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
엘드린과 드미르 (1)
엘드린.
그리고 드미르.
숲과 바위 일족의 영웅이자, 이 세계의 패악 거대마룡을 잠재웠던 절대자.
「드루건은 강해요. 당장 이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거력을 가지고 있죠.」
당시 숲의 일족을 지휘했던 절대자.
월광(月光) 엘드린은 항상 용을 주시했었다.
간악한 용.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굳이 세상을 멸(滅)하는 것보다, 두 일족을 야금야금 괴롭히고 약탈했던 존재.
어느 날, 엘드린은 주장했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력 차가 상당해 죽일 순 없겠지만, 바위 일족과 힘을 합치면 어찌어찌 봉인까지는 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엘프들만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다.
드워프의 블랙스미스와 연금술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렇기에 엘드린이 먼저 드워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감일세. 우리도 용의 횡포에 지쳐가던 참이야.」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는 흔쾌히 손을 붙잡았다.
「무기가 필요한가? 마법을 보충하고 싶은가? 우리가 만들어주겠네!」
훗날 대종족화합이라 불리는 장면.
두 종족의 시너지는 엄청났다.
그동안 당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격렬하게 움직였다.
드워프가 만든 무기를 엘프들이 보급받았고.
여왕의 명에 단합한 엘프들은 목숨을 버려서까지 싸움에 임했다.
그러다 어떻게 용을 봉인시킨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이것.
‘왜 두 영웅은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가!’
그리고 또.
‘왜 아직도 두 종족은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가?’
그게 내가 이 던전에서 찾아야 할 비밀이었다.
* * *
“아아, 영롱하도다.”
신비하게 빛나는 둘의 유물을 보며, 눈을 빛내는 다그나르였지만.
섣불리 다가가진 못하고 있었다.
아직 움직이지 않는 내 존재 때문.
“제가 먼저 확인해 봐도 될까요?”
내가 상냥하게 물었다.
말은 상냥했지만, 다그나르로서는 어찌 거절할 수 없으리라.
쿠웅!
태양이가 창을 바닥에 내려찍으며 그를 빤히 응시했기 때문.
“다, 당연하지! 자네 덕에 오게 된 건데! 하, 하하하! 난 괜찮다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마룡의 봉인지’ 바닥입니다.]전체적인 외형은 제단의 모습이었다.
어떤 제물(祭物)을 바치기 위해 만들어진…….
어찌 보면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공간.
두 유물.
활과 망치는 그곳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활.’
나는 먼저 가까이 붙어 활을 바라봤다.
정보가 떠올랐다.
[아이템 : 엘드린을 위하여] [등급 : S] [종류 : 활] [설명 :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가 영원한 동료 ‘엘드린’을 위해 선물한 활입니다. 엄청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모든 스탯 20 증가.] [효과2 : 특수한 마법으로 쏜 화살이 무한정 회수됩니다.] [효과3 : 스킬 쿨타임 20% 감소.] [효과4 : 기력 50 증가.] [효과5 : 스킬 위력 200% 증가.] [효과6 : 오직 ‘월광(月光) 엘드린’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미친……?’
엄청난 성능이었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 ‘스킬 위력 200% 증가’라니?
어떤 스킬을 쓰든 3배의 위력을 낸다는 말 아니던가!
똑같은 S급 아이템, ‘화룡의 지팡이’와 비교해도 말이 안 된다.
[불 속성 스킬 위력 100% 증가.]화룡의 지팡이는 오직 ‘불 속성 스킬’이라는 제한이 있는데도 2배의 위력인데…….
‘과연, 귀속 아이템이란 건가?’
귀속 아이템은 범용 아이템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
아마 이 아이템을 ‘엘드린’에게 한정함으로써 더 뛰어난 성능이 된 것 같았다.
‘다음은 망치.’
나는 시선을 돌렸다.
[아이템 : 드미르의 망치] [등급 : S] [종류 : 망치] [설명 :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가 본인을 위해 만든 망치입니다. 엄청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주변 기구 없이도 ‘생산 관련 스킬’ 사용 가능.] [효과2 : 자연의 ‘기’를 망치에 담아, 아이템에 마법 부여(Enchant) 효과를 부여합니다.] [효과3 : 생산 속도 500% 증가.] [효과4 : 기력 100 증가.] [효과5 : 오직 ‘드미르’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망치 또한 뭔지 몰라도 대단해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인챈트의 개념과 생산 속도까지 증가하는 망치라니.
