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25화
진짜 귀여워룡
주동훈은 그동안 숱한 용들을 보아왔다.
처음 봤던 거대마룡 드루건부터 탐욕룡 아란발론, 지수룡 브리아스, 토룡 카시아스 등등.
아마 세상에는 수많은 용족이 있을 테고, 간혹가다 아린이에게 몇몇 특이한 용족의 정보도 듣곤 했지만…….
‘단언컨대.’
파괴룡 비나사만큼의 포스를 보여준 용은 없었다.
정수들 덕에 창조룡 일레오르란 자도 보았고, 그 존재가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비나사만큼의 파급력은 아니었다.
‘아린이 말했지.’
잠재력으로만 따졌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족을 고르자면 바로 창조룡과 파괴룡이라고.
그도 그럴 수밖에.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성좌급인 생명체가 또 있을까?
그런 용이.
우리 창조룡 크리드가.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인데,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자, 어서 오렴!
와서 날 바라보고 부모로 인식하렴!
쩌어어억!
갈라진 알 속에서 생명의 근원과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다.
‘세계수?’
미약하지만 아린에게 나는 향기와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주동훈이 기쁜 마음으로 조심스레 알의 내부를 쳐다봤다.
‘대체 어떤 모습일까? 파괴룡처럼 귀여울까?’
문득 비나사의 탄생 순간이 떠올랐다.
– 키엑! 키에에엑!
– 크롸라라라라!
– 끼악! 끼아아악!
– 그르러러러렁!
힘겹게 날개를 펄럭이며, 포효하는 그 모습이 어렴풋하게 그려졌다.
그다음 바로 머리를 들이대고 비비적거렸었지.
“후.”
주동훈이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자.
이제 나와라.
우리 비나사의 동생, 크리드!
까득!
알이 마침내 두 동강이 났고, 그 사이에서 나오는 크리드의 모습을 보는 순간.
“엥?”
주동훈의 눈동자가 신속하게 커졌다.
***
용은 대체로 파충류의 모습을 한다.
뱀 혹은 도마뱀의 극 상위호환이랄까?
그래서 보통 날개가 있고, 얼굴 역시 악어처럼 매끄러운 게 대다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크리드는 용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찰싹!
정강이 쪽에 착! 달라붙은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존재는 분명…….
어린 요정의 모습이었다.
[창조룡 크리드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창조룡 크리드가 당신을 부모로 인식합니다!]“흥, 인정하긴 싫지만……. 내가 부화하는 동안 맛있는 기운을 줬으니, 부모로 인정해 주마!”
대충 무릎까지 올라오는 조그마한 키.
하얀 백발과 뽀얀 피부.
어린 여자아이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볼때기.
“……너, 용 맞아?”
“어머, 아빠? 그럼 내가 용이지 무어야?”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옆으로 꺾는 크리드를 바라보며.
“커헉……!”
옆에 있던 맷 제랄드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어, 어찌 용이 저렇게 귀여울 수가……! 부럽습니다. 길마님!”
“맷은 크리드가 용으로 보여요?”
황당한 주동훈이 맷에게 묻자.
“당연한 거 아닙니까?! 누가 봐도 용 아닙니까! 창조룡의 어린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흐음.”
우우웅!
기운을 끌어올린 주동훈이 크리드의 몸 곳곳을 스캔했다.
그동안 배불리 먹었는지, 기력은 제법 있다.
성좌급…….
아니, 이 정도면 거성(巨星)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폴리모프의 흔적이 없다.
즉, 용의 형상이 아닌 진짜 저 모습이 본 모습이란 것.
“혹시 용의 모습으로 바꿀 순 없는 거니?”
“에이, 아빠……. 세상을 그렇게 틀에 박힌 채로 살아가면 안 되지! 나보다 나이도 많이 먹은 분이 왜 그러셔.”
“…….”
“용의 모습이 이렇다! 하고 정해진 규칙이라도 있어? 이 몸이 태어나고 싶은 대로 태어나는 거지! 안 그래?”
으음.
뭔가 비나사랑은 달리 살짝 건방진 감도 있었다.
창조룡은 원래 그런가?
그 일레오르란 작자도 좀 깐깐하게 생기긴 했었는데.
“하지만, 아빠가 원한다면야.”
촤르륵!
