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2화
마지막 여정을 향해서
“으음.”
나는 슬쩍 고개를 틀어 주변을 확인했다.
팀원들은 각자 보상을 확인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신묘하게 빛나는 내 상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
짧은 한숨.
동시에, 나는 내 손 위의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이템 : ???급 선물상자] [등급 : ???] [종류 : 상자] [설명 : 열어보아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급 아이템을 획득한다.]왜일까…….
나는 왠지 여기에서 뭐가 나올지 알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지성이 있는 학습의 동물로서, 벌써 세 번째 개봉인데 어찌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묘하게 더 기대되었다.
정수.
그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이전 시련들에서 충분히 증명되었기 때문.
풀럭!
나는 과감하게 상자를 오픈했다.
[‘???급 선물상자’를 개봉합니다.]드드드.
빛과 함께 상자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직 나에게만 느껴지는 진동.
그리고 활성화되는 증폭 에너지.
[아이템 선택이 시작됩니다!] [선물상자가 당신에게 전용 무기가 있는 것을 파악합니다!] [뭐, 볼 것도 없겠군요!] [당신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신의 전용 무기를 강화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아니, 시스템 씨?
뭔가 설명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좀 귀여운데?
[……ing…………. OK!] [아이템을 정했고, 아이템을 찾았습니다!]쿠구궁!
이윽고 떨림이 멈추었다.
동시에 주변을 휘감던 신묘한 빛의 색이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맑고 청명한 푸르름을 상징하는 색.
[주변에 생명의 원천이 가득해집니다.]어어?
나는 코를 킁킁거렸다.
무언가 산뜻한 냄새가 났다.
마치 등산할 때 나는 풀냄새가 내 주변을 뒤덮었다.
생생한 산천초목이 내 무기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
[수(水)의 정수가 반가운 표정을 합니다.] [화(火)의 정수가 하품하며 깨어납니다.]“오.”
그렇게 불러도 답이 없던, 정수들이 깨어났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정수는 바로 목(木)의 정수.
나는 메시지에 뜬 그 문체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무언가 따듯해.’
메시지에는 정수들의 의지와 감정이 담겨 있다.
목(木)의 정수는 부드러웠다.
또한, 그냥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화(火)의 정수나 수(水)의 정수처럼 틱틱거리며 싸우는 류의 정수가 아니란 걸.
[화(火)의 정수가 본인 역시 의외라고 말합니다.] [이번 영령 사용자는 좀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합니다.] [수(水)의 정수가 기대하긴 개뿔, 굉장히 건방진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水)의 정수는 ‘사용자’를 아직 우주의 먼지조차 못 되는 하등체라 생각합니다.]아이고.
‘사용자’면 날 말하는 거지?
저번부터 수(水)의 정수 씨는 좀 까칠하네?
화르륵!
나는 무기 내 붉은 힘을 더욱 키우며, 녹색 힘을 받아들였다.
[띠링!] [신살(神殺)급 아이템,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2/7)이 갱신됩니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3/7)을 획득합니다.]벌써 일곱 개 중 세 개가 채워졌다.
나는 곧바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3/7)]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 수(水)의 정수, 목(木)의 정수가 담겨있습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3,000 증가.]“…….”
기력이 또 1,000 늘었다.
이제는 뭐, 놀랍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늘어갔다.
‘도대체 뭘까, 얘네들은.’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했다는 말만 봐도 어마무시한 존재인 건 알겠는데.
그 외의 것은 도통 모르겠다.
물어봐도 설명해 주지도 않고.
애초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다.
수(水)의 정수 말마따나.
날 정말 먼지 취급도 안 하는 거일 수도 있다.
당장 나 역시, 내 옆 먼지랑 대화를 하진 않으니까.
‘아니, 그래도.’
혹여 날 어떤 무기에 담고 통제할 수 있는 먼지가 있다면, 난 말 걸 거 같은데? 신기해서라도?
[목(木)의 정수가 미소 짓습니다.]“어?”
[목(木)의 정수가 당신을 부드럽게 바라봅니다.]오오?
드디어 나에게 관심 가져주는 정수가 생긴 건가?
[목(木)의 정수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목(木)의 정수가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성장이 우선되어야 하는 법이라 말합니다.]자격(資格).
아직 대화할 깜냥이 안 된다는 말을 부드럽게 표현했다.
사실, 문체를 읽기 전부터 느낄 수 있었다.
목(木)의 정수 역시 나와 대화하기를 꺼린다.
아니, 꺼린다기보단, 일종의 격(格) 때문에 멀리하려 하는 게 느껴졌다.
대기의 보호를 받지 않는 인간이, 태양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큰일 나는 것처럼.
한낱 인간이 어찌 신(神)의 역사를 쉽게 들춰볼 수 있겠는가.
어쩌면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분열되고 존재 자체가 지워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쩝.”
아쉬웠다.
어르신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현재 노인은 소환 해제된 상태.
부르려면 쿨타임 12시간이 다 채워져야 한다.
‘역시.’
어르신이 짱이었다.
그저 옆에 떠서 지켜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존재.
“다들.”
올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좋은 보상 좀 챙기셨나요? 보아하니, 상자들은 다 까신 것 같은데요?”
“이번에도 SS급인데, 당연하지. 아마 인생 무기가 될 것 같은데? 마음에 쏙 들어.”
“자네도 그런가? 나도 마찬가질세. 하하.”
올레나, 블라디미르에, 막시까지.
다들 표정이 좋아 보였다.
‘하긴.’
나도 찜찜하게 있을 필요는 없었다.
