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5화
아카식 레코드
쿠구구구…….
우주 중앙에 숨겨진 서고, 아카식 레코드.
그곳에 한 귀염뽀짝한 여성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고대 마법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는 엘로이즈 아린.
그녀는 그동안 무척이나 바빴다.
“이건 여기에 정리하고, 저건 저기에 정리하고. 으음, 이 기록은 여기가 어울리겠네요.”
정신없이 움직이며 고대 마법이 시킨 일을 했다.
“기특하구나.”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고대 마법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했다.
대단하다 못해 경이로웠다.
마치 사서를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알맞게 분류할 줄 알았다.
심지어 그 바쁜 와중에, 처음 보는 정보가 있으면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습득력이 굉장히 빨라.”
“서재에서 사는 게 일상이어서 익숙한가 봐요.”
“그럼, 그럼.”
고대 마법은 들떴지만, 그 마음을 내려놓았다.
‘너무 좋은 티를 내서는 안 되겠지. 혹여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마침내 이 귀찮은 일을 벗어 던지고 안식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후계자 역할을 너무도 잘 해낸다.
정리는 기본이요, 고대 마법도 거의 가르칠 게 없는 수준이었다.
‘여태껏 기력이 없어서 사용하지 못했던 거지, 후계자의 서고를 들여다보면서 주문을 전부 암기했던 모양이로군.’
과연, 후계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정도면 되었으려나?’
고대 마법이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카식 레코드의 관리자.
그 역시 자신의 지위를 누군가와 인수인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최초의 성좌.
고대 마법(SSS급)은 아카식 레코드의 의지로 생겨난 자아다.
그의 탄생 목적은 오직 아카식 레코드를 관리하기 위해서.
사실, 고대 마법이란 이름도 세월이 지나며 누군가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지.
처음엔 그저 무명의 관리자일 뿐이었다.
그런 자신이 정말 이 자리를 떠나도 되는 걸까 반문했지만.
‘할 만큼 했다 아닙니까.’
이제 그만 놓고 싶었다.
계속 이 자리를 유지하기엔 너무 늙고 지쳐 버렸다.
“아린아.”
“예, 고대 마법님.”
“슬슬 마음이 조급해지는 게 느껴지는구나.”
“아.”
아린이 머리를 긁적였다.
“티가 났나요?”
“지구의 리그 때문에 그러느냐? 그전에 네 주인이자 교수님인 주동훈을 깨우고 싶어서?”
그의 물음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후.
“……네, 맞아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에게 거짓을 말해봐야 소용없고 그러할 이유도 없었다.
“예전에 말했지. 네가 고대 마법이 된다면 그를 깨울 수 있을 거라고.”
고대 마법이 빙그레 웃으며 허공을 걸어 나갔다.
그 뒤를 아린이 쭐레쭐레 따랐다.
“이제 그 방법을 알려줄 때가 온 것 같구나.”
“그 말은…….”
“후, 그래.”
고대 마법이 후련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 네가 고대 마법이 될 준비.”
“……!”
“그동안 고생 많았다. 비록 이 자리가 고되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랬어요.”
아린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었다.
비록 그가 시킨 업무의 양이 방대했지만, 그 분류 과정에서 아린은 지식의 보고 속에 흠뻑 빠진 느낌을 받았다.
황홀하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그런 체험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아무래도 저 이 자리가 적성에 맞나봐요.”
“후후후후.”
고대 마법의 입꼬리가 더더욱 올라갔다.
능력 있는 호계……. 아니, 후계자를 보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반면.
아린은 그러면서도 살짝 불안하긴 했다.
‘내가 정말 고대 마법이 되어 이 자리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겸손임과 동시에 당연한 생각이었다.
초짜이기도 하고,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도 한 것 같아서.
그런 아린의 표정을 읽었을까.
화들짝 놀란 고대 마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린아.”
“예.”
“나는 고대 마법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삶을 살아왔고, 끝날 때까지 무수한 존재들을 지켜봐 왔지.”
“…….”
“그런 내가 널 잘못 판단했겠느냐?”
“아…….”
