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98
398화 재회의 순간(2)
“어쩐지.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했지.”
“그러게나 말일세.”
재현의 앞에 드러난 두 신은 토르와 티르였다.
최강의 신들이 그야말로 한 곳에, 두 명이나 모인 셈이다.
그레이트 사일런스로 기척을 숨겼으나, 아무래도 이 스킬로도 가리지 못할 만큼 그들의 기감은 민감한 듯했다.
하긴, 적잖게 아스가르드에서 재현이 꽤 시끄럽게 굴기는 했다.
무려 두 명의 격을 지닌 발키리 대장을 상대하며 이 정도 소음밖에 나지 않은 것이 되레 다행이라면 다행이긴 하지만…….
이미 들킨 시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었다.
재현이 헛숨을 들이켰다.
‘…위험해.’
김유정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 어떡하지?! 프레이, 당신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나는 지하 감옥에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아직 힘이 온전치 않아. 아무래도… 큰 도움이 되긴 어렵겠군.”
“그런 김빠지는 소리 하지 말고 무기나 제대로 드세요. 전쟁에서 발악해야 할 때가 있다면 그게 지금이니까.”
재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신화의 장검을 손에 쥐었다.
적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무려 최강의 신 둘.
이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재현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니.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망치면 모든 계획이 수포가 된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티르를 향해 땅을 박찬다.
―액티브 스킬 《공중 도약》을 발동합니다.
공중 도약으로 티르 쪽으로 쏘아지던 그의 신형이 급작스럽게 꺾였다.
부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의 각도.
허나 재현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재현의 검이 왼편 아래에서 오른편 위의 대각선으로 휘둘러진다.
토르는 생각보다 더 기민한 대적자의 공격에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망치를 뽑아 들었다.
흐룽그니르를 죽였던, 또한 재현에게 무기를 만들어주었던 드워프들. 브록-에이트리 형제가 제작한 아티팩트. 묠니르였다.
천둥을 다스리는 토르에게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재현의 머리를 으깨기 위해 쇄도한다.
훙!
재현이 몸의 탄성을 이용해 부족한 근력을 메웠다. 이와 함께.
채애애애앵!
쇠가 부딪히는 소음과 함께, 재현과 토르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재현은 확신했다. 이 정도라면 흐룽그니르의 숫돌 조각으로 인해 약해진 토르나, 티르 하나 정도와는 호각으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는 최악의 순간 몸을 지켜줄 만한 기술 역시 있다.
그들 또한 필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과거 반 에시르 연합은 말했다.
재현이 가지고 있는 필드 마법. 붉은 달의 고원은 다른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것의 몇 배는 그 효율이 뛰어나다고.
거기다 최근 브록-에이트리 형제가 만들어준 신화의 장검의 효과가 바로, 이 필드 마법의 효과 증폭이었다. 신성 찬탈과 더불어 재현을 정점으로 올려줄 수 있는 스킬.
재현은 잠시 생각한 뒤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
그의 기세가 일변한다.
숨을 고르며. 전신의 근육을 이완한 뒤, 적의 움직임을 맹수처럼 살핀다. 모든 것을 속속들이 꿰뚫기 위한 집중.
이는 결국 그들의 아주 작은 틈을 발견해 목에 검을 꽂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 * *
보름달이 중천에 걸린 밤.
결정을 내린 프레이야가 우울한 표정으로 오딘의 궁전을 찾았다.
조금 전, 미미르의 샘물을 마시며 본 것에 대해 그에게 묻기 위해서였다. 이유야 워낙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미르의 샘물이 진짜였다는 것이었다.
미미르. 지혜의 거인이자 모르는 게 없다 하는 존재.
그는 어째서 자신이 겪었던 기억의 편린을 갖고 있었는가.
그조차도 과연 오딘이 조작할 수 있었는가.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프레이야는 지금 자신의 아이가 멀쩡하다는. 지금 이 목걸이에서 아직도 숨 쉬고 있다는 이야기만을 듣고 싶었다.
때문에 오딘의 궁전으로 향해, 그에게 아예 엄포를 놓을 생각이었다. 이번 라그나로크가 끝나면, 더는 날 괴롭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제 그만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프레이야는 요즘 어떻지?”
“프레이야 님은 열심히 ‘아득한 심연의 별’을 찾고 있다 하십니다. 아무래도 쉽게 찾지는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아무래도 걸린 것이 걸린 것이니 어떻게든 해내시겠지요.”
들려오는 오딘과 후긴의 대화. 그를 듣게 된 그녀가 저도 모르게 기척을 숨긴다.
두 존재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그나저나. 브리싱가멘에 숨겨진 그 아이의 영혼을 계속 돌려달라고 귀찮게 해서 큰일이군. 어차피 없는 것을 달라 하다니….”
오딘의 수염을 끌며 하는 그 말에, 프레이야의 몸이 흠칫 떨렸다.
후긴의 시선이 잠시 알현실의 입구로 향했다.
“무슨 일이지?”
“…아닙니다. 기분 탓인 듯합니다.”
후긴은 그렇게 말한 뒤 정중하게 이었다.
“아마 프레이야 님은 자신의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믿고 말 겁니다.
