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4화
2사도, 잭 스미스
비가 내렸다.
길거리에서 환호하던 마족들의 소리가 더더욱 커졌다.
메말랐던 도시가 촉촉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즉위식이 끝나갈 때가 되어간다는 뜻.
한동안 비정상이었던 도시가 정상화되어 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아아!”
“2사도가 오실 때가 되었구나!”
“새로운 2사도의 부활을 선포하라!”
“잭 스미스!”
찰박, 비 웅덩이를 밟으며 마족들이 잔을 들어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에 가득 찬 비를 꼴깍꼴깍 마신다.
그들은 억겁의 세월 동안 아가레스를 모셔왔다.
마음속 신앙으로 자리 잡은 주인을 지워내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
그것이 바로 즉위식을 길게 잡은 이유였다.
구(舊) 아가레스의 국민들은 모든 업무를 내려놓고 축제를 즐기며, 마음속에 잭 스미스의 이름을 새겨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궁전 내에 검은 덩어리에서 엄청난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도시 전체가 흔들릴 정도였다.
“아아, 결국, 그 힘을 다스렸는가.”
지켜보던 바알이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상급 마왕 중에서도 최하위에 있던 자인지라, 살짝 경시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이제는 인정해야겠군.”
마신의 힘은 그 누구나 다스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바알의 1군단장, 발레포르 역시 강한 마족이지만 막상 사도의 힘을 받으라 하면?
실패할 수도 있는 게 바로 즉위식이다.
즉, 즉위식을 치르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낱 개미가 즉위식에 올라도, 마신의 힘만 받아낼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물며 천족이었던 아가레스 마저 받아들인 이 마계 아니던가!
그리고 이내.
쿠구구구구……!
검은 덩어리가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드러나는 잭 스미스의 모습.
그의 눈빛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또한 표정에 여유마저 보였다.
“…….”
오랜 기간 고통받았던 잭이 자신의 손을 그윽하게 응시했다.
동시에.
콰득, 콰드득!
놀랍게도 그의 등 뒤에 검은 날개가 솟아올랐다.
온몸을 뒤덮을 만큼 커다란 검은 날개였다.
그렇다.
이제 잭을 더는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원래도 마왕의 피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마신의 힘에 의해 완전히 다시 태어난 새로운 종족.
2사도.
잭이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곳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세상 그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또한 차올랐다.
‘이런 게.’
잭은 감격했다.
‘진짜 마왕의 힘인가.’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진 괴물과 싸워왔다는 건가, 주동훈은?
“왔는가, 2사도.”
바알이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도단 입성을 축하한다.”
“고맙다.”
잭이 바알을 응시했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바알의 속에 감추어진 막대한 거력이.
예전 자신이 느꼈던 그의 힘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후후, 잘해보자고요.”
휘리릭, 탁!
바사고가 웃었고.
“잘 부탁해, 철퇴남.”
가미긴이 눈웃음을 지었다.
즉위식의 마무리.
잭 스미스의 몸에 담긴 엄청난 힘은 도시 내에 누가 들어와 있는지까지 한 번에 스캔했다.
‘오고 있구나.’
때문에 미리 알았다.
지구의 멤버들이 도착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다들 감사한다. 제대로 된 인사는 나중에 각자 찾아서 정중하게 하겠다.”
잭이 마왕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무사히 2사도가 된 게 기뻤으나, 지금은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마음속 불안함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리그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주동훈은 깨어난 건지.
그 해답은 지금 오고 있는 멤버들이 내어줄 터.
“그래.”
바알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불안한 것 같구나. 급한 것부터 해결하고 오라, 2사도여.”
“이해해 줘서 고맙다.”
* * *
“……진전된 게 하나도 없다고?”
멤버들을 만난 잭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이에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일주일 후가 리그 시작이에요. 아무래도 이번 리그는 길마님 없이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허어.”
한탄이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맞추어 도착한 것은 참 다행이긴 한데.
설마 그 주동훈이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일단, 우리 마왕군 쪽은 확실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콰득.