“혹여 미숙하다 해도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관리자는 이 세상에 너 하나뿐이며, 누군가 꾸지람할 존재도 없을 터이니. 실수한다 해도 어떠냐. 네가 곧 아카식 레코드의 의지나 마찬가지일 텐데.”
실수해도 뭐라 할 자가 없다.
어차피 이 업무에 대해 아는 자가 고대 마법뿐이니.
구신(舊神)들의 봉인이 풀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건 또 먼 얘기 아니던가.
“그렇군요.”
“그러니, 이상한 생각 말고 따라오기나 하려무나.”
계속해서 허공을 걸어 나간 고대 마법이 이내 서고의 중앙에 도달했다.
파아앗.
그 엄청난 빛무리 사이 아래, 열쇠 모양의 빛이 보인다.
“……이건.”
“키다.”
고대 마법이 품속에서 신묘한 열쇠를 꺼냈다.
아린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이건 뭔가요?”
“아카식 레코드의 의지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
“…….”
“이 세상에서 오직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
고대 마법이 웃었다.
어차피 자격 없는 자가 사용해 봐야 얻을 것은 없겠지만.
굳이 누군가의 호기심을 자극할 필요 없었다.
이 우주는 광활하고도 넓어 간혹가다 무모한 생명체들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알겠어요.”
아린이 결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면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경험을 해야 했다.
‘내가 정말……. 이런 신비한 곳에서 우주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그러면.”
고대 마법이 키를 넘겼다.
그다음 평소보다 더더욱 환하게 웃었다.
“이제 그만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지금요?”
벌써?
“왜, 아쉬우냐?”
“너무 뜬금없어서요…….”
말 그대로 아쉽기도 했다.
이제 막 정이 들어갈 찰나에, 작별 인사라니.
그 말인즉슨, 고대 마법의 자리를 넘긴다는 것일 테고 영원한 안식에 들겠다는 말도 될 것이다.
아린의 눈가가 금방 촉촉해졌다.
“쯧쯧.”
고대 마법이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자리에 있을 자가 그리 감수성이 풍부해서야 되겠느냐?”
“그래도요.”
“하나, 그것이야 무관하다. 어차피 오랜 세월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이니.”
“…….”
아린이 말을 잇지 못했다.
오랜 세월 동안 무언가를 위해 존재해 왔고, 그것을 꾸준하게 수행했던 존재.
그가 이제 자신의 할 것을 던져놓고 쉬려 한다.
그런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해야 할까.
“어서 가거라. 네 진짜 주인이 누워 있지 않느냐.”
“……고마웠어요.”
“고맙긴.”
고대 마법이 픽 웃었다.
진짜 고마운 건 자신인데.
“얼른 가라. 늦었다. 가서 아카식 레코드에게 한번 부탁해 보거라. 주동훈을 깨워달라고.”
“부탁이요?”
“후후,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예, 고대 마법님.”
눈을 살짝 감고 생각을 정리한 아린이 이내 고개를 털었다.
그래,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해야지.
그리고 이내.
건네받은 신묘한 열쇠를 구멍에 힘차게 꽂아 넣었다.
파아아앗!
그곳에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왔고, 세상이 빛으로 물듦과 동시에 시야가 암전했다.
* * *
아카식 레코드.
옛 신이 만들었다던 우주의 서고.
그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고, 미래를 아는 존재.
세상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수많은 변수를 모두 계산하는 존재.
그렇기에.
아카식 레코드는 아린이 이곳에 들어올 줄도 이미 알고 있었다.
– Akashic Records. 엘로이즈 아린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아린이 신비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그곳에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움직임을 촬영하는 듯한 구슬이 거미줄처럼 얽혀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가……. 아카식 레코드……?”
– 관리자의 의지를 확인합니다.
– 엘로이즈 아린이 향후 ‘고대 마법’(SSS급)으로서 관리자를 대행합니다.
– 아카식 레코드가 아린의 정신을 보호합니다.
그 순간, 아린은 문득 가슴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카식 레코드가 고마움의 감정을 전달한 탓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정보들을 다루기 편하게 정리해 줘서 고맙다고.
