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2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3화
탐욕룡 아란발론 (4)
“아니! 이게 무슨!”
거대마룡의 등장을 지켜보던 델라일라가 흥분하며 외쳤다.
평소 침착함을 유지하던 그녀답지 않은 어투였다.
“용? 용이라고요?”
그녀가 마검사를 돌아보았다.
“뤼카. 분명 용을 부른 거죠? 제 눈이 이상한 거 아니죠?”
“델라일라 님.”
뤼카가 답했다.
“저는 당신께서 만드는 던전의 정체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게 물어봤자 아무 소용 없습니다.”
“하, 말도 안 돼요. 랭커도 아닌 자가 용을 소환하는 것도 이상한데……. 애초에 용은 인간이 부른다고 오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요. 주동훈 저자.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델라일라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양 관자놀이를 짚었다.
“후우, 어쩐지…… 확신에 찬 말투더라니. 뤼카. 저게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일인지 아시나요?”
“…….”
아니, 그러니까.
모른다니까요?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이내 그녀가 헛기침했다.
“큼큼, 용은 이기적이면서도 탐욕적인 존재예요. 또한 야생의 맹수와도 같죠.”
“맹수…… 말입니까?”
“예.”
델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생의 맹수들을 보면 그렇잖아요? 자신만의 영역이 있고, 그 영역을 침범하는 다른 포식자는 콱! 죽여 버리죠. 그게 동족이든 뭐든 신경 안 써요. 그래서 각 세계에 존재하는 용의 개수는 오직 하나일 수밖에 없죠. 그뿐인 줄 알아요? 자존심은 또 얼마나 센데. 완전 야생 그 자체예요. 절대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존재……!”
그녀는 흥분했는지, 볼이 살짝 벌게졌다.
말까지 더듬었다.
“설마 주동훈, 저자. 그러한 용의 특성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
“만약 그런 거라면 어떻게?”
델라일라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고유 능력은 세상 가지각색의 세계들을 관조하고, 그것들을 임시로 연결하는 것.
동시에, 그것을 ‘던전화’할 수 있었다.
‘임무’를 설정할 수 있었고.
그 임무의 ‘난이도’에 따라 ‘개연성’에 따른 보상을 챙겨줄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세계마다 ‘던전화’를 방해하는 자들이 필히 존재하기 때문.
용족은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 음?
– 내 영역을 침범한 존재가 있군?
– 너는 누구냐. 어디서 왔으며, 여기에 온 목적이 뭐냐.
그녀가 참가자들에게 테마2의 장소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온전히 아란발론과의 계약 덕이었다.
– 흠, 다른 세계라.
– 좋다.
– 그저 이곳에 오는 인간들을 상대해주기만 하면, 탐욕스러운 인간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다는 거겠지?
아란발론에겐 밑져야 본전인 계약이었다.
들인 노력이 실로 미미했으니까.
탐욕을 부리지 않는 인간은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그게 큰 손해 보는 일도 아니지 않던가?
매번 꼬박 먹이를 가져다준다는 걸, 거절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
잠깐, 과거를 회상하던 델라일라가 눈을 떴다.
‘용을 잡아봤다 했었지.’
주동훈은 분명 말했다.
그리고 해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방식이라면…….’
델라일라가 이마의 머릿결을 넘겼다.
‘확실히 가능할 수도 있겠어.’
아무리 다른 용이 등장했다 해도.
던전의 난이도는 변함없다.
아란발론을 잡는 것.
그녀가 지금껏 제공했던 모든 테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난이도의 임무였다.
해내기만 한다면 엄청난 보상이 뒤따르겠지.
‘어차피.’
수단과 방법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
어떤 방식이든, 해결하기만 하면 되는 것.
“과연.”
델라일라는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세계의 두 마리의 용이 존재하는 걸 보는 순간이 오게 된다니. 귀한 경험이로군요.”
황당하면서도 기대감이 서려 있는 그런 느낌.
“…….”
뤼카는 그런 델라일라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비록 심사위원을 지낸 것은 세 번뿐이지만.
흥분한 그녀의 모습은 단언컨대 처음 보는 그였다.
* * *
“흐읏!”
나는 중심을 잡았다.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바닥을 꾹 눌러 몸을 지탱했다.
고오오오!
거대마룡의 등장 여파만으로 몸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
올레나가 입을 떡 벌렸다.
“저, 저게 뭐예요?”
“처음 보시죠?”
하긴, 나도 폴리모프 모습만 봤을 뿐이지.
본체의 모습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전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살벌한 탐욕룡, 아란발론의 모습과.
