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트리 디펜스(1)
―패시브 스킬 《독룡의 가학심》의 효과로 피해량이 50퍼센트 가산됩니다!
서걱!
예리한 단검이 한 번 춤을 출 때마다 눈앞의 마수가 육편이 되어 바닥을 뒹군다.
재현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더 날카롭게 드는 칼날을 보며 모골이 송연해지는 섬뜩함을 느꼈다.
‘독룡의 가학심… 50퍼센트의 데미지 가산이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히 수치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재현은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보며 피식 미소를 머금었다.
나스트론드의 지옥에서 개고생하며 아이템을 강화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계속 간다.”
재현은 호흡을 고른 뒤 적을 보았다.
적의 수는 많다.
어림잡아도 수백에 가까운 마수 군단.
“이번에는 헬라도 도와줄 수 없다. 스스로 어떻게든 해내야 해.”
시련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이겨내야 한다. 파피의 경우야, 자신의 펫이니 전투에 참여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헬라는 달랐다.
지금은 자신을 믿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크르르르…!
재현은 들려오는 낮고 섬짓한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둘러싼 니플헤임의 마수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외형이었다.
가장 약한 녀석이 B급을 상회하는 수준.
한 마리, 한 마리의 파급력이 이미 밀레스 아카데미의 교관과 맞먹는 정도였다.
‘하지만 물러설 순 없다.’
재현은 숨을 내뱉으며 다시 쥔 단검에 힘을 실었다.
마법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마법을.
그게 배틀메이지의 전투였다.
* * *
―첫 번째 웨이브를 막아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두 시간가량이 흐른 뒤, 재현의 귓가에 갑작스레 들려온 메시지였다.
재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했다.
“웨이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이둔이 분명 시련은 두 개가 전부라고 했던 것 같은데…….”
웨이브.
이번 퀘스트를 수행하며 처음 듣는 단어였다.
재현이 의아한 표정으로 눈가를 좁혔다.
오래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다시 이어졌다.
―두 번째 퀘스트의 상세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메인 퀘스트]이둔의 시련(2)
황금 사과를 노리는 마수로부터 나무를 지키고, 열매를 수확하십시오.
난이도: –
보상: 이둔의 선물
남은 시간: 12시간
실패 페널티: 시련 재시작
▶(NEW)퀘스트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재현은 시스템 화면을 넘겨 새롭게 추가된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나열돼 있었다.
“이둔……!”
재현이 분노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 하는 편이 옳지 않나 생각될 정도였다.
재현은 망연한 표정으로 새롭게 추가된 정보들을 죽 읽어 내려갔다.
시스템 창에는 한 게임의 룰이 적혀 있다.
―트리 디펜스 게임을 시작합니다!
[트리 디펜스 게임 – 규칙]1. 디펜스 게임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마수의 공격으로부터 황금 사과나무를 지키는 것, 그리고 최대한 많은 마수를 처치해 달성 조건들을 충족하는 것입니다.
2. 적 몬스터는 모두 세 종류로 구분됩니다. 침투형, 방어형, 마법형.
이들은 모두 각자 상성 관계가 존재하며 이를 숙지하고 전투에 임해야만 디펜스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3. 일반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1포인트, 웨이브 도중에 등장하는 엘리트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30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4. 가디언은 사용자를 도와 나무를 보호합니다. 사용자는 포인트를 소모하여 아군 진영에 마수를 소환해 가디언을 보조하거나, 방어 목책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5. 모든 웨이브에는 엘리트 몬스터가 출현하며, 엘리트 몬스터 토벌 시 웨이브가 종료됩니다. 웨이브를 거듭할수록 한층 강해진 마수가 등장합니다.
재현이 설명을 모두 읽었을 때쯤,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이어졌다.
―1시간 뒤,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휴식 시간 동안 정비를 끝마치고 두 번째 웨이브를 승리로 이끄십시오.
“가디언과 아군 진영이라…… 아무래도 머리를 써야 할 것 같네.”
그릉.
어느새 다가온 파피도 동의한다는 듯 작게 울었다.
드드드드…!!
그 순간, 나무 아래로부터 진동이 느껴지며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마치 거대한 뿌리가 얼기설기 얽힌 듯한 모양새.
그것은 흙과 나무뿌리로 만들어진 골렘들이었다.
―아군 진영에 가디언이 소환됩니다.
이윽고 들려온 메시지에 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골렘들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가디언이냐?”
* * *
[가디언은 플레이어의 의지에 따르며 황금사과나무의 수호를 돕습니다.]“너희는 나무로 다가오는 적들을 모두 섬멸해. 파피, 너도 가디언들을 도와줄래?”
크릉!
재현은 파피와 가디언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황금 사과나무는 어느새 약 20미터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재현이 올라가는 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
열매는 아직 제대로 맺지 못했지만, 이제 오래 걸리지는 않을 터였다.
‘진짜 끝이 보이는 건가.’
재현은 황금사과가 자라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약간 울컥했다. 지난 29일간의 끔찍했던 나날이 떠오른 탓이었다.
물론 아직 두 번의 디펜스 게임을 더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안 되지긴 하지만…….
“그래도 해볼 만은 해. 디펜스 게임이라면 어릴 때 자주 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재현은 어린 시절 전략 게임을 꽤나 즐겨 했다.
디펜스 게임,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은 그가 가장 즐겨하던 장르.
덕분에 재현은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런 게임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처치한 몬스터는 211마리입니다(잔여 포인트 211).
―100포인트를 소모해 《방어 목책》을 설치합니다.
‘역시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것.’
꽈드드드드!
나무뿌리가 얽히는 소리와 함께, 황금사과나무 주변에 녹빛을 머금은 목책이 둘러지기 시작했다.
재현은 계속해 나무를 올라 그 꼭대기까지 도달했다.
