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4)
인생은 지를 때 지르는 거다
“아…….”
나는 장대웅의 손을 얼떨결에 마주 잡았다.
“크하하, 숫기 없기는. 그래, 몇 기 헌터인가?”
몇 기?
아, 헌터가 된 기수를 말하는 건가?
헌터가 된 건 3년 전이니, 난 9기다.
“9기요.”
내가 답하자, 장대웅의 눈썹이 올라갔다.
“호오라, 9기 출신이었다고? 각성한 지 얼마 안 됐구먼?”
그가 나를 보고 껄껄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다크 로드 김혁선. 그 녀석이랑 동기였다니……. 이것도 인연인가? 어랍쇼? 그러고 보니, 능력까지 비슷하네?”
“네, 뭐……. 그렇긴 하죠. 전 아직 스켈레톤밖에 못 소환하지만.”
“하하하. 그게 뭣이 중하겠나! 그 스켈레톤이 A급 헌터 하나를 잡았는데.”
의외로 장대웅의 어투는 편안하게 다가왔다.
죽이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애초에 장대웅에게 권위 의식이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하리라.
보통 랭커에 들면, 교만함에 젖거나 우월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모름지기 강하면 장땡이야. 하하하. 바로 나처럼 말이지. 그러고 보니, 궁금하네? 날 스켈레톤으로 만들면 어떻게 될까?”
이 사내, 아니, 이 근육몬은 순수했다.
내 등급과 무관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으음, 그럼 근육이 없어질 텐데 괜찮겠습니까?”
“흐억, 그건 안 되지! 안 돼! 말이라도 그런 농담은 못 쓴다!”
장대웅이 몸을 움츠리며 손바닥으로 갈라진 팔뚝을 쓸었다.
그 호들갑이 동네 바보 형 같은 모습이다.
‘랭커에게 이런 친근감이라니.’
아아.
랭커도 사람이었구나.
솔직히 그동안 너무 우상으로만 봐서.
랭커 얼굴엔 황금빛 광채가 흐를 줄로만 알았는데…….
‘특히.’
장대웅 같은 경우는.
아까 전투에서 보여줬던 포스와 너무도 반전인 모습이었다.
“광전사님.”
나는 문득 사내를 불렀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했으니까.
나는 오늘.
저 랭커들에게 하나의 목숨을 빚졌다.
“응?”
“인사가 늦었네요. 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꾸벅.
90도로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하하하, 나쁜 놈들 처리한 것 가지고 무슨 감사는!”
“광전사님과 랭커분들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힘들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확률이 더 높다.
“허허, 그으래? 요즘 세상에 감사 표시도 할 줄 알고. 예의 바른 친구로구만? 마음에 들어.”
“감사합니다.”
“그래, 9기면 이제 23살인가?”
“그렇습니다.”
기수로 나이를 파악하는 법은 간단하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지, 올해가 딱 12년째고.
고유 능력은 20세가 되면 개방하니.
1기는 32살 이상일 수밖에 없고 12기는 무조건 20살이다.
세상 모든 헌터가 그렇다.
‘다 필요 없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내가 능력을 얻은 지 3년째니, 23살인 거다.
“하하, 그럼 내가 형이로군. 그래, 형이라 불러라.”
“……네?”
대웅이 형.
이렇게 부르라는 건가?
이 사람 왜 이리 확 들어와?
부담스럽게.
“자, 그럼 이제 형이 솔직하게 물을게.”
“네? 어떤 걸…….”
“사실 예전부터 궁금했거든. 하하.”
장대웅이 두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그 단순한 행동에도 이두와 삼두가 징그럽게 꿈틀거렸다.
“뭔가요?”
“기소율. 그녀가 네게 집착하는 이유. 도대체 그 비결이 뭔가?”
“오! 그건 저도 궁금했습니다. 광전사.”
불쑥.
옆에서 떠들던 이선아가 관심을 가졌다.
“맞아, 사실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도 그거라고.”
백돈 역시 다가왔다.
어느새 다시 셋의 시선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아…….”
난감했다.
훅- 들어오는 질문이라 해야 할까?
‘하긴. 이들 처지에선 궁금할 수밖에 없긴 하겠지.’
