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44
50화
숲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들리는 소리는 군인들이 풀숲을 해치는 소리뿐.
군인들과 함께 각성자 협회 사람들도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 긴장한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간 이상의 체력을 가진 데다가, 그동안의 훈련으로 강해진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이 움직이던 군인들이 힐끔힐끔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일행은 진혁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모두 최대한 긴장을 플어요. 언제 발견될지 알 수 없어요. 최악의 경우 이곳에서 밤을 새울 수도 있으니까 계속 긴장해서는 안 돼요.”
진혁이 꺼낸 말에 일행의 어깨가 푹 가라앉았다. 밤을 새워야 한다는 말에 긴장이 플리는 대신,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진혁이 황당한 표정으로 일행을 바라보았고, 군인들 사이에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탕! 탕!
그때, 가까운 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치직. 목표 발견. 멧돼지와 비슷한 형태의 괴물로 보인다. 예상지역에서 상당히 벗어난 지역에서 발견. 물러서면서 저지해 보겠다.
무전기에서 침착한 음성이 들려왔다. 예상외로 일행과 가까운 곳이었다.
“운이 좋습니다.”
덩치의 말에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는 경훈이 한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은 운이 좋게 여길 뿐이었다.
진혁은 일행을 살펴보았다. 겁을 먹은 사람은 없었다. 다희마저 입을 앙다물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혁이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갑시다!”
일행은 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튀어나가자 군인들은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일행이 숲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이 100m 달리기 선수 같았다.
“저 속도면 세계 신기록일 것 같은데.”
“뭐, 이미 개판 되었잖아. 각성자는 약물하고 동급 취급이던데.”
“쩝, 남은 사람끼리 하는 올림픽도 웃기는 일이겠다.”
남은 군인들이 잡담을 늘어놓는 사이, 일행의 모습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일행은 멧돼지 괴물이 있는 곳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우지끈.
일행이 도착하는 사이에 나무 하나가 또 부러져 나갔다.
돌연변이 멧돼지 괴물은 한쪽으로 달아날 생각도 못 하고 중구난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사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진혁이 일행에게 소리쳤다.
“진형을 갖춰!”
덩치가 앞으로 나와 등에 멘 방패를 꺼내 들었다.
이어 진혁이 대검을 들고 그 옆에 섰고, 다른 사람들은 총과 넘겨받은 유탄 발사기를 들고 그들 뒤에 섰다.
다희가 진형의 제일 뒤에 서서 일행의 보호를 받았다.
덩치가 긴장한 얼굴로 방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설연이 특성을 발휘해서 주변을 살폈다.
‘저희에게 일정 이상의 악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 두 명입니다. 그리고, 저 돌연변이는 화난 게 아니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진혁이 확인했고, 바로 일행에게 경고하였다. 경훈의 말대로였다. 괴물을 앞에 두고 방해하려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은 눈앞의 괴물에 집중할 때였다.
퉁,퉁.
진혁의 지시에 정규와 종철이 유탄을 쏘았다.
쾅! 쾅!
작은 발사음과 달리, 괴물이 있던 장소가 화려하게 터져나갔다.
꽤애애액!
괴물이 폭발을 뚫고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
덩치가 방패를 잡고 자세를 잡았고, 진혁이 양손에 쥔 대검을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뒤에선 일행의 총격이 멧돼지 괴물에게 쏟아졌고, 괴물은 덩치가 든 방패와 충돌했다.
쾅!
산 전체에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
*
멀리서 들려오는 충돌음에 용병들은 자신들의 팀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기다려. 실패했다는 연락을 받고 움직여도 늦지 않아.”
팀장의 말에 용병들은 긴장을 풀었다.
기업들이 준비한 첫 번째 사냥팀의 팀장이자 각성자인 그는 다른 각성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안에 있는 놈들은 슬슬 준비시켜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겠지.”
다크서클이 가득한 남자가 한숨을 쉬며 비트를 향해 걸어갔다.
비트 안에는 뼈만 남은 돌연변이 괴물들과 포식을 한 미친 각성자들이 있었다.
“모두 나와.”
늘어져 있던 각성자들이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캭 퉤! 왜 우리가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흐흐흐, 먹을 걸 줬으니, 가만히 놔두는 거야. 안 그랬으면 네놈부터 먹었을 거야.”
“다. 다음 먹이가 어디 있는지나 알아와. 히. 힘을 얻으려면 더 고기가 필요해.”
“캭, 캭. 고기. 고기.”
그 소리를 들은 각성자의 다크서클은 더 깊어졌다.
“능력을 멈추면 원래로 돌아가 버리는데, 병기로 쓸모가 있나? 내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가깝잖아. 나를 포함해서 그냥 소모품 아냐?”
그는 뒤쪽에 있는 팀장을 향해 쏘아댔다.
팀장은 몰래 한숨을 쉬었다. 용병들 관리도 쉽지 않은데 제멋대로인 애까지 돌봐야 한다니.
눈앞에 있는 각성자가 평범한 각성자라면 입속에 총알을 가득 먹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히스테리를 부리는 각성자를 설득했다.
“저놈들이 소모품라는 것은 틀린 이야기가 아니지만, 넌 아니지. 대체할 수 없는 특성이잖아. 넌 유일해.”
그의 말에 다크서클 각성자가 기운을 차린 것 같았다.
그는 비트 안에 있는 미친 각성자들을 보며 인상을 가득 썼다.
“내 말을 따르면 힘을 얻을 수 있어. 먹을 것을 많이 먹을 수 있어. 시키는 대로 할 거지?”
큰 소리로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미친 각성자들의 표정이 하나둘 변해갔다.