순간, 크리드의 등 뒤에서 앙증맞은 날개가 돋았다.
용의 날개를 축소화한 것 같은 하얀 날개였다.
“이 정도까진 바꿔줄 수 있어.”
후웅, 후웅!
날갯짓하며 생글생글 웃는 크리드를 보자 묘하게 싱숭생숭했다.
용의 모습이 아니니까, 진짜 딸이 생긴 기분이잖아?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외형이 무지막지하게 귀엽다는 거다.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객관적으로.’
[창조룡 크리드를 길들입니다.] [주의하세요!] [창조룡은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창조룡 크리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아빠, 밥 줘!”
이리저리 날다가 어깨에 달라붙은 채 꼬르륵 소리를 내는 녀석을 무시한 채,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크리드] [기력 : 9,999/9,999] [고유 능력 : 창조룡의 은총] [종족 : 용족] [등급 : SSS] [성장 단계 : 초룡] [힘 : ??] [민첩 : ??] [체력 : ??] [마력 : ??] [기술 : ??] [보유 스킬]-‘초룡의 육체’(Lv.Max)
-‘드래곤 피어’(Lv.Max)
-‘창조’(Lv.Max)
-‘초룡언’(Lv.Max)
‘창조?’
능력은 비나사 때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파괴룡의 ‘뉴클리어 브레스’ 대신에 ‘창조’라는 스킬이 들어간 것.
“밥밥밥! 아빠가 밥을 줘야 만들고 싶은 걸 만들 수 있어!”
크리드가 옥구슬이 흘러가는 듯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들고 싶은 것?”
“행성이라든가, 생명체라든가.”
“……네가 그런 걸 만든다고?”
“웅! 그래야 내가 성장할 수 있어.”
…….
신박한 말이었다.
그런 건 신(神)이 하는 일 아닌가?
대답은 목이 했다.
[목(木) : 신(神)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하진 않아요.]왜요?
[목(木) : 일(日)과 월(月)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천족이니, 마족이니. 각자 속성 타는 생명체들이기에 그 한계가 명확하죠.] [일(日) : 큼.] [월(月) : 크흠.]아아.
일리가 있긴 했다.
정수들만 봐도 전지전능하다기보단 속성으로 나뉜 느낌이라.
[목(木) : 그래서 웬만한 창조는 우주에 널리 퍼진 창조룡들에게 맞기는 편이에요. 상상력이 충만하기도 하고 일단 그걸 즐기니까. 우리야 편하죠.]그럼.
지금 돋아 있는 날개도 그냥 즉석에서 창조한 건가?
[목(木) : 애초에 지금 모습 자체가 계약자가 본연 중 바라고 있던 모습일 거예요. 저 창조룡은 일단 계약자의 기운을 바라고 있으니까.]‘……내가……. 은연중 바라던 모습?’
저게?
흠.
그랬던 건가.
어쩌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신도 모르게 딸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상이 이 모양이니까.’
언제 멸종될지 모르는 곳에 자식을 낳을 생각도 없었고.
일단은 너무 바빴다.
지금도 하루하루가 훈련과 생존의 연속이지 않던가.
“그래서 밥 줄 거야? 말 거야?”
“…….”
밥.
자신이 가진 정수의 기운을 말하는 게 분명했다.
만약 모든 창조룡이 이런 류의 밥을 먹어야 하는 거라면…….
우리 크리드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강한 창조룡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확실한 이득이다.
“옜다.”
주동훈이 크리드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손으로 기력을 불어넣자.
“꺄흐흐흣!”
크리드가 까르륵거리며 그것을 받아먹었다.
“이걸로 네가 원하는 것을 만들며 무럭무럭 성장해라. 단, 비나사에게도 말했던 것처럼 나나 내 주변에 큰 피해를 주는 짓을 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당연한 소리지! 그렇게 하면 아빠가 밥 안 줄 거잖아?”
“역시.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아는구나.”
주동훈이 흡족하게 웃었고.
시끌시끌.
저 아래에서 북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식을 들은 랭커들이 몰려오는 소리.
그래.
오늘은 크리드의 생일이다.
아무렴 성대한 파티를 열 각이 보였다.
***
시간이 흘렀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단련했고.
또 누군가는 지구의 시민을 위해 던전을 돌았다.
김진아는 천계에서 있었던 일을 적당히 각색해 영상을 만들었다.
