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5
24화 나이트 셰이드 (3)
약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구.
나이트 셰이드의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가 재현을 노려보았다.
재현 역시 물러서지 않고 나이트 셰이드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아주 끔찍한 경험이었다.
마나 큐브의 거해(巨海)와 닮은 깊고 짙은 마력의 격류.
‘오싹오싹해질 정도로 강한 마력을 뿜고 있다. 그날 헬이 날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이 녀석에게 죽었겠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압적이고도 불길한 마나의 폭풍.
재현은 나이트 셰이드를 보며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던전이다. 눈앞의 마수를 처치하는 데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
그아아아아……!
나이트 셰이드의 거센 울음소리와 함께, 재현이 땅을 찼다.
“하압!”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 거리를 좁힌다.
나이트 셰이드의 손톱은 자유자재로 늘어나 먼 거리에 있는 적을 공격하는 데 유리하다.
그렇다면 굳이 거리를 벌려 불리한 상황으로 전투를 이끌 필요가 없는 셈.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던 나만이 가능한 전투…… 그걸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일전에 유성은과의 대련으로 익혔던 유일무이한 전투 방식.
무투계와 마법계를 반쯤 섞어 놓은 듯한, 이론에 따르면 무적에 가까운 전술.
그게 아니라면 현재 재현의 실력으로 홀로 눈앞의 마수를 처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재현은 숨을 고른 뒤 적의 배후로 빠르게 이동했다.
쿵! 쿵!
어느새 기척을 알아차린 나이트 셰이드가 재현에게 손톱을 휘둘러 왔다.
재현은 재빠르게 발을 굴러 공격을 피해낸 뒤 힘을 실은 주먹을 복부에 꽂았다.
퍼걱!
그아아……!
나이트 셰이드는 잠시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강건한 그대로였다.
‘역시 강화한 주먹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이건가?’
재현은 일전에 익힌 새로운 스킬 《마나 웨폰》을 통해 물리 공격기를 강화한 상태였다.
덕분에 조금 전 레이스나 해골 병사와의 싸움에서도 무투계 때처럼 주먹과 발을 이용해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었고.
하지만 나이트 셰이드에게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이 녀석에게 입힐 수 있는 데미지는 거의 없다.’
본래 나이트 셰이드는 물리 공격력 저항이 높은 보스 몬스터다.
그러나 재현은 이때를 위해 일반 몬스터를 처치할 때 마나를 아껴 사용했다.
마나 회복 포션 역시 아직 몇 개 남아 있어 당장은 괜찮은 상황.
재현은 곧바로 몸에 마력을 불어넣은 뒤, 나이트 셰이드를 향해 쏘아냈다.
―액티브 스킬 《전격의 사슬》을 발동합니다.
촤르르르르!
땅에서 솟아오른 네 개의 사슬이 나이트 셰이드의 몸통을 향해 쇄도한다.
나이트 셰이드는 긴 손톱을 이용해 가볍게 공격을 쳐냈으나, 재현은 곧바로 주먹을 쥐어 사슬을 연속으로 컨트롤했다.
촤르르르!
튕겨 나간 사슬이 다시 나이트 셰이드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나이트 셰이드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쏟아지는 전격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재현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 모자라.’
적은 아직 멀쩡했다.
나이트 셰이드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재현을 노려보았다.
들려오는 고압적이고도 섬짓한 목소리.
그때. 억눌려 있던 나이트 셰이드의 마력이 개방되었다.
그아아아……!!
나이트 셰이드는 사슬을 끌며 성큼성큼, 긴 다리로 재현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재현은 침착히 유성은이 가르쳐 주었던 대로 적의 동선을 살폈다.
‘왼쪽으로 다섯 걸음.’
쿵!
생각과 동시에 재현이 정확히 몸을 움직여 나이트 셰이드의 공격을 피해냈다.
‘오른쪽으로 두 걸음.’
다음 순간, 그다음 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현은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나이트 셰이드의 연속된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나이트 셰이드의 공격은 《절대 연산》으로 부술 수 없다. 녀석은 물리 속성 마수. 스킬과 신체 능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잠시 무릎을 굽힌 재현의 신형이 그대로 공중으로 쏘아 올려졌다.
나이트 셰이드 역시 아주 잠시, 그의 움직임을 놓쳤다.
“하앗!”
기합과 함께 《매직 애로우》를 연달아 쏘아냈다.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고 큰 데미지를 입힐 수는 없지만, 재현의 의도는 데미지에 있는 게 아니었다.
그가 노린 것은 바로 나이트 셰이드의 급소인 눈동자.
그아아아아……!!
콰앙!
공격의 적중과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마수의 눈동자에 균열이 생겼다.
동시에.
―주의! 보스 몬스터 ‘나이트 셰이드’가 광포화 상태가 됩니다.
땅에 착지한 재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들려온 시스템 음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광포화》는 C급 이상의 몬스터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지고 있는 스킬로, 자신의 체력이 반 이하로 줄어들었을 때 자동으로 발동되는 패시브였다.