그 오른쪽에 점점 모습을 드리우는 시커먼 거대마룡.
쿠구구구!
세상이 둘로 쪼개어지고 있었다.
갈색의 세상과 검은색의 세상.
두 가지 색상의 세상 앞에서 우리는 한낱 미세먼지 정도의 존재일 뿐이었다.
“미쳤네요.”
올레나가 미간을 좁혔다.
“이 이상 도망갈 수도 없어요. 어차피 더 움직여 봐야 똑같을 것 같아요.”
“예, 동의해요.”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달리는 것보다, 최대한 방어대책을 구사하는 편이 낫다.
‘뼈사.’
그렇기에 나는 방패병들을 전방에 진열시켰고.
‘나머지도.’
공격보다는 방어에 힘쓰게 했다.
공격은 개뿔.
사실 두 존재의 기운이 부딪히는 여파를 튕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었다.
“세상에…….”
옆에서 블라디미르가 나직하게 신음했다.
“단언컨대, 살면서 본 적 없는 충격적인 광경이야.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정말로 그랬다.
부딪히는 기운이 얼마나 거센지.
공간이 휘어져 보일 정도.
스스슷!
금제의 구슬에서 나온 검은 기운들이 옹기종기 모여 형체를 계속해서 이뤄내고 있었고.
머리, 몸통, 다리, 눈, 발톱이 천천히 구성되고 있었다.
“…….”
아란발론도 더 이상 우릴 쳐다보지 못했다.
시선을 틀어, 거대마룡의 형체를 응시했다.
요컨대 이런 느낌이다.
당신의 눈앞에 개미 일곱 마리가 있다.
또한, 당신의 오른쪽에는 자세를 낮추고 있는 살벌한 호랑이가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에 신경 쓰겠는가?
개미보단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호랑이에게 신경 쓰지 않겠는가?
“먹혔나?”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네?”
묘이 하나가 옆에서 반응했다.
“일단, 숨죽이고 기다려 봐요. 거대마룡이 우릴 쳐다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침을 삼켰다.
녀석은 우리에게.
정확히는 나에게 원한이 있다.
엘드린과 드미르가 걸어둔 금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던 500년을.
내가 갈기갈기 찢어버린 셈이니까.
그러한 녀석이라면.
물불 안 가릴 확률도 있었다.
옆에 호랑이가 있든, 사자가 있든.
개미를 짓밟겠다고 달려들 수도 있었다.
꾸욱!
나는 주머니에서 주문서 하나를 꺼냈다.
[아이템 :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위기의 순간 사용하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위기의 순간. 고대 마법이 당신을 돕는다.]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해둬야 했다.
“…….”
나는 자세를 낮추고 전방을 바라봤다.
적막 속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존재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온 세계가 숨을 죽인 듯했다.
그 순간.
– 으음, 너는 누구냐?
그 침묵이 깨졌다.
먼저 침묵을 깬 건, 거대마룡이었다.
푸우우우…….
그저 입을 열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땅이 흔들렸고, 몸이 붕- 뜬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용의 들숨 날숨 덕에, 세상이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
–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은 어딜 가고. 웬 이상한 놈이 날 노려보고 있는 것인가.
–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침입자여.
두 존재가 서로를 응시했다.
서로의 콧바람이 서로를 간질이는데도, 두 존재는 눈 한 번을 깜빡이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될 것만 같은 살벌한 긴장감.
아란발론이 입을 열었다.
– 허, 동족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군? 오래전, 내 발톱에 짓이겨져 이 세상엔 다시 나타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역을 침범하는 자는 모두 죽인다.
용의 영역은 끝이 없을 정도로 거대하여, 세상을 모두 담을 수 있기에.
이곳에 존재하는 용은 오직 자신 하나뿐이어야만 했다.
– 저 꼬맹이 인간들이 불러낸 건가?
– 꼬맹이?
거대마룡이 물었다.
– 저기 인간 꼬맹이들. 옹기종기 모여 있지 않나.
– ……꼬맹이라고? 어디?
쿠구구구.
거대마룡의 목이 돌아간 것은 그때였다.
그 샛노란 눈이 나를 온전히 담아내는 순간.
‘시발.’
나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실제로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마치 공포 영화 속 장면을 실제 눈앞에서 겪는 느낌?
– 허어? 저놈은?
쿠구구구…….
거대마룡의 콧바람이 거세졌다.
그 콧바람은 돌풍이 되어, 내 머리칼을 넘겼다.
땅이 뒤흔들렸다.
