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1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15화
천계(8)
저 높은 하늘로부터.
쐐애애액!
두 천사가 허공을 가르며 날고 있었다.
주천사 하쉬말과 대천사 라미엘.
둘은 붉어진 하늘로부터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마족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라미엘 님.”
하쉬말이 포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뭐가 말이냐.”
“그 인간 말입니다. 너무 절묘합니다. 하필 마족들이 나타난 날에 등장한 데다가, 가진 힘이 너무 비상식적이니…….”
“아직도 그 소리냐?”
말을 끊은 라미엘이 차가운 눈으로 하쉬말을 쏘아봤다.
“……네 눈에는 저기 내려오는 마족들이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하지만.”
“시끄럽다. 그 이상의 발언은 월권이야. 이미 치천사께서 명하신 일이다.”
라미엘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저기 내려오는 수많은 마족을 두고, 미카엘께 직접 인간을 잡아달라 요청한 것이니까.
하지만 하쉬말은 답답했다.
그리고 이제야 동감했다.
얻어맞고 온 야리엘의 그 간절한 마음을.
‘답답했겠구나.’
하쉬말은 몽둥이를 든 주동훈을 떠올렸다.
분명 인간인데,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자.
그와 라미엘이 싸운다면?
‘……솔직히 모르겠어.’
하쉬말은 라미엘의 전투 능력을 잘 안다.
전쟁도 같이 뛰어봤고, 가끔 지도를 받기도 했었으니까.
분명 존경받을 만큼 뛰어난 대천사인 것은 맞다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그 무시무시한 인간이 지는 그림이.
그렇다면 그 몽둥이에 라미엘께서 처맞을 수 있다는 건데.
그것만큼은 보기 싫었다.
대천사는 천계의 기둥.
타 종족, 그것도 마족도 아닌 인간에게 기둥이 무너진다는 것은 천계 역사상 가장 큰 치욕으로 남을 게 분명했다.
하쉬말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라미엘이 기세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네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이냐. 설마 내가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냐? 그것도 고작 인간에게?”
“……저는 확실하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상대는 주천사 넷을 이긴 자입니다.”
“너희를 이기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압니다. 다만 무서운 것은 상대의 힘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인간에게 생채기 하나도 내지 못할 만큼 압도당했으니까요.”
“쯧쯧.”
라미엘이 혀를 찼다.
“마인드가 틀려먹었구나. 그가 만에 하나 강한 상대라 한들,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순교하면 될 것을.”
“…….”
그렇겠지요.
하쉬말이 낮은 한숨을 쉬었다.
할 말이 없었다.
몇 시간 전 자신도 저런 생각이었으니까.
웬 백발 노인에게 몽둥이찜질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여하튼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미엘이 시선을 저 멀리 보이는 성전(聖殿)에 두었다.
주천사 자드키엘의 신성한 전당.
스릉.
결연한 표정을 지은 라미엘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 * *
투욱, 툭!
바닥에 착지한 두 천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족들의 향.”
라미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에 마기에서만 느껴지는 그 퀴퀴한 잔향이 느껴졌다.
정말인가?
정말 저 전당 안에 있는 인간이 마족과 관련 있는 자였나?
후웅!
라미엘이 신경질적으로 검을 털어 내렸다.
“그렇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지. 하쉬말.”
“예.”
“저 구멍 안인가?”
전당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주천사 야리엘이 도주하면서 부숴 버린 벽면이었다.
“……그렇습니다.”
“흠.”
라미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신기하긴 했다.
대천사 정도 되면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 생명체라면 전부 감지될 법도 한데,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저 전당을 둘러싼 느낌이었다.
‘하지만.’
라미엘은 용기의 대천사.
천신의 명을 따르는 데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따라오너라.”
저벅.
기어코 라미엘이 구멍 안으로 들어섰고.
이내.
“음?”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 * *
‘뭐지?’
전당 내부는 넓었다.
가운데에는 한 사내가 퉁, 퉁! 몽둥이를 튕기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는 주천사 셋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뭐, 여기까진 괜찮았다.
주천사씩이나 되어가지고 끝까지 싸우지 않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좀 괘씸했으나, 여기까진 하쉬말에게 들은 대로였으니까.
하지만, 첫째.
생각보다 많은 인간이 이곳에 있었다.
