였는데.”
헬라가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 재현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래 봐야 까마귀니까요.”
“어라, 얼마 전에 그 까마귀한테 죽을 뻔한 걸 제가 구해드린 것 같은데.”
헬라가 빈정거렸지만, 재현은 무시한 채 파피를 한 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히 헬라와 함께 잘 버텨준 모양이었다.
‘대견하네.’
그릉!
파피도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재현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헬라를 보며 운을 뗐다.
“채지윤은 처치한 겁니까?”
“네. 드라우프니르도 회수했습니다.”
“저도 이걸 얻었는데.”
재현은 주원이 죽은 자리에 버려져 있던 바다의 정수를 주워 흔들어 보였다.
그가 물었다.
“요르문간드…… 바다를 지키는 뱀한테 이거 돌려줘야 하는 겁니까?”
“아뇨.”
헬라는 고개를 저으며 이었다.
“애초에 돌려줄 생각도 없으시면서.”
“그건 그렇죠.”
재현이 싱긋 웃으며 새롭게 얻은 바다의 정수의 상태창을 불러왔다.
이름: 바다의 정수
등급: 신화
바다의 힘을 품은 정수다.
사용 시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며, 수속성 스킬의 위력이 증가한다.
특별한 스탯 보정은 없었으나, 아이템의 효과는 굉장했다.
주원이 탐낸 것도 이해가 가는 수준.
재현은 즉시 아이템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은 뒤, 이번에는 연구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헬라가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뭐 하는 거예요? 찾아야 할 물건이라도 있나요?”
“리미트 브레이커. 여기 더 있을 테니까요. 이대로 둘 수도 없고.”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오래 지나지 않아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재현이 물건을 찾아냈다.
수많은 주사기와 그 안에 담긴 붉은 액체.
이것이 리미트 브레이커의 사용 전 모습이었다.
‘하나는 김지연 이사장님께 자세히 분석해 달라고 보내드려야겠네.’
약물을 조사하던 당시, 김지연은 재현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신종 물질에 대해 연구는 하고 있지만, 그 표본이 너무 적어서 연구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후에 리미트 브레이커를 찾는다면 꼭 하나는 샘플로 보내주세요. 연구에 도움이 될 겁니다.]재현은 주사기 하나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다른 것들은 쓸 곳이 있었기에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가 심호흡하며 입을 뗐다.
“그럼 슬슬 해볼까요?”
“네? 그게 무슨 소리죠?”
헬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파피는 재현이 걱정된다는 듯 바짓단을 붙잡았다.
재현이 웃으며 주사 하나를 꺼내더니, 믿을 수 없는 기행을 저질렀다.
푹!
바로 자신의 팔에 리미트 브레이커를 투여한 것이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건 오딘의 피가 담긴 물건이라고요!”
헬라가 자신의 팔에 리미트 브레이커를 주사하는 재현을 보며 경악했다.
허나 재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주사하는 겁니다. 리미트 브레이커. 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실 텐데요?”
“……신격……?”
“신을 잡지 않고도 신격을 날로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인데. 굳이 버릴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헬라는 깨달았다.
재현, 그는 완전히 미친 사람이었다.
어떻게 오딘의 피를 자신에게 주입해 신격을 끌어올릴 생각을 한 거지?
하지만 그의 행동에 충분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연구소 지하 1층에서 얻었던 일지에 따르면, 이 리미트 브레이커를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은 신격을 지니지 못한 평범한 자들.
쉽게 말해, 신격을 지닌 재현은 리미트 브레이커를 사용한다고 해서 정신이 붕괴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재현은 지금 오딘의 계획을 망가뜨린 것도 모자라. 그 격을 날로 먹으려 하는 것이었다.
“미친.”
헬라가 짧은 감상평을 남겼고, 파피는 고개를 젖히며 재현을 보았다.
재현은 웃고 있었다. 그는 쉴 새 없이 다음 주사기를 꺼내 팔에 계속 꽂았다.
들려오는 메시지가 그를 계속해 들뜨게 하고 있었다.
―사용자의 신격이 상승합니다.
―사용자의 신격이 상승합니다.
―사용자의 신격이 상승합니다.
―사용자의 신격이 상승합니다.
…―사용자의 신격이 급상승합니다. 격의 해방 단계가 1상승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신격 해방 2단계입니다.