잭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속 안에 끓어오르는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주변에 있던 랭커들의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였다.
“주동훈까지 깨어났다면 확실히 2승을 챙겨올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군.”
어차피 리그는 팀제였다.
[1. 별천지 – 불(Fire)] [2. 천마신교 – 물(Water)] [3. 마왕군 – 나무(Tree)] [4. 마탑 – 쇠(Iron)] [5. 세계 협회 – 흙(Earth)]배치 고사 첫판 때 설정된 이 팀대로 들어가서 각자 경기를 치러야 한다.
물론, 주동훈이 없는 별천지도 강하고.
진짜 걱정해야 하는 건 천마신교와 마탑, 세계 협회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동훈이 있는 별천지와 없는 별천지는 천지 차이다.
확실한 승리냐, 아슬아슬하냐의 차이이니까.
김진아를 포함한 랭커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다.
주동훈이 살아 있다 해도, 별천지를 제외한 단체가 약한 것은 고질적인 문제였으니까.
“큰일이군.”
잭 스미스가 낮게 읊조렸다.
이번엔 리그에서 패배한다 해도, 멸종된다거나 하는 협박은 없지만.
일단 패배 자체가 많은 희생을 초래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마지막 배치 고사 때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거다.
희생 없는 승리.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저 뒤에서 듣고 있던 존재가 있었으니.
휘리릭, 탁!
바로 3사도, 바사고였다.
그가 부채를 손바닥에 튕기며 등장하자, 랭커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후후, 듣자 하니 꽤 흥미로운 문제로 골을 썩이고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벅, 저벅.
그 여유로운 걸음걸이가 왜일까, 랭커들의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흡사 적벽대전의 풍향으로 골머리를 앓던 촉나라의 고민을 동남풍으로 단박에 해결해 줬던 제갈량의 모습 같지 않던가!
“바사고.”
잭 스미스가 살포시 고개를 숙이자.
“후후, 예 잭 스미스님.”
바사고 역시 고개를 마주 숙였다.
둘의 관계는 상호존중.
3사도는 2사도의 지위를 존중해 주며, 2사도는 3사도의 짬을 존중해준다.
“보아하니, 주동훈이 아직까지 누워 있는 바람에 난감한 상황이라지요?”
바사고가 빙긋 웃었다.
그는 아까부터 비상 회의의 내용을 다 들었던지라 대략적인 내용 파악이 다 된바.
“그 힘의 밸런스 때문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겠네요.”
“……!”
김진아 외 다수 랭커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무리 최상급 마왕이라 해도, 지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급이 다른 무언가일진대.
이 상황이 어떻게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물론, 주동훈이 돌아온 것만큼은 아니지만, 팀별로 전력을 확실하게 증강할 방법이 있지요.”
“그게 무엇인가.”
잭이 공손하게 물었다.
후후, 바사고가 웃으며 뜸을 들이더니.
휘릭!
부채로 잭 스미스를 가리켰다.
“바로 2사도의 군단장입니다.”
“……군단장?”
잭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맞지.
자신이 2사도가 된 이상, 그도 자신의 군대를 이끌 군단장이 있어야 했다.
다른 사도들도 그러했으니까.
“마왕은 기본적으로 군단장을 수에 맞게 설정할 수 있지요.”
그 수를 바꿀 수는 없다.
이유는 모른다.
마신께서 그렇게 지정했기에, 그에 따를 뿐.
예를 들어 1사도 바알 같은 경우 40의 군단장이 있었다.
얼마나 거대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지, 천족들도 바알이 등장했다 하면 벌벌 떨었다지.
“2사도. 잭 스미스 님 같은 경우는 20의 군단장을 뽑을 수 있습니다. 또한, 군단장에 올라선 마족들은 그에 상응하는 힘을 얻게 되지요.”
“……힘을 말인가?”
잭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도나 마왕과 별다른 것 없습니다. 지위에 맞는 힘을 얻는 것. 마계에선 그것이 기본이지요.”