인간인 주제에 하나같이 천사들과 비슷한 힘을 가진 이들이었다.
뭐,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인간들이 몇 명이든 라미엘은 자신 있었으니까.
그러나.
“오호, 라미엘인가?”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라미엘의 감정이 점차 당황으로 변했다.
휙!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칙칙한 두건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공포스러운 사자 갈기.
“마……. 르바스?”
라미엘이 살짝 뒷걸음질 쳤다.
세상에.
왜 여기에 마르바스가 있단 말인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야,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라미엘이 대천사씩이나 되다니. 원래는 그저 그런 상품 천사 중 하나였을 텐데.”
휘리릭, 탁!
부채를 튕기는 바사고와.
“근데 분명 마신의 사자께서 대천사 전부를 부르셨다 하지 않았나? 왜 너 혼자 온 거니?”
채찍을 질질 끌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가미긴.
그리고.
“…….”
저 뒤에 말없이 앉아 있는 존재를 모를 수가 없다.
“……바알.”
마계의 1사도이자.
대천사 미카엘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다고 알려진 마왕 중 마왕.
라미엘이 순간 할 말을 잃고 멍한 눈으로 하쉬말을 바라봤다.
하쉬말이 고개를 살살 저었다.
자신도 이럴 줄 몰랐다는 제스처였다.
잠깐의 적막 후.
“하쉬말.”
저벅.
주동훈이 한 발짝 걸어 나와 묻자, 그녀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저 서슬 퍼런 몽둥이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덜덜.
절로 몸이 떨렸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분명 네 상관 전부를 데려오라 하지 않았나?”
으득.
하쉬말이 이를 씹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말을 안 듣는 걸 어쩌란 말이냐!
“뭐, 아무래도 좋아.”
주동훈이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고작 30분 때린 걸로 퉁 치는 게 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잘됐지 뭐. 내가 보기보다 신의가 있는 사람이라 뱉은 말은 꼭 지키거든? 자, 이리 와서 맞을 준비 하자.”
시, 신의?
그딴 신의는 안 지켜도 돼!
하쉬말이 울상을 짓고 있을 찰나.
“허.”
라미엘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다섯 사도가 있는데도, 저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마신.”
그래.
인간의 모습은 그저 탈일 것이다.
저자의 안에 마신이 잠들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끔찍한 바알이 그저 가만히 앉아 있을 리 없다.
“이 비겁한 마족 놈들.”
스릉!
라미엘이 용기 있게 칼을 들어 올렸다.
상대가 사도든, 마신이든 상관없다.
자신은 그저 천신의 명을 수행하는 존재이기에.
그가 중얼거렸다.
“인간의 탈을 쓰고 천계에 들어온 것이었더…….”
하지만, 그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다.
퍼어어어어억!
말하는 그의 입으로 주동훈의 몽둥이가 날아와 틀어박혔으니까.
“꺼, 꺼헉?”
“하여튼, 이놈들은.”
퍼어어어어억!
다시금 그의 몽둥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번에.”
퍼어어어어억!
“불러서 체벌하면 될 일을.”
퍼어어어어억!
“귀찮게 한 놈씩 쳐 오고 있어.”
퍼어어어억!
라미엘의 몸 구석구석에 몽둥이가 철퇴처럼 떨어졌다.
문제는 알면서도 막을 수 없다는 거다.
그의 몽둥이는 빠르면서도 정확했고, 인지할 때쯤이면 이미 몸에 박혀 있었다.
게다가?
“끄, 끄아아아아악!”
고통이 어마어마했다.
퍼어어어억!
마지막으로 복부 한 대를 맞고.
“꾸에에에엑!”
내용물을 게워내는 라미엘을 바라보며, 주동훈이 목짓했다.
약속대로.
다시 구타를 진행하라는 말.
그에 맞추어 스켈레톤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린이 손아귀에 엘로이즈의 불꽃을 태워 올렸고, 백발노인이 어딘지 모를 곳에서 몽둥이를 다시 꺼냈다.
다나는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성스러운 빛을 뿜어댔다.
“자, 잠깐만.”
자드키엘이 엉덩방아를 찧은 채, 뒤로 기어가며 울상을 지었고.
