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1화
4단계
“…….”
“아아…….”
공간에 나지막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델라일라와 열 심사위원들.
모두가 입을 벌린 채, 감탄하고 있었다.
“지, 진짜 3단계를 통과했어?”
“저걸 어떻게 견디죠? 진짜 이번 기수 정신력 하나는 타고났네요.”
“블라디미르랑 장웨이도 절대 못한 건 아냐.”
“당연하죠! 각자 개인 점수만 해도 둘 다 역대 5위 안에 들걸요? 그야말로 미친 기수죠.”
약 72시간의 과정 동안.
누군가는 잠을 자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사담을 나누기도 했지만.
딱 3단계가 끝난 지금 시점에는.
모두가 홀로그램 속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델라일라 님.”
뤼카가 말했다.
“예?”
“4단계를 잠깐이나마 맛봤던 팀은 ‘크레이지’ 팀이 유일하지 않습니까?”
[1위 ‘크레이지’, 73:05:32 (4단계)] [2위 ‘드래곤 슬레이어’, 72:00:00 (3단계)] [3위 ‘라이더’, 70:45:05 (3단계)] [4위 ‘라이온즈’, 68:50:40 (3단계)] [5위 ‘머드스키퍼스’, 66:23:10 (3단계)]…….
그가 테마3 랭킹판을 바라봤다.
어느덧 2위에 자리한 ‘드래곤 슬레이어’ 팀.
“예.”
델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크레이지’ 팀의 광전사, 장대웅이었죠.”
“도대체 그는…… 어떻게 4단계를 버텼던 겁니까? 그것도 1시간 이상을…….”
뤼카는 조금 전 주동훈이 버텨냈던 3단계를 떠올렸다.
비록 과거에, 그도 버텨본 기억이 있었지만.
3단계는 말 그대로 한계의 끝자락이었다.
버티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주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임을 요구하는 과정.
집중력.
지독한 끈기.
“…….”
그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해낼 자신이 없었다.
‘또한.’
저런 상황에서 그 위 단계인 4단계를 맞이한다면?
누구보다 빨리 탈락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반강제적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거다.
‘솔직히.’
한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쏟아질 텐데.
몸이 안 따라주는데, 어떻게 움직여?
그건 물리 법칙을 어기는 것이요, 개연성에도 맞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된다.
“으음, 그때의 광전사는…….”
델라일라가 턱을 집고 곰곰이 그때 당시를 떠올렸다.
그를 제외한 넷의 동기들이 다 떨어지고 나서도.
눈에 광기를 뿜어내며 버티던 그의 모습을.
“확실히 미친놈이었지요.”
“예?”
“미쳐 버리면 됩니다. 미쳐서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리면 될 거예요, 뤼카.”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됨으로써,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예, 신기하게도 그게 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비록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델라일라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심사위원들이 모두 주먹을 꽉 쥔 채, 중앙 홀로그램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뚝, 뚝!
끊임없이 땀을 흘리면서도, 두 눈에 생기를 잃지 않은 주동훈의 모습에 다들 매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요?”
그녀가 화면과 뤼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왠지 주동훈 저자가 기존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은 그런 느낌. 저만 드는 건 아니겠죠?”
그녀의 목소리에 뤼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전율하고 있는 거다.
세계 랭킹 25위의 검사가.
그저 랭커 후보자의 행보를 보며, 몸을 떨고 있는 거다.
“우리 그저 지켜보자고요, 뤼카.”
철컹!
어느덧 4단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전설이 될 수도 있는 자의 탄생 과정을.”
* * *
“허억, 허억, 커헉, 헉!”
목이 바짝 타올랐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빠르게 내뱉고 들이마셔도.
몸속에 공기가 부족했다.
온몸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흠, 네 녀석.”
등장한 노인이 중얼거렸다.
“아직까지 여기 있는 걸 보면, 기어코 버텨낸 게로구나.”
