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3화
의식이 없는 동안(3)
주동훈의 무의식 속에는 드넓은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 중앙에 존재하는 다섯 색깔의 원소.
빨강, 파랑, 초록, 노랑, 갈색.
현재 그들의 힘은 산산이 조각나 우주 곳곳에 흩뿌려진 상태였다.
[수(水) : 흐음.]그 파편들 각자는 몰래 시스템에 침입해, 힘을 다스려 줄 계약자를 구하게 된다.
자신들을 몰아낸 신(神)들을 절멸하기 위해서.
계약자의 수는 엄청나다.
저 우주 곳곳에 모래알처럼 빛나는 별들만큼.
다만, 그들에 입장에서 주동훈처럼 빛나는 별은 없었다.
[수(水) : 후우, 간만에 즐거웠는데. 역시 벌레는 벌레였다는 건가.]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 주동훈이 자신들의 힘을 마음껏 받아들여 활용했을 때는 무척이나 기꺼워했다.
그 막대한 힘을 다룰 수 있는 존재가 흔치 않으니까.
또한 정수들의 계약자 중에 주동훈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수(水) : 겨우 그거 사용해 놓고 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 [목(木) : 무리하긴 했어요. 우리의 힘을 동시에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으니.]말리고 싶었으나, 말릴 수 없었다.
목 또한 기대한 것이다.
혹여 주동훈이 진짜 자신들 일곱 정수의 힘을 다스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천고의 인재일까?
정말 그 무한한 힘을 끌어내, 이전의 우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핵심 키일까?
하지만, 역시는 역시.
[목(木) : 선천진기가 완전히 메말라 버렸어요.] [금(金) : 방법이 따로 없나?] [목(木) : 제 힘이 온전했으면 가능했을 텐데…….]목이 쓰디쓴 웃음을 흘렸다.
[목(木) : 아시다시피, 주동훈이 가지고 있는 제 힘은 극히 일부 정도도 안 되는 수준이라 힘들어요.] [화(火) : 이번엔 우리의 실수가 맞다.]화가 자조적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화(火) : 주의를 줬어도, 계속 경고했어야 했어.] [토(土) : 설마 한계 이상까지 끌어내어 쓸 줄은 우리도 몰랐던 거지.] [목(木) : 맞아요. 인간의 의지력으로는 끌어내고 싶어도 끌어내지 못하니까요.]정수들이 간과한 것.
주동훈이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거다.
제대로 성장하기 시작한 이후로, 항상 마사지를 받으며 고통에 익숙해졌고.
수많은 세월을 겪으며 인내를 다져냈다.
[목(木) : 의지는 견디는데, 육체가 견디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겠네요.] [수(水) : 뭔데?] [목(木) :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문제는 그냥 재구성하면 안 된다.
정수들의 힘을 완벽히 받아낼 만큼 튼튼한 육체로 개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똑같은 꼴을 겪을 테니까.
[목(木) :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수(水) : 그럼?] [목(木) : 글쎄요.]사실, 희망이 없는 수준이었다.
정수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이 우주에 존재할 리 없었다.
[목(木) : 어쩌면 다른 계약자를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죠.]목의 의지를 마지막으로 정수들이 침묵했다.
뭐야.
답이 없는 방법은 방법이 아니잖아?
근데 왜 방법이 하나란 거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굳이 목을 자극하진 않았다.
[토(土) : 후우우.]인내할 줄 아는 자, 토 역시 한숨을 내뱉었다.
억겁의 세월을 기다려 왔다.
드디어 고개를 펼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화(火) : 아니, 벌써부터 그렇게 죽을상들 하지 말아라.]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화(火) : 나는 믿는다.]주동훈을.
그의 놀라운 능력을.
신조차 모르는 그의 천운을.
하지만 화의 말에도 정수들은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동훈의 무의식 속이 정수들의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 찼다.
* * *
배지민이 제대로 각성할 무렵.
끄으으으으으으.
마왕.