무려 근력과 민첩을 1.5배로 상승시키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닌 사기 스킬.
재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채챙! 찰그락!
아니나 다를까.
사슬을 모조리 끊어 버린 나이트 셰이드가 재현을 향해 크게 포효했다.
그아아아……!!
―보스 몬스터 ‘나이트 셰이드’의 액티브 스킬이 발동합니다.
―《즉사》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앞으로 10분 안에 보스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사용자는 목숨을 잃습니다.
‘즉사 페널티라고? 이런 건 들은 적 없는데?’
적잖이 당황한 재현이 떠오른 상태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른 커뮤니티나 정보 게시판에서 나이트 셰이드가 《즉사》 스킬을 사용한다는 건 들어본 적 없어. 그렇다는 건 이 녀석은 일반적인 나이트 셰이드와는 다른 케이스라는 건가?’
재현은 입술을 짓씹었다.
당혹감에 빠진 그를 향해 나이트 셰이드가 육중한 주먹을 휘둘러왔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공격.
쿵! 쿵! 쿵! 쿵!
‘젠장. 속도가…… 더 빨라졌다!’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게 느껴졌지만, 재현은 당황하지 않고 적의 움직임을 살핀 뒤 이어질 동작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나이트 셰이드는 재현에게 달려들지 않은 채, 손톱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만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 무리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하긴 10분만 버티면 녀석이 이기는 게임이야. C급 보스답게 지성이 놀라운 수준이다.’
그아아아아…….
다시 울려 퍼지는 섬뜩한 울음소리.
나이트 셰이드의 처절한 목소리가 보스룸 내부를 강하게 울렸다.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아…… 즉사 스킬의 특수 효과인가?’
―《즉사》 페널티까지 남은 시간 8:32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시스템 음이 다시금 들려온다.
재현은 침착함을 유지하려 호흡을 안정시킨 뒤, 다시 땅을 찼다.
그때.
그아아아아……!!
나이트 셰이드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큰 포효를 내질렀다.
동시에, 재현의 온몸에 힘이 탁 풀리며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공포》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뭐?’
재현이 미간을 좁혔다.
후웅!
공중에 뜬 채 힘이 풀린 재현을 향해 나이트 셰이드가 주먹을 휘둘렀다.
쾅!
“크헉!”
공격에 맞은 재현이 튕겨져 벽에 몸을 부딪친 채 신음했다.
죽을 정도의 내상은 아니지만, HP가 무려 1/3이나 깎여 내려갔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재현은 현재 레벨업으로 얻은 자율 분배 스탯을 모조리 마력과 지구력에 투자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이것저것 섞어서 조금씩 투자했을 테지만, 나이트 셰이드와의 일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쿵! 쿵!
이어지는 공격을 피한 뒤, 재현은 벽에서 떨어지며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조금 전 자신은 나이트 셰이드의 고함을 듣고 몸이 굳어 움직임이 둔해졌다.
재현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바로 깨달았다.
‘CC기인가? 신성의 로브가 아니었다면 치명상이었어.’
일전에 마도 공학 상점가에서 구한 《신성의 로브》.
어둠 속성에 저항하는 아이템의 효과가 아니었다면, 최소 1/2 이상의 체력이 일격에 빠져나갔을 터였다.
어쩌면 지금쯤 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나이트 셰이드의 배 속에 꿀꺽 삼켜졌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아 왔다.
‘그나저나 확실히 이상하다.’
물론 보스 몬스터가 다양한 CC기(Crowd control)를 건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C급 던전의 보스치곤 사전 동작도 없이 빠르게 스킬이 들어왔다.
‘젠장.’
―《공포》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쿵! 쿵! 쿵! 쿵!
“퉷!”
한 움큼 피를 뱉어낸 뒤, 이어지는 나이트 셰이드의 공격을 피해 벽에서 멀어졌다.
재현은 연속으로 쇄도해 오는 공격을 빠른 속도로 피해내는 한편, 다시 한번 기민하게 나이트 셰이드의 배후로 이동했다.
―《즉사》 페널티까지 남은 시간 4:11
어느덧 즉사 페널티까지의 남은 시간은 고작 해 봐야 4분여 남짓.
재현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생각했다.
‘녀석은 조금 전 양쪽 눈을 공격당했다. 그건 마력이 응집된 녀석의 코어. 아마 시야각이 전보다 좁아졌을 거야. 그렇다는 건.’
재현의 허벅지 근육이 팽창하며 마력이 집중되었다.
세포 하나하나, 신경 가닥이 선명히 살아나는 감각.
―액티브 스킬 《윈드 부스트》를 발동합니다.
―사용자의 신체에 바람의 기운이 깃듭니다.
―이동 속도가 50% 빨라집니다.
‘재빨리 녀석의 사각으로 들어간다!’
후웅!
그는 단번에 마수의 사각으로 이동했다.