– 크하하하하! 그래! 네놈!
거대마룡이 울부짖었다.
– 여기 있었구나! 이 세외(世外)의 앞잡이 놈! 그래,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날 완전히 봉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결국, 이렇게 만나는구나!
후웅!
거대마룡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 올렸다.
그리고 모든 기운들을 우리를 향해 쏘아내기 시작했다.
“크읏!”
“무, 무슨 이런 압력이?”
팀원들이 경악했다.
“숨을 못 쉬겠어요!”
엄청난 살기(殺氣)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빌어먹을.’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문서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제발.
이 상황을 타파할 마법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 크하하하! 이놈! 잘 되었다. 약속대로 네 놈의 영혼을 불살라 주겠노라.
거대마룡이 포효했다.
– 기대하거라! 정말 기대해도 좋다! 나를 봉인했던 것. 그 이상으로 억겁의 공간에서 평생을 고통스럽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평생을 썩게 만들어줄 테니!
화르르륵!
그렇게 용의 입에서 불길이 치솟을 찰나였다.
– 지금 뭐 하고 있는가? 침입자여?
옆에 있던 아란발론의 눈이 시퍼렇게 번뜩였다.
콰아앙!
동시에 거대마룡의 몸통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폭사시켰다.
– ……무슨?
갑작스러운 기습에 거대마룡이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방이었다.
– 침입자 주제에, 허락도 없이 내 물건에 손을 대려 하는가?
– 뭐냐, 시비 거는 건가?
거대마룡이 으르렁거렸다.
아란발론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 저것들은 탐욕을 부렸다. 살려 보내주려 했던 것도 모르고. 주제를 넘어, 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 즉, 저들은 내가 죽여야 할 나만의 도전자다.
쿠구구!
두 존재의 위압에 공간이 몸을 떨었다.
– 나는 탐욕룡. 그 어떤 존재에게도 내 것을 빼앗기지 않아. 그러하니, 당장 그 기운을 거두고, 이 세상에서 썩 꺼지는 게 좋을 거다.
– 하, 웃기는군.
거대마룡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 어차피 죽여야 하는 건 똑같은데, 그냥 좀 양보해 주면 될 일이지. 그게 날 공격할 만한 일인가?
– 말했지 않은가. 저놈은 ‘내가’ 죽여야만 한다고.
– 그게 무슨 똥고집이더냐?
거대마룡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란발론은 꿋꿋했다.
– 웃기는군. 내가 부리는 것만 고집이고. 그대가 부리는 건 고집이 아닌가?
– 뭐, 좋다. 지금 이 행동. 도전장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지?
– 도전?
– 그래, 도전.
– 도전은 무슨. 경고다.
– 뭐라, 경고? 진정으로 죽고 싶은 게냐?
– 생각해 보니, 경고보다는 그냥 죽여버리는 게 낫겠군.
– 뭐?
– 그거 아는가? 동족이지만, 용의 사체가 참으로 귀하다는 거. 크흐흐, 버릴 부분이 하나 없거든.
후웅!
이번엔 아란발론이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 순간.
스스슷!
석궁 든 병사들이 사방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까 봤던 게, 빙산의 일각일 만큼 많은 양이었다.
– 네 몸은 나의 소중한 ‘보물’이 될 것이고, 네 이빨은 나의 ‘보물’을 지켜낼 병사가 될 수 있을 터.
– 미친.
거대마룡이 질린 표정을 했다.
– 탐욕룡이라더니. 진짜 뇌까지 탐욕에 절어버린 미친놈이었구나…….
쿠아아아!
이번엔 거대마룡이 날개를 휘저었다.
– 그래, 좋다. 해보자꾸나.
동시에 엄청난 생명체들의 포효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고대 드레이크 군단의 등장.
– 네 그 어리석은 선택. 처참하게 돌려주겠다! 네놈을 찢어발기고. 그다음 저 빌어먹을 놈은 식후 디저트로 즐겨주겠다!
거대마룡을 따르는 괴생명체들이 아란발론의 병사들을 습격했다.
차앙!
병사들 역시 당황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그렇게 시작된 난전.
“…….”
나는 찢으려 했던 주문서를 다시 주머니 속으로 슬며시 밀어 넣었다.
“이거.”
눈이 휘둥그레진 올레나가 나를 바라봤다.
“잘된 거 맞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나 역시 눈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
용이란 족속들.
생각보다 더 단순하잖아?
‘어쨌든.’
이번에도 내 감이 맞은 것 같으니.
어디 한번 누가 이길지 지켜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