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니다벨리르(1)
“저는 결코 대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기서 선언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소식이라 소개한 대로, 그것은 충격적 선언이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재현이 전 국가를 위해 싸워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재현을 영웅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역대 최고의 레이더라고 평하기도 했으니까.
쉽게 말해, 그는 최초의 각성자였던 주원 이후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었던 레이더였다는 이야기였다.
한데, 그런 중에 재현은 자신이 영웅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은 모두를 돕지 않겠다고.
왜? 어째서일까?
“대, 대체 왜 그런 선택을 내리신 겁니까?”
“말을 이어서 하겠습니다.”
재현은 적당히 말을 자른 뒤 이었다.
“저는 무책임한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무책임한 사람도 싫어합니다. 저는 제 앞에 죽어가는 사람을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마력이 깃들며 순식간에 청중을 휘어잡는다.
“굳이 제가 지켜야 할 것들을 두고 다른 사람들을 구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목숨은 직접 지키십시오. 당신들이 레이더라면.”
재현의 말에 반발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어안이 벙벙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비규환이 된 풍경에도 재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 혼자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기에. 그들 스스로 일어서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재현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이들에게 공통된 분노를 심어주고, 스스로 그들의 자양분이 되었다.
레이더란 자고로 피가 끓는 족속들이다. 자신의 말에 반발하며 이까짓 거, 나도 할 수 있다. 성장 제한이 해제된 지금이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만 꽤 생길 거라 판단했다.
물론 그들은 결코 재현의 경지까지는 닿지 못할 것이다.
재현이 이뤄낸 경지. 이는 천외천(天外天)에 있었다.
애초부터 그들의 상대가 아니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어떤 자도 재현의 천재성과 견줄 수 없다. 로키나 해방 4단계 위에 있는 상위 신이 아니고서야 이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재현은 그들조차,
그 오딘조차 넘어설 거라 맹세한 이였다.
아무리 성장 제한이 해제된 지금이라 해도 그들이 자신을 넘을 수는 없으리라. 자고로 격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이들이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그게 가장 나약한 종족인 인간이라면 특히 더더욱 그렇고.
“스스로를 지키지 않는다면 모두 잃게 될 겁니다. 이기적이라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TV를 보고 있다는 수십억 명의 생명보다 제 가족과 친구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합니다.”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목에 한 차례 힘을 주어 이었다.
“그러니 자신과 가족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내십시오. 그게 제가 전달할 부정적인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그것을 끝으로 재현은 인터뷰를 마쳤다.
재현은 나머지 인터뷰의 처리를 동료들에게 맡겼다. 김유정은 의외로 꽤 능숙하게 기자를 다루었다.
유성은의 인터뷰를 하도 많이 봐서 사람을 대하는 실력이 좋아진 거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듯했다.
그녀는 기자들에게 현재 자신들이 이룬 성취와 재현의 상황을 간단히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모두 밝히지는 않았으나,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그의 의견에 반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른 멤버들 역시 의례적인 인사를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났다.
군중의 틈바구니를 벗어나자, 대기실의 유성은이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환대해 주고 있었다.
“잘했어.”
“연화 주가가 아무래도 좀 떨어질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는데. 그런 거 신경 쓸 필요가 있겠니?”
유성은 언제나처럼 재현을 따뜻이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세계 연합 뉴스에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의 기사가 올라왔다.
[대적자 민재현, 자신의 안위만 챙겨… 충격적인 선언에 세계 레이더 연합 “이기적인 판단에 유감” 표명.]* * *
다음 날, 아침.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입에 밀어 넣으며 기사를 읽던 재현이 피식 웃었다. 자극적인 기사였지만 그는 그다지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유성은이 말했던 대로다.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다.
저런 도발에 넘어갈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저들이 저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리처드. 세계 레이더 연합의 수장부터가 속이 시꺼먼 사내가 아니었던가.
그들이 이런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재현으로서는 뭐든 상관없었다.
어제 그가 한 것은, 자신이 모두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히고 레이더들에게 경각심과 도전 의식을 부추기는 것.
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너 오래 살겠다. 욕을 이만큼이나 먹었으니… 못해도 150살까지는 살걸?”
“어차피 신격이 있어서 죽고 싶어도 일찍은 못 죽거든?”
김유정의 실없는 말에 답하면서, 재현은 나인의 부실 소파에 앉아 턱을 괬다. 나름 간만에 느끼는 평화였다.
근래는 계속 전투에 전투, 탑을 오르는 것만 반복해왔다.
지쳐있는 심신을 조금은 쉬어주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짜는 게 중요했다.
“일단은 오딘 쪽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게 중요해. 지금 가장 먼저 우릴 공격해올 적은 누굴까?”
안호연의 말에 재현이 팔짱을 꼈다. 헬라가 말했다.
“아마 토르가 아닐까요? 자신의 두 아들을 잃었으니, 아마 재현 군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을 겁니다. 어때요?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건?”
“도망가 봐야 어딜 가겠습니까? 장난 그만 치시고 도움 될 만한 생각이나 해 보세요.”
재현이 그렇게 대꾸했다. 이번에는 이재상이 입을 열었다.
“요전에 갔던 이둔의 정원… 거기서 얻은 약초들의 새로운 조합법도 알아냈어. 아마 다음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될 거야.”
“역시 형이에요. 반가운 소리 하는 건 형밖에 없다니까.”