아니, 이제는 2사도가 될 잭 스미스가 속으로 신음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 역시 반년 이상이 되도록 즉위식을 치르는바.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소름 끼칠 만큼 커다란 비명을 질러댔는데, 이제는 제법 견딜 만한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나는.’
검은 기운과 싸우며, 잭이 다짐했다.
‘이 기운을 꼭 가지고 싶다.’
사뭇 비장한 다짐이었다.
‘이 기운을, 이 검은 철퇴를 다스려서 꼭 주동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전쟁 이상의 고행이었다.
콰가가가가가!
속에서는 폭죽이라도 터지듯 굉음이 연달아 울렸고, 처절한 신음이 메아리쳤다.
잭이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몸 안에 전부 자리 잡은 검은 기운.
여태껏 이게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에 고통을 느꼈다면…….
그래서 온몸이 진정한 악마로 재구성되는 것에 통증을 겪었다면…….
이제는 이것을 다스려 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겠는가?
벌써 셀 수 없을 만큼 시도했고 실패했다.
‘바알이 말했지.’
빠르게 각성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다고.
현재 그가 가져야 할 힘은 지구력이었다.
쉽게 단념하지 않는 것!
끈질기게 견디어 나가 계속 부딪치는 것!
‘다만.’
걱정되는 것은 있었다.
이러다 안 되면 어떡하지?
만약 계속 이렇게 부딪혀도 안 되면 정말 낭패인 상황이 올 수 있었다.
지구의 리그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무언가 갑절은 신경이 쓰이는 기분이었다.
힘이 드는 것도 기존보다 더 드는 느낌이랄까.
검은 기운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실제로 잠깐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붙잡아놓은 몸을 벗어나 육체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악!
다시 비명을 내지르고, 육체를 재구성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녀석을 다스리려면 엄청난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검은 기운은 봐주는 게 없었다.
한 번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무자비하게 잭을 유린했다.
‘빌어먹을.’
잭은 그제야 왜 만술 노인이 훈련을 빙자해 자신을 두들겨 팼는지 알 것 같았다.
‘주동훈은 매일 그 매질을 당했다 했었지?’
어쩐지, 강함이란 고통에 비례하는 걸까?
마치 주동훈이 한평생 맞은 매질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맞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맞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었다.
‘발악하지 마라!’
잭이 검은 기운을 향해 일갈했다.
본능에 따라 검은 기운을 꽉 붙들어 맸다.
일종의 감.
뇌는 죽기 전에 엄청난 양의 엔도르핀을 분비한다지?
엔도르핀이란 현존하는 최강의 마약이었다.
인체 내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고통을 받을 때에야 직접 분비되는 것.
얼마나 강하냐면 모르핀의 800배, 헤로인의 400배의 쾌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딱 지금이었다.
뇌가 고통에 절여져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제발 그만하라고.
해답을 알려주겠다고 감을 던져 준 것이다.
살기 위한 뇌의 선물.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또 한세월 육체가 뜯기고, 고통스러움 속에서 집중을 잃는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흐아아아아아압!’
잭이 속으로 기합을 질렀다.
그래, 수천 번 찢기니까 비로소 ‘감’이란 게 찾아오는구나.
‘잡자.’
그냥 생각만으로 잡는 게 아니다.
감각 기관과 지각 작용까지 총동원해서 그 기운을 붙잡아 누른다.
대충하는 게 아니었다.
집중해서, 단 한 톨의 기운도 새어 나가지 않게 감싼다.
키아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검은 기운의 발광이 시작됐다.
여기가 문제다.
여기서 집중을 잃는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안감을 떨쳐낸다.’
기운 하나가 새어 나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따윈 하지 않는다.
그냥 놓치지 않으면 되는 거다.
감각적으로.
거침없이 누르는 거다!
‘흐아아아아압!’
잭이 이를 악물며 비명을 내질렀다.
* * *
그 시각.
“으음?”
업무를 보던 바알이 고개를 들었다.
“정말……. 해냈단 말인가?”
투욱.
그가 깃털로 장식된 펜을 떨구었다.
