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3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30화
인베이그(5)
리그에 입장함과 동시에 싸늘한 공기가 코에 스며들었다.
‘주제는 전면전.’
주동훈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버지의 룰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공략이라 할 게 없으니까.’
그저 상대를 몰살시키기만 하면 되는 게임이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류의 게임.
“이놈아.”
옆으로 어르신이 다가왔다.
“전방에. 느껴지느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맞아요.”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랭커와 스켈레톤들의 표정이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급격하게 식어 있었다.
쿠구구구구……!
광활지 앞.
지평선 위로 서서히 등장하는 벌레 대군의 위용이 이전 세트와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또한 저 너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흉포한 기운은…….
“교수님, 아무래도.”
아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네가 말한 오버 마인드. 하필 그놈이 우리랑 걸린 것 같다.”
주동훈이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시시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그놈이 걸려줘서 참 다행이야.”
***
“아니.”
“잠깐만.”
“뭔가 좀 이상한데?”
“허윽, 숨쉬기가……. 힘들어.”
화면을 지켜보던 세계인들 대다수가 가슴을 부여잡고 흉통을 호소했다.
인베이그 진영 사이로 느껴지는 그 끔찍하면서도 끈적한 살기(殺氣)가 그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 아아, 다릅니다! 달라요! 저기 화면에 잡히는 벌레들의 수를 보세요! 이건 그냥 미친 거 아닙니까?
– 느껴지는 기운도 다릅니다! 우욱, 아, 죄송합니다. 구역감이 심하게 올라오는 걸 참을 수가 없네요.
– 캐스터님도 그렇습니까? 저도 마찬가집니다. 뭔가 숨이 턱 막힐 만큼 압도적인 기운이 상대측 중앙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 벌레들의 본체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요……. 정말 대책 없는 물량입니다! 그리고.
– 어, 어어어……?! 저기! 화면을 보시죠!
스스스슥!
고래가 제공해 주는 화면이 인베이그 진영 안쪽으로 쭉 파고 들어갔다.
끈적거리는 점막 위로 깔린 본체들 안쪽에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가 보였다.
기존 벌레들과는 달리, 인간과 비슷한 형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양팔에 커다란 칼날이 달린 괴생명체.
그가 바로 인베이그의 수장, 오버 마인드였다.
– 저, 저게 뭔가요!
– 기존 인베이그와 확실히 체계가 다릅니다!
– 저런 끔찍한 걸…….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까요?
동시에.
스슥!
화면이 반으로 갈라졌고, 이번엔 지구 쪽 진영으로 화면이 주욱 당겨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랭커들에게 이리저리 지시하는 주동훈이 있었다.
관리팀장인 고래가 각 진영의 수장을 반으로 갈라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와아아아아!”
“주동훈이다! 주동훈!”
당연히 주동훈의 얼굴이 나오자, 온 지구에 함성이 터졌다.
– 지구에 주동훈이 있다면 인베이그에는 저 존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 있다면 주동훈의 표정이 편안하다는 거예요! 일말의 긴장도 없는 저 얼굴! 저 끔찍한 기운에 아무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는 거겠죠?
– 하하, 저는 그냥 주동훈을 믿으렵니다! 그 엄청난 잭도, 델라일라도 다 지금 주동훈을 믿고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그저 그런 전설이 아닙니다! 주동훈은 지구의 신화이며, 기적적인 존재란 말입니다!
– 보세요! 주동훈! 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웅!
주동훈이 만든 지팡이가 땅에 가볍게 퉁겨졌다.
“수하들이여 일어나라.”
오버 마인드?
본체?
그것들이 통제하는 벌레들?
‘그런 건 나 역시 있다.’
본인 역시 뼈일이부터 어르신까지의 본체가 있고, 자그마한 기력만 있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병력이 있었다.
‘게다가.’
그 병력이 이제는 속성의 힘까지 부여받았다.
“일어나서 저 징그러운 벌레들에게 진정한 강자가 누구인지 보여줘라.”
투지로 가득 찬 주동훈의 눈을 보며, 별천지의 두 돌격대장도 준비했다.
“크하하핫! 미친놈들 준비됐나?!”
장대웅과 남자들도.
“제일 시원찮게 싸우는 애는 오늘 리그 끝나고 파티 대신 훈련이야! 알겠어?”
플로아와 여자들도.
스켈레톤 뒤에서 돌격할 준비를 맞췄다.
지구의 진정한 정예라 할 수 있는 이들.
그리고.
“다들 잘 들어요.”
주동훈이 평소답지 않게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기세에 모두의 시선이 주동훈에게로 향했다.
“전략은 없습니다. 원래 하던 것처럼 그냥 달려 나가서 밟아 죽이세요.”
동시에.
타앗!
주동훈이 먼저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던 랭커들과 수하들이.
“가자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압!”
“달려어어어어어!”
“우린 이날! 오늘만을 기다렸다고!”
