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2화
의식이 없는 동안(2)
만술 노인 vs 배지민.
두 거성의 기세를 느꼈을까?
주변에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수하들부터, 잭을 제외한 팀장들, 그리고 별천지의 멤버들까지.
쿠과가가가……!
이미 기세만으로도 여기 도시를 다 날려 버릴 수도 있을 만큼의 파급력이라 모여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플로아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지민, 저거. 각성한다 뭐다 하더니, 진짜 해낸 거야?”
배지민의 천재성에 대해서는 여기 있는 모두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델라일라가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 또한 모든 랭커들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작 반년 정도 만에 저 정도의 기세는 너무하지 않은가!
천재라 하더라도 정도란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허어! 동생이 매번 데리고 다니던 이유가 있었구만?”
장대웅 역시 놀라 중얼거렸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주동훈의 제자라고는 하지만, 배지민은 아직 랭커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된 초짜 중 초짜다.
따지자면 이제 겨우 솜털을 벗어날 정도의 짬밥?
그런 그녀가 이토록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여, 주동훈의 스승인 만술 노인과 대적하다니.
다른 랭커들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 참 불공평해…….”
“저 괴물 같은 노인이랑 붙는다고?”
“난 왜 저런 천재가 아닐까.”
“저건 천재도 아니야. 솔직히 말해서 난 랭커에 들 수만 있다면 다 천재라 보거든? 랭커도 경쟁률 어마어마하잖아.”
“그치. 그럼 배지민은 뭔데?”
“배지민?”
누군가가 픽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더니 말했다.
“……괴물.”
“억.”
“길마님이랑 배지민. 딱 둘은 그냥 괴물이라 불러도 될 듯. 그냥 사람이 아니니, 천재도 아닌 거지.”
“그 말 맞네.”
랭커들이 떠드는 동안.
스윽.
만술 노인을 주시하던 배지민이 천천히 칼을 들어 올렸다.
가로로 눕혀진 검의 날이 상대를 겨냥했다.
노인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담담하게 그 매서운 자세를 부동(不動)으로 받아넘겼다.
그 긴장감이 지속되자, 서서히 구경꾼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집단의 어른들이 싸운다는데 예의 없게 떠들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이는 견식의 순간이다.
이들의 싸움으로 또 어떠한 깨달음을 얻을지도 모르는 법.
모두가 침을 삼키며 긴장한 낯빛으로 두 절대자의 부딪힘을 지켜볼 때였다.
스윽.
이번엔 배지민이 날을 반대쪽으로 돌리며,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았다.
노인 역시 몸을 비스듬하게 틀며, 배지민과 시선을 마주했다.
이런 것이 바로 고수들의 수 싸움일까?
보는 이로 하여금 목이 바싹 마를 정도로 긴 신경전이 이어지는 찰나!
“……먼저 갑니다!”
타앗!
배지민이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벼락처럼 치고 들어갔다.
쐐애애애액!
랭커들의 시선을 빌리자면, 서 있던 배지민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마치 대포알이 쏘아지는 느낌이랄까?
쿠과가가가!
직선으로 내지르는 그녀의 신형이 노인의 검을 강하게 때렸다.
‘아니.’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느껴지는 힘은 묵직하나, 이는 허수다.
옆을 보니, 역시나.
삽시에 이동한 배지민이 노인의 머리통을 향해 더욱 강렬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잘 막았다며 흡족해하고 있을 새에 자신도 모르게 목이 베어졌겠지.
하지만.
자신은 만술의 태사조다.
카앙!
노인은 여유롭게 그것마저 막아내었다.
또한 허리를 틀며, 그 막대한 힘을 유연하게 흘려보냈다.
하지만 배지민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그 흘림 수에 균형이 무너지고 빈틈을 보여야 할 법한데도.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허공에서 누워버림과 동시에 허리를 비틀어 칼을 강하게 휘저었다.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휘두름!
쐐애애액!
칼날이 노인의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감탄스러운 검격이었다.
“제법이다.”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배지민은 성장세만 천재인 게 아니었다.
‘닮았어.’
자신의 제자.