정상에 도달하자, 안개 정원답게 주변에는 짙은 물안개가 자욱이 깔려 있었다.
그 너머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기에, 적이 어디서 오는지. 또 어떤 마수들이 대기 중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역시 시련이라 쉽지 않게 설정해 두었다는 거겠지.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재현은 신경 쓰지 않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그럼 다음은.”
―포인트를 30 소모해 방어형 마수 《서리 트롤》을 30마리 소환합니다.
―포인트를 20 소모해 침투형 마수 《서리 늑대》를 20마리 소환합니다.
―포인트를 20 소모해 마법형 마수 《오크 주술사》를 소환합니다.
재현은 포인트를 소모해 아군 마수들을 소환했다.
이번 디펜스 게임에서 아군 진영에 소환 가능한 몬스터는 모두 세 종류였다.
우선 첫 번째는 서리 트롤.
방어력이 매우 뛰어난 녀석이며, 즉사를 당하지 않는 한 사지가 찢겨나가도 다시 재생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서리 늑대.
침투형으로, 적의 배후를 노리는 데 유용해 게릴라 전투에서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몬스터였다.
세 번째는 오크 주술사.
마법형이며 낮은 방어력을 지녔으나, 높은 공격력 또한 지니고 있기에 방어형인 서리 트롤과 천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세 몬스터 유닛은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강한 상대와, 약한 상대가 존재한다.’
방어형은 마법형에 약하고, 마법형은 침투형에 약하다.
침투형은 다시 방어형에 약한 구조.
세 유닛은 서로에게 강하며, 약했다.
이를 잘 이해하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
그것이 디펜스 게임이었다.
“후.”
재현은 나무 아래, 서서히 소환되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두 번째 웨이브. 이번 전투에서 재현은 반드시 시험해 봐야 하는 스킬이 있었다.
회귀 후. 정말 초반에 얻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던 스킬.
하나 지금은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재현은 자신이 가진 패를 모두 이용해서 이 시험을 빠르게 클리어할 계획이었다.
“두 번이나 같은 시련을 치르는 건 질색이니까.”
재현이 미소를 지은 채 마력을 가볍게 끌어올렸다.
“한 번에 끝낸다.”
* * *
두 번째 디펜스 게임이 시작되기 약 10초 전.
재현은 황금사과나무 주변의 목책을 강화하기 위해 목속성 마법인 《수해(樹海)의 사슬》을 발동하는 중이었다.
촤르르르!
목책은 적의 이빨과 도끼에 무방비하다. 이렇게 사슬을 걸어두면 좀 더 견고해지겠지.
그리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재현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두 번째 디펜스를 준비했다.
지난 한 시간 동안 충분히 계획을 짜두었고, 지금은 깊게 생각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야 할 때였다.
“그럼 가 볼까.”
그 목소리와 함께, 다시금 처음과 같은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2시간 동안 적의 공세를 막아내고 황금사과나무를 지키십시오.
파지지지직!
아군 진형 반대편에 서서히 생성되기 시작하는 푸른 게이트. 그 틈으로부터 셀 수 없는 수의 강대한 마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 상대했던 녀석들이 평균 B급 정도에 그친다면, 지금은 거의 A급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조금 전 시스템의 설명에 따르면, 웨이브를 거듭할수록 등장하는 마수의 등급은 더 강해진다.
이제부터는 첫 번째 웨이브 때처럼 재현 홀로 적을 모두 쓸어버릴 수는 없을 터.
타앗!
재현은 나무 위에서 훌쩍 뛰어 내려가, 게이트 사이로 쏟아지는 마수들의 한복판에 착지했다.
크르르!
그아아……!
자신이 소환한 것보다 적어도 열 배는 많아 보이는 적의 수. 이는 아군 진영의 마수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두 세력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고.
카악!
―서리 늑대 2마리의 체력이 모두 소진됩니다. 역소환됩니다.
―서리 트롤 1마리의 체력이 모두 소진됩니다. 역소환됩니다.
…몇 마리의 마수가 상대 진영 마수들의 공격에 역소환되었다.
하나, 재현은 걱정하지 않았다.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리해서 마수를 보충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입꼬리를 올린 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적을 보았다.
그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니까.”
콰오오오!
그때, 갑자기 뒤편에서 거대한 드래곤의 울음이 터져 나오며 지천이 흔들렸다.
―액티브 스킬 《드래곤 피어》를 발동합니다.
―적의 능력치가 20퍼센트 감소합니다.
어느새 거대화를 한 파피가 스킬을 발동해, 상대 진형의 마수들의 힘을 일부 약화시킨 것이었다.
최상위 지배층에 속하는 드래곤 종족답게, 스킬의 위력은 굉장했다.
적들이 약화된 것은 금세 체감되었다. 수적인 열세에 밀리던 전장의 양상이 조금씩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적과 거의 호각을 이루게 된 상황.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재현이 미소 지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한 가지 스킬을 더 발동했다.
―액티브 스킬 《지휘자의 함성》을 발동합니다.
과거 얻은 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 재현의 손끝에서 터져 나왔다.
지휘자의 함성.
과거 테마 던전에서 얻었던 것으로, 무려 아군 50명 이상과 함께 싸워야 한다는 괴랄한 조건 때문에 한 번도 꺼낸 적 없었던 스킬이었다.
또한 그것은, 아군의 기세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지휘자의 함성》의 효과로 아군의 능력치가 1.3배 상승합니다!
콰오!
앞에 있던 아군 서리 트롤 한 마리가 적의 머리를 정확히 으깨버렸다.
대군전에서는 1할의 차이도 엄청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수십의 아군이, 그것도 1.3배나 강해졌다면.
“질 수가 없는 게임이지.”
재현이 그렇게 말하며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