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03)
독무 (2)
– 키아아아아아!
독이 포효했다.
녀석에게 입이 있는 것도, 성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분명 내 귀에는 포효처럼 들렸다.
“끄윽!”
사방이 독으로 뒤덮였다.
일반인이라면 들어가는 즉시 한 줌의 재로 화했을 것만 같은 극독들이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우르르르!
땅이 무너지고 하늘이 뒤집히는 소리.
푸드득! 파드득!
세찬 날갯짓 소리와 붕붕거리며 귀를 긁는 잡음까지.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으아아.
도대체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뼈다귀5’가 스킬, ‘에어 실드’(Lv.Max)를 사용합니다.] [‘뼈다귀5’가 스킬, ‘에어 실드’(Lv.Max)를 사용합니다.] [‘뼈다귀5’가 스킬, ‘에어 실드’(Lv.Max)를 사용합니다.]…….
본능적으로 소환한 뼈오가 에어 실드를 중첩으로 걸어줬지만.
푸스스슥!
소환과 동시에 액체가 되어 흘러버렸다.
[‘뼈다귀5’의 소환이 해제됩니다.]‘미친.’
세상에, 이게 말이 돼?
A급 소환수가 이렇게 쉽게 녹아버린다고?
나는 혀를 찼다.
파즉! 파즈즉!
뼈오의 중첩 실드도 금방 금이 가버렸다.
하긴.
재앙(災殃)급의 독을 뼈오의 실드로 버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거지.
이미 시야 전체는 녹색으로 뒤덮였다.
내 몸이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구쳤는지 위치도 분간 안 됐다.
마치 토네이도 속에 표류하기라도 한 것처럼 압도적인 힘에 나풀거릴 뿐.
“정신 차려라, 이놈아!”
정신없는 와중에 노인이 일갈했다.
“애초에 이 빌어먹을 독 덩어리에 뛰어들 때부터 예상했던 일 아니었더냐! 각오했으면, 각오한 것답게 행동하거라!”
“그걸 누가 모릅니까……. 저도 알긴 아는데……!”
“쯧, 대답할 정신은 있더냐? 슬슬 침투하는 독에나 신경 쓰거라! 어서!”
꿀럭, 꿀럭!
핏줄이 돋아났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노블레스’는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세인트 포이즌’은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다크 라이트’는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독각화망의 독샘’은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학령초’는 1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500 획득합니다.]…….
시야엔 독 보너스가 끝도 없이 메워지고 있었다.
그것도 대다수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1급 맹독들로만.
눈을 좁게 떠, 대충 확인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솔직히 눈 뜰 정신이 없었다.
– 키아아아아아아!
독무는 마치 내가 전생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집요하게 날 두들겼다.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팼다.
“씨발!”
나는 온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이대로 맞고만 있을 순 없었다.
빠르게 기운을 돌려 독을 뱉어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배출하는 것보다 밀고 들어오는 녀석이 더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운을 돌리는 게.
독을 배출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이놈아! 포기하지 말거라!”
노인이 외쳤다.
“원래는 피해야 했던 거지만, 어쩔 수 없지……. 독술(毒術) 또한 만술(萬術) 중 하나이니. 듣거라! 독은 제독(制毒)하거나 척독(斥毒) 하는 것만이 독술이 아니다!”
“흐으으읍!”
노인이 말하는 와중에도 독은 꾸역꾸역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어렸을 적 수영장에 빠졌을 때, 원하지 않는데도 물이 계속 입속으로 들어오는 느낌.
나는 독으로 이루어진 풀장에서 허우적거렸다.
“모든 독을 네 기운으로 직접 통제하려 하지 말거라! 이독제독(以毒制毒)이니! 독은 독으로 다스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니라.”
“……크윽, 독을 독으로 다스리라고요?”
“네가 방금 먹은 독 중 하나인 ‘노블레스’는 우리 세계에서 ‘군자산’(君子散)이라 불리던 놈이다.”
“군자산…….”
“군자와 같이 온유하게 기운을 쓸 수 없도록 만드는 산공독의 일종이지.”
음?
기운을 쓸 수 없게 만든다?