―새로운 슬롯이 개방됩니다.
―신화급 스킬을 1개 더 저장할 수 있습니다.
* * *
드높은 아스가르드의 정상.
오딘의 옥좌 흘리드스캴프가 있는 곳.
지금 이곳은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적자가 주원까지 죽이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냐?”
오딘의 좀처럼 변화 없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후긴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예. 그뿐 아니라 채지윤까지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드라우프니르도 빼앗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대적자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강해지는 것 같군. 어떻게든 처리해야겠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야.”
오딘이 입술을 다문 채 그렇게 말할 때였다.
후긴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한 가지 사실을 더 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죄송하지만,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뭐지? 또 좋지 않은 소식인가?”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말하라.”
오딘의 말에 후긴이 고개를 숙이며 이었다.
“예언의 대적자가…… 리미트 브레이커를 회수해 자신에게 주입했다고 합니다.”
“뭐, 뭣이!?”
오딘의 입에서 수천 년 만의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과거 로키가 아스가르드를 공격한 이후, 이처럼 동요하는 오딘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신이라 할지라도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
하나 후긴은 최대한 침착히 이었다.
“아무래도 리미트 브레이커에 당신의 피가 담겨 있다는 걸 알았던 모양입니다. 신격을 강제로 끌어올리려 한 판단이겠죠.”
“감히……! 감히 내 피를…… 한낱 인간이 나의 격을 빼앗아 갔단 말인가!”
오딘은 격노하며 소리쳤다.
후긴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진정하시지요.”
“후…… 그래서. 프레이야의 발키리 군대의 준비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
“예.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합니다. 몇 개월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군. 대신 확실히 준비하라고 전해라. 이번에야말로 대적자를 확실히 처리해 감옥에 수감시킬 터이니.”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난 뒤, 후긴은 어느새 까마귀의 형태로 변한 뒤 창밖으로 날아갔다.
오딘이 홀로 앉은 옥좌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분노했다는 증거였다.
또한, 그를 분노하게 한 것은, 고작해야 한낱 인간.
민재현, 예언의 대적자라 불리는 맹랑한 꼬맹이였다.
* * *
[소켓 (1/2)]◆ 뇌신의 힘
◇집으로 돌아온 재현이 만족스러운 듯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다.
드디어 신격 해방 2단계에 돌입했다.
이제 또 다른 신화급 스킬을 베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토르의 스킬만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던 재현에게 이는 호재였다.
“그럼 다음은 누구의 신화급 스킬을 베껴야 하는 거지?”
유일한 문제가 그것이었다.
신화급 스킬을 베끼기 위해서는 재현의 앞에 신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
‘까마귀를 처치하고 블랭크 카드를 한 장 더 얻어 스킬을 베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아무래도 신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니까.”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신들은 다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다.
원치 않아도 예언의 대적자인 자신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터.
‘지금은 차분하게 다음을 도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별안간 헬라가 꼬리를 말며 운을 뗐다. 그녀는 이제 익숙한 듯 재현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오딘의 계획에는 큰 차질이 생겼을 겁니다. 리미트 브레이커. 이는 라그나로크를 위한 그의 주된 연구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렇겠죠.”
“신격이 오른 것도 고무적이에요. 2단계라면 이제 3할의 격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에시르 신들은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역시.”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신격 2단계 해방을 마쳤을 때 느꼈던 부분이었다.
재현은 확실히 알았다.
지금의 자신은 과거의 헤임달과 싸워도 그를 압도할 정도까지 강해졌다는 것을.
또한, 재현은 이것이 격의 상승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이제 당분간은 오딘이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다른 에시르 신들도 마찬가지죠. 리미트 브레이커를 위해 자신의 피와 격을 무리하게 끌어 썼으니까.”
헬라의 말에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시르가 주춤하는 사이 재현은 더 강해질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재현이 그렇게 운을 뗀 뒤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이거…… 최대한 빨리 깨야 하는 퀘스트겠죠?”
재현의 시선은 새롭게 수주된 퀘스트 창으로 향해 있었다.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상세 내용을 읽어내렸다.
상태창에 표시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파프니르 2세의 경험치가 등급 한계치까지 올랐습니다.
―더 높은 성장을 위해 퀘스트를 클리어하십시오.
―새로운 퀘스트가 수주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드래곤의 첫 번째 성장》을 수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