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73
72화 라스트 페스티벌(1)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세 번째 롤러코스터와 네 번째 자이로드롭을 클리어한 재현과 서아현은, 이제 마지막 이벤트인 페스티벌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에서는 폭주하는 기차를 저지하며 무사히 돌아오는 것.
자이로드롭은 추락하는 비공정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것이 클리어 조건이었다.
다행히 서아현의 스킬과 두뇌, 재현의 피지컬과 판단력 덕분에 던전 클리어는 어렵지 않았다.
두 던전은 난이도가 높지 않은 탓에 별다른 스킬은 주지 않았다.
스탯 포인트를 각각 5씩.
총 10을 획득했으니 나쁜 성과는 아니긴 하지만.
‘뭐 클리어하는 데 네 시간밖에 안 들었으니까. 거기다 포션도 아꼈고.’
포션 역시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재상이 만들어 준 최고급 포션. 아마 재현이 아니었다면 두 배는 넘게 주고 값을 치러야 했겠지만, 이재상에게 재현은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그는 포션을 사전에 싸게 대량으로 구입해 둘 수 있었다.
재현은 순조롭게 클리어한 던전을 돌아보며 깊게 숨을 내뱉었다.
이제 남은 것은 대망의 페스티벌.
“후우……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그래. 이것만 끝내면 이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어.”
재현의 말에 서아현이 울컥했는지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재현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작게 쥐어박아 주었다.
“아직 다 끝난 거 아니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안 그럼 죽는다.”
“네에…….”
서아현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재현은 한숨을 쉬며 주변을 죽 둘러보았다.
온통 살벌한 풍경이 두 동공을 가득 메운다.
지금 이렇게 풀어져서는 안 된다.
다음 예정된 마지막 《BIG 5》인 페스티벌은 매우 위험한 이벤트.
회귀 전, 서아현 역시 이 구간에서 죽을 뻔했다고 말했었다.
긴장을 늦추는 것은 레이더로서 실격.
여기서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을 바짝 차린 뒤에 확실하고 간결하게 끝내야 한다.’
재현은 뚜껑을 딴 뒤 포션을 마시며 도핑을 시작했다.
체력은 물론, 일시적으로 근력과 민첩을 증가시켜 주는 물약들이었다.
마력을 상승시켜 주는 물약도 빼먹지 않았다.
근접에서 전투한다고 해도 재현은 마법사이기에 마력이 핵심이니까.
어쨌든 물약을 다 마시고 준비를 끝내자 서아현이 혀를 내두르며 물어왔다.
“진짜 오빠는 미친 것 같아요. 대체 그런 포션들은 어디서 구해 온 거예요?”
“이게 또 기어오르지. 말 순화해서 안 하냐? 확 놓고 가?”
“……오빠 개 멋있어요.”
“입 다물어. 이제 던전 들어갈 거니까. 항상 준비 똑바로 하고.”
서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은 인벤토리에 포션 빈 병을 집어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재현은 그 말을 시작으로 걸음을 떼 페스티벌이 있는 야외 광장으로 향했다.
이미 시간은 밤을 훌쩍 지나 새벽으로 향하는 시각.
하지만 이곳 네버랜드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어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덕분에 재현은 《플래시》를 사용해 빛을 밝힌 뒤 이동해야 했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이리저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거대한 광장처럼 보이는 공간에 버려진 수많은 잡다한 고철 덩어리와 그 아래로 보이는 무대. 양옆으로 죽 들어선 가면을 쓴 남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같이 기괴하게 일그러진 듯한 모습.
“역시 마지막이라 이건가…… 쉽진 않을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래요.”
서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현의 의견에 동의했다.
타닷…… 타닷……!
가로등이 점멸하듯 깜빡이며 소리를 낸다.
부서진 건물과 놀이 기구 틈 사이로, 서서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 그게 아니면 몬스터인가?”
서아현의 말대로 그곳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사람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는, 심지어 성별도 알 수 없는 존재가.
재현은 재빨리 눈에 마력을 불어넣어 그 정체를 확인했다.
《마력 감지》.
스킬 덕분에 재현은 금세 떨어진 존재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다.
그의 생김새에 대해 서아현에게 말해 주려는 순간.
마이크 노이즈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직― 지직―.
“환영합니다! 네버랜드에 오신 여러분! 저는 브륀! 아래로 내려오시지요!”
* * *
폭죽이 펑, 하고 터져나가더니 위세를 확장해 하늘을 형형색색으로 수놓는다.
페스티벌은 화려하고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객석에 앉은 가면 쓴 이들은 하나같이 열광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무대 위에 올라서 마이크를 쥔 브륀 역시 들뜬 얼굴이다.
브륀의 외관은 상당히 기괴하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나 볼 법한 하얀 페르소나를 쓴 얼굴.
아래로 도드라지는 각진 턱과 광대, 머리에 쓰고 있는 검고 챙이 긴 모자까지.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충분히 이상할 만한 조합이었으나, 꽤 어울렸다.
가면 안은 볼 수 없는 탓에 인간인지, 마수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평범한 존재는 아닐 터다.
이제까지 던전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평범하다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
브륀은 재현과 서아현을 보면서도 적의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도리어 어서 와서 축제를 즐기라는 등 평화로운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
재현은 한숨을 내쉬며 온몸에 마나를 두른 뒤 걸음을 뗐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겠는데.’
재현은 움직이지 않으려던 서아현을 이끌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
“시끄럽고 일단 따라와. 여기 있는 게 더 위험할지도 몰라.”
서아현은 재현의 말에 그대로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어차피 저항한다고 해도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종속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모든 게 다 부질없어질 테니까.