스릅.
절로 군침이 돌았다.
뼈육이가 쓰면 참 잘 쓸 수 있을 텐데.
이것 역시 귀속 아이템이라는 게 좀 아쉬울 뿐이었다.
“음?”
두 아이템을 살펴보던 내 눈에 띄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두 무기 사이에 놓여 있는 검은 구슬.
오묘하게 생겨서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띠링!] [‘금제(禁制)의 구슬’을 발견합니다.]금제의 구슬?
그건 또 뭐지?
궁금해서 기웃거려 봤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기력 50을 사용합니다.] [스킬, ‘기억 재현’(S급)을 발동합니다.]익숙한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했다.
그렇다는 건.
주변에 내가 기억을 읽을 만한 ‘망자’가 있다는 말인데?
[‘저주받은’ 망자, ‘월광(月光) 엘드린’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저주받은’ 망자, ‘위대한 드미르’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잠시 후 이동합니다.]뭐?
엘드린과 드미르의 기억?
나는 눈을 빛냈다.
본능적으로 이곳에 던전의 실마리가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
‘가보자.’
주먹을 꽉 쥘 찰나.
엄청난 밝기의 빛이 온몸을 집어삼켰다.
* * *
“…….”
부유감이 느껴졌다.
주변은 굉장히 어두워 보이는 숲.
의식만 있고 형체가 없는 게.
과거 노인의 기억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이, 이게 뭔가?”
“엥?”
이곳에 다그나르도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 자네가 투명하게 보이네! 내 몸은 안 보이고! 도대체 이게 무슨 요사스러운 술법인가!”
“…….”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내 근처에 다그나르가 있었던 게 문제가 된 것 같은데.
“도……대체 여긴 어디지? 숲? 엘프 구역에 이런 숲이 있었나?”
“제 예상이 맞다면 아마 500년 전 이 세계의 기억일 겁니다.”
일단, 대충 설명해 줬다.
뭔진 모르겠다만, 좋게 생각하자.
다그나르가 옆에 있다면, 적어도 심심하진 않을 테니.
“500년 전?”
“저길 보세요.”
나는 눈짓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숲 그늘 속.
그곳엔 한 엘프와 드워프가 서 있었다.
* * *
“엘드린.”
드워프가 묵묵히 엘프를 불렀다.
그 시선에는 지금과 같은 적의(敵意)가 없었다.
“그간 고생 많았네. 100년간의 혈투도 오늘로 종지부를 찍겠군.”
“예, 드미르도. 그간 고생 많았어요.”
둘의 표정에는 각오가 서려 있었다.
적막한 공간에서의 침묵.
그 침묵 속에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었다.
왜냐.
바로 오늘 밤이.
둘이 목숨을 바쳐 거대마룡과 최후의 결전을 펼치기로 약조한 날이기 때문.
아무리 둘이 영웅이라지만.
그들도 생명인지라, 목숨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내, 엘드린의 숨소리가 가라앉았다.
“고마웠어요. 우리 종족이 결심하던 날. 그대가 손을 잡아줘서.”
“그런 말 말게. 당연한 수순이었으니까.”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숨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거칠었다.
“세상에 죽어야만 하는 목숨 같은 건 없으니까요. 저야 일족을 책임지는 여왕이라 그럴 수 있다지만 당신은…….”
“쯧, 시끄럽네.”
“드미르.”
“흐흐, 약조하지 않았나. 그대도 나도. 서로의 종족을 위해서 싸우기로. 기어이 맞지 않는 두 종족을 화합시켰고 결국 여기까지 왔네. 그 과정에 후회는 없어. 그러니 내 다시 한번 말하겠네.”
“…….”
“그런 말은 넣어두게.”
“고마워요.”
엘드린이 활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드는 대장장이가 손수 만든 특제 활이었다.
드미르 역시 망치를 들었다.
생산 도구가 아닌, 거의 마법 지팡이 수준의 망치였다.
– 크르륵!
그에 맞추어.
세상이 더욱 짙게 잠겼다.
숲의 지평선 너머로 거대한 용이 몸뚱어리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지독한 살기(殺氣).
흉포한 바람에 산천초목이 벌벌 떨었고, 모든 생명이 숨을 죽였다.
두 종족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폭군.