하쉬말 역시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누가 보면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이들은 인간을 잔혹하게 학살했고, 주동훈 역시 인간인 이상 그에 응당한 대가를 줄 생각이었다.
그것이 그의 신조이니.
“끄하아아악!”
한편, 처맞고 있는 라미엘은 후회했다.
하쉬말 역시 경험 있는 주천사이고, 그녀의 말을 어느 정도는 들어주었어야 할진대.
상대를 경시해도 너무 경시했던 거다.
차라리 정말 그녀 말대로 대천사 모두를 데려갔었다면 또 얘기가 달라졌을 거다.
“끄흐으으읍!”
라미엘이 고통 속에서도 눈을 부릅뜬 채,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그 검이 채 들어 올려지기도 전에 팔에 몽둥이가 틀어박힌다.
“끄아아아아악!”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반대쪽 주먹을 뻗어보지만, 이미 주동훈의 신형은 쏙 빠져버린 뒤다.
어디 갔지?
하고 시선을 좌우로 흔들면?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느려 터졌구나.”
“흐억!”
재빨리 몸을 빙글 돌려, 검을 휘둘러 보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채 몸이 돌기도 전에.
퍼어어어어억!
그의 몽둥이 타작이 먼저 틀어박힌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래도 대천사는 대천사라는 걸까?
성운급답게, 제법 반항했다.
하지만, 주동훈은 거대 성운.
그것도 여섯 구신의 기운을 담은 우주 최강의 육체를 지녔다.
라미엘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한들,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후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미긴이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그녀의 시선은 아까부터 주동훈에게만 박혀 있었다.
과연 마신의 사자라는 걸까?
시원시원하게 천사들을 패는 그의 모습이 참 호감이었다.
이쯤 되면, 그가 사자라서 따르는 게 아니라 정말 마음으로 따를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천계 한복판에 들어와 천사들을 하나둘씩 불러 패는 상황이라니.
퍼어어어어억!
몽둥이찜질이 반복될수록, 사도들의 충성도는 점점 더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 * *
대천사 라파엘은 악마들을 상대하기 위한 군대, 능천사들의 수장이다.
능천사들은 일반 천사들과 개념이 좀 달랐다.
대(對)악마 병기.
평소에는 힘을 잘 못 내지만, 마족들을 상대할 땐 그 힘이 뻥튀기된다.
움직일 때마다 광휘를 뿜어대기에, 빛의 군단이라고도 불렸다.
“미카엘.”
저벅.
라파엘이 수만 능천사들을 이끌고, 미카엘의 앞에 섰다.
“준비됐나?”
가장 높은 위(位)의 천사, 미카엘이 묻자.
“그것보다는 이걸 봐라.”
우우웅!
그가 화면 하나를 띄워 올렸다.
화면에는 천계로 들어오고 있는 다섯 사도의 모습이 잡혀 있었다.
“……정말로 전부 건너왔군.”
“문제는 저들이 전부 어디로 향한 줄 아는가?”
“어디인가.”
“……주천사 자드키엘의 전당.”
“뭐라?”
미카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약 1시간 전, 라미엘을 보낸 그곳이 아니던가.
주천사들을 팬 인간이 있다는 곳.
그들이 전부 그곳으로 향했다는 건…….
‘정말……. 가브리엘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
일단은.
사도들의 위치를 알았으니, 미카엘이 직접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
또한 다섯 사도가 있는 그곳이 마계 군대의 본진일 터.
“서둘러야겠군.”
어쩐지.
아직까지 라미엘의 보고가 없는 게 이상했다.
“전투 준비는 끝났다. 모든 능천사와 역천사 군대가 진열을 갖췄고, 후퇴했던 권천사들도 모두 합류해 대형을 구축시켜 놓았다. 뿐만 아니라, 상품 천사들도 각자의 위치에 들어가 대열의 균형을 갖추었다.”
미카엘이 원수라면, 라파엘은 총사령관이다.
천계의 군대를 지휘 감독하는 최고 권한을 가진 대천사.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즉시 출정하라. 내가 앞장서겠다.”
스릉.
그가 검을 뽑아 들었다.
마계의 다섯 사도?
그들이 전부 모였다 해도 상관없었다.
‘너희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왜냐.
이곳이 천신이 봉인시켰던 자신들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홈그라운드 이점.
미카엘은 그걸 살릴 방안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