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1화
나는 자격이 있다
[‘테마5’의 장소입니다.]번쩍!
빛과 함께 눈을 뜨자, 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저번과 비슷한 풍경.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하얀 장소였다.
“으음.”
갑작스러운 빛에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있자.
스슷! 스스슷!
주변으로 동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허억, 커허억!”
“흐어억! 끝난 거야? 마지막 그놈은 뭐였지?”
“그놈? 뭐, 보이긴 했어요?”
“아니, 전혀.”
동료들은 각자 숨을 헐떡이며, 심장을 부여잡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찔리기라도 한 듯.
“후우, 하지만, 다들 느꼈잖아?”
블라디미르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순식간에 내 심장을 뚫고 지나갔어. 씨벌, 아란발론 이후로는 다신 느끼고 싶지 않은 감각이었는데.”
거친 호흡.
계속해서 흐르는 땀.
그리고 붉게 상기된 얼굴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지 알 거 같았다.
내가 소수의 간부를 상대했다면.
이들은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는 중하급 셰퍼드들을 잡고 있었겠지.
“근데.”
그때, 올레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보셨죠? 마지막에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점수. 그게 뭐였죠? 진짜 여태 싸웠던 게 허무해질 정도로 많이 올라가던데…….”
“저길 보게나.”
중년, 막시밀리언이 어느덧 허공에 떠 있는 전광판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경★☆☆★축★☆] [역대 랭킹 1위 갱신을 축하드립니다!]“……햐.”
올레나가 말없이 감탄했다.
누군가의 표정을 읽는 데엔 별 자신이 없었지만, 적어도 저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또야?”
마치 환상적인 역전 골을 보고 놀라는 축구 감독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
“이건…….”
“돌았는데?”
“미쳤는데요? 간혹 보긴 했는데, 설마 저 정도까지 올라 있을 줄은……!”
나머지 팀원들도 턱을 벌리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나 역시.
“…….”
솔직히 깜짝 놀랐다.
[1위 ‘드래곤 슬레이어’, 500,000점.] [2위 ‘크레이지’, 120,500점.] [3위 ‘마검사’, 100,300점.] [4위 ‘라이더’, 96,000점.] [5위 ‘라이온즈’, 95,500점.]…….
2위와의 격차가 이 정도까지 벌어져 있을 줄은 몰랐거든.
‘미쳤네.’
아무리 계약이었다지만…….
꼼수가 있었다지만…….
‘이 정도면 나 진짜 재능 있는 거 아니야?’
솔직히 살짝 미안해지기도 했다.
분명, 2위 아래로 클리어하셨던 랭커들도.
지구에서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강자들일 텐데.
지금 내 이 점수를 보면 얼마나 현타가 올까.
‘사실상.’
지금의 내 전력으로는 랭커들과 상대가 안 될 거다.
저 하위 랭커면 모르겠는데…… 최상위권들은 ‘정수’나 ‘독무’ 등의 특별한 힘을 빌리지 않는 한 비벼보지도 못하겠지.
그러한 내가.
‘정수’로 다 해 먹었다.
한 세계 절대자가 오해하도록 만들었으며, 그걸로 득을 얻었다.
솔직히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이런 게 진정한 템빨 아닐까?
“이거 역시 또 훈 작품이겠죠?”
“말해 뭐하냐……. 당연히 그러겠지. 그나저나 팀장은 또 어디 있으려나. 어디 구석에 기절해서 퍼질러 자고 있으려…….”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블라디미르가 곧 말을 멈췄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나와 눈을 마주쳤기 때문.
“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러시아 마피아의 모습이 왜 이리 귀여울까.
나는 피식 웃었다.
‘하긴.’
시련이 끝나고 이들을 만날 때, 나는 항상 제정신이 아니었다.
독무를 잡을 때도.
화(火)의 정수를 몸에 받아, 용을 처리할 때도.
테마3의 5단계를 영접할 때도.
몸 어디가 불편하거나 기절했었지.
“이렇게 멀쩡한 몸으로 나온 건 또 처음이네요, 하하. 뭐, 힘들어 죽을 것 같은 건 마찬가지지만…….”
내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오우, 팀자앙!”
“훈!”
“이번엔 멀쩡했구만!”
“어떻게 된 거예요? 점수는? 어디 이상한 공간으로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는다고 카푸가 그러던데요?!”
동료들이 달려왔다.
나는 그들과 천천히 인사를 나눴다.
[‘테마5’의 장소입니다.] [잠시 대기해 주세요.] [보상을 산정 중입니다.]항상 하던 대로.
시스템이 적합한 보상을 산정할 때까지, 그들과 테마 종료의 회포를 풀었다.
“와, 그래서 혼자 그 셰퍼드들을 다 처리한 거예요?”