또한, 귀찮고 힘든 일을 떠맡아줘서 고맙다고.
‘하지만.’
그만큼 머리가 아팠다.
혼란스러웠다.
사방에 퍼져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아린의 뇌가 처리하기에 힘든 탓이었다.
‘전대 고대 마법님이 왜 여길 잠가놓았는지 알겠어.’
이는 아카식 레코드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여기 들어갈 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정신을 보호받지 못하는 자는?
마치 물풍선에 바다를 담는 것과 같다.
곧바로 정신과 뇌가 찢겨 터져 나가리라.
또한 예전에 전대 고대 마법에게 했던 질문이 있다.
혹시 미래를 볼 수 있냐고.
‘보기는 개뿔.’
여기서 그런 걸 시도할 엄두조차 안 난다.
“아카식 레코드……!”
아린이 힘겹게 그 존재를 불렀다.
정신을 보호받고 있다지만, 그게 힘들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보호받고 있기에, 죽지 않는 것일 뿐.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견디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아린은 확신했다.
오늘 이후로, 이곳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라고.
“크으읏, 교수님을 살릴 방법을 네가 안다고 들었어!”
– 아카식 레코드는 새로운 관리자에게 원하는 바 한 가지를 들어줍니다.
– 이는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아카식 레코드는 엘로이즈 아린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 주동훈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
– 또한, 엘로이즈 아린이 원하는 바를 사용할 것도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다시 묻겠습니다.
– 사용하시겠습니까?
놀라운 존재였다.
이미 무얼 원하는지, 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도 알고 있다.
과연 미래를 아는 존재라는 걸까?
정답을 알면서도 물어본다.
그 말은 그게 힘을 발휘하는 키라는 거겠지.
“사용한다!”
아린이 힘차게 외쳤다.
또한 마음에 있는 말을 덧붙였다.
“교수님이 날 어둠 속에서 구해주신 이후로 새 삶을 살게 됐어! 새로이 얻은 삶. 나는 교수님을 위해 모든 것을 걸 거야! 앞으로 영원토록 기막히게 정리해 줄 테니까 한 번 해줄 거면 화끈하게 해줘!”
– 아카식 레코드가 인정합니다.
– 엘로이즈 아린은 역사상 최고의 관리자가 될 예정입니다.
– 그에 대한 대가로 주동훈의 육체를 즉시 재구성하겠습니다.
쿠구구구……!
아카식 레코드를 구성하는 구슬들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점점 노이즈가 심해지더니.
파앗!
갑자기 하얀 빛이 팟 소리를 내며 번쩍였다.
아린의 시야를 찬란한 빛살이 뒤덮어 버림과 동시에 그 장소에서 퇴출했다.
동시에.
“아아.”
아린은 느꼈다.
본인이 이제야 진정한 고대 마법(SSS급).
성좌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거성(巨星)이 되었음을.
* * *
주동훈의 무의식.
정수들이 오랜 침묵에 잠겨 있을 때였다.
[화(火) : 잠깐.]화르륵.
불씨가 피어올랐다.
[수(水) : 어?] [수(水) : 잠깐……. 이건?]수의 놀란 의지 역시 느껴졌다.
[목(木) : 어떻게…….] [목(木) : 어떻게 아카식 레코드가?]목이 저번에 했던 말이 있다.
육체를 재구성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어쩌면 다른 계약자를 찾아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마음속에 묻어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는데.
[목(木) :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말조차 꺼내지 않은 거였는데.]설마 아카식 레코드가 발동할 수 있는 존재가 현 우주에도 남아 있다니.
[금(金) : 고대 마법, 그 뺀질거리던 놈이 마침내 안식에 들어섰나 보군.] [화(火) : 그렇다면 설마…….] [금(金) : 그래, 새로운 관리자가 생긴 거겠지. 아카식 레코드는 균형을 수호한다. 절대 함부로 힘을 쓰지 않도록 우리가 설계했잖아.]새로운 관리자.
그 변수의 등장에 죽어 있던 정수들의 분위기가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