“먹을 거. 시키는 대로 하면 먹을 거.”
“힘. 힘. 나도 할거야.”
미친 능력자들이 차례로 비트 밖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팀장이 정신 각성자를 향해 엄지를 올렸다.
“매번 봐도 정말 대단한 능력이야.”
“흥, 전에 이야기했지만, 지속형이라 쓸모없어. 몬스터에게 걸어봤자, 알아듣지도 못해서 명령을 내릴 수도 없고, 정상적인 사람들은 저항해서 혼란을 주는 정도밖에 안 돼.”
말을 하면서도 그는 계속 인상을 썼다. 특성 때문에 계속 두통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의 말을 따라 나란히 서던 미친 각성자들이 갑자기 앞쪽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크아악!”
“케엑! 누구냐!”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흠. 일반 각성자들보다 그쪽이 훨씬 감이 좋은 것 같은데. 미쳐서 그런 건가? 아니면 돌연변이의 마나석을 먹어서 그런 건가?” 모두 놀라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팀장이 크게 소리 쳤다.
“각성자다! 쏴!”
일반인이라면 그가 못 알아차릴 리가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자신들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동안의 감으로 팀장은 바로 사격을 명령했다.
용병들은 반사적으로 경훈을 향해 총을 갈겼다.
투타타타타!
경훈을 향해 총알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옷이 터져나갔고, 먼지가 치솟았다.
하지만 경훈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등급이 올랐다고 너무 여유 부리는 것 아닌가요? 휴대폰이 상하지 않게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화점 내부를 쓸어버리고, 각성자 훈련소를 달려오는 동안 괴물을 잡아댄 결과 경훈은 다음 등급 직전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멧돼지 괴물을 잡은 뒤에 진동을 듣게 된 것이다.
등급이 올랐다는 진동.
이제 그는 C급 각성자가 된 것 이다.
“좋은데. 이제 견딜만해.”
-그보다 옷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아차!”
구멍이 숭숭 뚫리는 옷을 보고 그는 몸을 날렸다.
펑!
바람을 꿰뚫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경훈의 모습이 사라졌다.
용병들은 경훈이 사라진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두 각성자와 미친 각성자들은 경훈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팀장은 뒤로 물러서며 단검을 꺼내 들었다. 총이 아예 안 통하는 각성자라니. 거기다 속도도 자신보다 훨씬 빨랐다.
육체 강화 특성 계열인 것 같았다. 실력이나 특성 차이가 상당했다. 그는 자신의 특성을 꺼내며 동료에게 소리쳤다.
“공격해!”
“씨발! 먹이야! 잡아먹어!”
그의 말에 미친 각성자들이 경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용병들은 그 사이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찬 움직임들이었다. 그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총을 사방으로 난사 했다.
타타탕!
빚발치는 총탄 사이에서 미친 각성자들과 경훈이 부딪쳤다.
각성자들은 마치 짐승 같았다. 쇠파이프나 칼을 들고 덤비는 각성자도 있었지만, 입으로 물어뜯고 손톱으로 할퀴려는 각성자도 있었다.
“사냥꾼 때와 다른데?”
-이쪽은 시간이 더 오래된 것 같습니다. 완전히 오염된 것 같습니다.
서걱.
경훈의 검이 미친 각성자의 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근데 오염된 각성자를 통제할 수도 있는 건가?”
넘겨받은 서류에도 들어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무척이나 신기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그런 경우가 없었습니다. 만약 있었다고 해도 실패했을 것 같습니다.
“좀비를 데리고 다니는 꼴이니, 사람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지. 테스트 중이었나?”
서걱, 서걱.
이브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의 검은 덤벼오는 미친 각성자들을 차례로 갈라버렸다.
정말 눈 깜짝할 새였다. 잠깐 사이에 오염된 각성자들이 모두 쓰러진 것이다.
그 순간,경훈의 머리를 꾹꾹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경훈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 다크서클이 가득한 남자가 그를 노려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설연이 쓴 텔레파시보다 한참 약하잖아.”
경훈은 고개를 흔들더니 그를 향해 검을 집어 던졌다.
슈악!
화살처럼 쏘아진 검이 남자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그때, 경훈의 뒤쪽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경훈이 뒤를 돌아보았다.
군복을 입은 남자가 불을 뿜는 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경훈이 검을 던진 것을 보고 팀장이 덤벼든 것이다.
경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권총을 들어 올렸다.
팀장은 반대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경훈처럼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그도 어느 정도 총알에 내성이 있었다.
‘한방만 버티면 돼!’
마음속으로 외치며 달려드는 그에게 총소리가 들려왔다.
탕!
하늘이 빙글 돌았다. 머리가 불타는 것 같았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막았는데?’
머리와 팔에 구멍이 뚫린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경훈은 바닥에 떨어진 소총을 차올려 손에 쥐었다.
그리고, 조종간을 반자동에 놓고 용병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타타탕.
용병들이 채 대항도 못 하고 모두 쓰러졌다.
흘로 남게 된 경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인마가 된 기분인데.”
-정당방위입니다.
“알아.”
우울한 기분을 털어낸 경훈의 귀에 무전기 소리가 들려 왔다.
-1단계 작전 실패입니다. 각성자 협회에서 돌연변이 괴물을 처리했습니다. 2단계 작전으로 전환합니다. 습격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악!
-이거 누구한테 연락하는 거지?
무전기에서 들리던 소리가 진혁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첩자를 잡은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2단계 작전은 불가능했다.
무전기를 부순 경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에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이거 뒤처리는 어떻게 하지?”
경훈이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