주동훈의 전투 방식과 묘하게 비슷했다.
델라일라가 괜히 포스트 주동훈이라고 외치고 다닌 게 아니었을까?
‘배우고 습득한 게지.’
주동훈을 따라다니며, 그의 전투 방식을 모조리 베꼈다.
또한, 거기에다 자신만의 색까지 입혀 버렸다.
콰가가가가!
배지민은 멈추지 않고 노인을 몰아세웠다.
지나간 그대로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어서 또다시 베어 들어왔다.
아까와 비슷한 수.
하지만 이번엔 허수가 두 번이다.
정면에서 한 번 때리고, 오른쪽에 나타나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왼쪽에 나타난 배지민이 칼을 휘둘러왔다.
그 정신 없는 검격들에도 노인은 진짜를 구별했다.
‘여기로군.’
노인이 진짜 힘이 담긴 칼을 쳐내지 않고 비틀어 검 면끼리 맞댄 후, 그것을 다른 쪽으로 밀어버렸다.
균형을 깨뜨리는 수.
하지만 배지민은 오히려 부드럽게 밀려남과 동시에, 허리를 틀어 뒷발차기를 날렸다.
검을 들었다고 검술만 사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만술(萬術)이 가져오는 묘미였다.
심지어.
화르륵!
그 발길질에 불의 기운까지 담겨 있었다.
주술(呪術).
한 가지 동작에 세 가지의 술(術)의 묘리를 섞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였다.
퍼억!
부지불식간에 그녀의 반대쪽 정강이에 부러지는 듯한 감각이 퍼졌다.
찰나의 순간, 고개를 숙인 노인이 검등으로 그녀의 종아리 혈도를 정확하게 때린 것이다.
통증보다는 마비의 개념이다.
하체가 묶인 전사는 거리 싸움에서 손실을 보는 법.
‘이런.’
당황한 배지민이 급하게 검을 휘둘러 노인을 가격하려 했다.
고수들의 싸움에는 한 방 차이가 극심하기에,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서는 어딘가를 마비시켜야 하는데…….
‘어디를?’
생각해 보니, 노인은 스켈레톤이다.
지금 보이는 형상도 폴리모프일 뿐, 정확히는 혈도가 없었다.
잠깐 당황할 찰나.
빠각!
노인의 검면이 다시 한번 정강이를 가격했다.
섬광과도 같이 빠른 속도였다.
그뿐이랴?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미소를 보아하니, 여유도 있는 듯했다.
“끄윽.”
결국 자세가 무너져 내린 배지민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황당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치사하다?
아니다.
원래 전투란 주어진 것을 활용해 상대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것.
사조님은 그것을 알고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과연.’
배지민의 입가에도 웃음이 피어올랐다.
애초에 그녀의 목표는 주동훈을 넘어서는 거다.
하지만, 이상한 원소의 힘을 쓰는 주동훈은 이미 저 멀리 올라가 있었다.
성운급 마왕들조차 그의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이제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오만이었나?‘
같은 거성인 노인마저도 저런 격차를 보이다니.
‘재미있어.’
오히려 배지민은 기뻤다.
자신의 성장을 위에서 누군가가 지도해 줄 자가 항상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일까.
타다닷!
배지민이 급하게 집힌 혈도를 풀었다.
태청심법을 익히며 혈도의 자리는 질리도록 외웠다.
“끌끌.”
노인이 웃었다.
“그래, 만술(萬術)의 전인이라면 자신의 몸 하나쯤은 관조할 줄 알아야지. 설마 거기서 주저앉았으면 실망할 뻔했다.”
“다시 갑니……. 흐읍?!”
말하려던 배지민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이번엔 반대로 노인이 먼저 치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전투 중에 누가 그렇게 누워 있느냐. 네 스승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흐앗!”
곧바로 일어선 배지민이 다시 한번 날아오는 정강이 타격을 피해내기 위해 하체를 낮추어 검을 내렸다.
그 탓에 당연히 상체가 빌 수밖에 없었고, 기다렸다는 듯 궤도를 틀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칼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세트업이었나?’
