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이그드라실(3)
“야, 민재현. 근데 진짜 쟤 말 믿어도 되는 거냐?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니드호그랑 이름 없는 수리를 이간질한 녀석이 바로 라타토스크잖아?
그럼 지금 우리한테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지 않아?”
“맞는 말입니다. 헬의 분신인 저도 잘 모르는 상대에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김유정과 헬라가 의문스럽다는 듯 라타토스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라타토스크는 신화 속에서 악질적인 존재로 묘사되니까.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를 이간질하며 서로를 싸우게 하는 존재.
그게 라타토스크의 본질이었다.
“걱정 마. 경계라면 나도 하고 있으니까. 지금 공격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저 녀석 정도는 언제든 처치할 수 있어서야.”
재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하면서도, 누구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다만, 그는 궁금했다.
어떻게 저런 작은 청설모가 이런 상급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이그드라실을 오갈 수 있는 것인지.
또 그가 한 말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 말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여여여―여기입니다요! 이―이쪽으로 가면 나선탑을 오를 수 있는 문이 여여―열립니다요! 타―탑은 모두 다섯 개의 츠―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요!”
나선탑.
라타토스크의 입에서 익숙한 단어가 새어 나왔다.
‘역시 이놈은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재현은 확신했다.
조금 전.
자신은 그에게 이그드라실이 나선탑의 구조로 되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최소한 라타토스크가 이곳의 구조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재현과 동료들이 그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그드라실의 층이 모두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 자세히 설명해라.”
재현이 고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라타토스크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지만, 누구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들은 재현의 동료이고, 그의 곁에서 오래 지내면서 재현의 냉정함을 배웠다.
그것은 레이더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의 귀여운(?) 놈에게 현혹되어선 안 된다.
“타타타―탑은 두두―두 개의 갈림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요. 나나나―나선탑이라는 이름에서부터 그렇긴 하―합니다만―.”
“두 개의 갈림길?”
쉽게 말해, 이는 탑을 올라가는 길이 모두 두 개라는 뜻이었다.
재현은 계속하라는 듯 팔짱을 꼈다.
“다―다만, 여기서 무무―문제가 있습니다요! 그―그게― 이그드라실은 두 개의 길을 모두 정복하지 않으면 꼬―꼭대기 층으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요!”
“그러니까. 우리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서 탑을 올라야 한다?”
“그그그―그렇습니다요!”
“네 말을 어떻게 믿지?”
재현의 말에, 라타토스크가 화들짝 놀랐는지 앞발을 번쩍 들고 도리질을 했다.
“거거거―거짓말이 아닙니다요!”
재현이 씩 웃었다. 마치 그 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행동.
그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머물렀다.
“좋아. 네 말대로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탑을 오르겠다. 대신, 네가 한 말이 모두 진실이라면 말이야.”
재현이 라타토스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으로부터 마력이 새어 나오며 라타토스크의 전신에 잠시 머물더니, 이내 머리의 마력 회로를 타고 올라간다.
“사사사사― 살려주십―!”
라타토스크가 질겁하며 외쳤으나, 의외로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재현은 처음부터 그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액티브 스킬 《종속》을 발동합니다.
다만,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게끔 확실한 조치를 취할 뿐이었다.
재현이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그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자, 싸인 해야지?”
“아아아아―알겠습니다요―!”
* * *
종속 스킬의 활약 덕에 재현은 라타토스크의 모든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실제로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를 이간질한 게 그였다는 것 역시.
“이 스킬이 있는 한 너는 죽어도 나한테는 거짓말은 못 한다. 그러니까, 알아서 눈치껏 잘 행동해라.”
“아아아―알겠습니다요―.”
재현은 확실히 으름장을 놓았다.
눈앞의 청설모는 위험한 놈이다.
무려 독룡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를 오가며 이간질할 수 있다니. 얼마나 혓바닥이 간교하면 그런 일이 가능한 건지….
“…재현아, 그래서 우리 팀은 어떻게 나눌 거야?”
서이나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재현을 보며 물었다.
지금 이들은 라타토스크의 안내를 받아 거대한 공동에 도착해 있었다.
녹슨 문을 지나 내부에 도달하자, 그 안에는 그의 말대로 두 개의 고차원 포털이 있었다.
아마 저게 녀석의 말대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게이트인 것 같았다.
“외외―왼편, 오른편 두두두―두 개의 포털에 동시에 오르면 츠츠―층을 오르는 시험이 시작됩니다요―!”
층은 모두 다섯 개로 구성돼 있다.
마치 시련 때와 같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층에서 해내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으며, 이를 성공해야만 다음 층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
재현은 잠시 의문이 생겨 라타토스크를 보며 물었다.
“그런 시험을 견뎌야 올라갈 수 있는 이그드라실인데…… 너는 어떻게 그냥 위아래를 오갈 수 있는 거지?”
“저저저―저는 조금 트―특별한 케이스입니다요! 처음부터 이 나무와 함께 태태태―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이―이런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아아아―않습니다요!”
“그렇군.”
이그드라실과 함께 태어난 존재라.
재현은 헬라에게 묻는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그녀도 자세히 모르는 듯했다.
라타토스크의 실체. 재현은 그것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이 커졌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지금은 시간이 없고, 이 녀석과 함께 탑을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나선 구조의 탑.