팀원들과 달리 특전으로 신살(神殺)급 아이템을 하나 더 받았는데.
죽상일 필요가 있겠는가?
경험상 모르는 건 기다리면.
아니,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어 있다.
목(木)의 정수 말처럼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저벅저벅.
다들 중앙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테마5를 앞둔 일곱이 서로를 마주했을 때.
문득 목덜미 뒤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꺾어 바라보자, 적안의 검사가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
선임 심사위원, 마검사(魔劍士) 뤼카였다.
“어?”
나는 살짝 당혹스러웠다.
섀도우 셰퍼드 로드까지 상대했던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뒤에 서 있다고?
그것도 암살자도 아닌, 마검사가?
맙소사.
이게 세계 랭킹 25위의 클라스란 말인가?
“언제…… 오셨었네요?”
내가 떨떠름하게 물었다.
내 물음에 팀원들도 놀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뤼카의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그럼, 바로 시작해야지. 시간이 꽤 흘렀지 않나.”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강인하면서도 무거웠다.
“이제 진짜 얼마 남지 않았거든. 이미 다른 심사위원들은 다 퇴근했다. 이곳 던전에는 이제 너희들과 나, 그리고 델라일라 님만이 남아계시지.”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
내가 중얼거렸다.
하긴, 벌써 여섯 테마 중 넷이 지났다.
꽤 긴 시간이었다.
거의 쉼 없이 최상위급 던전 네 개를 연속으로 깬 기분이었으니까.
‘아니, 다섯 개인가?’
테마2 같은 경우는 거의 던전 두 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대 성을 찾아내, 용아병을 상대했던 것 하나.
그리고 거대마룡을 풀어, 아란발론과 싸웠던 거 하나.
‘어후.’
그렇게 생각하니까 빡시긴 빡시구나.
랭커가 안 될 수가 없겠네.
“솔직히 너희들의 행보는 기대 이상을 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과거 내가 했던 기록들을 깨뜨린 것도 모자라…… 새로 경신한 기록들은…… 아마, 앞으로 평생 깨지지 않는 기록이 될 수도 있겠지……!”
무언가 점잖게 말하는 듯하면서도.
뤼카의 목소리는 굉장히 흥분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마냥 딱딱한 건 아니구나.’
내가 성장했음일까?
냉혹한 철혈검사로만 보였던 뤼카에게도 인간미가 느껴졌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았던 거지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주동훈. 그건 기만이다. 여태껏 이 시련을 치러 왔던 랭커들을 놀리는 발언이야.”
그가 고개를 내저었다.
“운이 좋아서 독무를 잡았고, 운이 좋아서 거대 성을 가장 먼저 찾았고, 운이 좋아서 용을 잡았고, 운이 좋아서 5단계를 달성했으며, 운이 좋아서 50만 점을 달성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
“그, 그런 건가요?”
듣고 보니, 또 그러네.
내가 머리를 긁적이자, 그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래, 원래 너희 국가가 원래 겸손으로 좀 유명하다지? 동방예의지국이라 하던가. 하지만, 겸손만이 미덕이 아니다. 인정할 땐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며, 기쁠 땐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좋은 말씀이네요. 새겨듣겠습니다.”
“큼, 어쨌든. 나는 네가 앞으로 시련을 끝나고 돌아가 어떤 행보를 펼칠지, 너무도 기대된다.”
“…….”
“지금처럼만 계속 발전하면…… 수년간 굳건하던 세계 랭킹 20위 내부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겠지.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겠다.”
호기심과 기대감.
‘아.’
뤼카가 보내는 눈빛은 완전한 호감이었다.
아직 시련이 끝나지 않은 나를.
랭커로서.
아니, 랭커 이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느껴져.’
그의 존중이 느껴졌다.
‘이런 기분이구나.’
심장이 뛰었다.
최상위급 랭커의 인정이라니.
E급 헌터일 때 항상 꿈꿨던 장면이지 않았던가!
매번 뼈다귀들을 소환해 훈련하면서.
매번 랭커들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매스컴을 확인하면서.
가슴속에 품었던 장면.
아아.
왜일까.
팀원들이 칭찬할 때도, 심지어 노인이 칭찬할 때도 뛰지 않던 심장이.
쿵쿵쿵!
지금은 계속해서 날뛰고 있었다.
정말 미친 듯이 나댔다.
‘랭커.’
모든 인류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
그런 자들에게 받는 인정이란 이런 걸까?
무언가 지금껏 쌓였던 피로가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계속해서 정진하라. 이제 마지막 여정을 앞둔 만큼, 지치지 마라.”
뤼카는 계속해서 조언했다.
“네가 이 세계를 대표할 재목이라 믿는 나를 위해서라도. 알겠나?”
곧이어, 그가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우우웅!
사방으로 마력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저렇게 움직인다는 건, 곧 새로운 테마가 시작된다는 말.
“어어, 잠깐?!”
블라디미르가 고개를 갸웃하며 외친 것은 그때였다.
“심사위원 씨. 지금 마지막 여정이라고? 이제 테마5 아니야? 원래 테마6까지 있다 하지 않았나?”
“그래, 그랬었지.”
드드드드!
주변이 일그러지며, 흔들리는 땅 위에서 뤼카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테마5와 테마6는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게다가 이번엔…… 저번만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다.”
“……뭐라고?”
블라디미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 역시 동공이 확장됐다.
둘이 함께하는 거면.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말이네?
“그만큼 버티기 힘들 거거든.”
들려오는 뤼카의 목소리가 어쩐지 스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