“마지막에 나타난 그놈이 킹이라고요? 뭐, 보이지도 않았는데. 훈은 그런 놈을 어떻게……?”
나는 있었던 일을 대강 설명했다.
‘노인’이나 ‘정수’ 얘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말했다.
섀도우 셰퍼드의 존재부터, 그들에게 무얼 배웠는지.
그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고, 나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까지.
팀원들은 마치 엄마에게 동화를 듣는 아이들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해당 팀의 기여도는 ‘SS급’입니다.]이제 달콤하게 맺힌 열매를 따 먹을 시간이 왔다.
[팀원 전체가 동일한 보상을 받습니다.] [당신에게 내려진 적정 보상은 ‘SS급 선물상자’입니다.] [선물상자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을 등급에 맞추어 선물합니다.]“오, 보상!”
“이번에도 선물상자인가요?”
“크, 팀장 덕에 또 SS급 보상인가? 진짜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그럼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보상부터 얻고 갈까요? 테마 시작하기 전에?”
“그러는 게 낫겠군.”
팀원들이 각자 구석으로 흩어졌다.
왜냐.
[적정 보상을 선택하면 획득할 확률은 100%입니다.] [단, 당신은 확률을 소모하여, 최대 2단계 더 높은 등급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신중히 고민하시고 선택해 주세요.] [100% 확률로 획득 – SS급 선물상자] [30% 확률로 획득 – SSS급 선물상자] [1% 확률로 획득 – ???급 선물상자] [높은 등급 보상 획득에 실패하실 경우, 보상을 얻으실 수 없습니다.]또 시스템이 확률 장난질을 하는 바람에,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거든.
“…….”
나 역시 구석으로 이동했다.
쿵쿵쿵!
점점 빨라지는 심장 박동수를 뒤로 한 채로.
‘허허…….’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팀원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눈앞에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띠링!] [오류 발생!] [당신이 쌓은 개연성이 현재의 보상을 초과합니다.]‘역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 시스템은 말하고 있었다.
내가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팀 점수 SS급에 얹어, 내가 한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있다고.
[당신은 ‘무음’(無音)의 경지를 흉내 냈습니다.] [당신은 ‘버려진 빛의 사도’의 흔적에 닿았습니다.] [또한, 당신은 한 종족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냈습니다.]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이.
단호한 문체로 허공에 새겨졌다.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이번엔 좀 서운할 뻔했다?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힘들었거든.
[보상을 재산정합니다.]시스템은 나의 보상을 다시 측정했다.
마치 과거 ‘VIP 상점’에서 100만 시련 포인트를 사용했던 것처럼.
그걸로 보상 확률을 증폭시켰던 것처럼.
[어떤 보상이든, 대상 보상 획득 확률을 100%로 설정합니다.] [‘???급 선물상자’의 획득 확률이 100%로 조정됩니다.]당연하다는 듯, 보너스를 주었다.
이 정도의 개연성이 쌓였다는 거겠지.
“크으!”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다.
몸이 흥분한 듯 달아올랐고.
씰룩이는 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틀어야 했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저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삭이려고 노력하며.
[100% 확률로 획득 – ???급 선물상자]천천히.
실수 없이.
메시지를 클릭했다.
꿀꺽.
침을 삼키고, 입술을 깨문 채.
약 3초 정도를 기다렸을까.
[보상을 선택합니다.] [축하합니다!] [★☆대 To the 박☆★] [‘???급 선물상자’를 획득합니다.]우우웅!
내 두 손아귀에.
신묘한 빛을 뿜어내는 상자가 생겨났다.
‘개 굳.’
따봉이었다.
* *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드미르 공방」
검은 배경에 황금색 글자가 새겨진 간판.
그 간판이 멋들어지게 달린 한 건물 테라스에, 한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한숨을 푹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손아귀에는 기다란 맥주 캔 하나가 들려 있었다.
“후우. 담배 말린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청승맞은 그녀의 이름은 김진아.
바로 드미르 공방의 부공방주였다.
곧 30꺾을 앞둔, 20대 후반의 꽃다운 나이.
거기다 하버드 경제학과 수석 졸업에, 아직도 수많은 기업과 길드의 스카웃을 받고 있는 엄청난 실력자인 그녀가 축 늘어져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아니, 도대체 갑자기 휴가 간다고 사라져서는 왜 안 나타나냐고오오오!”
처음엔 고객님이었다가.
최근엔 동훈 씨.
이제는 공방주님이 되어버린 남자.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는데! 내가 이러려고 다른 좋은 곳 다 제쳐두고 들어온 줄 아나!”
주동훈이 잠수를 타 버렸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그녀가 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다 좋았다.
그가 없어도 공방은 잘 굴러갔으니까.
공방주의 모든 것을 위임받은 그녀는 드미르 공방을 순식간에 불려 나갔다.
