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1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14화
천계(7)
천계와 마계는 서로 대척점에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대치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제법 힘의 균형이 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계와 마계는 비슷한 부분이 꽤나 많았다.
그중 하나가 크기였다.
마계가 넓었던 것처럼 천계 역시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광활했다.
천사들은 그 방대한 천계를 빈틈없이 순찰하고 꼼꼼하게 살핀다.
외부인을 배척하라는 천신의 명 때문인데.
그것만 봐도 천사들의 수가 얼마나 방대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으음……?”
“뭐지.”
그 흩뿌려진 권천사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붉게 일렁이기 시작하는 균열.
천계 역사상 하늘이 붉게 변한 하늘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다.
“마족.”
“……마계의 침입인가?”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술렁술렁.
천사들이 무기를 꼬나 쥔 채,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대다수가 경험하진 못했지만 오래된 선임들은 말한다.
마계와 싸울 당시 지겹도록 붉은 하늘만 쳐다봐야 했다고.
– 키이이이이이이!
– 크케케케케케……!
저 하늘에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흉측한 마물들의 음성이 새어 나온 것은 그때였다.
기록에 의하면, 마물들에게 천족은 맛있는 식사 거리라 했다.
“어, 엄마! 이게 무슨 소리야? 무서워!”
“애야, 걱정하지 말아라. 집안에 꼭꼭 숨어 있으면 천사님들이 우릴 지켜주실 거야.”
나와서 일을 보던 천족들도 모두 집안으로 들어서 방문을 잠갔다.
권천사들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처음엔 의심이었지만, 소리까지 들리니 확신으로 바뀐 거다.
“지금 인간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마족, 마족입니다! 역사 속에나 적혀 있던 그 악마들이요! 당장 주천사께 보고해야 합니다!”
“기다려 봐라.”
수많은 권천사들이 주천사께 개인적인 보고를 올렸다.
우우웅!
품속에 가지고 있던 마법구를 들어, 기운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천계에 존재하는 네 주천사들에게 응답이 오지 않았다.
이곳저곳 번갈아 가며 보고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 하나 답장 주는 이가 없었다.
“뭐지?”
“마법구가 먹통인가?”
“……자드키엘 님! 자드키엘 님 급보입니다!”
아무리 외쳐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럴 수밖에.
권천사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천계를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영웅이자, 그 드높은 주천사들이 누군가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고 있으리라고는…….
* * *
천계 가장 위.
드높은 상품 천사들이 거주하는 곳.
올곧은 자세로 앉아 있던 미카엘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펄럭!
자연스럽게 뻗어 오르는 여섯 날개의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숭고했다.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군.”
저벅.
방 밖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역시나…….
“붉다.”
천계의 하늘은 일종의 경보 장치였다.
마의 기운이 느껴질 때, 붉게 물들도록 해놓은 것.
“마족들인가. 그들이 어찌…….”
억겁의 세월 동안 서로 싸울 수 없는 이유를 미카엘은 분명히 안다.
우주 패권의 찬탈자들.
그들에게 완전히 밀린 천신과 마신이 스스로를 봉인하고 우주 구석으로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찌 저들이 이곳으로 오는 건지.
와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뭔지.
실익……?
픽.
미카엘이 웃었다.
아무래도 오랜 기간 마족들을 보지 못하다 보니, 신경이 무뎌진 것 같았다.
그 무식한 놈들이 실익을 따지면서 이런 곳에 올 리 없지.
천족 하나 더 죽일 수 있다면, 지옥 불 속에도 몸을 던지는 게 그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지.”
스릉!
미카엘이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대천사 중 전투로는 가장 특화된 천사, 성 미카엘.
“미카엘!”
“……이미 준비하고 있었나.”
저 멀리서 하나둘 대천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파엘, 가브리엘, 우리엘부터 사리엘, 라구엘, 라미엘까지.
7대 천사가 한자리에 모였고.