맞다.
그랬었다.
자신도 상급 마왕이 된 후 성좌급으로 올라섰던 것처럼.
마계는 지위에 올라서면 확실한 보상을 해준다.
그렇기에 아래 마왕들이 그렇게 미친 듯 전쟁을 벌이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일반 마족들은 잘 모르겠지만, 군단장과 사도는 더더욱 특별한 관계에 있지요.”
“그게 무엇인가.”
“사도는 기본적으로 군단장들에게 힘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만, 천계와의 전쟁이 길어질 때 가끔 그런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곤 했지요.”
“힘을 나눈다……?”
잭이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이 끔찍한 힘을 나눠줄 수 있다고?
“후후, 밸런스 부분이 딱 해결되지 않습니까?”
“……!”
“이번 전쟁에서 아가레스 측 군단장 다섯이 소멸했으니, 그만큼을 채워 넣으시면 될 겁니다. 아, 참고로.”
휘리릭, 탁!
바사고가 부채를 튕기며 조언했다.
“기존 군단장들을 다 밀어버리는 것은 초창기에 그리 좋은 방안이 아닐 겁니다. 잭 스미스 님께서 적응해야 할 시간도 필요할 거고. 일단은 억겁의 세월 동안 아가레스의 구역을 관리했던 자들입니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군.”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의견에는 동의했다.
현재의 자신은 힘만 얻었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이니까.
‘어쨌든.’
저게 사실이라면 답이 없던 문제가 바로 해결된다.
‘팀별로 골고루 군단장을 설정한다면?’
자신의 힘을 나누어 줄 수 있게 되고, 그리하면 주동훈 없이도 리그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거다.
아니, 버틸 거라는 보장보다는.
기존보다 더 강한 전력으로 싸울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맞겠지.
“후우, 우선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어. 조언 고맙다, 바사고.”
스윽.
잭이 날개를 접은 채,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 * *
즉위식이 끝남과 동시에, 군단장 임명식도 거행되었다.
본래 아가레스의 군단장이었던 자들은 그대로 군단장이 되었다.
즉위식 동안, 그들은 이미 아가레스를 잊어버렸다.
천족 출신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바알의 말이 맞았을까?
오히려 좋아하는 군단장도 있었다.
“잭!”
“잭 스미스여!”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소멸한 군단장을 대신해 다섯 군단장을 새로 뽑았다.
김진아를 비롯한 랭커들과의 소통 후, 다섯 군단장을 신중하게 정했다.
1군단장, 천마(天魔) 하세라.
2군단장, 소피아 실버스톤.
3군단장, 델라일라.
4군단장,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5군단장, 뇌명(雷鳴) 플로아.
잭을 제외한 각 길드의 수장들과 별천지의 두 팀장이었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좀 대비할 수 있겠군.”
“진짜요.”
김진아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하아.”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정말 정말 다행이네요. 잭만 돌아왔는데도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이니.”
아직 받은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실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전보단 확실한 전력 증강이 되었다.
적어도 발을 동동 구르고만 있지는 않아도 되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잭이 슬쩍 미소 지었다.
이는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힘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영웅은 원래 가장 마지막에 귀환하는 법이잖나.”
“영웅…….”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빌어먹을 우리 길마님.
항상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나시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내가 아는 스켈레톤 마스터라면 그럴 거다. 아마…….”
잭이 다시 한번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힘을 관조했다.
이 끔찍하면서도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왠지 주동훈을 뛰어넘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도 감이란 게 있다.
아마 주동훈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때는 이전의 주동훈이 아닐 거다.
더 강해지고 끔찍해진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그는 내가 얻은 힘이 무색해질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올 거야. 언제나처럼 말이야.“
잭의 눈빛은 신뢰와 믿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또한 생각했다.
‘내가 얻은 이 힘은 온전히 그를 위해 사용되겠지.’
한때 다짐했던 그 충성 맹세를.
잭 스미스는 강해진 다음에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