힘찬 돌격을 시작했다.
***
인베이그 진영.
칼날 손, 오버 마인드가 황당한 눈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나를 상대로 저렇게 그냥 무작정 달려온다라…….’
픽.
그의 입가가 기괴하게 비틀어졌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앞선 두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겼으니, 자신감에 충만한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다만.
‘모르면 죽어야지.’
인베이그는 우주의 진정한 지배 종족이다.
용족도, 웬만한 높은 문명을 지닌 생명체도.
인베이그의 정신없는 집단 공격을 받으면 제대로 저항조차 못 하고 죽어 나간다.
“감히 우리를 우습게 보는 저 거지발싸개들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주거라.”
쿠과가가가가……!
오버 마인드가 통제하는 900 오버 로드가 일제히 꿀렁이기 시작했다.
두쿵쿵!
점막 아래에서 수많은 벌레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고.
키에에에엑!
날개 벌레들과 간간이 보이는 대형 돌격 벌레들이 튀어나왔다.
또한 전갈 벌레와 가시 벌레 등등.
이전 경기에서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종류의 벌레들도 보였다.
“달려 나가서 찢어라, 뚫어라. 그리고 삼켜 버려라.”
키아아아앍!
흥분한 벌레들 역시 달려오는 지구 측 질주에 맞추어 내달리기 시작했다.
***
에메랄드 베팅장.
초월자들의 입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허허허, 내 생에 인베이그의 총공격을 볼 날이 올 줄이야.”
“은하 딱지 달기 전에는 저게 저렇게 무서웠더랬죠?”
“그래도 다행이야. 지구 최정예랑 인베이그 최정예랑 붙어줘서.”
“인베이그는 인베이그입니다. 왜 인베이그가 그 오랜 세월 우주의 악몽으로 불려왔겠습니까? 혹시 경기에 패배할지언정 보여줄 땐 보여줄 겁니다. 특히 오버 마인드면요. 후후.”
안도하며 즐기는 인베이그 측 초월자들을 보며 「몬드」의 크락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간교한 놈들.’
저들 중 몇몇은 분명 이상한 것을 느꼈을 거다.
에메랄드 티어에 올 정도면 다들 한끝 발하는 초월자들일 텐데, 주사위에 느껴지는 미세한 움직임을 못 볼 리 없었다.
다만.
저게 바로 도박꾼의 속성이고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자신에게 불리할 게 없는데, 굳이 짚고 넘어갈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당금 우주에 정의란 없었다.
오직 힘과 정수만이 있을 뿐.
‘그래도 너희는 내 덕에 산 줄 알아라.’
자신의 주사위 조작이 없었다면, 이미 게임은 터졌을 터.
다만 하나 찝찝한 점은 있다.
‘분명……. 조작을 걸 때 누군가가 기운을 펼쳐 지구 측 초월자들의 시야를 가려주었다.’
그게 인베이그 측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분명 지구 측에서 펼친 거였다.
‘그렇다는 건.’
이미 자신이 조작을 펼치기도 전에, 조작할 것을 알았다는 말이기도 한데.
도대체 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크락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
다시 지구의 해설진.
– 벌레들이 쏟아지는 만큼 우리 스켈레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 게다가 스켈레톤의 위용이 기존과는 또 한참 다르죠?
– 맞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주동훈의 스켈레톤들이 또 한 단계 발전했다더군요!
– 어떤 부분이죠?
– 스켈레톤에 속성이 부여되었답니다!
– 속성!
– 저기 보시죠!
쿠과가가가가!
두 진영이 맞부딪칠 찰나.
“전원 위치로오오오오!”
맨 앞으로 날아오른 카덴이 커다란 파괴룡의 방패를 있는 힘껏 전방에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아아앙!
피어오르는 흙먼지와 함께, 거대한 투명 벽이 전방 일대에 솟구쳤다.
그 사이로 스켈레톤 방패병들이 일제히 달려가 방패를 들이민 채 자세를 낮춘다.
– 저 투명 벽! 자세히 보시면 황금색을 띠고 있지 않습니까? 저게 바로 음양오행의 금 속성이랍니다!
순식간에 개활지 일대에 하나의 직선이 그어졌다.
카덴이 그은 선이었다.
“내가 소멸하기 전까지 너희는 절대 이 선을 건널 수 없을 것이다.”
콰가가가가!
어느덧 다가온 벌레들이 황금 벽을 두들겼지만, 실금 하나 나지 않았다.
동시에.
까앙, 까앙, 까앙!
수많은 드워프 스켈레톤들이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투석기, 투포기, 공성탑 등등.
원거리 공격에 필요한 것들을 즉석에서 만드는 것.
그런 그들의 망치에도 분명 금(金)의 기운이 섞여 있었다.
– 시, 신들린 솜씨입니다!