친숙한 마계와 대척점에 있는 존재들이 처음에 심한 경계를 했고, 결국 주동훈에게 두들겨 맞다가 항복하는 내용이었다.
특히나 주천사들이 맞는 영상은 크나큰 화제가 되었다.
너무 잔인하다 or 맞을 만하다.
두 부류로 나뉘어 짧은 논쟁도 있었지만, 금방 식었다.
리그가 다가오고 있었고.
인류가 가장 관심 가지는 것은 [다음 리그를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였던 것이다.
김진아는 목마른 대중들을 위해 시원하게 입장을 꺼내주었다.
– 여러분, 걱정하지 마십시오.
–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 우리 랭커의 100% 승리를 점칩니다.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그 한마디가 인류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김진아가 누구던가.
가장 위대한 집단을 일군 주축임은 둘째치고.
현 랭커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 아니던가!
게다가 이제 인류는 그녀의 성격을 알았다.
100% 확신이 있지 않으면, 아예 말을 꺼내지조차 않는 자.
그래서 작년엔 리그 시작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었지.
“김진아가 저렇게까지 말한 거면 정말 확실한 내부 정보가 있나 본데?”
“하긴, 지금껏 김진아가 한 말 중 틀린 말이 없었으니까. 그때 생각나네. 별마전 맞힌 거.”
“크으으으, 추억이다. 지금 생각하면 마탑은 무슨. 무조건 별천지였는데.”
“어쨌든, 이번 리그는 진짜 즐기면서 봐도 된다는 거지?”
“이제 갑시다! 다이아몬드로!”
“빌어먹을 리그! 빨리 챌린저까지 쭉쭉 올라가 버리는 거야!”
사람들이 흥분하여 외쳐댔다.
원래는 연말이 되면 세계 랭커 게시판을 기다리며 축제를 벌였다면, 이제는 리그를 기다리며 축제를 벌인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을 쉬며 치킨이나 피자집은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결전의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참여할 랭커들은 제한 시간 안에 각자의 자리로 이동해 주세요.] [제한 시간 – 12 : 00 : 00]2028년.
무신년(戊申年)의 해를 앞두고,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랭커들이 모여들었다.
오망성의 끝.
그곳에서 몸을 푸는 그들의 얼굴은 듬직하다 못해 멋스러웠다.
“와아!”
“진짜 멋있다.”
“미쳤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계인 모두가 밤을 새운다.
당연한 일이었다.
랭커들이 인류를 대표해 고생하는데, 누가 맘 편히 발 뻗고 잠을 잘까.
주동훈은 잭 스미스를 불러 다시 한번 주의시켰다.
“잭.”
“말하라.”
“절대 거대 성운급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마세요. 군단장들도 마찬가지예요.”
흥분하다 보면 넘쳐 오르는 힘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일레오르의 인지 마법이 무용지물이 될 터.
“걱정하지 마라. 수십 번 주의시켰다. 또한 어차피 군단장은 사도의 명을 어길 수 없어. 마계의 생리가 그렇다.”
무조건적인 명령이 아닌, 어떤 상황인지 전부 전해들은 상태다.
이제는 정말 조심하면서 리그를 올라야 할 때.
“다만.”
잭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솔직히 적이 너무 약할까 걱정이다. 어떻게, 비등비등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아뇨.”
주동훈이 웃었다.
“딱 거대 성운급 힘 한도에서, 될 수 있으면 시원하게. 압도적으로 이겨 버리세요.”
이제부터 자신은 초월자들을 모아야 한다.
저 거대한 우주 찬탈자들을 상대할 아군을.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마는.
‘그래도.’
해볼 때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 첫걸음으로 주동훈은 ‘팬덤’을 만들 생각이었다.
‘과도한 팬심의 문제점을 역이용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발언이나 행동에 무작정 동의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찬양하는 극성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말.
‘초월자들을 내 빠로 만드는 거야.’
이미 주동훈은 저번 후원 지원자 목록으로 67,355개의 콜을 받은 상태였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앞으로 더더욱 많은 초월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무조건 그렇게 해야 했다.
꾸욱.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부터 무패행진.’
그것도 압도적으로 챌린저에 도달한다.
무신(武神)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줬던 랭커를 뽑는 거라지?
그 무신.
‘어디 한번 나도 해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