재현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동료들을 데리고, 니플헤임에 있는 이둔의 정원을 데리고 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재상은 갖은 약초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 이둔과 네 시간 연속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도 모자라 며칠간 재현에게 그녀와 만나게 해 달라고 했고.
덕분에 이재상은 새로운 약초를 다루는 데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포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재현으로서는 무조건 좋은 일이었다.
새로운 포션은 언제든 가능성을 제시한다.
적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 전투를 해낼 기점을 제공한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재현은 훨씬 적을 쉽게 사냥할 수 있게 될 테고.
“내 쪽에서도 몇 개 얻은 게 있어.”
이번에는 권소율이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꺼낸 패드의 앱을 실행한 뒤, 이를 확대해 보여주며 말했다.
“이둔의 안개 정원에 갔을 때, 니플헤임에서 이번에 얻은 그 조각과 같은 마력을 품은 무언가를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었어.”
“그렇다는 건…!”
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호재의 연속이었다.
권소율의 말대로라면, 두 번째 아득한 심연의 별을 얻게 될 테니까. 그게 있다면, 오딘의 상대가 더 편해질 거라는 것은 자명했다.
‘아무래도 소율 선배의 매핑 실력이 더 성장한 모양이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권소율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최근 성장하며 탐색 스킬이 더욱 강화되었다. 덕분에 더 넓은 공간을 빠르게 수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니플헤임에 갔을 때, 혹여나 싶어 그녀는 스킬로 주변을 탐색했고, 그 성과가 있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두 번째 아득한 심연의 별을 얻을 기회가 생긴 것.
아직 그게 아득한 심연의 별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다만, 그곳에서 큰 소란을 떨었다가는 적에게 자신들의 위치는 물론, 이둔의 정원까지 발각될 여지가 있기에 조심해서 움직이긴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작전을 세밀하게 구성해야 했고.
재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만약 토르가 움직인다면, 제가 막겠습니다. 제게는 토르의 전격에 대비할 수 있는 스킬도 있고… 어쨌든 그와 상대해서 패배하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길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리 흐룽그니르에 의해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에시르 최고신 토르였다. 그의 힘이라면, 지금의 재현이라도 감당하기 어렵겠지.
두 번째 시련 당시 보았던 요툰헤임을 망가뜨린 힘.
그 초월의 격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물론 그 아래 하위 신이 온다면 언제든 상대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는 했지만….
역시 토르는 쉽지 않겠지.
재현은 자신의 실력을 현재 가장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로 강한지, 누구와 상대해서 승리할 수 있는지. 이제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정보가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이변이 없다면 이는 백 퍼센트에 한없이 맞아떨어지게 될 것이다. 최근 그의 분석 능력은 거의 최고 수준이니까.
“일단은 전에 말했던 대로, 제대로 된 장비를 더 얻으러 가자. 각자 쓸 만한 거로. 어때? 강화도 해야 하고.”
재현은 그렇게 말했다. 최근 스미르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번째 시련을 치르기 전에 스바르탈페임에 한 번은 들르거라. 정확히는 그 내부에 존재하는 니다벨리르라고 해야겠지. 그곳에서 드워프들을 만나고, 네가 가진 수르트의 불꽃도 사용해서 더욱 강해지도록 해.그렇게 하면, 아무리 토르라 해도 너를 쉽게 이길 수 없게 될 것이다.]
드워프들이 있는 곳 니다벨리르.
일반적으로 북유럽 신화에서는 다크 엘프들이 사는 스바르탈페임과 이를 동일시하기도 하나, 재현이 듣기로 두 곳은 구분되는 장소였다.
한 세계에 속하는 것은 맞으나, 그 정확한 위치와 그곳에 주거하는 종족이 달랐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니다벨리르는 스바르탈페임 안에 존재하는 작은 또 다른 세계였다. 굳이 아홉 세계 중 하나로 구분하지는 않는, 지금 찾아야 할 드워프들이 사는 곳.
재현은 스미르의 말을 되새기며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단순한 진리를 깨우쳤다.
강해지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
그것은 바로 템빨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
때문에 재현은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 고로,
동료들의 다음 행선지는 이미 결정되었다.
“니다벨리르… 대장장이들을 만나러 한 번 다녀올 필요가 있겠어.”
그의 말에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작해야 며칠 쉬지 않았으나, 지금은 탑 공략 때만큼 압박감을 느낄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들로서도 쉬는 것보다 이쪽이 마음이 편했다.
“여기서 더 좋은 템을 얻을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가야지.”
김유정이 그렇게 말했고, 서이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리처드의 세계 레이더 연합을 털어먹은 전례가 있긴 했으나. 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신화급 아이템을 얻은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이들의 목적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과거 1만 년 전, 라그나로크에서 자신의 터전을 잃은 대장장이들.
그들 전원의 지원을, 재현은 원하고 있었다.
‘전쟁은 역시 수로 하는 거니까. 전략적인 측면에서 대장장이들의 가치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과거 스러졌던 몇몇 세계의 모습을 떠올렸다.
불타고, 부서지고, 으스러진 수많은 세계의 한복판.
그곳에서 버려진 전쟁고아들과 겹겹이 쌓여 있던 시체들.
[아마 이번에 드워프를 설득하는 건 어려울 거야.]헬은 그렇게 말했다. 재현은 호흡을 골랐다.
자신이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다시 한번 그 지옥 속에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것도 겨우 살아남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꼭 해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재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제 정말 끝을 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물러설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