그럴 확률까지 계산해 두긴 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몇 번 맞다 보니 몸에 새겨진 본능.
스륵!
어쩔 수 없이 반대쪽 손으로 방패를 만들어내, 머리 쪽을 방어했다.
검과 방패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
이 역시 만술(萬術)만이 할 수 있는 묘미다.
하지만 노인은 검으로 방패를 때리지 않았다.
바디 페이크.
때리려는 시늉만 한 채, 다가온 노인이 방패를 발로 밟아 쭉 밀어버렸다.
결국, 배지민은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거기서 만들어진 빈틈을 노인이 놓칠 리 없었다.
“으헛!”
배지민은 결국 육탄전을 포기했다.
몸이 밀려 넘어지려는 와중에 아예 주문을 외웠다.
화륵, 화르르륵!
피어나온 불꽃들이 노인을 향해 쇄도했지만, 이내 배지민은 경악했다.
스릇!
노인이 있었다고 생각한 곳에는 이미 노인이 없었다.
남은 것은 잔상.
실제 노인은 이미 자신이 넘어질 자리에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검을 가져다 댄 채로.
‘이형환위…….’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 위치를 바꾸는 경신법으로,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나 백무흔이 자주 쓰는 무공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고 절묘했다는 것.
게다가 사용하는 상황마저 완벽했다.
‘이런.’
결국, 배지민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깔끔하다 못해 완벽하게 수를 읽히고 기세를 빼앗겨 버렸다.
’졌다.‘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이게 뭐, 전쟁터도 아니고 원수와 싸우는 것도 아니라 일종의 대련이었으니…….
노인 역시 그것을 깨닫고 검을 넣은 채, 넘어지는 그녀를 받아 들어주었다.
전투는 빠르게 끝났다.
랭커들이 보기엔 슉, 슉슉슉! 소리만 들리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다가 끝난 셈.
하지만, 배지민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대단하셔요, 사조님.”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경험과 노하우.
“끌끌, 네 스승을 가르친 게 나인데, 벌써부터 날 이길 생각이었느냐?”
“그건 아니지만요.”
노인이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대단했다. 내가 진심을 다해 상대해야 했을 정도로. 기세도 좋았고, 전투 경험도 많아 보이더구나.”
노인은 더없이 흐뭇했다.
제자에 이어 제자의 제자마저도 이리 성장할진대.
향후 자신이 만든 만술(萬術)이 세계를 넘어 이 우주를 진동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네 나이 때는 중급은커녕 칼이나 휘젓고 있었지. 네가 바로 우리 만술의 복이야. 허허헛!”
“그런 말씀 마세요. 아직 멀었어요.”
한창 싸우다가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는 두 존재에.
“…….”
“…….”
지켜보던 관중들은 그냥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말문이 막혔다.
생각하던 것보다 배지민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솔직히 말해서 반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던가.
잭을 제외한 각 팀장들은 매번 노인의 발길질에 바닥을 청소해 가며 심신을 단련했고.
나머지 랭커들 역시 델라일라가 만들어낸 말 같지도 않은 시련들을 처리해 내면서 기존과 확연히 달라질 정도로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배지민의 성장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비록 노인에게 졌지만, 여기 있는 그 누가 노인과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을까.
“허허, 이놈들아. 잘 보았느냐?”
어르신이 지켜보던 관중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희들 역시 꾸준히 단련하거라. 그리하면 이런 성과를 보는 날이 분명히 있을 것이야. 알겠느냐?”
동시에 뒷짐 진 노인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다가도 본능적인 한숨이 푹 내쉬어진다.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제자 녀석.
도대체 언제 돌아오려나.
‘빨리 돌아오거라.’
다들.
너만 기다리며 이 악물고 훈련하고 있으니 말이다.
배지민의 각성 이후.
랭커들의 훈련 강도는 더더욱 올랐다.
자극이 된 것이다.
‘나도 할 수 있어.’
‘말이 괴물이지 사실은 같은 인간이잖아? 엄청나게 노력했겠지.’
‘비록 저들과 똑같아지진 않을지언정, 도태되지는 말자!’
노인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만약 자신에게 문파란 게 있었으면,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