“호오오, 벌써?”
본인의 도시에서 죄지은 마족에게 직접 채찍 형벌을 가하고 있던 가미긴도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그녀가 입술을 실쭉이며, 고통에 벌벌 떠는 마족들을 바라봤다.
“너희는 운 좋은 줄 알아라.”
스윽.
그녀가 채찍을 품속에 넣었다.
“2사도가 깨어나는 날에 누군가를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니, 사면이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흐흐흑.”
감격하여 울부짖는 마족들을 뒤로하고 스슷! 그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또한.
“형님, 곧 2사도가 깨어나겠는데요?”
검은 두건을 두른 마르바스도.
“그래,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게 느껴지는군. 그때 그 아가레스의 힘이.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리 마중나가야겠지?”
휘리릭, 탁!
부채를 튕기는 바사고도.
모두가 2사도의 도시로 모여들었다.
구 아가레스의 궁전.
현재도 즉위식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자, 잭 스미스가 고통받고 있는 곳으로.
다시 성물이 있는 자리에 모인 네 사도들이 검은 덩이를 바라봤다.
그곳에 기존 잭 스미스의 모습은 없었다.
마치 검은 알처럼, 끈적하고 음습한 검은 기운으로 감싸진 덩어리만 존재할 뿐이었다.
하지만 사도들은 천천히 자리에 앉아 준비했다.
마계의 진정한 주인이자, 마신을 이끄는 다섯 사도 중 하나.
2사도, 잭 스미스를 맞이할 준비를.
* * *
또 시간이 흘렀다.
배지민이 각성한 것 말고는.
아직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잭 스미스도 그대로였으며, 아린도, 주동훈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 결국 새해를 맞이하기 일주일 전까지 왔다.
그리고 그 순간.
쏴아아아아!
지구 전역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각국 기상청은 난리가 났다.
갑자기 온 지구에 비가 내리는 말도 안 되는 이상 현상이 생기는 것은 바로.
– 드르르륵!
고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기괴한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유영하던 고래의 눈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드러나는 소름 돋는 시뻘건 눈동자.
– 부우우우우우우우우!
그 순간.
고래의 지느러미가 힘차게 젖혀졌다.
항상 고래를 주시하고 있던 방송국들은 재빨리 중계진을 꾸려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띠링!] [배치고사 후 첫 리그전.] [결전의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참여할 랭커들은 제한 시간 안에 각자의 자리로 이동해 주세요.] [제한 시간 – 168 : 00 : 00]168시간.
딱 일주일의 시간을 남겨두고, 카운팅이 시작되었다.
별천지의 회의실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부길마님.”
권탐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떡해야 해요? 이러다 정말 길마님 없이 리그전을 치러야 할지도 몰라요!”
“……진짜.”
김진아도 발을 동동 굴렀다.
대비한다고 하긴 했지만, 그가 없으면 대비해도 대비가 아닌 게 된다.
왜냐?
주동훈이 없으면 열 스켈레톤도 참전을 못 한다.
별천지 최강 전력 중 하나인 만술 노인이나 백무흔도 리그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거다.
지구엔 굉장히 치명적인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왕군으로부터 전달받았다.
2사도가 곧 깨어날 소식이라고.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최상급 마왕 전부가 다시 도시로 모였다는 말은 이제 곧이라는 말도 된다.
‘하지만.’
잭 하나로는 안 된다.
지구의 팀은 하나가 아닌 다섯이니까.
그러던 순간.
“진아!”
스틱스 멤버 중 하나인 카푸가 외쳤다.
“예?”
“방금, 2사도가 깨어났다는 소식이다!”
“저, 정말요?”
벌떡.
김진아가 일어섰다.
현재 주동훈이 없는 지구에서 그나마 가장 기대할 수 있는 카드가 바로 잭 스미스.
“가죠. 다 같이 마계로 넘어가요!”
김진아가 결단을 내렸다.
훈련하느라 잠깐 복귀했던 멤버들을 데리고 다시 잭을 맞이하러 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