그 외 지천사들과 좌천사들도 모두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날아들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마족들이라니요! 어찌 천신께서 봉인되어 있는 순간에 이런…….”
각자 격해진 마음으로 웅성거리고 있을 찰나.
“미카엘.”
지천사장 가브리엘이 다가왔다.
“이런 생각하기 싫지만, 어쩌면 최악의 상황일 수도 있다.”
“……마신의 부활을 말하는 건가?”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최악이지만……. 그것보단, 천신의 날개를 그놈들이 얻었을 수도 있어.”
날개를?
마족들이?
하지만, 분명 균열의 틈으로 들어오는 종족은 인간이라 했다.
그렇다면 인간 세계의 존재가 날개를 얻었던 것일 텐데.
또 모르긴 했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마족들은 빈번하게 인간 세계를 점령하곤 했었으니까.
“머리 아프게 됐군.”
만약 그런 거라면, 회수하기 힘들어진다.
한때 마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게, 천신께서 만드신 그 날개 아니던가!
그러한 신기를 마족들이 손쉽게 내어줄 리 없었다.
미카엘이 그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을 찰나였다.
“미, 미카엘 님!”
저 멀리서 누군가가 힘차게 날아오고 있었다.
“저자는…….”
“하쉬말이로군.”
“급한 게지. 마족들이 나타났으니.”
상품 천사들이 귀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주천사 하쉬말은 상품 천사들의 의지를 천계 곳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하며, 그 때문에 그들과 접점이 많았다.
“지금 당장……. 오셔야 합니다.”
“마족 때문에 그러느냐?”
“급할 필요 없다. 우리도 이미 인지하고 있으니.”
“보아라, 다 모여 있지 않느냐.”
상품 천사들이 웃으며 말하자, 하쉬말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 그게 아니라. 미카엘 님!”
오히려 상품 천사들을 제치고 미카엘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섰다.
“음?”
미카엘이 고개를 좌로 살짝 꺾었다.
하쉬말은 바보가 아니다.
하늘이 붉어졌고.
대천사들이 전부 모인 상황에, 이곳까지 와 [마족들이 나타났습니다!]라는 당연한 소릴 외칠 일은 없을 터.
“무슨 일이냐.”
“미카엘 님……. 1시간……. 아니 30분 안에 주천사들이 있는 곳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꿀꺽.
하쉬말이 침을 삼켰다.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말하긴 해야 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주천사 넷이 인간 하나에게 당했습니다. 그가 대천사와 모든 상품 천사들을 불러오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남은 주천사들을 몽둥이로 패겠다고 했습니다.”
“……?”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게 무슨 소리지?
고개를 좌로 살짝 꺾은 미카엘뿐만 아니라, 다른 대천사들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주천사 넷이 인간 하나에게 당해?
아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뭐?
몽둥이?
미카엘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네가 장난을 칠 성격도 아니고.”
혹여 농을 치더라도.
이런 심각한 상황에 그럴 아이는 더더욱 아니다.
“자, 장난이 아닙니다. 저도 맞았습니다. 맞은 다음에 치료해 줘서 이 모양인 거지, 원래는 날개도 꺾였었습니다. 부디, 부디 미카엘께서 그놈을 응징해 주시옵소서!”
“……주천사를 이긴 인간이라.”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어찌해야 할까.
원래 같았으면, 직접 나서서 해결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라미엘.”
“예, 치천사시여.”
미카엘의 부름에 라미엘이 한걸음 나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7대 천사 중 가장 아래 자리에 있는 천사였다.
“너는 어찌 생각하는가.”
“치천사께서는 마계의 움직임에 대응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주천사를 잡았다 한들, 인간은 인간일 뿐입니다.”
라미엘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상품 천사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가 등장한 이상, 인간의 침입은 아주 사소한 문제다.
마계의 다섯 사도.
