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9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99화
2026, 세계 랭커 발표식 (5)
꿀보다도 달콤한 과실.
그것을 즐기는 사람은 김진아뿐만이 아니었다.
장대웅과 플로아를 비롯한 별천지의 멤버들.
그들이 강당에 앉아서 얼굴을 씰룩이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도 처음엔 놀랐다.
그동안의 고련(苦鍊) 덕에 랭킹이 높아질 것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이전보다 높게 나올 것도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무슨 랭킹이 이렇게…….’
30위권 안으로 완전히 싹쓸이해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강당 내.
평소 자신들이 존경하던 기라성같은 랭커들의 기세가 무언가 빈약할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밖에 기자들이 깔려 있고, 일반인들이 있으니 힘 조절하는 거겠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설마 그게 다였던 거야?’
‘약한데. 약해도 너무 약한데…….’
‘길마님 스켈레톤들이랑 맨날 훈련하고, 아포피스만 잡다가 여기 있으니 그냥 진짜 순한 맛이네.’
천마신교와 마왕군을 무시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하는 거였다.
‘흐흐흐흐흐.’
랭킹 7위에 오른 장대웅이 계속 얼굴 근육을 씰룩였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플로아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어이, 아저씨……. 표정 관리 좀 해. 너무 신났잖아.”
“……넌, 거울 좀 보고 그런 말을 하지 그러냐.”
장대웅의 시야에 비치는 플로아의 입꼬리는 이미 광대 쪽에 걸려있었다.
거의 하회탈을 보는 것 같은 기괴한 표정.
“아쉽긴 해. 좀만 더 노력했으면 아저씨 따잇 하는 건데.”
“크후후, 그러려면 아직 일 년은 이르다. 알지? 하이퍼 랭커 사이의 간극은 그냥 랭커랑 차원이 달라.”
둘 다 미친 듯이 광소하고 싶었지만, 자제하며 속삭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김진아의 명령 때문이었다.
혹여 좋은 결과를 보이더라도, 남들 앞에서 너무 신난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명.
당연한 결과로 좋아하면 모양이 빠진달까?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해.’
‘이 빌어먹을 행사 빨리 끝내고, 무릉도원으로 복귀하고 싶다. 가서 신나게 웃고 싶다.’
그래도.
하이퍼 랭커씩이나 되는 둘이 랭커도 아닌 김진아의 명을 잘 따르는 것은 귀엽다 못해 신기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세계 랭킹 9위, 기소율이 먹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앉아 있는 그녀가 손아귀 위 올려진 단검을 멍하니 바라봤다.
‘진짜 랭킹 9위?’
자신보다 항상 드높았던 명궁(名弓) 기파랑이 이번에 랭킹 37위다.
벌써 오빠를 뛰어넘은 셈이다.
‘거봐.’
내 선택이 맞았잖아.
만약 자신이 파랑 길드에 남아 있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초창기 자신이 굴복시키지 못했던 그 노인을 얻어낸 짐꾼…….
주동훈을 따라갔던 게 그녀 일생일대 최고의 선택이었던 거다.
오빠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슬며시 단검을 힘주어 쥐는 기소율 옆에서는.
“……흑.”
백마도사 도하랑이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아.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던가.
랭킹 11위라니!
내가 랭킹 11위라니이이이!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언제 생각이라도 했던가?
꿈에서나마 막연하게 그렸던 광경이 이렇게 눈앞에 현현했는데, 어찌 눈물을 참을 수 있겠는가!
지금 그녀에겐 랭커의 품위고 뭐고 없었다.
“언니, 해냈어. 우리가 해냈다고.”
심지어 그녀의 단짝.
흙의 마녀(Earth Witch) 에밀리 스트립은 이번에 랭킹 12위 먹었다.
서로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 그래. 우리가 해낸 거야. 아니, 우리 별천지가 해낸 거지.”
에밀리 같은 경우는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눈만 깜빡이며, HNN의 방송 화면만을 바라볼 뿐.
강당에 앉아있는 별천지의 멤버들.
그들 모두가 얌전하게 있었지만, 속으로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상상 속의 들판에서 빨가벗고, 춤추고 있었다.
무릉도원에 복귀하면 자랑스러워하며 기뻐할 가족들을 떠올리는 자들도 있었고.
앞으로 펼쳐질 황금빛 로드를 꿈꾸는 자들도 있었다.
‘이런 게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가 바로 별천지이기 때문.’
‘내가……. 바로 대(大) 별천지 소속이라고…….’
멤버들은 절대 자신이 특출나서 이런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랭커들은 대다수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 있는 편.