‘씨발, 죽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 진짜로요.’
“그래,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 이놈아. 몸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근육이 이미 다 찢어져서 제 기능을 못 한다.
몸 안의 연료도 다 떨어진 지 오래다.
에너지가 없었다.
쐐애애액!
4단계의 시작.
‘미친.’
화살이 칠흑의 잔상을 남기며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그냥 피하지 말라는 건데.’
화살의 속도가 달라졌다.
이제 내 한계 따위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온 힘을 다해.
세상 모든 힘을 끌어다가 죽일 듯 쏘아내기 시작했다.
“……!”
본능.
본능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대로 몸이 뚫릴 정도의 속도.
“이제 그만하거라, 이놈아. 더 이상 무리하다가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리가 오겠어. 예전에 말한 적 있지 않으냐, 휴식도 곧 훈련이라고. 넌 할 만큼 했다.”
노인의 목소리에서 걱정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제 뭔가 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스킬, ‘참(斬)’, ‘자(刺)’, ‘사(射)’, ‘방(防)’. 그것들을 배웠던 과정이.
이번에 배운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에 이제야 녹아들고 있는데.
이제야 좀 알 거 같은데.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왜일까.
내 한계를 누군가가 정하는 것.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흐읍!”
짧은 기합과 함께 심장에서 다시금 태청심법이 가동됐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기력이 내 몸을 북돋웠다.
이미 몸은 예전부터 탈진했지만.
기력을 통해 간신히 힘을 끌어내 움직인다.
‘과거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죠.’
쐐애액!
다가오는 화살의 궤도에 맞추어, 몸이 절로 움직였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멋지고 편한 자세로 휘두르라고, 그곳에는 제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관념(觀念)이 들어가 있다고.’
과거.
나에게 참(斬)을 가르쳐 줄 때 한 말이었다.
‘그곳에 제 인생(人生)이 담겨있다고.’
그 당시엔 뜬구름 잡는 개소리라 생각했던 그것.
하지만,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된다.
무언가를 베어낼 때, 전진하는 것과.
무언가를 피해낼 때, 전진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
만류귀종(萬流歸宗).
무학의 종류는 다르되, 극에 달하면 하나의 형태에 도달한다는 말.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물결이 있고, 그 물결은 곧 하나로 모여 강이 되고, 결국 바다에 가서 하나로 도달한다.
그것이 바로 만술(萬術)의 요체.
‘어르신, 제 인생에 포기란 없습니다.’
“……그러하냐? 하지만 지금 네 움직임은 한계를 넘어섰다. 모든 사람에겐 선천지기(先天之氣)가 있어. 네 녀석이 세상에 존재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명력의 근원. 네놈은 지금 그걸 쓰고 있는 거야.”
‘…….’
“그렇게 계속 움직이다간 네가 가진 그릇 자체가 깨져 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강해지려다가 그냥 폐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지금처럼 무식하게 버텼을 때의 이야기다.
나도 폐인이 되긴 싫었다.
이렇게 버티는 것도 결국 강자가 되기 위함인데.
폐인이 되면 무슨 소용일까.
‘예로부터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해왔죠.’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
‘도구를 사용한다든가, 기술을 만든다든가.’
기술.
이 시련이 제시한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내가 도출해 내야 할 답.
나는 발을 움직였다.
내 몸이 따르는 대로.
지금껏 3단계를 거쳐오며 느꼈던 대로.
“으음……!”
노인이 경악한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설마 벌써. 만술의 도입에 들어섰단 말인가?”
나를 말리던 노인이 더이상 나를 저지하지 않았다.
그저 팔짱을 낀 채, 먼 곳으로 떨어져 지켜봤다.
“대법이 효능이 있구나. 입문한 지 고작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녀석이 절대의 경지를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다니. 과연 재미있는 놈이로구나.”
‘참(斬)’?
‘자(刺)’?