내가 최근 아무리 급성장했다 해도.
이들 앞에서는 피라미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김준서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치는 제법 빠른 형이라 그런지, 먼저 집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하하, 곤란하면 아직 말하지 않아도 된다.”
장대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 여기 우릴 모은 주인공이 마침내 등장한 것 같으니까.”
“네?”
주인공?
내가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스윽!
아무런 기척도 없이.
하나의 인영이 등장했다.
“저 없이 제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무례하네요.”
랭킹 379위.
암제(暗帝) 기소율이었다.
“하하, 무례하긴. 기다리고 있었지.”
“오, 암제! 오셨군요?”
“이봐, 기소율이. 말이 섭하네? 난 네 연락 받고 무려 밥을 남겼다고!”
백돈이 투덜거렸다.
“내가 밥을 남긴 게 어떤 의미인 줄 몰라서 그래? 고마워해야지.”
“그건 좀 감동이네요.”
기소율이 픽 웃었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봤다.
“동훈 씨.”
“네? 네.”
나는 눈을 껌뻑였다.
“예전에 말했었죠. 그대의 삶을 바꿔줄 인연을 소개해 주겠다고.”
묵빛 눈동자가 날 응시했다.
랭커들 역시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이번엔 암제 차례였나?”
“뭐, 누구든 먼저 꺼낸 사람 차례긴 했지.”
“전, 어차피 이번 년도 패스니까! 괜찮습니다!”
알 수 없는 소리들.
꿀꺽.
나는 본능적으로 침을 삼켰다.
느낌이 왔다.
이번 만남에 진짜 내 삶이 변화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다만.”
기소율의 말이 이어졌다.
“동훈 씨도 아시겠지만, 세상에 대가 없는 정보는 없어요.”
“대가 없는 정보요?”
“그래요. 솔직히 말하면, 전 동훈 씨를 도와주고 싶어요.”
“네?”
날 도와주고 싶다?
왜?
“옛날 생각이 났거든요.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 랭커에 대한 의지. 첫날 봤었던 눈빛까지. 다 제 옛날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죠.”
“…….”
갑분 고백 타임?
일단 더 들어보자.
“그 당시 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랭커가 될 수 있었죠.”
기소율이 가로등에 등을 슬며시 기대며 말했다.
나머지 랭커들은 조용히 뒤로 빠져, 침묵을 지켰다.
내가 그녀의 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행동이었다.
“저뿐만이 아니에요. 여기 모인 랭커들 역시 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어요.”
“젊은 나이에 랭커가 된 것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네요?”
“…….”
기소율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이해력이 빠르시네요. 맞아요. 사실 그렇죠. 12년간 활동해온 수많은 헌터들이 있는데, 저희 같은 20대들이 랭커가 되기란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니까요.”
“잠깐.”
백돈이 손을 들어 올린 것은 그때였다.
“거기까지. 아직 확답 듣기 전인데 너무 많은 정보를 풀었어. 원래 그렇게까지 다 말해주는 거 아니었잖아?”
“알겠어요. 인정해요, 백돈.”
기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날 바라봤다.
“저, 광전사, 흑검, 백돈, 그리고 제 오빠인 명궁까지.”
“……?”
“이 다섯에게 동훈 씨의 특별함을 설명해도 될까요?”
특별함이라.
“제 기연을 말하겠다는 건가요?”
“맞아요, 정확해요.”
기소율이 하는 말의 요지는 단순했다.
너도 네 모든 것을 우리에게 풀어놔라.
그럼 우리도 빠른 시기에 랭커가 될 수 있었던 방법을 풀어 놓겠다.
‘아니.’
기소율은 반대일 거다.
난 너를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네 정보를 풀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
‘으음.’
살짝 고민되긴 했다.
내 ‘기연’이 얼마나 특별한지는 조금 전에도 겪었다.
고작, 그 정보 하나 때문에 집단이 집단을 공격하는 사태도 발생했으니까.
‘하지만.’
이들은 좀 다를 것 같았다.
우선, 기소율이 믿고 있으며.
특히 ‘광전사’나 ‘명궁’ 같은 경우는 내 ‘기연’에 집착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괴물이다.