그들이 받았던 훈련과 아포피스를 잡았던 과정들이 그 어디에도 없었던 기연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앞으로도 별천지에 평생 충성을 맹세한다.’
‘무조건 전속 계약이야! 아니,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가.’
‘세상 어느 누가 대놓고 황금 동아줄을 놓겠어?’
그렇게 영원히 잊지 못할 감격스러운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 별천지의 멤버들이 가슴으로 맹세했다.
이 기회.
앞으로도 절대 놓치지 말고 꼭 붙들고 있자고.
* * *
“음.”
정신을 깨어보니.
이미 세계 랭커 발표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멤버들이 나를 두고 세계 협회 쪽으로 갔다는 사실을 아린에게 들었고.
나 역시 여타 세계인들처럼 드엘 공방 회의실에서 TV를 켜놓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물론.
“…….”
놀라서 굳어 있었다.
왜냐.
아까부터 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감격스러운 얼굴로 계속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마스터] [기력 : 20,220/20,2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랭킹 : 1위] [등급 : SSS]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스켈레톤 엠페러 소환’(SSS급)
-‘고통 내성’(SSS급)
-‘태청심법’(SSS급)
-‘망자소생’(A급)
-‘망자포효’(A급)
-‘만독불침’(SSS급)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
-‘만술(萬術)’(SSS급)
-‘무음(無音)’(S급)
-‘독섬(毒閃)’(SSS급)
-‘무진(武進)’(SSS급)
-‘금강불괴’(SSS급)
-‘소울링크’(SS급)
고통 내성이 A급에서 SSS급으로 뛰어 있었고.
태청심법과 만독불침, 금강불괴.
그리고 독섬(毒閃)과 무진(武進)도 SS급에서 SSS급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당연히.
‘만술.’
종합적인 만술(萬術) 스킬 또한 SSS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또한.
기력이 20,220으로 본래보다 5,000이나 뛰었다.
성좌가 된 보상이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아직도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
[랭킹 : 1위]‘아아…….’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1위라니!
2위도 아니고, 1위라니!
방송과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가지고 왈가왈부 중이었지만,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알고 있다.
내가 세계 랭킹 1위가 되었다는 걸.
‘꿈.’
내가 가졌던 중간 목표.
그게 마침내 오늘로써 이루어진 거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고생했다, 이놈아!”
“주군,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마스터가 좋아하니, 저 역시 감격스럽습니다!”
“흘흘흘.”
뼈일이부터 뼈십이, 아니, 스승님까지.
기뻐하는 나를 온전히 느끼며 좋아해 줬다.
“교수님,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로요.”
아린이도.
“크하하핫! 역시 내 주인답다!”
무각도.
모두 내 곁에 있었다.
‘그나저나.’
상태창을 20번 정도 넘게 읽어보던 내가 고개를 천장으로 젖혔다.
‘이걸.’
매스컴에 어떻게 밝히지?
흐흐흐.
아.
그전에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으려나?
2위가 안 나타나면 내가 1위인 걸 말해도 분명 안 믿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내 상태창은 나밖에 못 보니까.
‘그나저나.’
2위는 누구일까?
이제 나보다 약한 사람인데, 볼 수는 있으려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뇌리를 반복해서 건드렸다.
* * *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송을 들으며, 배지민과 변승태가 시련이 끝났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직 별천지에 가입은 안 되어 있어요.”
정보 전달자는 바로 아린.
역시 우리 아린이는 모르는 게 없다.
이렇게 착하고 귀여운 아이를, 수련 중에 까먹을 뻔했다니…….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했다.
“다만, 이번 복귀 후 곧바로 면접이라 둘 다 드엘 공방 쪽에서 대기 중이래요.”
“그래?”
우우웅!
내가 감각을 끌어 올리자.
주변에 누군가 잡혔다.
“아.”
얘네들이구나.
너무 약해서 헷갈렸다.
정확히는 내가 너무 강해져서, 모든 기운이 일개 미물로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거.’
적응하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
“아마 김진아 씨 복귀하면, 바로 면접 진행할 거예요. 그리고 쉿 이터 씨는……. 제가 몰래 지원서 넣어놨어요. 헤헤. 그래도 괜찮죠?”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예. 제가 의리를 높게 사는 편이다 보니. 헤헤.”
“그래.”
뭐.
아린이 네가 좋다면 좋은 거겠지.
“그럼 부길마 오기 전까지 인사나 하러 가자.”
사실.
세계 랭킹 1위 됐다는 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큰 건 안 비밀이다.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긴 한데…….
그만큼 기뻐서 그렇다.
“우리도 말이냐?”
어르신이 물은 것은 그때였다.
아.
어르신과 나는 복귀하자마자, 오랜 회포를 풀었다.