이는 두 개의 포털을 동시에 타서 공략해내야만 끝에 도달할 수 있게 돼 있다.
여기서의 실수는 곧 죽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일단 이 녀석의 말대로 팀을 두 개로 나눌 거야.”
재현은 먼저 선언하듯 말한 뒤 일행을 돌아보았다.
“우선 김유정, 호연이, 재상이 형, 소율 선배, 헬라는 함께 다녀주세요.”
재현은 당연하게도 파워 밸런스를 맞춰서 팀을 구성하길 바랐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있는 쪽이 더욱 무력이 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유틸성이 강한 동료들과 헬라를 한 곳에 배치한 뒤, 재현은 상성이 좋은 멤버 하나만 데려갈 생각이었다.
“알았어.”
김유정은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고, 나머지 동료들은 금세 수긍했다.
“우리 쪽 전력이 확실히 약하니까, 아무래도 함께 있는 편이 안전할 거야. 유정이의 소울 링크나 재상이 형의 포션, 소율 선배의 탐색도 유리하게 작용할 테고.
거기다 헬라까지 있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
안호연은 정확히 상황을 분석했고, 다른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돕죠. 이번엔 시련도 아니니까요.”
재현은 이번에는 서이나를 돌아보았다.
“이나야. 너는 나랑 같이 가자.”
“…응!”
서이나는 약간 들뜬 듯한 표정으로 주억였다.
재현은 반대 팀으로 스멀스멀 걸어가는 라타토스크를 붙잡아 끌어오며 말했다.
“어딜 도망가? 너도 이쪽이다.”
“자자자자―잡아먹지만 마마마―말아주십시오!”
“음… 그러고 보니 청설모는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데. 맛있나?”
재현의 능청스러운 말에 라타토스크가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흐흐흐―흐엑!”
그의 반응에 재현이 적당히 표정을 풀며 말했다.
“걱정 마라. 안 잡아먹어. 저쪽에는 길잡이가 있는데 이쪽은 없으니까 데려가는 것뿐이다. 뭐, 안에서 정 먹을 게 없거나 네가 내 말을 안 듣는다면 다르겠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라타토스크를 데리고 가는 이유는 길잡이의 필요성 때문.
저쪽에는 탐색 스킬을 가진 권소율이 있지만, 이쪽은 아니었다.
재현이 마력 감지와 감각 증폭의 문장으로 감지할 수 있는 위험은, 어디까지나 가까운 위치.
먼 곳에 있는 함정을 파악하거나, 빠르게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는 쪽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이쪽도 길잡이를 데리고 가면 되는 일이다.
더구나 종속 스킬을 건 것은 어디까지나 재현. 굳이 녀석을 버리고 갈 이유가 없기도 했다.
재현은 결정을 내린 뒤, 거대한 공동의 왼편으로 향했다.
서이나는 그의 뒤를 쫓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오른편의 전송 포탈 앞에 섰다.
그들은 심호흡을 한 뒤, 재현을 보았다.
“모두 잘 해내고. 꼭 클리어할 수 있을 거야. 그럼, 5층에서 만나자.”
“그래.”
“우리만 믿어!”
재현의 말에 안호연과 김유정이 가장 먼저 답했고, 이내 그들은 포털의 빛에 의해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허나, 그 순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텅 빈 공동의 거대한 철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는 것을.
* * *
아스가르드의 중앙. 뇌신 토르의 방.
그곳에서는 충격과 비탄이 어린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내… 내 아들이 전사했다고? 그것도 둘 다…?”
대적자를 관찰하라고 보냈던 심복의 보고를 듣던 토르의 눈이 풀렸다. 현재, 그는 생애 느껴본 적 없는 최대의 분노에 휩싸인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반쪽에 불과한 녀석들이라고 해도 뇌신 토르의 아들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티팩트까지 건네며 대적자를 처치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던가.
모든 안전에도 유의했고,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졌다고?
나의 아들들이?
“하…하하하하!!”
토르가 실성한 듯 광소를 터뜨렸다.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에 짙은 살의가 머무르며 차가운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이미 아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헬헤임으로 가서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헬이 그곳을 지키는 한, 자신에게 길을 내어줄 리 만무했다.
“대적자… 빌어먹을 새끼… 반드시 내가 쳐 죽여 주겠다…!!”
토르의 분노가 선연히 방안을 메우던 그때.
갑작스레 노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르 님. 오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후긴….”
토르가 이를 갈며 말을 받았다.
그는 후긴과 오딘이 어째서 자신을 찾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아들을 보내 대적자를 공격한 것.
심지어 이에 실패해 그간 쌓아왔던 아스가르드의 신력을 모두 소모한 것.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거겠지.
“가겠다 전해라.”
허나 토르 역시 이번만큼은 묻고 싶은 게 많은 참이었다.
아들을 잃은 슬픔. 그것도 크지만 지금 그에게는 대적자.
그에 대한 의문과 분노가 몇 배는 더 거대했으니까.
“어떻게든 내 손으로 직접 죽이겠다. 대적자… 한낱 인간 주제에 뇌신을 건드린 죗값은 단단히 치르게 해 주리라.”
토르의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려오며 진짜 뇌신의 뇌격이 잠시 솟구쳤다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