아래로 내려가자, 브륀은 축제 분위기에 어울리는 즐거운 표정을 지은 채 두 사람을 맞아주었다.
“잘 오셨습니다. 민재현 군. 서아현 양. 여러분은 이곳 네버랜드의 《BIG 5》를 성공적으로 공략하시고, 이제 마지막 페스티벌만을 남겨두고 계십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브륀은 진심으로 들뜬 표정이었다.
‘이미 우리의 이름을 알고 있군…… 사전에 던전 공략에서 파악한 건가?’
재현은 뭔가 께름칙했지만, 일단은 덮어두고 물었다.
“던전 마지막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거죠?”
브륀은 재현의 질문에 화사한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마지막 퀘스트는 술래잡기입니다.”
“술래잡기?”
“네. 그렇습니다. 저 앞에 게이트가 보이시나요?”
브륀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게이트로 보이는 홀이 있었다.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여러분은 저기서 나오는 마물로부터 도망쳐 목적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게 전부인가요? 나오는 몬스터는 어떤 녀석들이죠?”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브륀은 기쁜 얼굴을 하며 웃었다.
재현은 괜스레 몸에 소름이 돋아왔으나 애써 무시했다.
“이 술래잡기는 여러분의 실력에 따라 각기 다른 난이도로 진행됩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쉽게 말하자면, 이 필드. 즉, 네버랜드 부지 안에 있는 도전자의 수와 무력에 따라 난이도가 정해지며, 난이도가 높을수록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요컨대, 강한 사람이면 더 강한 마수를 피해 목적지로 가야 한다?”
“네. 맞습니다. 잘 이해하신 듯하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재현은 브륀의 칭찬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이렇게 되면 던전의 난이도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거지?
슬슬 걱정이 몰려온다.
만약 이 마지막 퀘스트에서 서아현이 혼자 왔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워낙에 약해서, 가장 낮은 등급의 몬스터를 피해 도망가면 끝이니까.
하지만 재현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재현은 진심으로 자신이 받게 될 등급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껏 아카데미의 입학 전후에, 갖은 이벤트를 겪으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나이트 셰이드를 잡고, 신입생 사냥을 겪고, 모의 던전을 박살 냈다.
이미 그의 실력은 B급 레이더를 가볍게 상회하는 수준.
밀레스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물론, 교사진과 비교해도 재현은 수위권이다.
‘……큰일인데.’
만약 재현의 실력이 모두 평가된다면 이번 던전의 난이도는 꽤 높을 터.
아무래도 서아현을 지키며 전투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재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브륀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난이도는 총 몇 단계까지 있는 거죠?”
“일반적으로는 모두 다섯 개입니다. A에서 E까지.
그 위로는 특별 클래스가 더 준비되어 있긴 합니다만, 아직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터라…….”
아무래도 그 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정리하는데, 별안간 브륀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엇!”
서아현이 놀라자 브륀은 걱정하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참가자의 실력을 측정하는 과정이니까요!”
“앗, 네…….”
서아현은 브륀의 목소리에 금세 가라앉은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두 사람을 잘 대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브륀 역시 상당한 마력을 지닌 실력자다.
서아현 역시 각성자인 만큼 그 힘의 차이를 눈치채고 아무 말 못 하는 거겠지.
재현은 자신과 서아현에게 손을 뻗어 마력을 흘리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뚫어지라 본다고 해 봐야 결과가 달라질 리도 없었고, 일단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제발 낮은 난이도 나와라…… 제발….’
그 결과가 기도였다.
볼품없는 결론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열심히 기도했다.
그리고 정확히 배신당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 S급이군요! 이번 이벤트를 더 즐겁게 즐기실 수 있겠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
재현은 어이가 없어 되물었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여태껏 A부터 E까지밖에 없었다고 해놓고선 뭐? S급이 더 있어?
“미친.”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아직 겪어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낮은 난이도일 리 없다.
게임에서도 보통 A급 위에 S급 난이도가 존재하는 데다, 조금 전 브륀 역시 A급 위에 특별한 클래스의 난이도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 참이니까.
재현은 망연한 얼굴로 멍하니 브륀을 바라보다가, 억울한 마음에 소리쳤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틀림없이 뭔가 잘못됐을 거예요.
생각을 해보세요. 얜 아직 풋내기도 못 되는 짐 덩이고, 저도 아직 실력이 모자란 생도일 뿐입니다. 인원도 고작해야 두 명…….”
“두 명이 아닙니다. 세 명이죠.”
뭐?
재현은 순간적으로 브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곳엔 자신과 서아현 둘 뿐일 터인데. 세 명이라고?
브륀은 싱긋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게이트에 마력이 덧씌워지며 고압적인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시길.”
브륀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다.
재현은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곧바로 귓가에 시스템 특유의 청량한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퀘스트 《라스트 페스티벌》이 수주되었습니다.
―수르트의 티끌로부터 살아남아 거점에 도달하거나, 그를 처치하십시오.
[테마 퀘스트]라스트 페스티벌
네버랜드의 마지막 이벤트인 라스트 페스티벌을 즐기십시오!
수르트의 티끌로부터 도망치고, 살아남아 거점으로 도달하십시오.
난이도: S+
보상: 티알피의 천둥 걸음
실패 조건
1. 수르트에게 사망
2. 수르트의 불길에 사망
참가 인원: 3/3
*히든 퀘스트 – 수르트의 티끌을 죽이고 잠재적 위협을 제거하십시오(보상 미정)
*‘형언할 수 없는 업적’ 달성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