원래 자신의 아이를 끔찍이 챙기시는 분이고… 시그룬까지 대적자가 죽였으니 틀림없겠지요.”
“그래. 뭐 아이의 일이야… 전쟁이 끝난 뒤엔 그녀를 처리하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딱히 걱정할 것은 없겠지.”
이야기를 뒤에서 듣고 있던 프레이야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오딘과 후긴. 그는 자신의 아이가 이미 죽은 자라 말하고 있었다.
처음 대적자가 말했던 대로였다.
‘죽었다고? 나의 아이가?’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였다.
이미 남편은 전쟁에서 전사하고 말았고, 그나마 자신에게 남은 것은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왜 자신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 그 중심에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역시 오딘에 대한 극심한 배신감이었다.
아무리 그가 쓰레기라고 해도, 아이를 건 약속은 지킬 줄 알았다. 한데, 그것조차 자신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조작되었던 거짓말이라고?
적어도 바나헤임을 멸망시키고 자신과 프레이를 데리고 올 때, 오딘은 최소한의 대우는 해 주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힘을 빌려준다면 아이의 생명을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다니….
그 순간, 프레이야는 피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
언젠가 세웠던. 시그룬에게 말해주었던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키겠다는 계획. 그것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 없는 전투를 그만두고 대적자와 상대하고 있을 두 발키리들을 멈춰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시기가 늦어버린 시점이었다.
“대적자가 아스가르드로 침입했다는 소식입니다. 토르 님과 티르 님이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직접 나서셨다고 합니다.”
오딘의 다른 하인으로부터 들려온 목소리.
그것은 대적자를 향한 사형 선고와 같았다.
아마 대적자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프레이야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물며, 만약 그가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자신이 오딘에게 복수할 거라 되뇔 뿐이었다.
* * *
재현의 기세가 완연히 달라지자, 토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대적자… 역시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 내 아들을 죽였다기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일까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았어. 너는 전투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야.”
타고난 전투광답게, 제 아들을 죽였다는 것보다 그가 보이는 전투 방식에 더한 흥미를 느끼는 토르였다.
그는 과거 1차 라그나로크 당시 수많은 종족. 특히 거인을 학살하며 자신의 호적수를 만나지 못해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이번 역시 그런 적들만 만나게 될 테고, 오딘이 쉽게 승리할 거라 생각해 아쉬웠던 참이었다.
그런데 저런 인간이 존재하다니… 그에게 재현은 그야말로 눈앞에 굴러다니는 전투 인형과 같은,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릿한 조소를 입에 머금은 채 말했다.
“지금 만약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그는 마치 재현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었다.
재현이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글쎄. 왜 그래야 하지?”
“그건 내가 티르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재현은 거기서 더 답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가 김유정의 버프와 파피의 패시브 스킬.
그리고 프레이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해도, 아직 저들 둘을 동시에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프레이는 아직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전투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
‘생각해라.’
재현은 머리를 한없이 비워내며 검을 맞댔다.
토르가 망치를 휘둘러오면, 그가 쳐냈고. 그가 쳐낸 검의 궤적을 비껴가 다시 티르가 검을 쏘아냈다.
재현은 발을 굴러 지면을 붕괴시킨 뒤 티르의 공격까지 파훼할 수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요행이었다.
점차 적은 강해질 것이다.
빈틈은 줄어들고, 자신은 몰리게 되겠지.
또한, 김유정과 프레이가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
뭐, 김유정이야 이미 자신에게 버프를 주는 것만으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셈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같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쓰러져 있다가 겨우 회복한 두 명의 발키리와 두 명의 에시르 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짐승들의 부대를 보았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승리할 수 있을까.
그는 한참을 고민했으나, 그 시간조차 적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촤앗! 촤앗!
재현의 몸의 상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며, 그의 자상이 깊어진다.
재현은 묠니르의 공격에 당해 신체에 미약하게 흐르는 전류를 마력으로 떨쳐냈다.
다행히 그가 처음 익힌 스킬이 전격 계열 스킬이었던 만큼, 전류를 흩어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나, 이어지는 티르의 공격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다.
‘젠장…!’
“민재현!”
김유정이 다급하게 소리치며 검의 궤적을 바꾸려 했다. 프레이 역시 마법검을 애써 운용하며 그를 지켜내려 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한 번 베인 뒤, 적 하나를 잡고, 이재상의 포션을…….
재현이 최악을 상정하며 제 몸을 앞으로 내밀었을 때였다.
“제 신랑감한테 손대는 건 용서할 수 없죠. 제가 몇 년이나 기다렸는지 알기는 해요?”
어디선가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광풍이 밀어닥쳤다.
그 순간, 로브를 쓴 목소리의 주인이 재현과 김유정, 그리고 프레이에게 보호막을 씌운 뒤.
지이잉!
강력한 전송 마법을 발동했다.
재현은 그 순간 보았다.
로브를 쓴 자, 그는 자신에게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익숙한 얼굴의 주인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 여자라는 것을.
녹색의 은은한 눈동자가 투명히 빛났고, 위로 도드라진 금발과 약간 장난기 있어 보이는 표정이 재현의 향취를 자극했다.
과거 탑을 공략할 당시 보았던, 한 소녀가 어느덧 숙녀가 돼 있는 모습이 재현의 두 눈에 선명히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