근데 그게 어떻게 온유한 거야?
혹시 ‘온유’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못 알고 계신 건가?
“또한 네가 먹은 ‘세인트 포이즌’도 우리 세계에서 ‘신선폐’(神仙廢)라 불리던 산공독이다. 이놈은 기운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군자산과 달리 기운을 아예 흩어버리는 끔찍한 녀석이지. 근데 웃긴 게 뭔 줄 아느냐?”
“흐읍, 흐으읍!”
이제는 완전히 숨이 막혀왔다.
온몸의 신경이 제멋대로 느껴지는 느낌.
나는 사지를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둘이 합해지면 오히려 기력을 흩어지지 않게 막아줌과 동시에 기운을 보해주는 영약의 효과까지 생긴다는 거다. 그러니, 둘은 굳이 몰아내려 하지 마라. 서로 부딪히게 내버려 두고,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놈을 몰아내는 거다.”
“크으으…….”
움직여라, 움직여!
나는 독을 통제하면서도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노인이 말했던 독을 본능적으로 찾아내어, 둘이 부딪히게 내버려 뒀다.
“또한 네놈이 받아들인 ‘학령초’(鶴靈草)는 식물성 극독으로 이루어진 산성액이지만.”
노인은 계속해서 내게 지식을 전수했다.
“진한 기운인 ‘학정홍’(鶴貞紅)은 동물성 극독으로 염기성을 띤다. 둘이 섞이게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해독이 될 터.”
노인은 나에게 독을 알려주었다.
과연 만독불침답게 안 먹어 본 독이 없는 걸까?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의 독도 노인은 보는 즉시 알고 설명했다.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처음엔 힘들 거다.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조금 해보면 본능적으로 깨달을 게다. 어떻게 움직여야 네 몸이 살아날 수 있는 건지, 먹다 보면 절로 알게 돼.”
콰가강!
몸속에서 독풍(毒風)이 일었다.
아찔할 정도로 많은 독이 서로 전쟁을 일으켰다.
어떤 것은 부딪혀 보약이 되고, 또 어떤 것은 서로 상쇄가 되고.
고독한 녀석들은 내 기운을 통해 부드럽게 몰아냈다.
쉴 틈 따윈 없었다.
나는 온 정신을 내 몸속을 관조하고 통제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래도 노인의 조언 덕분일까?
이전보다 어느 정도 숨통은 트였다.
잘하는 내가 뿌듯하신지.
“흐.”
노인이 피식 웃었다.
“참 웃기는 거지. 우리 세계에 독 좀 배웠다는 전문가들이 독을 어떻게 연구하는 줄 아느냐?”
“…….”
“놀라지 말거라. 실험체를 잡아다 하나하나 실험하면서 연구한단다. 웃기지 않느냐?”
아뇨.
그게 뭐가 웃깁니까.
아니구나.
정확히는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구나.
“독은 직접 먹어봐야 가장 정확히 알 수 있거늘. 오만하게 실험으로만 독을 알려 하는 게 웃긴다는 거다.”
“…….”
“쯧, 그래 대화할 정신이 없겠구나. 어쨌든, 명심하거라. 네놈이 지금 체득하고 있는 정보들을 잊지 말 것을. 나중에 독을 이해하는 데 천금과 같은 자산이 될 터이니.”
으득!
나는 이빨을 깨물며 버텼다.
그래.
이게 다 내 자산이 되는 경험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자! 독무야! 나를 죽여라!
날 죽이지 못하면, 난 더욱더 강해져 있을 거야!
세상 모든 독에 저항하고, 모든 독을 다룰 줄 아는 괴물이 될 거야!
그게 싫어? 아니꼬워?
그럼 당장 날 죽여!
신기하게도.
나는 고통스러울수록 더욱더 오기가 생기는 체질인가 보다.
“흐아아압!”
나는 계속해서 기합을 내지르며, 버티고 버텼다.
그런 내 옆에서 노인은 계속해서 정보를 읊었다.
또한 위기 상황일 때마다 극적인 조언들로 나를 죽음에서 구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잘 버티리라 믿겠다. 이 녀석아. 나는 여기까지야.”