– 그냥 망치 몇 번 두들기는데 공성 무기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 그거 아십니까? 주동훈은 원래 랭커가 되기 전, 대장장이로 더 유명했었습니다!
– 맞죠! 스켈레톤 대장장이들을 데리고 고투몰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일화는 아직도 유명합니다!
공성탑 위에는 엘드린과 아린, 유이사의 수하들이 올라갔다.
정확히는 스켈레톤 궁수, 마법사, 정령사들이었다.
끼리리릭!
슈슈슈슝!
– 자, 원거리 공격이 시작됩니다!
– 엘드린의 화살에 담긴 속성은 무엇인가요?
– 당연히 목(木) 속성입니다. 쏘아지는 화살을 휘감고 있는 녹색 빛깔이 숲의 기운이라더군요!
– 아아, 무릉도원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도 저 궁수들 덕이라죠?
– 정확히는 숲의 종족, 엘프 덕이죠!
쐐애애액!
빈틈없이 쏘아지는 화살 비가 카덴의 투명막을 가볍게 지나쳐 벌레들의 피부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도 없다.
죽는 벌레의 숫자보다, 다시 생겨나는 벌레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더 광범위한 공격이 필요했다.
“마법사들이여, 지팡이를 들어라. 화력은 약해도 좋다. 최대한 넓게 화염을 흩뿌려라.”
“예!”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작했다.
화륵, 화르륵!
엘로이즈의 불꽃이 온 세상을 가득 채웠다.
키에에에에엑!
떨어지는 불줄기가 벌레들의 몸에 닿았고, 치이이익! 소리와 함께 익는 소리가 났다.
그뿐이 아니었다.
목생화(木生火).
나무가 땔감이 되어 불을 더 잘 타게 하는 것처럼, 엘드린의 화살이 엘로이즈의 불꽃을 더욱 키워냈다.
하지만, 인베이그 측 벌레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키에에에에엑!
곳곳에 간헐적으로 배치된 거대 전갈 벌레.
전갈이 집게를 양쪽으로 활짝 펼치며 포효했다.
동시에.
쏴아아아아!
전장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 비, 비가 내립니다!
–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어요! 타오르던 불꽃들이 사그라듭니다!
마법에 의한 불길이 점차 약해졌다.
그러다 보니, 다시 카덴의 방어벽을 두들겼고, 몇몇 벌레들은 온몸을 비집고 들어오기까지 했다.
쐐애액, 푸욱!
물론, 그 벌레들은 스켈레톤 검사들에 의해 막혔다.
푸화악!
빗줄기 속에서 피가 솟구쳤다.
백무흔의 수하들.
수(水)의 기운 덕에 더 활기차진 그들이 방패병 뒤에 배치해서 넘어오는 벌레들의 목을 베어냈다.
얼마나 훈련을 많이 한 것인지, 휘두르는 자세에는 한 점의 흠도 없었다.
– 아무래도 저 전갈 벌레들이 인베이그 측의 마법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개체 수가 다른 벌레들에 비해 적어요! 저들을 먼저 요격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어? 또! 또 포효합니다! 이번엔 뭘까요!
푸슉, 푸슉!
전갈 벌레의 입에서 무언가가 쏘아졌다.
방향은 카덴이 펼쳐놓은 방패진.
그 무언가의 정체는 자그마한 벌레들이었다.
전갈 벌레 내부에서 서로를 물어뜯고 잡아먹으며 사는 곤충들.
그 압축된 곤충들이 순식간에 몸을 부풀어 올리며, 벌레 구름을 만들어냈다.
– 이, 이게 뭘까요!
– 시야가 가려졌습니다. 전방이 온통 벌레 천지예요!
뭉게뭉게 피어오른 자그마한 벌레들이 적들의 시야를 교란하고, 또한 원거리 공격을 막아준다.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흠.”
주동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참 애매하다.
저런 것들을 뚫고 나가 저 오버 마인드란 작자랑 싸우고 싶은데, 거대 성운급 힘까지밖에 못 내니 그 각이 보이질 않는달까?
“이놈아, 거기서 뭐 하느냐?”
중앙 통제구역.
드미르가 만든 가장 높은 탑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만술 어르신이 주동훈을 불렀다.
“거기서 궁상떨지 말고 빨리 올라와라.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
“재밌네요.”
“뭐가 재밌다는 게냐.”
“다들 준비하세요. 곧 손님이 올 것 같으니까.”
전방이 벌레 구름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주동훈은 느낄 수 있었다.
그 구름 내부에 느껴지는 막강한 기운을.
“……저건 또 뭔 벌레냐?”
어르신이 투덜거리자, 아린이 답했다.
“아마 저들은 카덴의 방패진을 무너뜨리고 싶을 거예요. 그러기 위한 벌레들이라면…….”
따악.
아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가시벌레들이겠네요.”
동시에.
쿠과가가가가!
땅에서 무수한 양의 가시들이 일제히 솟구쳐 올라오기 시작했다.