그 끔찍한 놈들을 막기 위해서는 7대 천사가 움직여야 하니까.
“그러하니, 제게 맡기십시오. 제가 혼자 가서 처리한 후 보고 올리겠습니다.”
“하, 하지만.”
옆에서 듣던 하쉬말이 나섰다.
“그 인간이 분명 전부 데려오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인간에게 맞기라도 할 거란 말이더냐?”
라미엘의 전신에서 준엄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심장을 철렁케 하는 그 기운에 하쉬말이 일순 몸을 움츠렸다.
천사 중 가장 고귀한 일곱 천사.
그중 하나에게서 나오는 기세라 당연히 숨이 턱 막혔지만…….
‘그놈.’
하쉬말이 몽둥이 든 인간을 떠올렸다.
또한 그를 섬기는 수하들도 떠올렸다.
‘왜일까. 이상하게 그놈이 더 무섭다.’
그래서 웬만하면 대천사 미카엘께서 직접 나서주길 원했다.
괜히 확실하게 처리 못 했다간 그 몽둥이가 다시 한번 자신의 몸으로 떨어질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더 나서기도 어려웠다.
면전에 대고 라미엘님 말고 미카엘님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어찌 말한단 말인가.
“이 사태가 종결되고 나면, 너희 주천사들도 징계를 내릴 것이다. 어찌 인간에게 맞고 다닌단 말이냐! 이는 천계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치욕스러운 일이니라!”
라미엘의 꾸지람에 하쉬말이 고개를 떨구었다.
물론, 억울한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 역시 과거에 인간을 만나봤다.
천계가 우주를 지배할 당시에도 활동할 만큼 오래된 천사이니까.
그중에는 분명 주천사와 비등할 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인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그놈은 암만 생각해도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인간일 리 없었다.
“라미엘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리하라.”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머지 대천사들은 듣거라. 이 미카엘의 이름으로 명하나니, 천계의 모든 천사들을 나의 성전으로 집결토록 해라. 감히 성스러운 천계를 더럽힌 마계 놈들을 함께 처단하겠다.”
““예!””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 * *
키에에엑!
키르르르르……!
마물 군단과 마계의 수많은 마왕들이 각자의 군대를 이끌고 천계로 넘어왔다.
그런 그들은 사도의 인도에 따라, 주동훈이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마족뿐만이 아니었다.
지구의 랭커들, 심지어 김진아까지도 천계로 넘어왔다.
콰가가가!
콰아아아앙!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마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기도 했고, 천사들의 날개가 다 뽑히기도 했다.
전투는 마계의 확실한 우세.
마족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능천사가 아닌 이상, 일반 천사들은 별다른 실전 경험이 없었다.
매번 동족끼리 전쟁을 일으키는 마족들의 투기를 감당하지 못했다.
힘에서 밀린 권천사들은 결국, 마족들에게 하나둘 길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고.
수많은 마족들이 주천사 회의실.
즉, 주동훈 앞에 집결하게 된다.
“음, 각도 좋군.”
위이잉!
그리고 그 모습을 카푸가 전부 촬영하고 있었다.
이는 김진아가 시킨 거다.
리그를 앞두고, 이 영상 또한 주동훈과 별천지의 브랜드 가치를 더더욱 끌어올릴 거라나?
카푸도 백번 동의했기에, 이전보다 더 성심껏 촬영했다.
그리고 그 시각.
굉장히 불안한 표정으로 이 사태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주천사 자드키엘, 야리엘, 무리엘이었다.
완전히 제압된 상태로, 하나둘 모여드는 마족들을 바라보며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저 인간.
악마 같은 게 아니라, 진짜 악마였어?
“자아, 10분 남았다.”
투욱, 투욱!
주동훈이 씩 웃으며 다시금 몽둥이를 튕겼다.
“그때까지 니들 상관 안 오면, 다시 처음부터 맞는 거야.”
여기서 상관이란?
당연히 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