노인이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사라졌다.
1시간이 지난 것이다.
‘고작 1시간?’
나는 어이가 없었다.
체감상 하루는 버틴 것 같은데.
– 키아아아! 키아아아아!
아직도 독무는 거셌다.
고작 그것밖에 못 받아들이냐면서 끊임없이 맹독들을 가져다 나른다.
“씨발, 그래!”
나는 절절한 마음으로 욕을 내뱉었다.
“해보자, 다 드루와! 드루와!”
기세 좋게 외치며, 독을 삼켰다.
* * *
독과의 전투는 계속됐다.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더욱 어둑해질 정도로.
“으윽!”
고통에 몸이 떨려왔다.
아무리 여태껏 독을 잘 처리했다지만, 그 여파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추스를 여유 따윈 없었다.
[‘화경버섯’은 1급 맹독입니다.] [‘무지개색 외대버섯’은 1급 맹독입니다.] [‘금선사’는 1급 맹독입니다.] [‘크라켄 고리 독’은 1급 맹독입니다.] [‘단혼사’는 1급 맹독입니다.]…….
[‘금강 거미 독샘’은 1급 맹독입니다.] [‘음양고’는 1급 맹독입니다.]…….
세상에 독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아무리 체득한다 해도.
아무리 상쇄하고 보합한다 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해결하고 해결해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터라.
“커헉!”
결국, 피가 식도로 역류했다.
내장 깊은 곳까지 고통이 찾아왔고, 눈과 머리가 핑 돌았다.
과장 없이 사지가 녹아내릴 것 같은 아픔.
‘아, 안 돼…….’
온몸에 힘이 빠져갔다.
버티던 몸뚱어리가 이제는 힘 빠진 종이비행기처럼 나풀거렸다.
‘절대.’
그런데도 나는 악을 썼다.
정신줄을 붙잡기 위해 노력했다.
‘포기할 수 없어.’
어질어질했다.
세상이 빙그르르 돌았으며, 모공으로 독들이 침투했다.
아니, 모공뿐만이 아니라.
몸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 속으로 찾아 들어왔다.
“하.”
죽고 싶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어르신 말에는 틀린 게 없었다.
이놈은 말이 안 되는 괴물이었다.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인 놈이었다.
‘빌어먹을.’
이제는 정말 답이 없다.
정말로.
머리를 굴려보고, 답을 찾아보려 해봐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간혹가다 실드를 두르기 위해 뼈오를 불러내던 기력도 거의 다 소모했고.
독을 몰아낼 태청심법의 기운 역시 거의 고갈되어 갔다.
‘이대로라면.’
곧 죽음이다.
‘이건…… 최대한 아끼려 했는데.’
결국, 나는 비장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노인의 만류에도 ‘독무’를 향해 뛰어들 수 있었던 최후의 무기.
‘뼈칠아.’
[스킬, ‘스켈레톤 나이트 소환’(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7’이 등장합니다.]콰드드득!
녀석이 곧 녹아내릴 것을 알면서도 허공에 생성된다.
[기력을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Tip/기력을 채우고 싶다구요? 휴식을 취해보세요.]“흐.”
이거로 기력은 이미 소모됐다.
하지만, 괜찮다.
생성된 뼈칠이의 기력은 아직 남아 있으니.
‘자, 내 몸을 이전으로 다시 되돌려 놓아주렴.’
얻고 나서 내게는 처음 사용해 보는 스킬.
과거 이선아의 부하 흑검대원 강유정의 팔을 부활시켰던 개사기 스킬.
[스킬 : 리커버리] [레벨 : Max] [설명 : 육체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립니다.] [효과1 : 신체를 24시간 전으로 되돌립니다. 단, 이미 죽은 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효과2 : 재사용 대기시간 – 30일.] [효과3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후두두둑!
뼈칠이의 몸이 녹아내림과 함께, 리커버리가 재현되기 시작했다.
육체 상태가 정확히 24시간 전으로 되돌아가는 것.
그것은 망가진 육체뿐만 아니라.
기력과 기운에도 통용되는 것!
우우웅!
나는 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