‘사(射)’?
‘방(防)’?
훈련 시간마다 노인에게 배웠던 기술들.
그때마다 들었던 가르침과 나만의 깨달음이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그러하니, 달라졌다.
한계를 넘어서 움직이는 내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쏘아지는 화살 하나하나를.
그저 간단한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잠깐이지만.’
이전에 노인이 보여줬던 그 경지를 조금이나마 흉내 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스킬, ‘참(斬)’(A급)이 사라집니다.] [스킬, ‘자(刺)’(A급)가 사라집니다.] [스킬, ‘사(射)’(A급)가 사라집니다.] [스킬, ‘방(防)’(A급)이 사라집니다.] [스킬, ‘천하제일무적보법(天下第一無敵步法)’(A급)이 사라집니다.]내 [보유 스킬] 창에서 스킬 다섯 개가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스킬, ‘만술(萬術)’(A급)이 생성됩니다.]아아.
스킬이 융합되었다.
베는 것도, 찌르는 것도, 쏘는 것도, 막는 것도, 걷는 것도.
결국 극에 달하면 하나일지니!
“미친놈.”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래, 만술이란 말 그대로 만 가지의 술법을 익혀서 만술이 아닌 게다. 어떤 것을 익혀도 결국엔 다 똑같다는 걸 깨닫는 것이 바로 만술이니. 머리로만 깨닫고 있던 걸 마침내 몸으로 깨우친 모양이구나.”
‘어르신.’
“오냐.”
‘어르신이 보던 세상이 이런 거였습니까?’
머리가 확 트인 느낌이었다.
몸은 힘들고, 호흡은 가빠져도.
정수리가 상쾌한 느낌.
막막히 끼어 있던 안개가 개인 듯한 기분.
“흥, 자만하지 말거라. 이제 고작 초입부에 들어서 놓고. 무슨 세상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그러고 있느냐?”
‘만술은 대단합니다.’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 화살을 피했다.
비록 힘은 없었지만, 여유는 생겼다.
마치 3차원에 있는 존재가 2차원을 볼 때, 모든 부분이 훤히 보이는 것처럼.
화살의 궤도가 전부 느껴지기 시작했다.
급이 달라진 거다.
‘대단하다 못해 미쳤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런 경지를 제게 맛보게 해주셔서.’
“끌끌, 하긴, 강해지는 것이야말로 마약보다 더한 중독이지.”
노인이 웃었다.
“하여간 네놈은 웃긴 놈이다. 그리고 이제 확실히 알겠다. 네 녀석은 만술을 이을 자격이 있어. 끈기나 행운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재능도 있다.”
‘예전에, 어르신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과거, 기소율 덕에 갈 수 있었던 던전.
‘스테이지 : 한 깊은 백발노인’에서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했었던 말.
– 네 말을 믿겠다. 네 눈빛에 담긴 독기 또한 믿어보겠다. 그러니 약속하거라. 그 어떤 시련이 와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계승하겠다고. 세상 어딘가에 ‘나’의 존재를 새기겠다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킬 뿐이었다.
노인의 한을 위해서.
그리고 나 자신의 꿈과 욕망을 위해서.
“흐흐.”
처음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즐거웠다.
고통이 즐거웠고, 시련을 끝까지 버텨내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했다.
쐐액! 쐐애액!
4단계는 지속됐다.
내 한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화살도 계속해서 가속했으며, 바닥도 더 심하게 요동쳤다.
제발 탈락하라고.
이제 그만하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난리를 쳐댔다.
하지만 난 버텼다.
1시간이고, 5시간이고, 10시간이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무조건 버틴다.’
그것만 머릿속에 입력해 놨을 뿐.
그리고 마침내.
[24시간이 지났습니다.] [5단계로 전환됩니다.]5단계 전환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
그때를 마지막으로 기억이 없었다.
모든 걸 쏟아낸 후.
기절해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