‘사실, 이깟 기연이 뭐라고.’
기연은 별거 없다.
저들이 안다 해도 뺏어갈 수 없으며.
만술 노인은 오직 나에게만 특별한 스승이니까.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거?’
사실, 저들이 마음만 먹으면.
난 이미 저승에서 염라대왕과 마주해야 한다.
“…….”
결국, 나는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고민은 짧고, 답은 간결했다.
“제 정보가 뭐라고 꽁꽁 숨기겠습니까? 당연히 말씀드려야죠.”
답은 콜(Call).
원래.
인생은 지를 때 지르는 거다.
* * *
“하하하, 기소율을 두들겨 팰 수 있는 스승이라? 나도 한번 맞붙어 보고 싶구만!”
“확실히 놀랍네요. 암제가 관심 가질 만했어요.”
기소율에게 설명 들은 광전사와 흑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마친 기소율이 목을 다듬었다.
“큼큼, 설명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이제 동훈 씨에게 정보를 풀어놓아도 되겠죠?”
하지만.
“아니, 잠깐.”
백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봐들! 이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야?”
“왜 그러시나요, 백돈?”
기소율이 침착하게 되물었다.
“아니, 엄청나잖아! 랭커를 찜쪄먹는 노인이라고? 아니, 그전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고? 그리고 태양창은? 걔도 또 다른 세상의 절대자라는데! 이거 완전 사기 능력 아니야?”
백돈이 광전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의를 구하는 눈빛이었다.
“잘 들어봐. 그럼 나중에 제대로 각성하면, 랭커 찜쪄먹는 괴물 10마리를 소환수로 부릴 수 있단 말이잖아! 그건 괴물이 아니라 재앙 수준이라고!”
“엄청나게 강해진다는 뜻이겠군. 하하. 확실히 대단한 친구인데?”
광전사가 웃었다.
백돈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아니, 생각을 좀 하라고. 광전사!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야.”
“크하하하, 강해지면 꼭 형이랑 한번 싸워보자! 그때 가서 무시하면 안 된다?”
“이 미친놈이?”
털털하게 웃는 광전사를 질린 듯 바라보던 백돈이 이번엔 흑검을 쳐다봤다.
“이봐, 흑검! 지구 말고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데 놀랍지 않아? 이건 완전 특보감인데?”
“으음, 저는 언제나 이 세상이 신비로웠는걸요?”
“응?”
“던전도, 상태창도, 몬스터도 말이죠! 전 가끔 제가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있다 생각하곤 한답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잖…….”
“백돈.”
기소율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우리가 풀어놓을 것도 동훈 씨의 기연만큼 놀라운 정보잖아요.”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아직 이 세상엔 파헤치지 못한 비밀이 많아요. 혹시 백돈은 우리 다섯이 모였던 이유를 잊으셨나요?”
“으음…….”
백돈이 꼬리를 말았다.
그러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소리.
“동훈 씨.”
“네.”
마침내.
제대로 설명을 들을 차례인가?
나는 자세를 똑바로 하고 눈에 힘을 줬다.
긴장됐다.
과연 랭커 다섯이 꽁꽁 숨기고 있던 비밀이 무엇일까?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 세상에 랭커를 만드는 랭커가 존재한다는 걸 아시나요?”
“……네?”
그건 무슨 소리일까?
랭커를 만드는 랭커?
“혹시 최근 최연소 랭커로 화제를 이끌었던 인물을 아시나요?”
“……?”
최연소 랭커.
모를 리가 없었다.
기연을 얻기 전.
E급 용병 생활을 하며, 질투했던 자.
랭킹 949위.
다크 로드(Dark Load).
“설마.”
“맞아요. 다크 로드 김혁선. 지금으로부터 약 반년 전에 광전사의 추천으로 우리가 선택했던 인물이죠.”
“허…….”
뭐야, 지금.
그 말은 다크 로드가 랭커가 되었던 게, 사실 이들 때문이라는 거야?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머리엔 살짝 열이 올라 어지러웠다.
몸은 침착했지만, 속은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지금부터 제가 풀어 놓을 정보는 ‘던전 메이커’에 대한 설명이에요.”
던전 메이커?
나는 두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