거대마룡(巨大魔龍) 드루건의 본체!
“드미르.”
“…….”
“준비됐나요?”
“준비야 언제든지. 내 저 빌어먹을 용에게 한 방 먹일 수만 있다면 세상에 심장을 꺼내 줄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나.”
“믿음직스럽네요.”
모든 생명이 겁먹을 수밖에 없는 거력에도.
두 영웅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죽음을 불사한 자의 눈빛.
– 크하하하! 웃기는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거대마룡이 폭소했다.
그 폭소는 포효가 되어 세상을 저릿하게 흔들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피부가 저릿해지는 힘.
– 고작 벌레 두 마리의 힘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 듯싶더냐?
두 영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움직일 뿐.
까앙! 까앙!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는 망치를 땅에 내려쳤다.
그 내려치는 오묘한 힘에 신비한 연금술과 마법의 힘이 섞였다.
[‘앱솔루트 실드 주문서’(S급)를 획득합니다.]주문서 한 장이 단숨에 만들어졌다.
“쓰게.”
“고마워요.”
누가 보면 경악할 만한 장면.
“미친?”
지켜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내뱉었다.
S급 마법 주문서의 가치가 얼마인데, 저걸 그냥 쓕! 하고 만들어?
“……저게 우리의 선조란 말인가?”
다그나르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신음했다.
“과연……. 극(極)에 달한 대장장이. 기록에서 보던 게 맞군. 망치 하나로 마법 주문서를 만들어 낼 정도의 경지라니. 감동적인 광경일세.”
저것이 드미르.
보급용으로 S급 가방을 뚝딱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의 본 모습이었다.
드미르는 웃었다.
우리는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나는 이곳에 우리의 무덤을 만들고 있을 테니, 자네가 시간을 벌어줄 수 있겠나?”
까앙! 까앙!
그리고 다시 망치를 내려치며, 무언가를 만들었다.
엘드린 역시 마주 미소 지었다.
“그럼요.”
여왕이 다시 활을 겨눴다.
“아무리 거대마룡이라 해도, 절 쉽게 볼 순 없을 거예요.”
그녀는 월광(月光).
모든 엘프들의 어머니.
그리고 500년 전 세대의 절대자였다.
– 가당찮구나!
드루건이 울부짖었다.
그러고는 앞발을 들어 올렸다.
쿠웅!
한 번 내리찍을 때마다 세상이 진동했다.
대지가 뒤집혔다.
– 엘프의 여왕이여. 그 활로 백날 쏴보거라. 감히 내 몸에 생채기 하나 만들 수 있을 듯싶더냐.
드루건은 한 걸음, 한 걸음.
두 영웅을 향해 다가갔다.
– 나는 이 세계의 지배자다. 이 세계의 포식자다. 세상에는 피포식자와 포식자 이 두 가지의 운명으로 갈리거늘. 그대들은 어찌하여 하늘의 운명을 거스르려 하는가.
“헛소리 집어치워요!”
슈슈슈슝!
엘드린의 활에서 화살이 쏘아졌다.
“그대가 진정한 포식자라면, 오늘 우리 전부를 먹어치워야 할 거예요.”
콰가가가강!
허공으로 쏘아진 화살이 유도탄처럼 날아 드루건의 몸통에 박혔다.
월광낙하(月光落下).
달빛 밑으로 떨어지는 화살 폭격이었다.
– 크흐으.
거대마룡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언가 벌이고 있는 듯한데.
공격이 나름 날카로웠기 때문.
요컨대 이런 느낌이다.
말벌 한 마리는 쉽게 때려잡을 수 있는데, 그 말벌이 침으로 눈을 찌를까 살짝 꺼려지는 느낌?
“겁많은 용이여.”
그 모습을 보던 드미르가 씩 웃었다.
깡! 까앙!
화려한 망치질은 재빠르게 무언가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이곳에 뼈를 묻는 대가로, 그대에게 금제(禁第)를 가할 것이라네.”
– 헛수작 부리지 말거라!
용은 불길함을 느꼈다.
그래서 보수적인 자세를 포기했다.
펄럭!
날개를 힘차게 뻗고!
두 종족의 통치자들을 향해 거칠게 내달렸다.
엘드린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치 폭풍이 된 듯 시위를 당겼다.
드미르의 주문서들도 다량으로 찢겼다.
화려한 마법의 향연.
세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