김진아에게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략도 다 짜두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직접 나서 발 빠르게 대응했다.
또한, 고터몰을 포함한 다섯 곳에 벌써 직영점도 지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뿐이랴?
근처 시장을 잡고 있는 관련인들에게 은근슬쩍 로비까지 해, 각종 제도적 문제들을 틀어막아 두었다.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비체계적 위험을 사실상 0에 가까이 만든 것이다.
사실 그녀는.
최상급 아이템들을 양산형으로 뽑아내는 대장장이 드미르가 있는 이상, 실패할 거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물 흐르듯, 쭉쭉 성장했다.
“큼, 크흠.”
테라스 바깥으로 단신의 뼈다귀, 드미르가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왜 또 청승맞게 그러고 있는 겐가? 낮에는 열심히 뛰어 놓고서는.”
김진아는 총책임자 위치에 있으면서도.
가끔 본점에 등장해, 고객 응대도 하곤 했다.
관리 차원이었다.
모든 직원이 스켈레톤이기에, 예상치 못할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놓치고 있는 거라든가.
그렇다.
그녀는 그 정도로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후우, 오시자마자 청승이라뇨.”
“그렇게 한숨을 쉬는 걸 청승이라 하지 않던가?”
“으하아아, 제 생에 처음으로 모든 걸 걸었는데. 제대로 모시기로 한 첫 사장님이었는데. 그게 전부 나가리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러는 거죠오오…….”
“주인은 잘살아 있다네.”
“그야 잘살아 있겠죠! 이제 돈 좀 벌렸겠다. 어디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 잔 마시고 있는 거 아녀요?”
“허허, 말하지 않았나. 주인은 지금도 강해지고 있다고. 나는 분명 느낄 수 있다고.”
“후우, 노는 것도, 세지는 것도. 다 좋은데 왜 아직까지 안 나타나냐는 거죠. 그것도 말도 없이.”
솔직히 김진아는 그게 제일 서운했다.
던전을 가더라도 말이나 해주고 갈 것이지.
아니면 도중에 연락이라도 해줄 것이지.
말도 없이 벌써 1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게다가 내일모레가 연말이에요, 연말! 연말엔 각종 행사 많은 거 아시죠?”
“연말……? 그건 또 뭔가?”
“흐아, 이게 뭐람…….”
김진아가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지금 뼈다귀랑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인 채, 자리에 일어섰다.
드미르가 픽 웃었다.
“청승은 끝났고, 이제 들어가려는가?”
“예, 바람이 차네요. 드미르도 들어가 보셔요. 저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내일도, 일은 해야 하니까.”
툭!
다 찌그러진 맥주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은 김진아가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따라.
겨울바람이 유난히 찬 그녀였다.
* * *
“…….”
그 시각.
건물 지붕 위.
들어가는 김진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어둠의 황제.
암살의 일인자.
암제(暗帝) 기소율.
“…….”
그녀나 주동훈이 김진아에게 사정을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랭커가 아닌 자에게 정보를 발설할 경우, 차후 ‘던전 메이커’의 콘텐츠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세계 랭킹 5위의 존재가 설정해 놓은 금제(禁第) 때문.
‘이제 곧이야.’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틀 안에, 나오겠지.’
델라일라의 시련은 반기에 한 번이다.
6월 초부터 6월 말까지 한 번.
12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한 번.
그녀가 만든 던전 내부는 시공간이 비틀려, 현실과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지만.
현실 1개월이라는 시간만큼은 꼭 지켰다.
‘그라면 무조건 다 통과했을 테니까.’
이미 누가 탈락하였는지는 대충 감이 왔다.
시련에 참여했던 랭커들끼리 커넥션을 통해, 밖으로 튕겨 나온 자들을 파악했기 때문.
물론, 그 안에서 죽는 경우엔 파악할 수 없겠지만…….
그녀는 믿음이 있었다.
주동훈이 절대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
자신을 애처럼 가지고 놀던 괴노가 스승으로 붙었는데, 그렇게 쉽게 당할까?
‘과연.’
무표정에 가까운 그녀의 눈빛에 설렘의 감정이 돌았다.
델라일라의 시련에 통과한 자는 무조건 랭커가 된다.
그렇다면 주동훈은?
무조건 랭커다.
문제는.
얼마나 강해져서 돌아올 거냐는 것.
같은 네크로맨서 동기인 다크 로드 김혁선이 948위였으니.
그것보단 위겠지?
아니면 설마.
나오자마자 450위를 찍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광전사(狂戰士), 장대웅만큼 나오려나?
“…….”
연말에는 세계 랭킹 게시판이 갱신된다.
이제 곧 알 수 있다는 말.
기소율은 차디찬 바람 속에서도 미동조차 없이 상념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