사실, 회포를 푸는 도중.
[랭킹이 갱신되었습니다.] [세계 랭킹 게시판을 참고하세요.]이런 메시지가 떠서 급히 드엘 공방으로 온 거였다.
김진아에게 메시지를 할까도 해봤는데.
‘후.’
원래 복귀는 깜짝이어야 제맛이니, 참았다.
“네 녀석 혼자 다녀오거라. 나 역시 앞으로 지낼 아이들과 인사를 나눠야 하지 않겠느냐.”
뒷짐 진 어르신이 끌끌 웃으며, 수하들을 쳐다봤다.
움찔!
무언가 스켈레톤들의 뒷목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아, 그래요?”
내가 빙긋 웃었다.
“그러세요, 그럼.”
* * *
배지민과 변승태.
둘은 시련 과정을 거치며 나름 어색함을 벗었다.
둘 다, 델라일라의 테마를 전부 통과, 꽤 많은 보상을 얻은 상태.
“지민 씨, 100위 축하드립니다.”
대기실에서 변승태가 고개를 숙였다.
“쉿 이터 씨도요. 420위 축하드려요.”
배지민이 응수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이 어려운 건지, 서로 거리는 두고 있는 상태.
이는 변승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다, 사람에게 데인 경험이 많았기 때문.
그래도 상처 입은 자는 상처 입은 자를 알아보는 걸까?
서로 경계심은 없었다.
다만.
둘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면접 보는 집단에 대한 클라스를 이번에 보았다는 거다.
“별천지가 대단하긴 하네요.”
변승태가 중계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랭킹이 저렇게.”
동시에 깨달았다.
어쩌면.
델라일라의 시련보다 더 큰 기연이 그 시련 속에서 주동훈을 만난 것이라는 걸.
그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S급)를 바쳤던 게, 절대 손해 보는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
화려한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는 대기실을 어색하게 지켜보던 배지민의 앞으로.
스슷!
누군가가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어?”
“어엇!”
기척도 없었다.
또한 얼마나 강한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나타났다.
“스, 스켈레톤 마스터님!”
변승태가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했고.
“길마님……!”
배지민 역시 일어서 군기 잡힌 자세를 취했다.
특히 배지민의 경우, 정식 멤버가 아니지만 길마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델라일라의 시련 속에서 그렇게 불러왔으니까.
어쨌든.
유령처럼 나타난 주동훈이 슬쩍 미소 지었다.
“고생했다, 배지민.”
“아.”
고개 숙인 배지민이 얼굴을 붉혔다.
100위에 오른 자신의 랭킹을 본 게 분명한데…….
부끄러운 감정과 진짜 찐 강자한테 인정받는 흐뭇한 느낌이 공존했다.
“그리고 변승태 씨도.”
“예!”
“이번에 랭커 올라가셨죠? 고생하셨어요.”
“그, 그걸 보셨군요! 감사합니다!”
* * *
나는 배지민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배지민은 나에게 황금 열쇠나 다름없다.
앞으로 있을 만술(萬術)을 더욱 강하게 성장시켜줄 촉매.
스킬, ‘소울링크’(SS급)를 통해 그녀의 능력을 일부 가져와야 한다.
‘랭킹 1위라고 훈련을 멈출 생각은 없어.’
비록 거성(巨星)의 힘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만술은 중급 단계다.
저 우주 밖에 위험한 존재는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저번에 말했다시피, 네 잠재력은 강하면서도 위험해.”
“예.”
“가입해도 조건은 같을 거야.”
“길마님 주변 10m 반경으로 벗어나지 말라는 거요?”
“잘 아네.”
내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지민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미약하게 갸우뚱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 너를 위해서야.”
가스라이팅 할 수밖에.
“네 힘은 진짜 위험해서 주변에서 강한 사람이 통제해야 하거든.”
“……그렇군요.”
“그래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어.”
옆에서 어르신이나 아린이 보았다면.
– 이런 양심 없는 놈!
– 교수님, 양심!
이렇게 외쳤겠지만…….
배지민한테 [야, 니 능력. 쩔더라?] 이럴 순 없는 거잖아?
좋은 게 좋은 거지.
“길마님의 깊은 뜻이 있었군요…….”
배지민이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한테 이렇게까지 잘…….”
“왜 잘해주냐고?”
“……예.”
으음.
뭐라 대답해 주지?
흐으음.
아까 말한 거로는 설명이 좀 부족한 건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혹시 모르잖아.”
“예?”
“배지민, 네가 내 제자가 될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
배지민의 몸이 굳었다.
눈동자는 미약하게 커졌으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뭐.
더는 질문이 없는 걸 보면.
잘 먹힌 모양이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