쿵! 쿵!
이어지는 나이트 셰이드의 공격.
하지만 재현은 일부로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그 공격을 피해낸 뒤 씩 웃었다.
그아……!
녀석이 뒤돌아서는 것과 동시에, 그 육중한 주먹이 그를 향해 빠르게 쇄도한다.
재현은 땅에 손을 짚은 뒤 나이트 셰이드의 이어지는 공격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녀석의 공격은 결코 자신에게 닿지 못하리라는 것을.
―액티브 스킬 《플래시 봄》을 발동합니다.
―신성한 빛의 폭발이 적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합니다!
콰앙!
시스템 음과 거의 동시에 들려온 폭발음이 나이트 셰이드를 집어삼켰다.
공격이 멎은 아주 잠깐의 틈.
재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액티브 스킬 《전격의 사슬》을 발동합니다.
촤라라라락!
적의 눈이 멀어 있는 아주 짧은 찰나.
그 틈에 쏘아져 나간 여덟 개의 사슬이 나이트 셰이드의 몸통을 휘감았다.
파츠츠츠츳!
고압적인 파찰음을 내며 적을 집어삼키는 사슬을 보며 재현이 작게 웃었다.
‘할 수 있다.’
그아아아아……!!
나이트 셰이드의 비명이 보스룸을 가득 메웠다.
―《즉사》 페널티까지 남은 시간 2:16
“하압!”
재현이 마지막 일격을 쏟아붓기 위해 나이트 셰이드에게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나이트 셰이드의 비명과 같은 울음.
그리고.
지이이이이……!
키릭? 끼이아아아……!!
보스룸 바닥에 마법진이 설치되더니, 곧 나이트 셰이드를 수호하는 하급 몬스터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병사를 비롯해 조금 전 상대했던 레이스 및 드라우그 무리.
그러나 재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되레 미소를 지은 채 작게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어. 보스란 놈들은 하나같이 패턴이 더럽다니까.”
삽시간에 자신을 포위한 수십에 이르는 마수.
허나, 재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를 보며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그의 왼쪽 눈동자가 금빛으로 물들더니, 곧 전신에서 신성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액티브 스킬 《새크리파이스》를 사용합니다.
―언데드 몬스터가 필드에 존재합니다. 《새크리파이스》를 공격 스킬로 변환합니다.
―액티브 스킬 《빛의 심판》을 발동합니다.
키릭?
무려 마나를 500이나 소모하는 광역 딜링 스킬 《빛의 심판》.
언데드 속성 몬스터를 대상으로 이 스킬은 극강의 포스를 보여 준다.
더군다나 지금 재현은 《신성의 로브》의 효과로 공격력 보정까지 있는 상황.
피어오르는 재현의 압도적인 마력에 당황한 몬스터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천정으로부터 신성한 빛의 기운이 어리기 시작하더니, 곧장 바닥에 내리꽂혔다.
쿠구구구구!
동시에 들려오는 비명.
키에에에에엑!
일순, 찬란한 빛이 지상에 여러 갈래로 내리쬐더니 빛의 기둥으로 변모했다.
재현이 옅게 웃었다.
‘《빛의 심판》 이 스킬은.’
콰콰콰콰콰!
‘언데드 한정 무적이지.’
쏟아지는 빛기둥에 언데드 몬스터들이 하나둘 정화되어 형체를 잃어 갔다.
재현은 조소를 지은 채 사슬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나이트 셰이드를 봤다.
―《즉사》 페널티까지 남은 시간 0:23
나이트 셰이드의 바로 앞에 선 그가, 불시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콰콰콰콰콰!
천정에서 내리꽂힌 빛줄기가 나이트 셰이드의 전신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아아아아아……!!
울려 퍼지는 처절한 비명.
나이트 셰이드는 사슬에 묶여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서서히 빛에 정화되어 육신을 잃어 갔다.
재현은 그 광경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고대하던 나이트 셰이드와의 결전.
거기서 자신은 결국 승리했다.
주먹 한 대에 정신이 날아가고 HP를 다 날려 먹었던 두 달 전이었는데, 모두 딛고 결국 이겨낸 것이다.
“해냈다. 나이트 셰이드를…… 쓰러뜨렸어.”
삽시간에 정리된 필드를 보며 재현은 열기 어린 숨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로지 희열과 성취감만이 가득했다.
잠시 후.
마침내 빛의 기둥이 마지막 보스 몬스터인 나이트 셰이드의 비명마저 끊어 버렸을 때.
그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즉사》 페널티까지 남은 시간 0:03
띠링.
―던전의 보스 ‘나이트 셰이드’를 쓰러뜨렸습니다.
―경험치 3,000을 획득하셨습니다.
―소재 아이템 《나이트 셰이드의 코어》를 획득하셨습니다.
―B급 장비 아이템 《그림자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첫 번째 시련을 극복한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습득한 아이템이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보관되었습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숨겨진 방 ‘헬의 신전’으로 사용자를 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